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를 하는 것이 두렵습니다. 취재처에 연락할 때면 대본을 작성하고 오랜 시간 심호흡을 거친 후에나 수화기를 들 수 있습니다. 수신음이 이어질 때면 전화를 받지 말아줬으면 하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상대방이 내 말을 곡해하진 않을지, 목소리가 듣기 불편하진 않은지, 전화를 거는 시간이 적절한지 항상 고민하게 됩니다. ‘콜 포비아’입니다. ‘콜 포비아’는 정신과 의사 존 마샬의 저서 『소셜 포비아』에서 처음 등장합니다. Call과 Phobia의 합성어인 ‘콜 포비아’는 전
지난 제2045호에서는 최근 기업 및 기타 조직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활동 그리고 우리 사회의 소수자와 약자들에 관련된 주제들이 다루어졌다. 6면과 7면에서는 인구 감소로 인하여 점차로 수가 늘어나고 있는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의 어려운 현실이 집중적으로 보도되었다. 탑다운 방식에 의한 해결이 어렵기 때문에 향후 지자체의 처우 개선 노력이 최우선으로 선행되어야 하고 주민 및 사회적 관심과 노력이 요구된다. 10면과 11면에서는 학교 급식노동자들의 열악한 상황이 보도되어 읽는 이들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MZ세대는 새로운 미식의 세대로 불린다. 맛뿐만 아니라 보이는 모습과 식당의 분위기 등이 모두 중요하다. 바야흐로 ‘먹잘알·쩝쩝박사’들이 환영받는 시대다. 하지만 그릇 넘치게 쌓인 음식, 흘러내리는 육즙 등 맛집 인기 메뉴를 보고 있으면 뱃살 걱정이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20대 비만 환자는 5년 전과 비교해 약 56%나 증가했다. 고혈압, 당뇨 등 각종 만성질환의 근원인 비만은 몸무게를 지탱하며 기둥 역할을 하는 척추에도 악영향을 준다. 체중 증가에 따른 척추 부
‘스탕달 증후군’, 들어본 적 있는가? 나는 내가 이걸 직접 경험하기 전까지는 ‘아무리 아름다운 작품이라고 해도 보는 것만으로도 그렇게 되는 게 가능해?’라고 생각했었다. 물론 내 경우는 예술 작품은 아니었고, 기절하는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심장이 빨라지고 나도 모르게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나는 경험은 상당히 놀랍고 당황스러운 경험이었다. 그래서 뭘 보고 그랬냐, 라고 묻는다면 지난 제2045호의 ‘사람’ 면에서 소개된 천체 관측 동아리 코스모스가 큰 힌트가 될 것
2일 토요일 오전이었다. 개강에 맞춰 청룡연못 대청소가 한창이었다. 작업 중인 한 분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연못에 물고기가 있습니까?” “아니요, 없어요.” “여기 거북이 한 마리 있었는데요.” “작업하면서 뭍으로 올려놓았어요. 물이 채워지면 다시 들어올 거예요.” 나는 안도했다. 청룡연못에 생명이 넘치던 때가 있었다. 화려한 색의 잉어들도 있었고, 여러 종류의 물고기들도 어울려 헤엄쳤었다. 어느 순간 모두 사라졌고, 청룡연못은 &lsquo
‘도둑질 빼고는 다 배워라’ 나의 부모님께서 늘 귀가 닳도록 해주신 말씀이다. 어렸을 적에는 그저 고개만 끄덕였지만, 대학생이 되고 전역을 하며, 사회로 한 걸음씩 나아갈 때마다 비로소 그 말의 뜻을 헤아리게 되었다. 새내기 때 그저 생각 없이 나가서 놀았던 술자리까지 사소하지만, 추억이 되고 경험이 된다. 우리는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격언을 유년 시절부터 정말 많이 들어왔다. 하지만 우리는 실패를 두려워한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로, 실패를 달가워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실패가 가져다주는 좌절감이나 당혹감,
여성가족부가 ‘양성평등주간’을 맞이해 발표한 ‘2023 통계로 보는 남녀의 삶’은 생색내기에 불과했다. 여성 고용률이 처음으로 60%대에 진입했다는 사실을 전면에 내걸었고, 위아래로는 육아기 근로 시간 단축제도 활용 증가, 가사노동 분담 개선 등 ‘긍정적인’ 수치들이 나란히 적혔다. 여성의 삶이 과거보다 나아졌다는 근거만 선별해서 모아둔 것이다. 고용률이 말해주지 않는 사실들이 있다. 한국의 성별임금격차는 27년째 OECD 국가 중 1위로 약 31.1%에 달한다. 여성
한쪽의 이득과 다른 쪽의 손실을 더하면 제로(0)가 되는 제로섬게임과 양측 경쟁자의 이득과 손실 합계가 0이 아닌 논제로섬게임이 있다. 일반적으로 현실 세계에선 손해와 이익을 더해 ‘0’이 되기보단 ‘0’이 되지 않는 상황이 더 많이 존재한다. 서울특별시 서초구 한 초등학교 교사의 49재인 9월 4일, 전국 교사들은 대규모로 연차나 병가를 내고 추모에 동참했다. ‘공교육 멈춤의 날’로 명명된 이날, 교사들은 교실 밖으로 나와 공교육 정상화를 촉구했다. 현실성 있는 대책
최근 필자는 외출 시 분신처럼 챙겼던 무선 이어폰을 멀리하는 중입니다. 주변음 차단 기능을 가진 성능 좋은 무선 이어폰을 사놓고 말이죠. ‘대낮 번화가에서 누군가 나를 해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처음 가져봤기 때문인데요. 과민반응인가 싶었다가도 ‘대낮’, ‘칼부림’, ‘번화가’ 등 서로 조화되지 않는 단어들이 난무하는 기사 헤드라인을 보며 오늘도 습관적으로 챙긴 무선 이어폰을 가방 속에 그대로 둡니다. ‘치안 강국’은 옛말이
8월 31일은 기자의 생일입니다. 2년 전 이맘 때 적금을 들었던 날이 생각납니다. 스물두 살의 여름에는 유난히 기자의 인생에만 힘든 일이 많이 닥친다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올 해가 끝날 때까지만이라도 버틸 수 있을까? 올해를 버티면 뭐가 남지? 또 힘든 내년?’ 내일이라고 해서 더 좋아질 게 없는데 과연 내년이면, 내후년이면 좋아질까요. 2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위의 질문에 대답하자면 ‘무조건 YES’라고 확신 있게 얘기할 수 있습니다. 적금을 들게된 것은 우연한 계기였습니다. &ls
중대신문은 매주 ‘중대신문을 보고’라는 꼭지를 통해 중대신문을 읽는 독자분들의 글을 기고받고 있습니다. 16면의 방대한 신문을 읽고 쓴 감상 글에 기자가 쓴 기사가 등장할 때면 뿌듯함을 느끼곤 합니다. 그 내용이 아쉬움일지라도 기자의 글을 꼼꼼히 읽어주신 독자가 있었다는 점에 감사함을 느끼죠. 8월 21일 제2043호의 라는 글은 기자에게 적잖은 충격을 주었습니다. 대학보도부를 이끌었던 지난 학기를 반성하게 하고 문화부를 이끌 이번 학기에 대한 고민을 깊어지게 했죠. 글의 요지는 이렇습니다. 여백이
과거로부터 이어진 폐단이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논조가 바뀌어 온 공영방송들은 되풀이되는 참상을 막으려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군사작전과도 같이 이뤄지는 언론장악 앞에 힘을 쓰지 못하는 모습이다. 시작은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였다. 방통위는 위원장을 포함한 2명을 대통령이 지명하고 여당 추천 인사 1인, 야당 추천 인사 2인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구조로, 야권 인사 3인과 여권 인사 2인의 합의제 기구다. 그러나 지난 5월, 여권과 야권 인사가 2:2인 상황에서 야당이 지명한 한상혁 방통위장이 면직되며 방통위의
역시 신문은 신문지로 읽어야 제맛이야~ 모바일 버전이 있긴 해도 신문은 큰 지면을 펼쳐 한 장씩 넘기며 읽어야 그 재미가 쏠쏠하다. 비 오는 날에는 신문지 특유의 잉크 냄새도 더 진하고 스마트폰에 열중하고 있는 인파 가운데서 유유히 신문을 보고 있노라면 레트로 감성이 주는 묘한 매력에 빠지게 된다. 빼곡한 지면에는 세계 대학평가에 대한 소식이라던가, 변화될 캠퍼스의 모습, 몇 년 후 내 모습일 수 있는 선배들의 삶 이모저모에서부터 중대 주변 가성비 맛집에 이르기까지 중앙인들의 동공이 커질만한 만한 고급 정보들이 곳곳에 담겨 있다.
어느 때보다 무더웠던 여름이 지나가고 개강일이 돌아왔다. 방학 동안 학교에 직접 왔었던 적은 없지만, 중대신문을 보면서 지속적으로 학교와 다양한 사회 이슈들을 접할 수 있었다. 제2044호에서 다룬 대학평가와 관련된 문제, 교양대학을 다룬 보도 기획을 읽으면서, 중대신문을 읽으면, 중앙대 학생의 학교생활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한 번쯤은 진정한 내가 누구인지 고민을 하게 된다. ‘나’는 한 단어로 단순하고 간단해 보이지만, 굉장히 추상적이고 막연한 개념이기도 하다. 제2044호의 문화면
‘후회’와 ‘희망’이라는 단어는 사전적으로 명확한 관계성을 가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사람의 인생에서 후회와 희망은 상관성이 있음을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단순하게 특정 단어를 통해서 인생의 의미나 처세를 논하는 것은 부질없기도 하거니와 어려운 일이다. 다만, 삶의 태도를 생각하는 시도는 필요하고, 몇몇 단어는 그 단서로 이용해 봄직도 하다. 인생은 길다. 학업과 취업, 연애와 결혼 등과 같은 삶의 요소들은 자연적인 삶의 이벤트로 보이지만, 저절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노력과 태도에
‘20’이라는 숫자는 내게 정말 특별한 숫자였다. 내게 ‘20’은 또 다른 시작, 변화, 자유 등의 상징이었다. 중학생 시절부터 고등학교 3년간 나의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나는 20살에 대한 큰 환상을 가지고 있었고 열렬히 갈망하였다. 내가 그토록 스물을 갈망해왔던 이유에 대해 얘기해 보려 한다. 중학교 시절 처음 가졌던 꿈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것이었다. 수업을 듣고 학원에 간 후 집에 와 잠에 드는 평범한 일상을 반복하는 나의 눈에 그들의 삶은 자유로워 보였다. 나도 그들과 같은 세상에
문예창작전공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어떻게 하면 소설가가 될 수 있느냐고 가끔 질문하곤 한다. 수업 시간에 뛰어난 작품을 써내고 책을 많이 읽은 학우들에게 부러움을 느끼고 위축되기도 하는 모양이다. 글을 잘 쓰고 책을 많이 읽으면 작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대로 말하면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국내에서 가장 큰 한 청소년문학상이 코로나 이후 사 년 만에 대면으로 개최되었다. 작가를 꿈꾸는 전국의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응모작을 받아 예심을 거쳐 통과된 70여 명과 시, 소설 심사위원들이 함께 이박삼일 예정으로 문예 캠
연말 시상식. 누군가는 울먹이며, 또 누구는 벅차 떨리는 목소리로 동료의 이름들을 호명한다. 제삼자인 시청자로선 다소 미적지근하게 느껴지곤 했던 시간인데. 매주 신문이라는 어엿한 ‘작품’을 만드는 입장에 서 보니 결국 그 작품이 나오기까지 도움을 주었던 이들의 얼굴이 가장 먼저 떠오르더라. A3 정도 크기의 종이가 열두 바닥, 혹은 열여섯 바닥. 그 주의 세상이 여기 담긴다. 한정된 지면 안에서 양질의 정보를 밀도 높게 구성하는 데는 취재원의 인용구 한 마디 마디가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인터뷰 가능 여부를 물
자본주의가 새로운 노동계급, 숲, 석유 유전, 자원의 보고 등에서 압출해 낼 수 있는 양은 한계가 분명히 존재한다. 또한, 자본주의의 신진대사는 본질적으로 자원들을 한계까지 고갈시키는 체계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학자 제이슨 W. 무어는 자본주의에서는 새로운 프런티어가 중요하며, 프런티어가 더 존재하지 않는 이상 저렴한 자원이 종말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즉, 저렴한 4가지 – 프롤레타리아 계급으로부터 압출한 저렴한 노동력, 화학비료와 저렴한 식량, 착취해낸 저렴한 원료, 그리고 원료 기반의 저렴한 에너지가 고갈되는
44년 전 대학교에 입학했을 때 1주일에 한 번 발행되는 학교 신문을 매우 꼼꼼하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 시대 어느 대학을 다니던 대학생 대부분이 학교 신문을 탐독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대학생이라는 자긍심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정보를 취득할 매체가 별로 없었고 기성 신문과 방송과 달리 대학생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중앙대 교수로 부임한 초기에는 중대신문을 찾아 읽었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중대신문을 찾지 않는다. 가장 큰 이유는 중앙대 학생들이 중대신문을 별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중대신문을 읽고 학생들과 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