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 실용음악 전공 강의를 통해 글로벌예술학부, 클래식 음악학부 또는 음악을 하는 일반 학부 학생들을 만난다. 음악을 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글을 띄어본다. 오늘날 기술의 발전은 음악 산업에도 많은 혜택을 주고 있다. 질 좋은 가상 악기는 연주자를 대체하고 있고, 이미 만들어져 있는 샘플들을 이용해 음악적 감각만 있다면 마우스만으로도 설득력 있는 사운드의 음악을 게임 하듯이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음반 기획사를 통해 스튜디오에서만 가능했던 음반 발매 작업이 ‘홈 레코딩’ 기
강의실에서 학생들이 서로를 호칭할 때, ○○님이라고 부르는 것을 보면서 ‘요즘 학생들의 호칭이 특이하다’라는 인상을 받았다. 필자가 지난 학기 6개월 정도 학생들과 함께한 연구 모임에서도 학생들은 서로를 ○○님이라고 호칭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학생들에게 ‘○○님’라고 부르는 이유에 대해서 물어보지 않았지만, 학생들에게 자연스러운 문화라는 인상을 받았다. 필자는 ‘○○님’ 호칭을 들으면서, 캠퍼스의 변화된 문화를 생각하게 되었다. 필자가 그 동안 경험한 학생들의 호칭
오래 전 진도 출신 아는 분이 던진 농담이 기억난다. 진도 사람 중에는 태어나 한 번도 바다를 본 적이 없는 사람도 있다고. 진도가 세 번째로 크고 거제와 비슷한 크기의 섬이라는 것을 강조하려는 농담이었다. 섬에서 태어나 섬에 살던 사람이 섬을 한 바퀴 휙 둘러보고 나면 바로 섬에 살고 있다는 깨달음을 얻는 것일까. 아니면 요즘은 지도를 먼저 보고 섬에 살고 있다 생각하게 되는 것일까. 대한민국은 섬이다. 섬을 이렇게 정의해보자. ‘배를 타거나 비행기를 타지 않고 육로를 통해서는 인접해있는 대륙의 다른 나라로 직접 갈 수
작가 오스카 와일드는 “연극은 예술과 삶이 만나는 장소다. 무대는 모든 예술이 만나는 곳일 뿐만 아니라, 예술이 삶으로 다시 돌아가는 곳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시대의 거울’인 연극은 세상을 향해 끊임없이 목소리를 냈고, 동시대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극에 담았다. 요즘 SNS와 기사 등에서 용기를 가져가서 음식을 받아오는 ‘용기내 챌린지’,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고고 챌린지’ 후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제 내가 무심코 먹고
대학이 더 이상 속세를 떠난 고고한 상아탑으로 대접받지 못하며, 무엇보다도 먹고사는 문제가 절실한 오늘날의 상황에서 뜬금없이 ‘초월’을 이야기하면 도를 닦는 것을 연상하며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바람직한 미래 설계를 위해 대학의 본질은 초월에 있다고 분명하게 말하고 싶다. 먼저, 대학은 기존에 주어진 세계관과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의미에서 ‘초월의 공간’이다. 하이데거(M. Heidegger)에 따르면 인간은 자신의 의도와 무관하게 세상에 던져진 ‘세계
내 나이 내년이면 불혹(不惑),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는 나이’란 뜻이다. 진정 불혹의 의미처럼 나이가 든 어른인지는 알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먹는 것이 나이이지만 마흔이 되어 간다는 것은 무겁게 어깨를 짓누르기 시작했고 그 절정은 올해 여름이었다. 그즈음 아주 신선한 신조어를 접하게 되었는데 그 단어는 ‘라떼형’, ‘나꼰’, ‘따꼰’, ‘젊꼰’ 등의 소위 꼰대에 관한 단어들이었다. 보통
최근 공중파 방송사에서는 ‘전국 대학생 대상 글쓰기 실험 연구’를 기획하였다. “현재 성인 문해력을 측정하고, 국내 여러 대학교에서 왜 글쓰기를 통해 문해력을 강조하는지를 취재하여 ‘문해력’에 대한 중요성을 환기”하고자 하였다. 기획된 5부작 중에서 특히 “게임, 인터넷 등 디지털로는 문해력을 키울 수 없는 걸까?”편에 주목해 볼 만하다. 디지털 시대가 왔다. 글쓴이와 글을 읽는 이가 구분되지 않고 모두 글을 쓰는 시대가 왔다. 디지털은 글을 쓰는
우리 대학에서 를 가르친 지 어언 10년, 학생들과 공유하고 싶은 글쓰기 전략이 참 많다. 오늘은 그중 하나, 글을 잘 쓰려면 빨리 쓰라는 이야기! 글을 쓸 때 빨리 쓰는 것의 효과, 이삿짐 내리는 비유로 들어보면 이해가 쉽다. 컨테이너 박스에 이삿짐이 잔뜩 실려 있다. 이삿짐이 사다리차를 통해 하나씩 하나씩 집으로 들어간다. 마침 첫 번째 짐은 거울. 거울을 받아든 일꾼이 생각한다. 이 거울은 어느 방에다 둘까? 어느 쪽 벽에 붙일까? 높이는 어떻게? 이런 고민을 하는 일꾼, 당신은 어떤 느낌이 들까? 올라오는 짐들의 위
중앙대 재학 당시 의대 공부는 참으로 어려웠다. 더불어 나의 20대 시절에는 86년 대통령 직선제 쟁취를 목적으로 민주화 투쟁이 대학의 캠퍼스를 누비고 사회를 뒤흔들 때라 끓는 피를 가지고 시위에 동참하며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며 살았었다. 하지만 의대 특성상 매 학기 진급과 재시험의 탈출이 더 큰 과제였었다. ‘남산이 영을 넘어’로 시작되는 교가 보다는 다른 교가가 더 많이 불리던 시절이라 많은 학생이 실제 교가를 모르고 졸업하는 시기였다. 대학을 졸업 후 20대 후반을 대학서 조교 생활을 하면서 기초의학(인체
중앙대에 12년째 있으면서 학생들과 교감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글을 띄워본다. 교정을 지날 때마다 느끼는 것은 해마다 고양하는 학생들의 지식에 대한 접근법과 그들에게 더 나은 혜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책임감이다. 졸업생들에게 종종 듣는 말은 ‘학교가 제일 빡빡했다’는 평으로 직장, 학교에서 배운 몇 가지만 얘기해도 진보된 방법이구나 하는 피드백을 받고는 한다. 그만큼 세련된 노하우가 전달된다고 믿는다. 교수 세대에게는 “의에 죽고 참에 살자”는 엄정한 중앙대의 모토가 자리하고 있다. 그동안 학
오늘날 SF영화는 대중문화의 중심에 있다. 영화미학과 시각기술 측면에서 빼어난 성취를 보이는 것은 물론, 다양한 사회 문제와 철학적 사유를 반영하는 작품이 많다. 문학적 상상의 영역에 있던 과학기술이 상당 부분 현실의 문제가 됐고,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서 미래나 우주라는 범주를 시청각적으로 유려하게 구현하게 된 덕이다. SF영화는 외견상 머나먼 상상적 세계를 재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SF의 주된 시간적 배경인 미래는 어떤 방식으로든 현재와 관계를 맺는다. 통념적으로 시간은 선형적으로 흐르지만, 이
서울캠 후문 쪽에서 유기견들이 무리를 지어 돌아다니는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 무리 속 개들의 야생성은 놀라웠다. 대장 역할을 하는 개가 다른 유기견 무리들과 충돌했을 때 드러냈던 날카로운 이빨이 특히 강렬했다. 유기견들 무리는 지금은 사라졌다. ‘동물보호센터’ 같은 곳에서 포획해 격리했으리라 생각한다.교정 곳곳에서 ‘중냥이’(중앙대 고양이)들을 발견한다. 활동 영역에 따라 대학원냥이들, 법냥이들, 서라벌냥이들, 정문냥이들이라고 부른다. 학생들은 각각의 고양이들에게 이름을 붙이고 사진을 찍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는 2006년 『부의 미래』에서 인간의 삶은 엄청나게 달라지고 변화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라고 예언했다. 또 “기업은 시속 100마일로 달리는데, 정부는 25마일, 정치조직은 3마일, 법률은 1마일로 변화하므로 그 편차가 경제 사회 발전을 저해한다.”라고 말했다. 오늘날 AI, 빅데이터, AR·VR 등 새로운 기술의 발전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에도, 우리나라는 ‘규제’로 인하여 혁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7월 27일, 문재인 대통
인공지능(AI)이 화두가 된 지 벌써 여러 해다. ‘알파고’는 이미 오래된 미래이고, 일상에 스며든 AI가 누군가에게는 친구이자 도우미로서 자리매김한 모양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2월 독거노인 67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SK텔레콤이 출시한 AI 돌봄 서비스 ‘누구’를 응답자의 73.6%가 ‘매일 사용’하고 95% 이상이 일주일에 3회 이상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단다. 더욱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의 영향으로 확산하는 비대면 서비스는 AI 스
영화 에서 광부의 아들인 주인공이 아버지와 로열발레학교 오디션을 마치고 돌아설 때의 장면이다. 면접관이 아버지에게 건넨 한 마디가 기억에 남는다. 잘 해결되기 바란다는 한 마디, 아마 그에게는 자신과 다른 세상의 사람에게 들어본 첫 위로의 말이었으리라. 그 아버지는 아들 뒷바라지에 필요한 돈을 벌고자 파업 중인 동료들을 버리기로 했다. 가족과 친한 동료를 제외하면 광산 주변에서 마주치는 관리자와 경찰의 거친 언행이 더 익숙해서였는지, 혹은 아들의 오디션이 실패했다는 생각, ‘그럼 그렇지 광부의 아들이 무슨
부동산에 대한 문제가 사회적으로 큰 이슈네요. 지금 집값이 너무 비싼데, 주택가격은 앞으로도 계속 오를까요? 네, 오를 것 같습니다. 그럼 이렇게 오르는 집값을 잡아야 하나요? 네, 잡아야 합니다. 왜 잡아야 하나요? 부동산 시장이 안정돼야 마음 편히 살 수 있고, 불평등이 줄어들 것 같으며, 그것이 공정한 사회로 가는 하나의 방법인 것 같습니다. 결혼하고 신혼집으로 강남 아파트에 사는 건 어떤가요? 전 좋을 것 같습니다. 졸업하고 열심히 돈 벌고 저축해서 강남에 집을 살 수 있으면 살 건가요? 살 수 있다면 사고는 싶습니다. 열심
얼마 전 이슬아 작가님의 칼럼 을 읽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이슬아 작가님은 우리가 삶의 과정에서 마주하게 되는 재능과 노력의 긴장 관계와 꾸준함이 주는 삶의 가치에 대해서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나에게 이 고민이 가장 크게 다가온 시기는 박사과정에 입학한 후다. 내가 공부하려던 주제의 대가들이 모여 있던 학교에 입학하게 되고 나의 자존감은 한껏 높아졌다. 그들이 나의 재능을 알아본 것만 같았고, 열심히 공부해서 그들을 뛰어넘는 연구자가 되고 싶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포부가 깨지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1945년, 해방 직후에 우리 중앙대에 강사로 오셨던 어느 분의 이야기다. 그는 보통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사서오경』을 떼고 전국의 수재들이 입학하는 경성제일고보를 거쳐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했다. 미국 유학을 간 것은 지난 1927년이었다. 미국 유학생이 아주 드문 시절에 그는 우스터대 학부를 수석 졸업하고 컬럼비아대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귀국 후 그를 초빙하려는 대학이 많았지만 그는 유학을 마치고 돌아가기로 약속한 함흥의 영생여고보로 복귀했다. 담당 과목은 조선어와 영어였고 가르친 것은 그 언어에 담긴 민족의 정신과 세계
20대에 물리학자의 길을 선택해 제동장치 없는 기차처럼 지난 30년을 쉼 없이 달려왔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팬데믹(pandemic)이 없었더라면 이번학기도 강의, 국내외 학회 출장, 공동연구차 해외 연구소 방문, 실험데이터 분석과 논문작성으로 정신없이 지내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 한가하다는 말은 아니다. 이런 강제적 상황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교수 직업의 특성상 ‘나이 오십’이 주는 중력은 못 느꼈을 것이다. 해외 학회와 실험 스케줄이 줄줄이 취소돼 잠시 멈춰서 삶에 관해 성찰하는
필자(筆者)는 타대에서 중앙대로 옮겨서 연구와 교육에 이바지한 게 엊그제 같은 데 현재(現在)까지 24년이란 세월이 쏜살같이 가버리게 됐다. 지난 1997년 당시 부임하자마자 바로 한국은 IMF 자금을 지원받게 되는 상황에 처했었다. 그때는 아날로그의 시대여서 카메라, 캠코더, 카세트테이프를 사용했고 디지털시대로 변모하면서 CD와 MP3가 10년 정도 유행하더니 이제는 모바일 폰 하나로 기능의 대부분 포함되도록 발전했다. 그 때와 현재는 다르지만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의 사태로 악성으로 진전된 위기상황인 것은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