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소리 없는 시트콤을 상상해 봤는가? 슬픈 음악이 흘러나오지 않는 이별장면은 어떤가. 초기 유성영화의 시대가 열렸을 때, 영화의 예술성을 빼앗는다는 이유로 소리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높았다. 오로지 화면에 집중해야 하는 무성영화와 달리, 소리를 삽입한 유성영화는 작품에 혼란을 준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현재, 영상과 소리의 결합은 의미와 감정 전달은 물론 작품을 더욱 풍부하고 알차게 해준다고 평가받고 있다.  

영상에서 음향은 대사와 음악, 효과음향을 말한다. 사람의 마음속에 장면을 떠오르게 하고, 영상을 보다 폭넓게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음향인 것이다. 여기에는 음향관습이라는 것이 작동하는데, 이것은 주어진 상황에 따라 비슷한 소리가 쓰이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밤길의 발자국소리, 음산하고 무거운 소리 등은 공포감을 조성한다. 제작자와 시청자는 서로 암묵적 동의하에 소리를 통한 복선을 느낀다.

음향의 변화는 사람의 감성과 밀접하게 연관돼있다. scherer와 oshinsky의 실험결과에 의하면 소리나 음악의 크기, 높이, 빠르기 조작만으로도 극의 분위기를 좌우하거나 관객들의 감성에 강한 호소력을 지닌다고 한다. 성지영 교수(공주영상대학 음향제작과, 사운드 디자이너)는 “무음이 가장 공포스런 소리”라며 “공포영화에서의 침묵의 순간을 자주 사용하는 것은 관객들로 하여금 영화의 긴장감을 극대화 시키는 효과를 내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기술의 발달과 음향의 다양화로 음향을 입히는 작업에서, 새로운 인공음향이 많이 첨가되고 있다. 그러나 서로 다른 영화에서 비슷한 소리가 몇 번씩이나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조금만 귀 기울이면 눈치 챌 수 있다. 문제는 음향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소리의 창조보다는 단순 짜깁기를 한다는 것에 있다. 영화의 경우, 사운드 제작은 개봉일자를 앞두고 현장필름에 소리를 더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운드 작업을 한 달 정도 한다. 박지민씨(효과음 제작자, 배경음악 작곡가)는 “라이브러리라는 미국 효과음 시디는 음향계에서 보편적으로 믹싱의 배경으로 쓰인다. 빠른 시일에 사운드제작을 마쳐야하기 때문에 제작자들은 보통 이것을 가져다가 몇 번의 믹싱작업만 거치는 경우도 있다”라며 창조적 효과음 제작의 어려움을 호소한다. 녹음기를 직접 들고 다니며, 현장에서부터 참여하는 블록버스터에 비해 편집후기 작업으로 사운드를 입히는 우리나라의 제작현실이 날림 음향을 낳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영상시장의 포화상태로 인해 앞으로는 영상산업 쪽이 승부수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성지영 교수는 “HDTV의 등장은 영상과 함께 음질의 품질까지 고려하기 시작 한 것”이라며 소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음을 역설했다.
영상에서 소리는 보조적 역할을 넘어, 이미지를 형성하는 역할로 나아가고 있다.
 무의식적인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창조적 소리를 계속적으로 개발해야만 음향산업의 앞날이 더욱 밝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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