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마음을 다지게 하는 1월 1일 신정부터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12월 25일 성탄절까지.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법정 공휴일은 총 15일이다. 불과 작년만 해도 총 16일이었지만 올해부터 식목일이 법정 공휴일에서 제외되면서 하루가 줄게 되었다. 여기에 2008년부터 제헌절까지 더하게 되면 1년 중 법정 공휴일은 총 14일이다. 


  지난해 한글날에 이어, 올해와 후년에도 법정 공휴일이 하루씩 줄어들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불평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외국과 비교해보면 우리나라의 법정 공휴일이 여전히 많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일본(총 15일)을 제외하면, 미국과 영국의 법정 공휴일이 총 10일이며, 프랑스가 11일, 주마다 다른 법정 공휴일을 지정하고 있는 독일의 경우에도 평균 10일 정도로 우리나라의 법정 공휴일에 비해 턱없이 적은 수치다. 


  지난해 4월 11일 경제5단체가 ‘법정 공휴일 조정 정책안’을 정부에 제시하였다. 이 정책안에서는 2006년에서 2025년, 즉 20년 동안 세계 여러 나라의 법정 공휴일을 근로자의 날까지 포함하여 계산하였다.


  우리나라의 휴일에 해당하는 일요일과 외국의 휴일에 해당하는 토요일, 일요일이 법정 공휴일과 중복되는 점을 고려하여 계산하였을 때, 진정으로 하루를 쉴 수 있는 우리나라의 법정 공휴일은 10.3일이 나오게 된다. 일본은 13.3일, 미국과 영국이 10일, 프랑스 8.8일이며 대만은 7.8일. 이렇게 기존의 주말과 겹치는 날을 고려했을 때도 한국의 법정 공휴일은 많은 수치에 해당하게 된다. 


  여기서 궁금증을 하나 제기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기존 법정 공휴일 수와 계산 후 법정 공휴일 수는 3.7일로 큰 차이를 보인다. 그렇지만 일본은 차이가 1.7일이며 미국과 영국의 경우 계산 후에도 법정 공휴일 수에는 변동이 없다. 이렇게 우리나라와 외국이 차이가 다른 이유는 익일 휴무 때문이다. 익일 휴무란 법정 공휴일이 일반 공휴일인 주말과 겹칠 경우에 월요일로 미뤄 쉬는 제도를 말한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이 제도를 실시하고 있어 법정 공휴일로 쉬는 날이 매년 10일로 유지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도 익일 휴무를 실시하고 있지만 일반 공휴일이 일요일에만 해당하기 때문에 1.7일의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경제계에서는 주말에 이은 월요일 연휴를 긍정적인 시선으로 보고 있다. 징검다리 휴일은 근로 의욕이 현저하게 떨어지는데 비해 연휴는 재충전의 시간이 많아 오히려 근로 의욕을 증대시키는 효과가 있다. 이러한 효과에 경제5단체는 어린이날과 현충일을 5, 6월의 첫째 월요일로 조정하자는 건을 정부에 제시하였다.


  대한상의가 서울지역 제조업체에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어린이날과 현충일을 첫째 월요일로 조정하자는 건의안에 73.5%의 찬성률을 보였다. 프랑스는 이러한 공휴일 사이에 평일이 있을 시에 평일에도 노는 징검다리 휴일을 공식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법정 공휴일 14일 중 반에 해당하는 7일(석가탄신일, 설, 추석)은 음력에 따라 정해진다. 따라서 어떤 해는 추석이 주말과 완벽하게 겹쳐 하루정도 쉴 수 밖에 없기도 하고, 올해의 경우처럼 개천절과 주말, 그리고 중간의 평일까지 모두 포함해 약 9일을 휴일로 보낼 수 있기도 하다. 이처럼 9일간의 황금휴가에서 공휴일 사이사이에 끼인 평일은 휴일 아닌 휴일이 되어 버린다. 


  그러나 외국에서는 이런 사례가 거의 드물다. 1월 1일, 독립기념일, 크리스마스와 같은 날을 제외하고는 법정 공휴일 지정이 ‘몇 월 몇 주 무슨 요일’이라고 되어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미국 노동자의 날이 9월 첫 번째 월요일이다. 또한 외국의 휴일은 이런 경우에 대부분이 월요일 또는 목요일, 금요일을 채택하고 있다. 따라서 연휴에 따른 효과도 클 뿐 아니라 해마다 휴일의 변동사항이 매우 적다. 


  외국의 법정 공휴일에는 이 외에도 우리나라와 다른 점을 살펴볼 수 있다. 미국의 ‘마틴 루터 킹 탄생일(1월 16일)’이나 뉴질랜드의 ‘엘리자베스여왕 탄생일(6월 첫째주 월요일)’처럼 특정 인물을 기려 쉬는 날이다. 북한의 경우도 정권이 특성이 반영되기는 하지만 김일성 생일(4월 15일)과 김정일 생일(2월 16일)을 공휴일로 지정해 성대한 축제를 벌이고 있다.


  단순히 모차르트 탄생일이며 빈센트 반 고흐 사망일을 기리기도 하지만, 기념일이나 국경일이라 하더라도 공휴일로 확정 되면 사람들의 관심은 더욱 높아진다. 훌륭한 사람들을 휴일로 지정해야만 더 부가적인 의미를 가지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그렇지만 한글날이 공휴일에서 빠지게 되자 ‘과학적인 우리 한글을 창제한 날을 어떻게 외면할 수 있는갗라며 적잖게 반발이 일고 있다. 단순히 국경일로 지정되는 것과 공휴일로서의 제정 유무는 다른 의미를 지니게 된다. ‘세종대왕 탄생 기념일’, ‘이황의 날’과 같은 휴일이 우리나라에 제정되어 있다면, 세종대왕과 퇴계 이황은 우리 사회에 어떤 의미를 가지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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