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패연
가을 같은 상처는
방패였던 내 가슴을
창처럼 뚫었다
하늘을 지날수록
내 가슴의 구멍은
더 커져만 갔다
나는 이제 아무것도 막을 수 없고
다만 내가 막으려고 했던 것들 사이를 날아갈 뿐
내가 막았던 것들이 이제 나를 안아주네
방패였을 때는
알 수 없었던 것들
나는 흔들리고 싶었나보다
나는 너의 상처가 되어
상처 없이는 볼 수 없는 세상을 날아간다
태양은 붉은 창처럼 나를 관통하고
상처입은 채로
나는 너에게 가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