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공학과 정보산업은 21세기에 주도권을 잡기 위한 분야로 인식되며, 각국에서 ‘국가경쟁력을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많은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생명공학기술을 사용하는 분야가 증가추세에 있으며, 생명공학의 성과가 보도되고 있어 일반인들에게도 더 이상 생소한 얘기가 아니다.

생명공학, 일반화 추세

지금, 우리에게 생명공학은 무엇인가?
일반인들이 생명공학을 피부로 느끼게 된 것은 작년에 국회 이완구의원에 의해 유전자조작 콩이 수입된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증명된 이후이다. 또 작년 말에 경희의료원 불임클리닉의 ‘인간배아 복제 실험’, 지난 달 발표된 농업과학기술원의 ‘유전자조작 작물 8종 연구개발 성공’과 서울대 황우석 교수의 ‘체세포 복제 젖소, 영롱이 탄생’등은 국내 생명공학기술 수준이 세계적이며, 우리도 기술선진국으로 다가가고 있다는 것을 인식시키는 역할을 하였다. 하지만, 생명공학기술을 사용한 모든 성과가 우리의 삶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는 사회적으로 논의되고 있지 않다. 인류를 미래의 위기에서 구원할 것이라는 일방적 주장이 있을 뿐이다.

기술수준, 아직은 미완전해

생명공학은 1972년 유전자재조합 기술(Recombinant DNA Technology)의 개발로 급속하게 발달하였다. 생명체의 모든 정보를 담고 있는 유전자가 인간에 의해 변화될 수 있다는 것은 많은 가능성을 안겨준 것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80년대 이후, 이 놀라운 기술이 인간과 환경에 커다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사회단체뿐 아니라 연구자집단에서도 점점 커지고 있다.

생명공학을 신중히 다루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기본전제는 생명공학을 포함한 과학기술은 완전한 것이 아니고 현 수준의 과학기술로는 모든 것을 예측할 수는 없다는 점일 것이다. 더구나 생명공학은 기존 자연생태계에서는 출현불가능한 생물체들을 생산해내기 때문에, 이 생물체가 인간 및 환경에 미칠 영향을 정확하게 예측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 주목할 점은 생명공학은 거대 다국적기업에 의해 지배되고 있는 현실이다.
식량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대안이라는 유전자조작 식품은 94년 몬산토의 무르지 않는 토마토가 시판되기 시작하면서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현재 유전적으로 전혀 관계없는 종의 유전자를 삽입시켜 새로운 형질은 갖도록 만든 식품-미생물의 제초제저항성 유전자가 들어간 농작물과 넙치의 얼지 않는 유전자가 들어간 토마토, 사람의 성장호르몬이 들어간 소에서 생산한 우유 등이 전세계적으로 개발·유통되고 있다. 그러나 오스트리아, 룩셈부르크, 노르웨이는 유전자조작 작물의 수입을 금지했고, 프랑스, 인도등은 유전자조작 작물재배에 모라토리움을 선언하는 등 유전자조작 식품의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나라가 늘고 있다.

유전자 조작식품 거부 움직임 보여

유전자조작 식품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으로는 알레르기 유발 가능성, 독성물질 생성 가능성, 항생제 내성 증가, 예견하지 못한 대사 경로의 변화 등을 들고 있다. 최근 영국에서는 유전자조작 된 감자를 쥐에게 임상시험한 결과 쥐의 면역체계에 심각한 손상이 발생했다는 보고로 유전자 조작 식품을 거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93년 미국 FDA에서 승인한 우유생산을 증가시키도록 유전적으로 조작된 ‘유전자조작 성장호르몬’ 사용이 허가되었지만, 올 1월에 캐나다에서는 이 성장호르몬을 사용한 우유의 승인을 거부했다. 또한 농약사용량의 감소로 환경이 보호될 것이라고 하지만 자연계에서는 이종교배로 인해 진화과정 파괴, 슈퍼잡초 출현, 내성이 증가된 곤충 출현 등 환경에 대한 영향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곡물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므로 미국등 외국에서 유전자 조작 곡물이 시판될 때부터 수입되어온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정보와 대비책이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고, 작년 산업자원부 조사결과, 98년도 수입곡물 중 옥수수 20%, 대두 30%정도가 유전자조작 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콩의 경우, 두부, 두유, 장류 등에 사용되는 콩의 90%정도, 콩기름의 경우는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앞으로 유전자조작 식품 수입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며, 4∼5년 내에 국내 자체 생산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생명공학이 갖는 또 하나의 매력은 유전병·난치병 치료 등 의학적 활용이다. 유전병·난치병을 유전자치료를 통해 정상 형질을 나타내도록 하고, 인간유전자를 이용해 거부반응이 나타나지 않는 장기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체세포 복제를 통해 동일한 유전자를 갖는 생명체를 생산할 수 있어 ‘영롱이’와 같이 산업적으로 우수한 형질을 지닌 동물의 복제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체세포 복제된 생명체가 자란 후, 원하는 형질이 발현될 것인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고 복제동물은 병약하고 사망률도 높다는 보고가 나오고 있다. 우수한 품종의 대량 생산은 우생학적인 시도이며 생물다양성을 감소시키는 것이다. 또 유전자치료등은 인간게놈프로젝트로 수행되고 있는 것처럼 유전암호를 풀어야만 가능하다. 그러나 유전자에 대한 정보는 기본적 인권을 침해하는데 이용될 수도 있다.

규제법은 거의 없어

국내의 ‘생명공학육성법’은 이 분야에서 유일한 법이다. 그러나 이 법은 생명공학을 육성하기 위한 것으로 생명공학의 안전과 윤리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규제장치는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인간복제를 금지하는 조항을 삽입한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되어 있지만, 인간복제를 금지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인간개체복제가 목적인지 연구 목적인지는 구분하기 애매하고, 신체형·벌금형 등이 명시되어 있는 외국의 경우와 달리 처벌조항이 없는 것도 문제이다. 또 생명안전·윤리위원회는 개발위주의 과학기술부가 아니라 범부처적인 위상을 가져야 한다. 의료, 식품, 환경에 생명공학이 사용될 때 지침이상의 지위를 갖는 규제장치 마련도 시급한 문제이다.

생명공학은 무한질주를 시작했다. 무조건적인 개발이 아니라 사전예방적 원칙에서 안전성은 확보되어야 한다. 국내에서도 생명공학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체계적으로 마련되어야 하며, 이에 대한 공공논의가 활성화되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