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인 장교가 담은 6·25 사진전 열려

1953년. 6·25전쟁이 지나갈 무렵 다시금 삶을 시작해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어떠했을까.
6·25전쟁 전후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낸 안소니 영거와 키스 글래니 스미스의 사진이 오는 8월 18일까지 서울대 박물관에서 전시된다.

당시 영국군 장교로 참전했던 안소니 영거와 키스 글래니 스미스의 사진은 이미 알려진 전쟁사진과는 다른 방식으로 전쟁의 모습을 이야기하고 있다.

두 사진가의 사진에는 여느 전쟁사진과 마찬가지로 군인과 전쟁 고아, 난민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그들 사진속의 군인은 적을 향해 총을 겨누고 있지 않다. ‘유엔군과 중공군 장교’라는 사진에서는 휴전회담을 앞둔 유엔군과 중공군이 총을 내려놓고 서로를 향해 미소짓고 있다.

안소니 영거는 폐허 속에서 부모를 잃고 울부짖는 아이대신 입술을 꽉 깨물고 아픈시대를 담담히 살아가는 전쟁고아를 보여준다. 전쟁의 상처를 딛고 살아가야하는 상황에 희망적인 가능성을 더하고자 하는 그의 시선이 묻어난다.

안소니 영거와 키스 글래니 스미스는 당시 동대문 시장에서도 전쟁이 휩쓸고 간 자리의 황폐함만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들의 시선이 안내하는 사진 속의 여인들은 시장에서 장사를 계속하고, 길 한가운데서 아이에게 젖을 먹이고 있다. 전쟁으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었을 사람들은 다시 일터를 꾸려나가고 전쟁이 남긴 비인간성에도 모성애는 흔들리지 않는다.

두 영국장교의 사진은 당대의 영웅을 보여주는 사진도 아니고, 실탄이 쏟아지는 전쟁 현장을 생생히 전달하는 사진도 아니다. 그들은 현장에서 한발짝 물러나 있다. 대신 그들은 전쟁의 광기도 앗아갈 수 없는 생의 의지를 사진에 담았다.

로버트 카파와 제임스 나트웨이가 전쟁의 참혹한 실상을 그대로 전달하며 우리에게 경각심을 일깨워 준다면 안소니 영거와 키스 글래니 스미스는 비극을 딛고 다시 일어서는 보통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희망을 재현한다.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