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묵은 땅을 갈아엎는 쟁기처럼
최승호·시인
황유경의 <광대>외 7편의 시는 역동적인 진술들로 가득 차 있다. 마치 묵은 땅을 갈아엎는 쟁기처럼 빛나는 진술들은, 삶에 대한 흔치 않는 통찰을 보여준다. 사유에 겹과 깊이가 있고, 시마다 묘한 울림이 있다. 군더더기가 없는 간결한 문체, 시적 긴장을 늦추지 않는 적절한 리듬에서도 문학적 역량이 느껴진다. 이미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갖추고 있는, 재능 있는 신인을 당선자로 뽑게 되어 기쁘다. <광대>는 빼어난 작품이다. 이 정도의 철학적 사유를 할 수 있다면 자신만만하게 시를 쓸 수가 있다.

小說: 낮은 목소리의 거대한 울림
전성태·소설가
전국의 대학생들이 응모한 35편의 소설들은 마치 1차 예심을 거친 작품들처럼 수준이 골랐다. 작품 대부분이 끝까지 읽게 만드는 문장력과 구성력을 과시했다. 문학상의 전통을 의식해서 투고자들이 미리 수준을 잰데다가 그간 글쓰기가 대중화된 영향도 컸을 것으로 짐작된다. 소재와 기법도 다양해서 그야말로 ‘개성적인 글쓰기 시대’를 실감케 했다.
본심에 오른 작품은 「오렌지사우르스」, 「그림자놀이」, 「조용히 살고 싶다」, 중편「그리스도를 찾아라」 4편이었다. 「오렌지사우르스」는 매사에 스위치를 켜듯 ‘온(on)!'을 외치며 행동하는 인물을 통해 현대 젊은이들의 의식과 일상을 실험적으로 보여준 작품이다. 그렇지만 작가가 보여준 당대성이 이 시대를 잘 반영한 것인지 의문스러웠다. 중편 「그리스도를 찾아라」는 ’향세교‘라는 유령종교 이야기를 추리기법으로 그리고 있다. 문장력도 빼어나고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입심도 훌륭했으나 후반부로 갈수록 문제의식이 희미해지고 예측 가능한 전개로 활력도 떨어졌다. 마지막까지 선자의 손에 남은 작품은 「그림자놀이」와 「조용히 살고 싶다」였다. 「그림자놀이」는 임종체험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지적 필력으로 그린 작품이다. 문제의식도 깊어 소재주의를 극복하였고, 문학적 감수성도 단연 돋보였다. 「조용히 살고 싶다」는 무더운 여름 원룸생활자의 일상을 담담한 필치로 그리며 관계의 지난함을 흥미롭게 전달했다. 선자는 두 작품을 두고 오랫동안 고심했다. ‘묵직한 주제의식’과 ‘낮은 목소리의 울림’이라는 뚜렷한 두 개성이 서로 겨루는 형국이 되었다. 쉽게 판단이 서지 않아 각각 단점을 찾았다. 「그림자놀이」의 작가는 순우리말을 찾아 쓰려는 공력에 비해 아직 그 어휘들이 문장에 실려 활력을 얻지 못하고 어색한 부분이 많았다. 그러나 이 작가가 장차 수련을 거쳐 뛰어난 작가가 되리라는 예감은 떨칠 수 없었다. 「조용히 살고 싶다」는 제목과 구성의 평이함 속에서도 삶에 밀착한 시선이 실감을 획득하고 있다. 또한 쉽게 정의할 수 없는 심리 국면을 포착해낸 솜씨가 단편 미학의 정수를 선사한다. 당선자와 낙선자들 모두 심기일전하여 장차 훌륭한 작가로 성장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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