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인해 많은 변화가 있는 한학기다. 확산 추이는 사그라들만 하면 다시 커지고 백신은 여전히 나올 생각이 없는 듯하다. 개강이 2주 늦춰지는 등 학사 일정이 크게 바뀌었고 무엇보다 온라인 강의로 학기가 진행됐다. 이렇게 혼란스러운 코로나19 시국에서 총학생회(총학)의 역할은 무엇인가. 학생의 학습권을 보호하고 학생사회의 의견을 응집해 대학본부에 전달하는 창구 역할, 학생과 꾸준히 소통하며 알 권리를 보장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게 바로 총학이다. 그러나 이번학기 동안 총학이 제 기능을 수행했는지
“바늘이 7에 있는데 왜 35분이에요” 아파트 앞 공원에서 손목시계를 뚫어져라 보다 울상을 지었습니다. 옆에 앉은 할머니께서는 다시 말씀하십니다.“긴 바늘과 짧은 바늘은 다른 거야. 긴 바늘이 한칸 움직이면 5씩 커지는 거야”그렇게 짧은 바늘이 두 세칸이나 움직이고‘시계'를 볼 수 있게 됐죠. 15년 전 시계 보는 법을 배웠던 그곳에 할머니와 함께 다시 앉았습니다. 당시 없던 노란 ‘노인보호구역’ 안내판이 보이네요. 존재를 모르는 사람이 많아서일까요,
편하게 읽는 수필을 좋아합니다. 하루에도 몇 번이나 힘이 되는 문구를 검색해보곤 하죠. 그러니 잘 압니다. 기자의 글이 여러분의 일상에 위로가 되지 않는다는 걸요. 매일 힘들다, 어렵다만 이야기해서일까요. 안된다, 바꿔라만 주장해서일까요. 그런 마음을 이해함에도 매번 불편한 글을 써 내려가는 이유는 우리 사회가 잃어버린 무언가, ‘실(失)’ 때문입니다. 먼저 본질을 외면한 정부의 실책(失策)입니다. 지난 3월부터 일명 ‘민식이법’이라 불리는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관련 법률 개정안이 시행됐
흔히들 말한다. 시대에 향수가 묻어나온다고. 몇몇 웃어른이 ‘나 때’를 회상하며 적적해지는 걸 보면 확실히 그 향수라는 게 있는 것 같다. 누군가는 매캐한 화약 냄새를 맡고, 누군가는 전위적인 구호에 취하며, 누군가는 흥건한 선혈을 떠올린다. 지금 우리에겐 어떤 향기가 감돌까. 입학하자마자 선배한테 충고 하나 들었다. “쓸데없는 데 관심 두지 말고 앞만 봐.” 의아해서 이유를 물었더니 돌아오는 답은 간단했다. “그러다 도태될 뿐이야.” 신입생에게 현실을 주지시키려 했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청년들이 사회에 나와 자리를 잡으려 애쓴다. 지난해 말 청년실업률은 오랜만에 한 자리 수를 기록했지만 허울뿐이다. 시간제 일자리에 치중된 고용은 단기 아르바이트가 아닌 ‘진짜 일자리’를 만들지는 못했다. 대다수의 청년은 아직 손에 잡히지 않는 꿈에 둘러싸여 허덕이고 있다. 희뿌연 꿈의 중심에는 청년예술가가 있다. 일찍이 예술에 관심을 가지고 예술로써 자신을 표현했지만 아무도 쉽사리 알아주지 않는다. 용기를 내 예술의 길을 걷기로 다짐했지만 아직 발 내딛기 어려운 정
지난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총선) 비례대표 투표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약 25.5%를 득표했지만, 전체의석 300석 중 41%인 123석을 차지했다. 이에 반해 정의당은 약 7.2%를 득표했지만 당선인은 2%에 불과했다. 비례대표제는 단 47석에만 적용되며 지난 선거까지는 정당 득표율(지지율)과 의석수를 보정하는 장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탄생한 제도가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인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와 비례대표 선거 후 지지율에 맞춰 비례대표 의석을 보정하는 선거 방
컴퓨터로 지뢰 찾기 게임을 했던 기억을 떠올려보자. 손에 땀을 쥐고 지뢰가 없는 곳을 추측해 조심스럽게 마우스를 클릭한다. 그곳에 지뢰가 없으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지뢰가 있으면 짜증과 함께 게임은 끝나버린다. 지난 25일 성 착취물 제작 및 유포 사건의 피의자인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검찰에 송치됐다. 조주빈은 16명의 미성년자를 포함한 74명의 여성에게 위장 사이트를 통한 정보 수집, 살해 음모, 불응 시 협박 등 실제 삶에 위협을 가하는 방법으로 협박했다. 그리고 이를 이용해 가해자로서 권력을 형성했
학생은 이렇게 말한다, “학생의 의견이 닿지 않는다.”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교권이 추락했다.” 직원은 이렇게 말한다, “직원 권리는 외면당한다.” 굴레를 벗어나기 어렵다. 삼각관계 하에서 각자의 입장을 관철하려 할 뿐 여론은 하나로 모이지 못한다. 그사이 중요한 사안은 법인 이사회에서 속히 처리된다. 이러한 의사결정 구조를 개혁하기 위해 등장한 제도가 ‘대학평의원회’이다. 지난 2005년 「사립학교법」이 개정되면서 대학 운영의 민주성, 투명성
새로운 총장이 선임되고 학내 주요 보직자가 대거 바뀐 채 학기가 시작됐다. 신임 총장 내정자와 임기 말미에 다다른 총장이 같은 층 집무실을 쓰는 동안 본관이 꽤 어수선했으리라. 거기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여파로 정상적인 학사 운영이 어려워 전례 없는 대책을 세워야 했던 혼돈의 2·3월이다. 새롭게 임명된 총장과 교무위원들을 위해 그간 취재했던 수첩을 돌아보며 다음 내용을 준비했다. 대게 기사에서 큰따옴표로 들어가는 인용문은 취재원에게 얻은 답변 중 사실 관계와 전후 맥락에 맞는 알맹이만 추려낸 구절이다. 이에 그동
우선 중앙대를 위한 노고에 감사하다는 말씀부터 드립니다. 중앙대는 점점 발전하고 있으며 새로운 시도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사립대 전반의 여의치 않은 재정 상황을 극복하고자 어떻게든 수주한 재정지원사업은 단순히 지원금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히 놓치고 있는 점들이 계속해서 보여 이 자리를 빌려 말씀드립니다. 지난 중앙대의 정책을 보면 우선순위가 확실했습니다. 광역화모집제도에서 전공개방제도로의 변환, SW중심대학 선정을 위한 학부 변동 등 복잡한 사안에도 빠른 결정과 실행이 있었습니다. 매우 효율적인 4년이었습니다. 기자가
어느덧 겨울입니다. 날이 아주 싸늘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최근은 그마저도 잊고 살고 있습니다. 높바람보다 더 차가운 말이 오가는 사회가 시렸던 까닭일까요. 상처 주는 말을 던지는 일이 예사롭게 발생하는 요즘입니다. 일언천금(一言千金)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말 한마디가 천금 같은 값어치를 지닌다’는 뜻입니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마냥 긍정적인 뜻은 아닙니다. 그저 말에도 값이 있음을 나타내는 표현입니다. 언행으로써 빚을 갚기는커녕 빚을 지는 이들이
우리는 모두 어디엔가 살아가며 존재한다. 그 ‘어디’는 발붙일 수 있는 물리적 장소인 동시에 다른 이들과 여러 관계를 맺으며 생활하는 사회 공동체를 뜻한다. 사회에서 살아가는 개인은 크고 작은 모든 생각에 사회로부터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 동시에 사회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기도 하며 사회와 복잡하게 상호작용한다. 때문에 개인이 사회를 해석하는 일은 자아를 해석하는 일과 같다고 할 수 있겠다. 이번학기 지역보도부는 우리가 직접 마주한 지역사회를 지면에 해석해내려 노력했다. 대학 언론에서 흔히 바라보는 대학 사회보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다큐멘터리인데 해설이 없잖아. 이건 기본이 안 된 거야.” 중대신문 뉴미디어부의 첫 다큐멘터리 ‘소담소담’을 본 전공교수님의 평이다. 머리를 망치로 맞은 느낌이었다. 10분이 조금 안 되는 시간 동안 영상은 배려 없는 세상을 나무랐지만 이를 제작한 기자조차도 배려가 없었다. 좀 더 빠르고 쉽게 정보를 전달하는 시대가 되면서 언론도 빠르게 발 맞춰 가고 있다. 뉴미디어는 이러한 시대 흐름에 맞춰 등장했다. 언론사들은 시선을 끄는 방법에 초점을 두며 SNS 채널을 운영하기
자주 난항에 부딪혔다. 온갖 험한 말을 다 들은 탓에 장수하겠다며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다. 갖은 표현으로 기사를 쓰지 말아달라던 말들은 대략 꼽아봐도 양손이 부족할 지경이다. 쉽지만은 않은 나날이었다. 처음엔 다들 하나같이 기자를 어르고 달랬다. 별일 아니라며 긁어 부스럼 만들지 말라 속삭였다. 설득이 통하지 않을 땐 협박을 하기도 했다. 누구는 변호사를 선임하겠다며 기자를 몰아붙였고, 누구는 기사로 인해 많은 이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며 겁을 줬다. 그 어지러운 말들에 가끔은 정말로 피해의 원인이 사건인지 기사인지 헷갈릴 지경이었
“사진 함부로 평가하지 마라, 그 자리에 넌 있었느냐?” 대학에 입학하고 첫 수업 시간에서 교수님이 하신 말씀이다. 당시에는 무슨 의미인지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저 하고많은 잔소리 중 하나라고 여겼다. 하지만 중대신문에서 사진기자로 활동하며 수많은 현장을 경험한 후 그 말의 뜻을 나름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교수님의 말씀은 그 순간 그곳에 있지 않았다면 그 상황을 모른다는 뜻이다. 따라서 자기가 모르는 일을 말할 때는 늘 조심해야 한다는 가르침이었다. 이는 비단 사진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일상적인
중대신문을 두고 한 선배 기자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선배는 중대신문이 학내 사안에서 객관성을 가지려다 보니 명확한 지지층이 없다고 말했다. 충성 있는 독자층이 적어 영향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추측도 곁들였다. 당장 인터넷 뉴스만 봐도 공영방송인 KBS보다 조선일보 기사의 댓글이 많은 현실이다. 틀린 말은 아니라 생각했다. 그렇다면 중대신문 대학보도부는 어디로 가야 할까. 답을 찾기 위해 처음 취재에 나가던 시절을 떠올려봤다. 중대신문에 들어와 오직 대학보도부에서만 시간을 보냈다. 스스로가 부족하다 느껴 지난 몇년 치 기사를 계
지난주 중대신문 수습기자 선발 면접이 진행됐다. 긴장한 채 신문사 문을 두드렸던 새내기가 어느덧 시간이 흘러 수습기자 면접을 보는 부장이 됐다. 여러 지원자의 포부를 듣던 중 문득 ‘나는 어떤 마음으로 여기에 지원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나서인지 아니면 초심을 잃어버려서인지 그때 그 마음이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길었던 면접이 끝난 후 집으로 향하는 길에 면접 당시 내가 당차게 외친 마지막 한마디가 떠올랐다. “재미와 감동이 공존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인터뷰 기사로 쓰고 싶습니다
편집국에서 지새운 시간도 어느새 2년을 목전에 두고 있다. 기자는 최근 대학보도부에 발을 들였지만 아직도 지난 1년동안 몸담았던 기획부 시절을 답습하고 있다. 지난학기 기획부에서 다뤘던 소수자 담론은 늘 민감하기 마련이었다. 기사의 무게 탓인지 취재원이 답변을 포기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이때의 경험에서 오히려 포기를 용인하는 좋지 못한 태도가 자리 잡았다. 포기는 하던 일을 도중에 그만두거나 권리, 자격 등을 내던져버린다는 두가지 뜻을 내포한다. 전자가 단순히 행위의 멈춤이라면 후자는 어떤 가치를 우선할 것인지를 선택하는 문제에 가
가을장마가 찾아오면서 여름이 한걸음 물러갔다. 더위가 기승을 부렸던 올해 여름도 서서히 끝이 보인다. 더위에 약한 체질이라 그간 여럿 밤잠을 설쳤다. 비단 더위 때문일까. 기획부 정기자, 대학보도부 차장을 거쳐 문화부 부장의 자리에 올랐고 2년의 신문사 생활에도 끝이 보인다. 한 문장에 마침표를 찍는 순간에는 많은 고민과 걱정이 따른다. 마찬가지로 신문사 생활 끝자락에서 부서 운영과 관련한 많은 고민거리들로 밤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오감 같은 다양한 감각 기관도 너무 예민하면 손해입니다.” 지난 여름방학
“이름 마지막 글자만 스치듯 봐도 당신이 생각났어요.” 머릿속에서 나온 말치곤 꽤 감미롭다고 여겼다. 하지만 상대방 반응이 영 시큰둥했다. 당신을 자주자주 그리는 마음을 표현했는데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니 의아했다. 잘 와 닿지 않았던 것일까. 물론 어설프게 말한 탓도 있을 테다. 하지만 누구보다 생각이 깊은 당신이니 다른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했다. 며칠을 두고 그때를 곱씹으니 시들한 반응 속 숨겨진 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문제는 “당신이 생각났다”는 부분이었다. 생각났다는 말은 &ld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