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이 두 번 넘게 변하는 기간 동안 학생들과 함께 지내다 보니, 원하든 원치 않든 이미 졸업한 세대의 학생들과 요즘의 학생들을 자연스럽게 비교해 보는 경우가 있다. 짧지 않은 세월 동안 캠퍼스의 모습도 많이 바뀌었지만, 한마디로 ‘학생’이라는 다소 모호한 집합명사로 지칭되는 객체들의 모습도 많이 바뀌었다. 굳이 그들의 머릿속을 들여다보려 노력하지 않아도,
2014년 여름, 나는 우연히 이라는 영화를 알게 됐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극찬을 받은 작품이라는 수식어도 나의 눈길을 끌만 했지만, 더 구미가 당겼던 것은 줄거리였다. ‘꿈과 희망을 품고 복학한 주인공은 학교의 족구장이 사라진 모습을 보게 되는데…’ 나는 이 문장을 읽자마자 ‘이 영화는 꼭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2015년의 지금은 중앙대를 다닐 때보다 더 다양한 매체와 방법으로 중앙대에 대한 소식을 듣고 있다. 사실 대부분 유쾌한 소식들이 아니었다. 하지만 사안이 사안인 만큼 그래도 꼬박꼬박 챙겨봤고, 내게 소식을 전달하는 다양한 매체 중 하나는 중대신문이었다. 중앙대에 관한 이야기를 중앙대에서 발간하는 신문이 이야기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도 흥미롭다. 무엇보다 주
전역을 3일 앞둔 기자의 모습이 갑자기 떠오른다. 부대에서 먼 창고에 처박혀 있으면 귀찮은 일은 없겠다 싶어 창고정리를 자원했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창고 문을 닫고 한쪽 구석에 있던 케케묵은 가죽 소파에 털썩하고 앉았다. 오래된 가죽 냄새, 틈으로 새어 들어오는 볕에 소용돌이치는 먼지들이 보였다. 어제 빨았던 군복은 연식을 알 수 없는 소파에 한순간 동화
작년 나는 휴학을 했다. 휴학한 김에 생활비 좀 벌어놓을 겸 과외를 시작했다. 그러나 일주일에 한 번 하는 과외로는 생활비가 턱없이 부족했다. 부족한 생활비를 벌기 위해 나는 여러 가지 아르바이트를 알아봤고 아르바이트 소개 사이트를 통해 쉽게 일자리를 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소개 사이트를 통해 얻은 아르바이트의 대가는 너무 컸다. 일주일에 2~3시간 과외
중국어에 ‘후오부단싱(禍不單行)’이라는 말이 있다. ‘불행은 혼자 오지 않는다’라는 이 말처럼, 최근 우리 대학에 닥친 위기는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를 정도로 한꺼번에 터져나오고 있다. ‘학사구조 선진화 계획안’은 논의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상황에서 박범훈 전 총장의 구속과 박용성 전 이사장의 검찰소환까지 총체적 난국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문제
변혁을 기치로 내건 중앙대의 구상에 제동이 걸렸다. 박용성 전 이사장이 중앙대의 역점사업에 특혜를 제공한 대가로 박범훈 전 총장에게 뇌물을 공여했다는 의혹 때문이다. 초대형 간호대 출현, 310관 건립, 최근에는 구조 개편까지 중앙대의 향방을 가를 사건은 끊이질 않았다. 하지만 수많은 난항 속에서 수사기관의 심판대 위에 올라선 것은 전례가 없었다. 이 시점
인천캠 건립이 무산됐다. 근 5년간 중앙대의 하드웨어 변화와 관련해 많은 구성원들이 주의 깊게 지켜보던 사안이 끝난 것이다. 인천캠 건립의 운을 뗀 건 2010년부터였지만 겨우 3년 만에 난항이 예상됐다. 인천시가 재정난에 시달리면서 2,000억원의 지원금은 무산됐고 부동산 경기의 악화로 SPC 구성이 어려워졌다. 중앙대의 노력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5월은 참으로 좋은 달이다. 모든 나무와 잔디가 푸르고 꽃들은 만개한다. 계절의 여왕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다. 또한 5월은 유난히 노는 날이 많은 달이면서, 의미 있는 날도 많은 달이다. 달력을 보면서 적어보니 의미 있는 날이 꽤 많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바다의 날, 식목일, 입양의 날, 스승의 날, 가정의 날, 성년의 날, 발명의 날, 세계인의 날
2년 전에 쓴 중대신문 지원서 위 뽀얗게 앉은 먼지를 탁탁 털어냈다. 기자가 되고 싶은 이유가 자간 빼곡히 적혀있다. 자기소개를 부고 기사 형식으로 썼던 건 어떻게든 어필해보려던 귀여운 수작이었던 것 같다. ‘그가 13일 오후 8시 13분에 별세했음을 그의 보좌관이 14일 밝혔다. 향년 80세’라고 운을 뗀 거짓 부고 기사는 80세까지 ‘조선희 기자’가 어
지난 3월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 ‘청년실업률’은 2월보다 1.9% 포인트 상승한 11.1%를 기록했다. 외환위기 이후 가장 심각한 수준이라고 한다. 한 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대 청년의 ‘체감실업률’은 37.5%로 통계청 발표치를 3배 이상 상회하고 있다. 요즘 고등학생들이 문과보다 이과를 선호하는 것도, 대입에서 취업에 유리한 학과들이
지난 7년간 중앙대는 ‘눈부신 성장’을 보여왔다. 가시적인 지표로써 신축 건물들이 들어서고 언론사 평가에서 순위가 대폭 상승했으며 우수한 학생들이 중앙대에 모이게 됐다. 중대신문에서 격년으로 진행하는 ‘중앙인 인식조사’에서도 재단 만족도는 확연히 달라졌다. 2006년 당시 이전 재단은 조사 대상자의 4.5%만이 신뢰했던 것과 달리 이후 실시된 조사에서는 두
꿈이라는 단어를 사전에 찾아보면 세 가지 뜻이 나온다. 첫째는 ‘잠자는 동안에 깨어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사물을 보고 듣는 정신 현상’이다. 둘째는 ‘실현하고 싶은 희망이나 이상’, 셋째는 ‘실현될 가능성이 아주 적거나 전혀 없는 헛된 기대나 생각’이다. 꿈은 실현하고 싶은 희망일 수도 있고 실현될 가능성이 아주 적은 헛된 기대일 수도 있다는 점
최근 중앙대를 둘러싼 언론 보도에 중대신문의 이름이 올랐다. ‘중대신문의 기본 논조는 학교를 대변해야 한다’며 ‘원칙에 반하는 편집 방향으로 1회라도 발행하면 폐간’이라는 박용성 전 이사장의 발언은 충격이었다. 미디어센터장이 박 전 이사장에게 보고한 내용도 드러났다. 원래 중대신문에 실릴 예정이던 한 교수의 비판적인 기고를 빼고, 구조조정 관련 기사를 다음
나는 올해로 중앙대에 온 지 27년째 접어드는 평교수다. 지난 2월 전체교수회의 이후 대학본부가 발제한 선진화 계획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었다. 그러나 이해관계에 있는 많은 집단들 간에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정제되지 않는 부분이 많아 대다수의 중앙인은 불편한 시기를 감수해 왔다. 그러나 아직도 중앙대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불안한 감정을 숨기지 않는 중
드러난 사실을 덮으려만 했던 ‘최단명 총리’의 수작은 국민을 더욱 실망케 했다. 오히려 그에게 필요했던 것은 사실에 대해 당당히 밝히는 용기였다. 근래의 중대신문에게도 필요한 점이다. ‘이게 사실이 아니면 목숨 내놓겠다’는 각오로 중대신문 편집과 관련해 몇 가지 논하고자 귀한 지면을 빌린다. 논란이 됐던 박용성 전 이사장의 이메일은 중대신문에도 큰 타격을
국사를 배울 때 시대의 호황기와 침체기는 대개 왕을 기준으로 구분한다. 천재지변의 상황을 차치하고 그 시대의 평가는 임금의 정책과 통치를 바탕으로 이뤄진다. 왕정이 끝난 현대에도 정부를 중심으로 현 세태를 얘기한다. 그만큼 우리가 속한 집단의 장(長)의 소임과 결정이 우리 삶에 엄청난 파급력을 미치기 때문이다. 지난달 27일 학내는 또 한번 떠들썩했다. 박
작업실에서 작업을 마치고 씻어 말린 채색 붓들을 가만히 쳐다보니 형형색색 예쁘다. 오랜 기간 거친 호분과 분채들을 칠하면서 닳은 붓털에 빨주노초파남보 색들이 자연스럽게 배어들었다. 털이 빠져 듬성듬성한 붓에 배인 색들이 깊다. 오랜 시간 남을 위해 헌신해 온 사람의 인고의 시간이나 사랑의 빛깔이 있다면 저런 색일 것이다. 동양화의 채색 붓을 오래 쓰다 보면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사람들에게 얼마나 관심이 있습니까? 지금보다도 어릴 때, 세상에는 제가 신경 쓸 일이 참 많았습니다. 얼음땡을 할 때 잡히지 않는 것, 급식 중에서 맛있는 요리를 많이 먹는 것 등 사소한 일도 많았습니다. 내신을 쌓고 수능 공부를 하고, 토익 공부를 하는 등 중요한 일도 있었습니다. 반면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쌓는 것은 아주 자연스럽게
지난 2주 동안 중대신문을 교내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중대신문의 애독자로서 신문사의 휴간공지는 아쉬울 따름이었다. 신문사가 휴간하는 동안 캠퍼스는 여전히 한시도 조용할 날이 없었다. 구조조정으로 인한 학생과 교수 그리고 대학본부 측의 의견 충돌은 끊임없이 지속됐고, 학교는 각종 비리와 의혹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그 짧은 시간에 대내외적으로 뜨겁게 논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