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라벌예술대학 출신 시인 신중신의 첫 시집 제목이 ‘고전과 생모래의 고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정희성 시인의 신춘문예 당선작 「변신」은 “고전의 어느 숲을 지나온 강물 위에 지금은 무섭도록 해진 얼굴이 일렁이는데”로 시작된다. 송기원의 신춘문예 당선작 「회복기의 노?뮈〉?“바람의 부드러운 촉루 하나에도 돌아온 사자(死者)들의 반짝이는 고전을 보았어”라는
책표지를 열자마자 다시 닫았다. ‘우리나라 문학 교육은 엉터리’로 시작하는 서문이 자못 자극적이어서다. 게다가 춘향이를 보고 용감하게 야한 여자라고 한 술 더 뜬다. 춘향이가 미성년자의 나이에 이도령과 신명나는 섹스 파티를 즐겼다며 “내 말이 틀리다고는 못할 걸”이라고 으스대는 대목에서는 그 저의가 의심될 지경이다. 하지만 기자와 같은 반응을 보이는 독자들
“또 화물연대 파업이래?” 뉴스는 무심히 파업에 대해 쏟아낸다. 사람들은 또 인상을 찌푸리며 노조를 탓한다. “노조가 문제야! 걸핏하면 맨날 파업이지!” 우리에게 그들의 간절한 염원은 시끄러운 소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흔히들 오해하는 특수고용노동자를 다룬 『사장님도 아니야 노동자도 아니야』(창비 펴냄)는 법의 사각지대에서 힘겹게 버텨가는 ‘그들’의
젊지 않은 두 남녀가 근사한 식당에서 맞선을 본다. 서른이 넘은 남자는 맞선에서 남자가 해선 안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알지만 기어코 입을 연다. “쇠고기 일 킬로그램에 곡물 구 킬로그램이 들어가거든요. (…) 선진국이니 뭐니 좀 산다는 나라에서는 그 사람들이 먹을 곡물을 소한테 먹여서 경제적으로 보면 구분의 일, 십일 퍼센트짜리의 형편없는 결과
청년들에게 강요되는 성공이라는 신화에 대하여 장수민 학생(불어불문학과 4)1부아픔이라는 대명사. 1.이번년도에 본격적으로 여름이 시작되기 전,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럽 여행을 다녀왔다. 혼자 이곳저곳 쏘아 다니며 고생도 많이 했지만 마음만큼은 최대한 편안하게 그곳에 나를 녹이는 즐거운 시간들 이었다. 여행이 의미가 있다는 것은 나에게 주어져 있던
당신은 지금 어떤 감정을 갖고 있는가? 당신이 지금 가지고 있는 감정에 대해 잘 알고 있는가? 우리는 간혹 내가 가진 이 감정이 무엇인지 혼란스럽게 느껴지곤 한다. 이런 우리의 혼란을 조금 덜어주려고 하는지, 출간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른 작품이 있다. 바로 『강신주의 감정수업』(민음사 펴냄)이다. 『상처받지 않을 권리』, 『철학의 시대
가장 어두운 곳에 스며드는최원준 학생(중국어문학전공 3)몇 년 전 유행처럼 자기계발서가 홍수처럼 쏟아졌다. 고등학생이었던 나는 정작 공부는 안 하고 공부하는 방법을 알려준다는 자기계발서만 탐독했다. 실천으로 옮기려 했었지만 모두 나랑은 안 맞는 방법이었는지 일주일을 채 넘기지 못하고 실패했다. 단 하나, 계발서의 내용 중에서 꾸준히 지켜왔던 것이 있
소녀는 부모를 죽였다.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다. 그녀가 오랫동안 바랐던 일을 실행으로 옮긴 것뿐이므로. 인간에게 부모를 죽인다는 것은 사실 ‘금기’다. 낳아주고 길러준 부모는 항상 공경의 대상이며 함부로 손댈 수 없는 영역에 존재한다. 그러나 ‘2013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중 하나인 이재찬 작가의 『펀??민음사 펴냄)는 존속살해를 저지르고도 죄책감조차
제9회 비평공모 제3회 수필공모당 선수 필 : 최원준 학생(아시아문화학부 중국어문학전공 3) 「가장 어두운 곳에 스며드는」사회비평 : 장수민 학생(불어불문학과 4) 「청년들에게 강요되는 성공이라는 신화에 대하여」가 작영상비평 : 김대원 학생(독어독문학과 4) 「기억과 문화산업」※문학비평 : 수상작 없음어떻게 진행됐나중대신문이 주최하는 제9회 비평 공모 및
목구멍 깊숙이 그건 아직도 시커먼 엄마의 눈동자 때문이었다.다른 것은 늙고 병들어 변해도, 눈은 변하지 않았다. 남들보다 유난히 툭 튀어나온 눈은 살아있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마지막 시선 같은 것이었다. 나는 생선 눈을 뺀다. 엄지손톱만한 생선의 눈을 입에 넣고 씹는다. 툭, 하고 터지는 소리가 난다. 어딜 가도 잔류하고 있을 생선의 알들과 죽어서도 이름이
『하늘은 무너지지 않는다』김견, 박성재 공저 / 토파즈 / 260쪽절름발이는 울상을 지었다.“자네도 알다시피 난 다리가 불편해서…….”맹인이 말했다.“그런 염려는 말게나. 내가 자네를 업고, 자넨 길을 안내하면 되잖은가! 자, 어서 업히라고!” _「절름발이와 맹인」 참 이상한 책이 출간됐다. 제목 또한 『하늘은 무너지지 않는다_이솝
『빅 히스토리』데이비드 크리스천, 밥 베인 공저 / 해나무 / 432쪽‘빅 히스토리(BIG HISTORY)’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보통 생소함을 먼저 느낄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맛깔나는 단어가 아니기에 촌스러운 학문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빅 히스토리는 고루한 학문도, 생소하기만 한 개념도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사의 창
『제3인류』(1,2권)베르나르 베르베르 저 / 열린책들 / 784쪽‘만약에’라는 단어를 혀에 넣고 굴리다 이질감 때문에 내뱉지 못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공상을 재미있게 말하기보다는 현실을 재치 있게 풍자해야 인정받는다는 걸 알기 때문일까. 나이가 들면서 허황된 이야기보다는 맥락에 맞는 촌철살인만 다듬게 된다. 상식에 어긋나거나 비과학적이라는 느낌이 들
-무라카미 하루키의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어려운 개념이 담긴 전공서적을 보다 머리를 식히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이 책은 소설로 유명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소한 일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하루키는 어떤 취미를 즐기며 좋아하는 음식은 무엇인지, 학창시절에는 어떠했는지까지 털어놓는다. 얼마나 일상적인 일인가. 하지만 단순하진 않다. ‘메이저
밤새 올린 게임 레벨보다밤새 읽은 책 한권이추억 속에 남는다오늘만은 나도 책벌레불 켜진 한밤의 도서관에서다함께 '꿈'을 읽다 프롤로그우리는 때때로 밤을 꼴딱 샌다. 누군가는 내일 있을 쪽지 시험을 위해서, 또 다른 누군가는 친구가 추천해준 200화짜리 웹툰을 정주행 하느라. 하지만 웹툰을 볼 때는 그토록 말똥말똥했던 눈이 책만 보면 병든 병아리처럼 감긴
주인공인 요한이 절망의 심연 속에서 으스러질 때 그의 곁엔 종소리가 함께했다. 피앙세를 잃었을 때에도, 친구를 떠나보낼 때에도, 심지어 그가 신을 배반하려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몸담고 있는 수도원의 종탑에서 울리는 종소리는 마치 사다리 같았다. 높은 하늘에서 찬찬히 내려주는 푸른 사다리가 소리로 바뀐게 분명했다. 요한이 인생의 갈림길에 서 있을 때
“20대에 마르크스주의자가 아니면 그는 심장이 없는 자다. 40대에도 마르크스주의자라면 그는 뇌가 없는 자다.” 영국 수상 처칠의 말이다.(그동안 칼 포퍼의 말로 자주 오용되었다) 이 말은 그동안 극우 세력들에 의해서 조롱과 냉소의 도구로 악용되곤 했다. 지금처럼 이념이 ‘낙인’와 ‘배제’의 수단으로 작동되는 시기에는 더욱 그렇다. ‘개혁’과 ‘변화’, 혹
11월 12일 화요일, 베스트셀러 동향을 알아보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가보았다. ‘sam 베스트’라는 곳에 눈길이 갔다. 교보문고 회원제 전자책 서비스 ‘sam’은 출시 후 6개월 간 판매 현황을 분석한 결과, 매출 상위 30개 출판사가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7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종이책의 전체 판매 수가 계속 줄고 있는 데 반해 전자책은 대약진
『스무 살의 사회학』 ‘사랑에 빠지면 왜 바보 같은 짓을 할까?’ ‘누구를 위해 외모를 가꾸어야 할까?’ 우리는 일상에서 크고 작은 질문과 맞닥뜨리게 된다. 사회학은 이에 대한 답을 찾는 데 도움을 준다. 사회학이란 사회관계의 근본 원리를 탐구하고 사회 구성의 특징들을 연구하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사회학이란 말이 참 모호하다. 『스무 살의 사회학
다독왕이 추천하는 필수 아이템은 바로 ‘편안한 자세’다. 편안함 없이 경직된 상태로 책을 읽다간 무슨 내용을 읽고 있는지도 모를뿐더러 독서 자체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릴 수 있다. 또한 각자의 유형에 어울리는 편안함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선 본인 스스로 노력을 해야 한다.버스에서 읽던, 침대에서 엎드려 읽던, 요가 하는 자세로 독특하게 책을 읽던 다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