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두울 셋”하는 소리에 “화이팅!” 하는 33명의 힘찬 함성이 들려온다. 이어지는 ‘찰칵’ 소리. 단체사진을 찍는 그들에게서 신선한 열정이 묻어나온다. 손바닥만한 명찰을 목에 걸고 맑은 가을 하늘을 향해 소리치는 그들은 과연 누구일까. 그들의 명찰을 가만히 들여다보자니 ‘대학생’이라는 단어가 유독 눈에 띈다.
 

  대학문화가 변하고 있다. 친구들끼리 선배들끼리 삼삼오오 놀러 다니며 연거푸 폭탄주를 마시는 대학시절은 옛날 얘기가 되어가고 있다. ‘높은 토익점수와 꾸준한 학점관리는 필수이며 성형수술은 선택’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요즘 우리는 눈 코 뜰 새 없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취업 문턱에서 헉헉대는 대학생들을 향해 기업이 손을 내밀고 있다. SK 텔레콤의 봉사단체 Be Sunny, LG전자의 레츠고, 교보생명의 동북아 대장정 등 많은 기업들이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대학생들과 만난다. 이쯤 되면 그들의 정체를 눈치 챌 법도 한데.
 

  단체사진의 주인공은 샤프전자에서 주최하는 ‘대학생 한국 역사 문화 답사단(이하 답사단) 24기’ 학생들 33명이다. 지난 27일부터 29일까지 2박 3일 동안 ‘도자기와 차(茶) 문화’를 테마로 전라도 영암과 강진, 보성을 다녀왔다. 답사단은 2003년 ‘안동, 경주 양반문화’ 테마로 1기가 탄생한 이래 올해 24기까지 1000여명의 학생들이 참가 했다. 김영진 샤프전자 홍보팀장은 “개인주의를 선호하는 대학생들에게 진정한 내 것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안도현 씨의 <연어>라는 소설을 보면 연어는 자신의 죽음을 알면서도 자기 고향으로 돌아오죠. 같은 맥락이에요. 우리나라의 아름다움도 모르면서 외국을 나간다는 건 걸음마도 하지 못하는 아이보고 뛰라고 하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의 국토도 충분히 아름다워요”라며 우리 국토 답사의 취지를 밝혔다. 답사단 1기가 아직도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있을 만큼 답사단의 인연은 쉽게 끊어지지 않고 있다. 벌써 24기를 맞은 대학생 한국 역사 문화 답사단의 여행길을 따라 가보자.
 

  첫날, 영암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권동준 대리가 말문을 연다. “사람이 성공하는데 있어 적극성과 인적네트워크가 중요합니다. 여러분은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을 기회를 갖게 된 겁니다.” 자기소개가 시작되고, 버스 안에서는 06학번 새내기들부터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대학원생까지 다양한 사람들의 만남이 시작된다. 처음 신청했는데 참가하게 되었다며 이야기를 늘어놓는 이주현(조선대 금속재료공학과 3학년)씨는 “허벌나게 사람들이 좋응께 왔죠, 2박 3일동안 거시기하게 배우고 갑시다~”하며 구수한 사투리로 버스 안을 즐겁게 했다.
 

 저녁 좌담회 시간, 도자기에 대한 수업을 듣기 위해 식당에 동그랗게 모여 앉았다. 빔 프로젝트를 사용할 수 없는 시설이 안타깝다며 너스레를 떠는 김정현 학예사(광주 국립 박물관)는 커다란 책자를 내보이며 한 시간 동안 열정적인 강의를 진행했다. 좌담회가 끝나고 늦은 시간 학생들이 숙소로 모여든다. 꿀맛 같은 술자리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 밤새 기울이는 술잔에 싹트는 애정이라고 했던가. 빨갛게 상기된 얼굴로 고민거리를 털어놓고 서로를 위로하면서 그들은 인간 대 인간으로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 갔다.
 

 둘째 날까지는 구림토기요지, 도기문화센터, 강진 청자박물관 등 도기문화에 대한 답사가 주를 이뤘다. 특히 도기 문화 센터에서는 도자기 굽는 과정을 배우고, 직접 만들어 보는 시간을 가졌다. 비록 어젯밤의 숙취를 말끔하게 씻어내지 못했지만, 학생들은 며칠 뒤 집으로 배달될 도자기를 생각하며 저마다 진지하게 도자를 빚어냈다.    
 

 보성 녹차 밭을 찾은 마지막 날, 은은한 향을 내뿜는 녹차 잎은 하늘 꼭대기까지 겹겹이 쌓여있었다. 마지막 날이라는 아쉬움 때문일까, 그들은 연신 포즈를 취하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보상의 자랑인 녹차 아이스크림과 꼬막 녹차 비빔밥은 보성 녹차 특유의 신선함으로 학생들의 배를 든든하게 했다. 서울에 도착해서도 그들은 헤어짐이 아쉬웠는지 일정에도 없는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전화번호를 교환하고 뒤풀이 때 꼭 참석할 것을 약속하면서 그들은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재촉했다.   
 

 2박 3일의 여행이 끝은 아니다. 1기부터 사용하고 있는 싸이 월드 클럽에는 벌써 24기 모두가 활동하고 있다. 다녀온 소감을 밝히고, 서로의 안부를 물으면서 하루에도 수십 개의 새 글이 등록된다. 지난 2일에는 신촌에서 24기 뒤풀이 행사도 가졌다. 대구나 광주에 살고 있는 학생들도 기꺼이 24기를 만나기 위해 서울행을 주저하지 않았다. 새로운 인연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33명 모든 학생들. 이 시대의 모든 대학생들이 진정으로 자신의 원하는 길을 찾길 바라며, 답사단의 앞으로 행보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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