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신문이 요즘 열풍이다. 찍자마자 전 세계로 수출된다고 한다. 코로나19로 포장지가 구하기 어려워진 동남아에서는 한국 신문이 값도 싸고, 기름기도 잘 흡수해 좋다는 게 현지 평이다. 읽으라고 만든 신문이 바나나 포장지로 전락하기까지 이어진 종이신문의 위기는 진작 오래됐다. 종이신문 위기는 저널리즘 위기로 이어진다. 신문을 읽는 사람이 없음에도 총매출액이 유지 되는데, 이는 바로 광고·협찬이 신문업계의 주 수익원에 있기 때문이다. 언론진흥재단의 에 따르면 언론인 68.4%가 ‘현
길을 걷다 보면 카페가 정말 많다고 느낀다. 커피를 즐기고 각자의 시간을 보내는 이들이 많아 카페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카페 증가 현상을 마냥 긍정적으로만 보기는 힘들다. 불어난 카페 수와 커피의 이면에는 현대인의 피로가 숨겨져 있다.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의 ‘2020년 기준 가맹시장현황 분석 발표’에 의하면 커피 가맹점 증가율은 약 7.6%다. 이는 주요 외식업종 중에서 2번째로 높은 수치다. 또한 ‘2016 국민건강통계Ⅰ’에 따르면 만 19세~64세를 기준으로 식품섭취빈도조사
평소와 같았다. 지하철을 타기 위해 스크린도어 앞에 기다리고 있었다. 별다른 의도는 없었다. 단지 자리에 빨리 앉아 편하게 가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노란 점자블록 위에 서 있었다. 그러자 옆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어떤 이가 내게 다가오고 있었다. 시각장애를 가진 어르신이셨다. 나는 자리를 재빨리 떴고 아슬아슬하게 충돌하지 않았다. 부끄러웠다. 뉴미디어 콘텐츠에 시각장애인이 볼 수 있도록 이미지를 글로 변환해야 한다는 나. 장애인에 불친절한 행정을 비판했던 나. 편하게 앉아 가겠다며, 아무도 지나가지 않겠다는
하루의 반만 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느지막이 뜬 눈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이 괴롭기만 한 아침으로 하루가 시작되죠. 지난밤, 잠들기를 방해하는 괜한 생각들을 피해 너무 늦게까지 휴대전화를 잡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꼭 자격증 공부를 시작할 거고, 좀 이따 아르바이트도 가야하고. 대외활동할 건 없는지, 인턴 구하는 곳은 있는지 찾아봐야 하는데. 정오를 한참 넘긴 시계가 ‘넌 이미 늦었다’며 눈초리를 보내는 것만 같아 시선을 피하고자 다시 이불을 뒤집어씁니다. 벌써몇주째할일을미룬거지나중에힘들거알면서미리좀하지저번에도
신문사를 퇴근할 때마다 집에 가기 위해 바삐 걸음을 옮기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 속에서 넥스트의 을 듣게 됐다. 감회가 새로웠다. 내 앞에 펼쳐져 있는 도시의 모습을 노래로 표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해당 노래는 1992년 6월, 넥스트 1집 의 트랙 3번에 실린 노래다. 의 후렴구에는 “집이란 잠자는 곳, 직장이란 전쟁터”라는 가사가 나온다. 그때도 도시인들은 저녁 없는 삶을 살았던 모양이다. 30년 전 대한민국의 사회 분위기가 현재까지 이어져 온 것 같아 씁
최근 SNS에서 심리테스트 열풍이 일었다. ‘MBTI 테스트’를 시작으로 ‘나만의 꽃 심기’라는 심리테스트도 이틀만에 800만명이 참여하는 등 심리테스트 관련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다. 자신과 같은 성격 유형 결과가 나온 사람들끼리 공감 댓글을 주고받으며, 유형별 커뮤니티도 생겨났다. 소속감을 고취하는 이러한 문화는 사실 우리에게 꽤 오래됐다. 탕수육 소스 부먹·찍먹부터 시작해 민초·반민초파, 파인애플 피자 호불호 등 취향을 나누고 이에 속하는 문화에 우리는 매우
“오늘 실검 봤어?” 그날의 실시간 검색어(실검)는 뉴스이자 대화 주제가 된다. 나 하나 챙기기도 바쁜 삶, 사람들은 왜 그리도 ‘남들’ 이야기에 주목하는가. 인터넷을 손에 쥐고 다니는 요즘 사람들은 포털사이트 하나로 세상을 살핀다. 그곳에서 상호작용을 하기도 한다. 특히 실검과 댓글창은 포털사이트에서 필수 코스다. 사회적 쟁점에 대한 다수의 목소리인 여론을 살필 수 있는 가장 쉽고 빠른 창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포털사이트에서 이 기능들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국내 최대 점유율을 지닌 포
보일 듯 말 듯 가물거리는/안개 속에 싸인 길/잡힐 듯 말 듯 멀어져가는/무지개와 같은 길. 유재하의 가사 중 일부입니다. 잡힐 듯하지만 잡을 수 없고, 보일 듯하지만 보이지 않는 ‘길’. 결국 ‘길’은 찾을 수 없는 이상향일까요? 코로나19라는 유례없는 사태에 중앙대도 영향을 받았습니다. 비대면 수업, 절대평가 시행, 특별장학금 지급 등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수많은 변화를 경험했죠. 졸업식과 축제도 온라인으로 진행됐고 학교에 방문조차 하지 못한 신입생들도 있었습니다. 지난
펜데믹으로 대면 수업에 비상이 걸렸다. A는 말한다. “나는 유례없는 혼돈 속에서 완벽을 바랐다. 비대면 강의일지라도 이전 같은 강의의 질을 원한다. 나는 안전하게 수업을 듣기 위한 대책을 구한다. 물론 시험의 공정성은 필히 유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B가 답한다. “너는 혼란 속에서도 나에게 실수 없는 운영을 요구했다. 그러나 정작 네가 실수를 남발했다. 실시간 비대면 강의를 방해하고 부정행위를 저지르기도 했다.” B가 자신 있게 말한다. “나는 원활한 소통을 지향하겠다. 이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일요일은 쉬게 하라! 노동자들을 혹사하지 말라!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 1970년, 청년 전태일이 외친 절규다. 당시 평화시장 여공들은 하루 15시간이 넘는 골방 속 노동에 폐결핵을 비롯한 각종 질병으로 쓰러져갔다. 제도가 미비했기 때문이 아니다. 당시 「근로기준법」은 법정 근로시간, 최저임금, 미성년자 야근 금지 등을 명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허울 좋은 법률이었을 뿐 사업주, 그리고 이들을 감시할 근로감독관과 노동청조차도 지킬 의지가 없었다. 결국 명문
K-방역, K-뉴딜…. 요즘 정책이나 사회적 이슈에 ‘K-’를 붙이는 게 유행이다. K-는 한국만의 특징을 드러내기 위해 주로 사용되지만, 무언가를 풍자하기 위해서도 사용된다. 불행히도 ‘K-호캉스’는 후자에 해당한다. 최근 전세난이라는 말이 자주 들린다. 전세는 전 세계에서 한국과 볼리비아 정도에서만 운영하는 특이한 부동산 제도다. 1970년대 경제 및 도시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자리를 잡았다. 당시 아파트 여러 채로 시세 차익을 남기려는 집주인과 대출이 어렵고 비교적 적은 자
무인도에 표류하는 학자 3명이 있다. 통조림을 어떻게 열지 논의가 한창이었다. 먼저 화학자가 “통조림이 폭파할 때까지 가열하자”고 말했다. 물리학자는 “통조림을 바위로 떨어뜨리자”고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경제학자는 이렇게 말했다. “나에게 좋은 생각이 있다. 우선 깡통따개가 있다고 가정하자” 삭막한 시험 기간 기자를 웃게 한 유머다. 잘못된 가정은 잘못된 결과로 이어짐을 꼬집는다. 가정 오류는 경제학자만의 과오가 아니다. 정부 또한 빗나간 가정으로 현실과 동떨어진 제도
“질문 없어요?” 비대면 수업 현장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교수님의 질문입니다. 학생들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교수는 제발 질문 좀 하라며 학생들을 다그칩니다. 위 질문에서, 교수는 학생이 흥미를 갖고 수업에 몰입하고 있는지 진정으로 궁금했을까요. 질문하지 않는 학생들은 수업 참여에 대한 열정과 교수를 향한 존경이 있었을까요. 학보사에 몸담은 지 어언 2년이 가까워져 옵니다. 새내기 기자 시절, 빨간 줄로 가득 찬 기사를 보며 퍽 속상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괜한 자존심에 글을 고치지 않고 버티자, 선배 기자는 질
지금은 일선에서 물러나 있지만 기자 생활을 하는 동안 많은 대표자를 봐왔다. 여기서 말하는 대표자는 당장 중대신문부터 학생, 교직원 등 구성원을 둔 집단의 장을 말한다. 필자에겐 그가 굉장히 인상 깊었다. 그는 자기 앞길에만 급급한 경주마였다. 마치 모든 권리를 본인 손에서 쥐락펴락해도 되는 것처럼 자신의 권한과 권리를 과대 해석했다. 그래서인지 어떤 행위의 정당성을 모두 자신의 권리와 타인의 잘못에서 찾았다. 그를 통해서 깨달았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은 적어도 좋은 방향으로 쓰이기엔 틀렸다고. 독일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
빛도 들지 않고 퀴퀴한 냄새가 나는 반지하 방과 볕이 넘치도록 드는 고급 저택을 배경으로 전개된 영화 . 영화 은 한국 사회 양극단의 비명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영화 속에서 쉽게 사라지지 않고 옷 속 깊은 곳까지 파고들던 퀴퀴한 악취는 주거 취약계층의 환경을 대변했다. 현실도 별반 다르지 않다. 오히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는 양극화의 냄새를 더욱 깊게 만들었다. ‘가급적 집에 머물러주세요’ 코로나19로 연일 뉴스에 등장하는 말이다. 최저 주거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공간에서 하루
여성 아나운서는 사회가 정형화한 미적 기준에 의해 방황합니다. 아나운서 지망생이라면 누구나 미인대회 출전을 1번쯤 고민하는데요. 미인대회 수상이 아나운서 합격 여부에 플러스 요인이 되는 경력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이죠. 심지어 아나운서 준비 학원은 미인대회 출전을 위한 이미지 메이킹, 스피치 강습 등을 진행합니다. 아나운서 지망생은 미인대회가 필요한 이유를 이렇게 말합니다. ‘(능력이) 1차적으로 증명이 됐다고 생각해서….’ 과연 미인대회는 아나운서 지망생의 능력을 1차적으로 증명할 수 있을까요? 미인
2차 세계 대전 당시 미국의 일화다. 미군은 전투를 치르고 돌아온 전투기 대부분이 날개에 많은 총알을 맞은 것을 보고 해당 부위를 보강하기로 했다. 생존율을 높이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한 연구원이 의문을 제기했다. 날개 외에 조종석 같은 치명적인 부위에 총알을 맞은 전투기는 애초에 돌아오지 못한 것이 아니냐고. 날개가 부실한 전투기의 조종사는 무사히 귀환해서 마음껏 날개에 대해 투덜거릴 테지만, 조종석이 부실한 전투기의 조종사는 전투를 포기하거나, 피해를 감수할 뿐이다. 그토록 ‘전례 없다’던 펜데믹 상황을 마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인해 많은 변화가 있는 한학기다. 확산 추이는 사그라들만 하면 다시 커지고 백신은 여전히 나올 생각이 없는 듯하다. 개강이 2주 늦춰지는 등 학사 일정이 크게 바뀌었고 무엇보다 온라인 강의로 학기가 진행됐다. 이렇게 혼란스러운 코로나19 시국에서 총학생회(총학)의 역할은 무엇인가. 학생의 학습권을 보호하고 학생사회의 의견을 응집해 대학본부에 전달하는 창구 역할, 학생과 꾸준히 소통하며 알 권리를 보장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게 바로 총학이다. 그러나 이번학기 동안 총학이 제 기능을 수행했는지
“바늘이 7에 있는데 왜 35분이에요” 아파트 앞 공원에서 손목시계를 뚫어져라 보다 울상을 지었습니다. 옆에 앉은 할머니께서는 다시 말씀하십니다.“긴 바늘과 짧은 바늘은 다른 거야. 긴 바늘이 한칸 움직이면 5씩 커지는 거야”그렇게 짧은 바늘이 두 세칸이나 움직이고‘시계'를 볼 수 있게 됐죠. 15년 전 시계 보는 법을 배웠던 그곳에 할머니와 함께 다시 앉았습니다. 당시 없던 노란 ‘노인보호구역’ 안내판이 보이네요. 존재를 모르는 사람이 많아서일까요,
편하게 읽는 수필을 좋아합니다. 하루에도 몇 번이나 힘이 되는 문구를 검색해보곤 하죠. 그러니 잘 압니다. 기자의 글이 여러분의 일상에 위로가 되지 않는다는 걸요. 매일 힘들다, 어렵다만 이야기해서일까요. 안된다, 바꿔라만 주장해서일까요. 그런 마음을 이해함에도 매번 불편한 글을 써 내려가는 이유는 우리 사회가 잃어버린 무언가, ‘실(失)’ 때문입니다. 먼저 본질을 외면한 정부의 실책(失策)입니다. 지난 3월부터 일명 ‘민식이법’이라 불리는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관련 법률 개정안이 시행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