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한 우물만을 판 이가 있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심지어 손가락질을 해대도 그는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을 계속해서 갈 뿐이다. 그가 ‘레게’라는 생소한 장르로 데뷔한 2000년대는 발라드와 댄스음악이 주름잡았지만 어느덧 한국 레게음악의 선구자로 인정받은 가수 스컬. 레게를 향한 그의 집념과 노력에 대중들의 마음은 움직였고 심지어 레게의 본고장 자메
아직 아침이 밝기 전인 새벽 4시. 가장 먼저 시장을 여는 이가 있다. 채소가게 아저씨도 아니고 정육점 아주머니도 아닌, 바로 스님이다. 서울시 은평구 갈현동 역촌중앙시장에는 ‘열린선원’이 있다. 매일 상인과 손님이 오가는 분주한 시장에 위치한 고요하고도 작은 사찰이 오묘하게 잘 어울린다. 적막한 산기슭보단 북적북적한 시장에서 진정한 부처의 가르침을 실천하
하루에도 수십 곡 이상 발표되는 음악 시장에서 노래 한 곡의 수명은 너무나도 짧다. 그렇기에 히트곡은 어쩌다 한 번 찾아오는 천운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여기, 카라의 ‘미스터’, 레인보우의 ‘A’, 에릭남의 ‘천국의 문’, 나인뮤지스의 ‘Dolls’ 보이프렌드의 ‘내 여자 손대지마’, 인피니트의 ‘내꺼하자’, ‘추격자’까지 이 모든 히트곡을 작사한 이가
대한민국 농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를 꼽으라면 단연 허재다. 드리블, 컨트롤, 절묘한 패스, 리바운드, 어시스트까지 모두 완벽했던 선수. 이런 선수가 또 있을까. 농구 천재의 신화는 1975년, 다소 왜소했던 초등학교 4학년 소년이 어느 특별활동 시간에 처음 농구공을 들게 된 뒤로부터 시작됐다. 김유택(54) 전 중앙대 감독은 그를 ‘고등학교 때부터 모든 포
‘데스노트’의 L, 의 포, 의 맥스, ‘로보카 폴리’의 폴리, 의 데이브 등 수백 수천 개의 작품에 생명을 불어넣은 18년 차 성우다.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 시사프로그램 등 어느 것 하나 손대지 않은 분야가 없을 정도다. 그런데 가장 드라마 같은 작품은 영화도, 애니메이션도, 게임도 아닌 ‘엄상현’이
추측은 확신으로 이어진다는 말이 있다. 임호라는 사람이 ‘점잖은 왕’일 것이라는 추측은 곧 ‘점잖은 배우’일 것이라는 확신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임호는 변화를 택했다. 데뷔 24년 차 ‘왕 전문 명품 배우’라는 타이틀에 그치지 않고 괴물과 싸우기 위해 괴물이 된 정몽주를 연기했다. 그의 눈동자엔 부드러움과 다감함 대신 광기가 담겼다. 확신은 깨졌다. 더 이
최근 부패한 공직자와 비선 실세 간의 관계를 밝혀내고 오랜 시간 잠복취재 끝에 모종의 뒷거래 장면을 포착하는 등 업적을 달성한 기자들에게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오히려 기자가 검찰의 역할까지 대신 소화해내며 정의를 구현하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다. 그러나 세상엔 그런 기자들만 있는 게 아니다. 오늘 아침 읽은 주가 변동 정보부터 주말에 다녀온 연극
여느 학문의 흐름이 그렇듯 디자인도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로 구분할 수 있다. 과거 1세대 디자인은 미를 추구하는 그림적인 디자인이다. 그림을 잘 그리는 디자이너, 멋진 형태를 창조하는 디자이너가 곧 능력 있는 디자이너였던 시대였다. 그러나 2세대 디자인은 단순한 조형적 디자인에서 탈피해 인간 중심적인 디자인을 가능케 했다. 사람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
관광산업을 소위 ‘굴뚝 없는 산업’이라고 한다. 공해를 유발하지 않으면서도 막대한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문화산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 관광산업의 경제적 기여도와 고용 및 투자에 대한 기여도는 아직 전 세계 평균에 크게 미치지 못 하고 있다. 어쩌면 관광산업은 더욱 성장해서 이바지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은 셈이다. 여기 관광산업 발전의 초석을 닦도록 임무를
‘엘라스틴 했어요’를 기억하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이미 그를 안다. LG그룹의 자회사인 ‘HS애드’에서 대표크리에이티브디렉터를 맡고 있는 그는 광고계의 대부로서 최전방에서 활약하고 있다. 그는 바로 이현종이다. 엘라스틴뿐 아니라 올림푸스의 ‘마이 디지털 스토리’, LG 명화 캠페인, 배스킨라빈스 닉네임 캠페인, 프로스펙스 워킹화 캠페인 등 수많은 대형 광고
판소리. 우리의 것이지만 왠지 가깝게 느껴지진 않는다. 한복을 차려입은 소리꾼이 몇 시간 동안이나 어렵고 동떨어진 옛이야기를 늘어놓는 장면이 연상된다. 그러나 김정민 명창은 결단코 말한다. 판소리는 우리의 핏속 깊이 흐르고 있는 정신이자 삶의 소리라고. 창자(唱者)와 소리, 관객이 하나 되어 펼쳐지는 드라마이자 예술이라고. 김정민 명창은 특유의 입담과 진솔
황인찬 시인은 25살에 낸 첫 시집 『구관조 씻기기』로 최연소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했다. 지난해 내놓은 두 번째 시집 『희지의 세계』도 출간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1만권을 쉬이 돌파했다. 시인 김행숙은 그의 시를 “언어에게 옷을 입히는 방식이 아니라 언어를 씻기는 방식을 통해 새로운 시적 경험을 제공한다”고 평했다. 29살의 나이에 벌써 문단에서 나름의 개
“열두 명의 아이들이 있어요. 가슴으로 낳은 제 자식들이요.” 킴벌리, 레슬리, 다니엘과 노에, 사라…. 온두라스의 아이들에겐 두 명의 엄마가 있다. 자신을 낳아준 엄마, 그리고 권혜영 선교사다. 지난 20년간 온두라스의 매춘 여성들과 아이들을 위해 홀로 싸워온 그녀는 진정한 사랑을 나눌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녀의 삶은 봉사, 그 자체였다.
눈으론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150km’ 짜리 공이 날아다니는 이곳은 KBO 리그. 공의 빠르기가 투수의 역량을 결정하는 이곳에서 특이하게도 ‘느린 구속’으로 명성을 자랑하는 한 투수가 있다. 그의 직구 속도는 고작 ‘130km’, 최저 구속대는 무려 ‘70km’다. 그런데도 그는 국내 최고의 투수들이 모였다는 치열한 이곳에서 당당히 살아남았다. 바로
서라벌홀 복도를 거니는 자비에 리오데 교수(프랑스어문학전공)를 마주친다면 훤칠한 키와 준수한 외모에 한 번쯤 뒤돌아볼지도 모른다. 한때 모델로 활동한 적도 있는 그는 사실 어느덧 중앙대에서 20년이 넘게 강단에 서고 있는 교수이다. 프랑스에서 경영학을 전공하던 청년이 그때까지만 해도 잘 알려지지 않았던 작은 나라 한국에 반하기까지. 한국에 대한 무한한 애정
“그림 한 장, 한 장을 새롭게 그리고 있어요. 몇십년을 그렸지만 변화를 멈추지 말자는 마음가짐이에요.” 프로는 달랐다. 정상의 자리에서도 쉬지 않고 도전하는 김형태 일러스트레이터(시각디자인과 96학번). 남의 게임 캐릭터를 그려주던 그는 어느새 자신의 게임을 만들고 있었다. ‘과장된 욕망’을 그리다터부에 맞서는 일러스트레이터 궁극적인 꿈을 향해끊임없이 내
‘소의(小醫)는 돈을 벌고 명예를 얻기 위해 병을 치료한다. 중의(中醫)는 병을 치료하지만 그 사람의 처지와 마음도 헤아려 병과 사람을 같이 치료한다. 대의(大醫)는 병의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하기 때문에 대의가 치료하면 아무 환자도 생기지 않는다. 또한 대의가 치료하면 아무 치료도 없던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대의가 어떤 일을 했는지 알지도 못 한다
‘제가 이 영화를 만든 건 일종의 속죄 의식이에요.’ 조정래 동문(영화학과 92학번)은 올해 많은 사랑을 받은 영화 의 감독이다. 지난 2002년 위안부 피해 할머님들을 만나 뵌 뒤 남성으로서 이루 말할 수 없는 죄책감과 부끄러움을 느꼈다는 그. 한번 상영될 때마다 한 분의 ‘넋이 돌아온다’는 의미로 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영화가 나오기까지
‘진정성을 갖고 탐험하다 보면 철학자의 마음가짐을 갖게 되는 것 같아요.’ 남영호 동문(사진학과 95학번)은 유라시아대륙, 갠지스 강, 타클라마칸 사막, 고비 사막, 아라비아 엠티쿼터 사막 등 드넓은 대륙과 광활한 사막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진심으로 탐험했다. 탐험을 사랑하는 그는 텅 빈 사막에서 영혼의 갈증을 해소할 줄 아는 철학자였다. 공허함 속에서
진심으로 연기하라. 배종옥 동문(연극영화학과 83학번)이 생각하는 좋은 연기의 근본이다. 어느덧 배우 인생 30여 년 차에 접어든 그녀는 ‘천하일색 박정금’의 선머슴 형사 박정금부터 ‘그들이 사는 세상’의 화려한 여배우 윤영까지 다양한 캐릭터를 거침없이 소화해냈다. 인간 내면을 담아내는 배우 배종옥 동문을 만나 보았다. 섬세한 인간 내면과아름다움을 표현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