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현장에 가면 * *일보, 。。신문이라고 새겨진 조끼를 자랑스레 입고 활
기차게 그곳을 누비는 일간지 기자들과 자주 마주친다. 같은 현장에 있었고
같은 사건을 목격했음에도 지면화 과정에서 드러나는 차이점 때문에 당혹스
러울 때가 많다. 이번 한총련출범식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1일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 비온뒤의 습한 공기가 4백여명에 육박
하는 학생들의 뜨거운 숨결과 뒤엉켜 숨쉬기가 거북하다. 결코 상쾌할 수 없
는 지하의 눅눅함, 씻지 못한 학생들에게서 나는 땀냄새, 숨소리도 들릴까
말까한 적막한 긴장감.

벌써 며칠째인가. 예정대로라면 지금쯤 학생들은 `제5기 한총련 출범식'을
한양대에서 무사히 마친 뒤 집으로 내려가는 기차에 편안히 몸을 뉘여야만
한다. 그러나 출범식에 참석하려는 대다수의 학생들은 정부의 원천봉쇄로 한
양대 정문도 구경하지 못한 상태다.

"촌놈이 서울에 겨우 올라와서 한앙대 구경좀 할라카는데 왜이리 어렵노.
" 영남지방에서 온듯한 학생이 늘어놓는 푸념이 귓전을 울린다.
오후 5시30분경. 행사를 치르려는 학생들이 속속 도착하는 가운데 더 이상
숨쉬기가 곤란해진 학생들은 소속지부별끼리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갑자
기 선두에서 밖으로 나가던 50여명의 학생들이 허겁지겁 뛰어내려 왔다.
"뭐야, 왜 밖으로 안나가?"
"시끄러! 조용히 해봐. 밖에 전경이 쫙 깔렸어."
"지금 백골단이 친데."
"어떡하면 좋아. 우리 모두 끌려가는 거야?"

순식간에 장내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겁에 질린 학생들이 우왕좌왕하는 사
이에 간부학생들은 평정을 되찾으려 안간힘이다. 출구를 봉쇄당한 채 다급해
진 학생들은 철로로 뛰어들기 시작했다. 곤봉과 최루탄을 앞세운 전경들에
둘러싸인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는 위험천만을 감수한 철로이
동 뿐이었다.

다음날 신문지면은 원인이 사라져 버린 결과로 꽉 메워져 있다.
`한총련, 철로이동으로 지하철운행 한때 지연…시민 불편 무시한 처사'
신문지면, 카메라 초점 어디에도 죽을 힘을 다해 뛰어가는 겁에 질린 학생
들의 눈빛과 구타당하는 사수대를 말려주는 시민에게 칙칙이를 난사하는 전
경들, 시민들 앞에 무릎을 꿇고 `정의'를 호소하는 학생들의 눈물은 보이지
않는다. 착잡한 우리 언론의 현실앞에서 다시 한번 학생기자로서의 자괴감이
생기는 순간이었다.

소위 우리 언론을 책임지고 있다는 그들이 주변에서 관전하기 보다는 아스
팔트 먼지를 뒤집어 쓰면서 학생들과 함께 달려보고, 그 절박한 과정을 통해
진정 학생들의 땀내음과 섞여 본 적이 있다면 눈에 보이는 결과에만 집착하
는 우는 범하지 않으리라 생각든다.
학생기자로서의 열정과 대학신문의 한계가 감싸안지 못하는 부분들. 그 공
백의 무게가 찌푸린 하늘 만큼이나 무겁다.

<최보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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