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국산 캐릭터 ‘뿌카’(중국집 막내딸)를 알고 있는가? 지금 유럽에서 ‘뿌카’는 헬로키티보다 더 인기 있는 캐릭터이다. 처음 캐릭터화 된 이후 뿌카는 온라인 상에서 플래시애니메이션으로 인기를 얻어 캐릭터 산업으로서 큰 효용가치를 얻었다. 다음 달부터 디즈니 계열사의 투자를 받아 TV용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돼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지에서 방영될 예정이다. 현재 60여개국에서 상품으로 판매되고 있는 뿌카는 ‘원소스 멀티 유스’의 대표주자인 것이다.

원소스 멀티유스(One Source Multi Use)란 하나의 콘텐츠를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 캐릭터 상품, 출판, 음악 등의 다양한 장르로 바꾸어 그 가치를 극대화 시키는 것이다. 이는 온라인과 디지털시대가 급진전되어 각 장르 간 이동이 용이해지면서 가능해진 일이다. 한 가지 소재가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을 경우 추가 비용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최대의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이 때문에 아예 기획 단계부터 영화, 게임, 애니메이션 등을 아우를 수 있는 문화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이 요즘 추세다.

단연 돋보이는 원소스 멀티유스(이하 OSMU)의 선두주자는 미국과 일본이다. 이들은 주로 블록버스터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다른 문화 콘텐츠로 발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중 조지 루카스 감독의 <스타워즈-에피소드 1>의 경우는 주목할 만하다. 1억 5천만 달러를 들여 만든 이 영화는 극장 수입, 비디오, TV 방영, 해외배급 로열티, 캐릭터 사업과 OST 등으로 총 50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처음 투자자본과 비교했을 때 약 50배의 수익을 거둬들인 셈이다.

이는 기획단계에서부터 철저한 시장조사를 통해 다양한 루트를 확보한 결과라 볼 수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은 뒤늦게 OSMU의 개념을 인식하기 시작했지만 인터넷 강국이라는 특수성을 바탕으로 폭발적인 결과물을 이끌어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온라인 게임으로 인기를 얻은 ‘포트리스’나 ‘비엔비’, ‘메이플 스토리’ 등을 TV애니메이션, 캐릭터, 모바일 게임으로 만든 경우는 한국에서만 나타나는 독특한 형태인 것이다.

또한 일본 애니메이션의 하청국가에 지나지 않던 한국이 인터넷 선진기술을 이용해 일본 애니메이션을 온라인 게임 등으로 개발하고 있다. 본질은 우리 것이 아니지만 원작을 뛰어넘는 콘텐츠 개발이 승산이 있다는 얘기다. 이는 일본 만화 <올드보이>보다 박찬욱 감독 영화 <올드보이>가 세계적으로 더욱 인정받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하지만 마냥 여유를 부리기엔 한국은 2% 부족하다. 일본, 대만, 중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 설문조사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한국영화 1위를 차지한 <엽기적인 그녀>나 작년 50%가 넘나드는 시청률의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졌다면 어땠을까. 당시의 상업성에만 집중할 뿐 장기적인 안목이 부족했던 탓이다.

기획단계에서부터 내실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고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접목하는 준비과정이 없었다는 말이다. <대장금>이 해외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자 그제 서야 뒤늦게 ‘장금이의 꿈’이라는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보급한 것은 이를 증명하기에 충분하다.

더욱이 상업성에만 초점이 맞춰진 기업들의 의식이 OSMU의 본질마저 흐트러트리는 상황이다. 변정수 출판 관리장은 “MBC에서 박완서 원작 드라마 ‘미망’이 한창 방영하던 때에 박완서 전집을 기획한 출판사가 있었다. 방영시기에 맞춰 책을 출판하려다보니 완성되지 않은 원고를 그냥 출간한 적도 있다”며 현 실태를 꼬집는다. 다시 말해 문화 콘텐츠를 이용해 마케팅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시도가 오히려 문화 콘텐츠로 하여금 마케팅에 끌려가도록 조장하고 있는 것이다. 크게 히트한 상품일수록 이런 ‘치고 빠지기식’ 문화의 아류작들이 더 두드러지게 등장하고 있다.

한편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고재열씨는 “기획 단계부터 OSMU를 염두에 둔 콘텐츠 개발의 경우  초기투자비용도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그것이 흥행되지 않으면 큰 타격을 맞게 된다”며 웰 메이드 작품이 주축이 돼함을 강조했다.

그동안 한국의 웰메이드 작품을 다양한 장르로 탄생시켰다면 성공할 가능성이 충분했음에도 그 기회를 스스로 활용하지 못하고 놓쳐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과도한 기업의 상업적 기획은 역효과를 드러내기도 하지만 OSMU가 마케팅에 일환으로 기획된 만큼 이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다만 OSMU와 문화 콘텐츠 개발의 내실다지기가 계속된다면 우리가 그토록 좋아하는 상업성은 자연히 따라오는 부가적인 요소가 아닐까.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