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고, 등산객들이 부쩍 늘어나는 때가 왔다. 독서의 계절이 온거다. 청명한 가을 하늘은 우리를 고운 단풍이 물든 여행지로 발길을 옮기게 하든지 혹은 한적한 벤치에 앉아 책으로 마음을 살찌게 만든다. 천고마비의 계절,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찐다는 가을은 이미 부동의 수식어가 되어 버렸다.
 파주의 가을 하늘도 다양한 출판 포럼과 도서 전시회 등으로 지식의 세계에 한층 하늘빛을 덧칠한다. 오는 19일부터 29일까지 ‘파주북시티페스티벌 2006’이 경기 파주 출판 일대에서 펼쳐진다. 출판도시문화재단 주최로 열리는 이번 행사는 크게 유럽과 아시아 8개국 출판전문가 40여명이 참가하는 '파주북시티 국제출판포럼'과 ‘동아시아 책의 교류 2006 거리축제’ 그리고 대학생 독서토론대회 등으로 꾸며진 '파주북시티 책잔치 2006' 등으로 구성됐다.
 다양한 행사 중 ‘동아시아 책의 교류 2006’은 독서에 시름을 앓는 이들에게 추천하기 안성맞춤이다. 동아시아 책의 교류 2006은 ‘공동출판을 위한 모색, 아시아적 상상력과 북 디자인’이라는 주제로 작가와 시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거리축제다. 작가들과 함께 아시아적 상상력과 문화적 위상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되어 있어 기존의 사고를 새롭게 바라보는 시각을 기를 수 있다. 또한 작가와 독자와의 만남을 통해 책과의 거리를 좁힐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파주를 비롯하여 지역 곳곳에서 북페스티벌이 개최된다. 북페스티벌의 궁극적인 취지는 전 국민이 책에 대한 관심을 증대하고 독서량을 늘려보자는데 있다.
 요즈음 대학생들의 독서 실태는 현저하게 낮은 수치다. 이번 중앙인 의식조사 결과 한 달에 구입도서비가 1만원 미만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34.9%에 달했다. 또한 한 달에 몇 권이나 책을 읽느냐는 질문에 5권 이상이 18.6%에 그쳐 독서의 위기에 비상벨을 울렸다. 언제까지 책을 취침 전 숙면을 위한 도구로만 치부해 버릴 것인가. 영상매체 활성화로 인해 인쇄매체의 위상이 과거에 비해 떨어진 것은 자명하다. 하지만 독서의 중요성까지 부인할 수 없다. 저자의 피를 잉크 삼아 쓴 책들은 삶의 가치관을 확립하고 생각의 깊이를 더한다. 이러한 책을 통해 얻어진 사고의 힘은 삶의 자양분이 되며 다양한 지식을 섭렵하는데 한 몫 한다.
 ‘밤을 새워 읽은 책이 한 권이라도 없다면 자신을 대학생이라고 부르지 마라’. 싸이월드 홈페이지에 나돌고 있는 문구다. 이 문구대로라면 과연 진정한 대학생은 얼마나 될까. 임세환씨(건설대 건축설계학과 2)는 “전공 과제 및 어학 공부로 인해 교양서적을 읽을 여유가 없다”고 불가피한 상황을 말했다. 교양서를 읽을 시간에 영어공부를 하거나 전공공부를 하는 것이 취업에 훨씬 유리하다. 하지만 독서의 계절, 가을이라는 명분을 만들어서라도 지친 몸과 마음을 독서로 달래보는 것은 어떨까. 독서를 공부의 연장이라고 생각하기보다 영화관람 등의 문화생활 일부로 여긴다면 지금 당신의 손에는 책 한 권이 들려져 있지 않을까.
 우선 감성적인 문학서로 가까이 다가가 보자. 이에 소설집과 산문집 그리고 시집 한 권씩을 추천해본다. 박민규 소설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은 한 야구단을 통해 늘 패배만 하고 살아온 우리 시대의 자화상을 그리고 있다. 소설 속 슈퍼스타를 통해 우리들의 모습을 그린다. 타석에 10번 들어서면 안타를 2번 칠까말까 한, '1할 2푼 5리의 승률'을 지닌 '슈퍼스타' 말이다. 키치를 지향하는 듯 한 표지나 떠벌떠벌대는 작가의 문체에서 유쾌함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김영하의 잡문집이라고도 하는 산문집 <포스트잇>은 냉이가 품고 있는 봄의 기운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이 작가를 추종하는 독자들이나 혹은 소설가의 머릿속엔 도대체 뭐가 있을까 궁금한 이들에게도 흥미로운 책이다. 박형준 시집 <가구의 힘>은 우리의 살림살이가 사람다운 살림살이이기 위해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어떤 구심적인 힘에 대한 성찰을 보여준다. 모든 시가 고루 높이 평가되는 박형준의 작품은 읽는 독자에게 마음을 놓이게 할 것이다. 독서는 삶의 채도를 높여준다. 몸의 웰빙만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마음의 웰빙에도 심혈을 기울이는 것이 교양인으로서의 자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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