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련의 연구에 의하면 세계기후의 변동으로 미래에 발생하게 될 대재난
의 첫 징후들을 우리는 이제 막 경험하고 있다고 한다. 극지방의 빙하가 빠
른 속도로 녹는가 하면, 북미대륙에는 심한 폭풍우가 금세기에 들어 약 20%
나 증가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북반구에서는 예년보다 약 일주일 빨리 봄
이 시작된다고 한다. 이러한 이상 기후의 원인은 지구의 온난화 현상에 있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이 온난화는 바로 화석연료의 사용 때문인데, 우리는
이 화석연료를 에너지원으로 하여 난방을 하고, 차를 굴리고, 또 산업을 가
동하고 있다.

지구상의 기후는 약 1만년 가량 안정을 보여 왔다. 인류는 이러한 안정에 힘
입어 오늘의 문명을 이룩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구의 온난화는바로 이러한 안
정을 위협하고 있다. 기온의 빠른 상승은 수많은 산림을 황폐화시키고, 황폐된
산림은 수자원 보고(寶庫)로서의 기능을 잃게 된다. 새로운 식수원을 찾아서,
그리고 상승하는 해수면을 피해서, 또 북반구로 점차 확산되는 열대성 전염병
을 피해 수백만의 인구가 이동해야만 할지도 모른다. 이에 따라 수많은 인명과
경제적 피해는 한 대륙 전체를 파괴할 수도 있다. 이러한 재난은 인류가 지금
까지 겪었던 여러 위기 가운데 최악인 동시에,
또 가장 오래 지속될 것이라고 한다.

`지구의 기후가 정말 변하고 있는가'라고 묻던 것이 이제는 `우리가 이러한
기후의 이상변화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하는 물음으로 바뀌고 있다. 이상기
후의 원인과 그 영향은 그야말로 재난을 직접 당하는 지역은 물론, 화석에너
지를 사용하는 안정된 산업국가들 모두가 다같이 협력하여 풀어야 할 문제이
다. 다음 세기 동안에 기후의 안정을 꾀하려면, 지금 현재 지구상에서 배출
되는 온실효과를 야기시키는 가스의 배출량을 절반으로 감소시켜야 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조처와 변화는 인류가 함께 성취해야 할 최대의 과제이
다.

이번 여름 1백70여개국이 참가하여 독일 본(Bonn)에서 열린 지구온난화 대
책회의에서는 안타깝게도 원만한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그러나 오는 12월 일
본 교토회의에서는 기후이변으로 인한 지구의 파멸을 막기 위해 반드시 타협점
을 창출해 내야만 한다.

그렇게 되면 머지않아 우리도 이러한 국제적 규제에 따라야 한다. 그런데 지
금 우리실상은 어떠한가. 일본과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의 에너지 소비량은 무
려 4배나 많으며, 승용차의 연간 평균운행거리는 거의 두배나 된다. 자동차
천만 대를 돌파한 지금, 배기가스는 대개 오염의 주원인이 되고 있다. 엔진의
불필요한 공회전은 삼가하는 등 에너지 사용에 관한 잘못된 습관들을 점차 고
쳐 나가야만 한다.

폐암과 호흡기 계통의 환자가 날로 증가하고 있다는 국내의학계의 보고가 당
장 우리의 발등에 떨어진 불로만 볼 것이 아니라, 온실효과와 함께 지구 전체
를 위기로 몰고간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그리하여 우리 모두가 올바른 에
너지 사용습관을 가질 때, 세계화란 구호가 경쟁적 의미만의 단편적인 것이
아니라, 미래의 인류공영으로 향한 진정한 상호협력의 이정표로 될 것이다.

전창배<외국어대 독어학과 교수>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