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의 바다에 침몰한 지역예술축제 - 예산권 무기삼은 문화관료주의 만연
  • 중대신문
  • 승인 1999.03.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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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시대의 개막과 함께 생겨난 대규모 지역문화예술축제가 자치단체 공무원들의 지나친 개입으로 극심한 진통을 겪고 있다. 전시 총감독 전격 해임 및 교체로 미술계의 집단적 반발을 불러 일으킨 광주비엔날레와, 연극계의 여망을 안고 출발한 뒤 개최 2회 만에 위기를 맞은 과천세계마당극큰잔치가 대표적 사례다.

둘 다 공무원이 예산권을 무기 삼아 예술행사를 좌지우지하려 들고 있다는 점에서 예술 발
전의 기본요소인 자율성에 대한 심각한 침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5일 광주비엔날레 정상화와 관료적 문화행정 철폐를 위한 범미술인위원회(위원장:김
용익)는 서울 안국동의 철학카페 느티나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태에 대해 재단쪽
이 사과하지 않을 경우 제3회 광주비엔날레를 보이코트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광주비엔날레는 재단(이사장:고재유 광주시장)이 지난달 말 전시총감독을 최민(한국예술종합
학교 영상원장)씨에서 오광수(환기미술관장)씨로 전격 교체한데서 비롯했다.

재단은 지난해 3월 강연균 전 광주시립미술관장의 제안에 따라 전시총감독제를 도입하고,
강씨의 추천으로 최민씨를 총감독에 임명했으나 재단은 권위를 모아주기 위해 전시총감독제
를 도입해놓고 총감독에게 실질적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예산편성권 및 인사제청권 등을
주지 않았다. 최씨는 이런 문제점을 지적하며 전시의 기획뿐 아니라 홍보와 집행까지 민간
전문가가 주도할 수 있게 해줄 것을 재단에 요구했으나 재단 직원 1백4명 중 78명을 차지하
고 있는 공무원들은 이런 `도전’을 수용하지 않았다. 더우기 재단은 “권한만 주장할 뿐
이제껏 명확한 전시주제도 내놓지 못했다”는 이유로 최씨를 해임했던 것이다.

지난해 말 최민 전시총감독 해임으로 촉발된 ‘광주비엔날레 진통’이 해결될 기미를 보이
지 못한채 재단법인 광주비엔날레 이사회는 정관과 사무처 직제규칙을 개정하면서 이사장
선출방식을 광주시장 당연직에서 이사회 선출로 바꾸고 행정부 시장, 시립미술관장이 겸임
하는 사무총장과 사무차장을 민간인 채용으로 하는 내용의 이른바 ‘민영화’ 방안을 내놓
은 것이다. 하지만 범미술인위원회(위원장:김용익)와 지난달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와 문화
예술인을 중심으로 결성된 ‘광주비엔날레 정상화를 위한 대책위원회(집행위원장:김윤기)’
가 ‘허울’ 뿐이라며 이를 즉각 비난한데다, 최근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등 시민단체들이
가세해 재단 이사회 재구성을 요구하고 나서는 등 각계로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광주시민단체협의회는 지난 24일 ‘광주비엔날레 제2의 창설’을 위한 토론회를 열고
반발의 가장 큰 이유는 개정이 겸직을 ‘민간인 채용 또는 시무원 파견, 겸임’으로 말만
바꾼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것을 밝혔다. 이와 더불어 이사장을 뽑는 이사회를 민간전문인
중심으로 전면 교체해 이사장부터 ‘관(官) 아닌 민 (民)’ 으로 세워야 한다는 주장했다.
과천세계마당극큰잔치 파동은 민간단체 주관 행사를 관 주도 행사로 뜯어고치려는 데서 비
롯했다. 97년 서울-경기 세계 공연예술 축제 행사의 하나로 시작된 과천세계마당극큰잔치는
첫 행사가 크게 성공하면서 과천시가 계속 행사로 유치했다.

작품 선정과 공연 진행, 예산(1,2회 모두 6억원) 집행, 인사 등을 전적으로 임진택 당시 집행
위원장이 책임진 민간 주도형 행사로, 세계적 수준의 공연 등으로 좋은 평을 받았다. 그러나
99년 행사를 위한 조직위원회 구성을 놓고 지난 가을 과천시는 “시 예산을 쓰는 행사인만
큼, 부시장이 공동 집행위원장을 맡고 공무원 10여명으로 상설 사무국을 두어 예산집행 인
사 등을 관장하겠다”고 나섰고 임 집행위원장은 “2년간 민간이 성공적으로 진행해온 축제
를 공무원들이 또 하나의 기구를 만들어 관리하겠다는 것은 행정 낭비이며 관주도형 오만”
이라고 거부하면서 석달 가까이 갈등이 계속되어왔던 것이다.

김대중 정권 출범이후 국공립 문화예술기관의 공공성에 대한 심각한 문제제기와 더불어 개
혁방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중이고 국립극장, 세종문화회관 등 대표적인 공공문화기관의 민
영화 혹은 특수법인화가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와중에서 이러한 행보는 80년대를 훨씬 지
나 유신시대를 연상케 한다며 문화예술인들은 참담해 한다.

그러나 일련의 사태와 변화를 두고 조한기 민예총 사무국장은 현재 문화예술계가 중대한 전
환기에 있다며 “이번 사태가 권위주의 시절에 문화예술 혹은 문화행사를 정권의 도구로 여
겨왔던 부조리한 관행을 타파해가는 문화민주주의의 진전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
다.

조한기 사무국장의 말대로 이번 사태는 문화예술인들의 자율적 예술행위를 지키는 싸움만은
결코 아니다. 이번사태를 계기로 지역에서는 시민단체가 중심이 되어 시민문화를 검증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그것을 통하여 우리사회에 실질적인 민주화를 진전시킬 수 있는 기
틀이 마련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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