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91년전인 1908년 3월 8일, 1백46명의 피복회사 여성노동자가 화재로 사망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미국의 루투거스 광장에서는 여성노동자들이 ‘노조결성의 자유와 선거권, 적정임금인상’ 등을 요구하며 항의했다. 1910년에는 코펜하겐에서 기념집회를 갖고 3월 8일을 세계 여성의 날로 기념할 것을 결정하였다.

지난 6일,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전국여성노동자 대회’가 영등포 구민회관에서 열렸다. 세계여성의 날을 이틀 앞두고 열린 전국여성노동자 대회는 현 IMF 1년 동안 진행된 자본과 가부장제 논리의 결탁의 허구를 통렬히 지적했다. 참가한 다수의 여성단체들은 3시간에 이르는 시간동안 정부와 자본의 성별분업에 대한 강한 반감을 나타냈다.

전국여성노동자대회는 이번으로 11번째를 맞는다. 우리나라에서는 1946년 처음 시작해 상당기간 단절되었다가 1988년 여성노동자들이 주최하는 여성노동자대회가 새로이 시작되었다. 처음 여성노동자대회가 ‘자주적 민족국가 수립과 여성의 완전한 해방’을 주장했다면 오늘날에 이르서는 IMF시대에 걸맞게 ‘자본과 가부장제 이데올로기의 결탁’의 허구성을 비판하고 있다.

이번 전국여성노동자대회의 이슈는 크게 네 가지다. 먼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인원감축 중심의 구조조정에서 여성집중 부서와 직종을 우선 퇴출하는 등 ‘차별적 고용조정 반대’다. 여성고용 할당제와 군복무가산점제를 폐지하도록 하여 ‘일자리를 창출’하도록 하고 여성을 비정규직으로 내모는 고용정책을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또 현재 아무런 대책이 없는 여성실업문제에 대안 정책 마련과 여성을 실업통계에 포함하도록 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특히 올해는 여성실업문제에 대하여 여성단체 측에서 대안마련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통계를 살펴보면 IMF 1년동안 여성정규직의 취업자가 20% 줄어들었고 취업자감소율은 갈수록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정규직취업자수가 지난 8월 7% 감소한 것에 비하면 상당히 대조적이다.

그러나 이런 통계도 정부의 ‘취업자’ 정의(定義)가 ‘일주일에 1시간 이상 수입이 있는 경제활동을 하거나 가족이 경영하는 사업체의 일을 도운 기족봉사자’로 본다는 점에서‘억지 춘향’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한국여성민우회의 이인숙 간사는 현재 성차별 정리해고에 대해 “현재 자본은 여성을 부
당한 이유로 해고하고 근로환경을 급속히 부당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는 노동력의 양을 절대적으로 감소시켜 우리로 하여금 저항하지 못하고 순종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실업에서 나타나는 성차별주의는 앞으로 한국경제가 고성장의 길을 접고 저성장의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점에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성차별주의가 ‘노동자 분리’로 확산되어 경쟁만이 남아 연대와 협동을 통한 투쟁을 어렵게 한다는 점에서 여성노동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전국여성노동자대회에서 펼쳐진 여성노동자들의 집회가 자본과 가부장제의 이데올로기를 넘으려는 ‘작지만 큰’ 시도로 평가되고 있다. 대동마당에서 펼쳐진 여성들의 외침처럼 앞으로 여성노동자들의 실업해결문제에 이제 여성들이 계속적으로 제목소리를 내는 기회가 잦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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