안성에서 강의를 시작한지도 11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 강의시간표에 따라
1주일이 지나가고 학사일정에 따라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치르고 나면 어느
새 한 학기가 지나가고 방학이 되며, 개학이 되면 또다시 같은 일정이 반복
되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1년이 흘러 간다. 이렇게 지나간 10년동안 나와
내 주위의 많은 것들이 변했다.

우선 10년전의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해보면 10년전에는 강의가 있는 날이든
아니든 아침 첫 통근차로 출근하여 오후 5시30분차를 타고 퇴근하였고 방학중
에도 특별한 일이 없으면 학기중과 동일한 일정으로 움직였다. 그 당시에는 나
뿐만 아니라 비슷한 또래의 젊은 교수들 대부분이 그러했다. 따라서 서로 얼굴
을 대하고 대화할 시간이 많아 과나 심지어 단과대학에 관계없이 친밀하게 지
냈다.

학기중에는 테니스 등 운동경기를 한 후 학교 뒤 내리나 서울의 선술집에서
소주 한 잔 기울이며 따뜻한 대화를 종종 나누었으며 방학중에는 가벼운 마음
으로 함께 여행을 떠나기도 하였다. 하지만 요즘에는 같은 단과대학 교수들끼
리도 교수회의가 있는 날이 아니면 얼굴 마주치기가 어려운 실정인데, 건물까
지 떨어진 타 단과대학 교수들의 경우야 말해서 무엇하리. 어느 직장을 막론
하고 직장생활의 큰 낙 가운데 하나가 동료들간에 화목하여 즐겁게 지내는 것
이련만 오늘날은 확실히 이같은 낙이 10년전에 비해 줄어들었다는 생각이 드
니 무척 섭섭하다.

학생들의 경우도 10년전과 지금과는 여러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우선
10년전에는 지금보다 학생들 서로간, 학생과 교수간에 정이 많았다고 생각된
다. 스스럼없이 교수 연구실로 찾아와서 이런저런 인생상담도 하는 경우가 많
았고 특별한 볼일이 없어도 불쑥 들어와서 이 얘기 저 얘기하다 가곤 하였다.
학생들 사이에도 현역과 예비역간, 남학생과 여학생간 관계가 전반적으로 아주
좋았던 것으로 기억이 된다.

요즈음은 어떤가. 내가 너무 지나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요즈음 우리 학생
들은 독불장군 경향이 강한 것처럼 보인다. 친한친구도 그리 많지 않은 것 같
은데 이에 대한 노력도 하려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10년전에 비해 젊은이
로서의 패기와 끈기도 많이 부족한 것 같다. 젊음이 좋다는 것이 무엇인가.
무엇이든지 가능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 이를 시도해 볼만한 건강이 있
다는 것 아니겠는가.비록 재택강의가 실시되고 집에서 외국대학교 도서관의
장서목록을 탐색하여 복사해오는 오늘날이지만 내 생각은 결코 시대착오적 감
상주의의 발로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기계화가 촉진되면 될수록 인간관계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어야만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인간은 스스로가
제작한 기계에 예속될 수밖에 없는 운명에 처할 것이다.

앞으로 10년후에 이같은 글을 다시 쓰게 된다면 그때에는 "10년전에 비해
훨씬 따뜻하고 살맛나는 대학생활을 하고 있어 무척 행복하다"라고 쓸 수 있
게 되기를 바란다.

박완규<사회대 경제학과 교수>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