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나 줄곧 글을 자주 써오던 편이었다. 주제는 다양했다. 사회적 이슈 혹은 나 자신에 대해서 등. 어느 순간 바쁘다는 핑계인지 그런 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는 핑계인지는 몰라도 글을 쓰지 않게 됐다.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는 이제 관심을 갖지 않고 정치에 대해서는 방관하며 세상사에 대해서는 주식을 위한 경제동향 정도만 보고 있었다. 어쩌면 지금보다 어렸을 때 그토록 싫어했던 어른. 우리들이 어찌할 수 없는 영역이라며 사회의 문제들을 쉬쉬하고 넘어가려던 그런 어른이 되어가고 있었던 것일지 모르겠다. 그러던 와중 지인이 말해왔다. 우리
쉴새 없이 쏟아지는 영상의 시각적, 청각적 유혹을 뿌리치고 오롯이 글에만 집중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매 순간 느끼는 요즘이다. 그 와중에 만난 중대신문을 통해 여전히 우리 사회엔 글이 중요하며, 또 이것이 얼마나 위대한지 알 수 있었다. 제1984호 중대신문에 담긴 군더더기 없이 담백한 기사들은 단단한 알맹이, 즉 본질에 집중하게 했다. 2면과 3면을 걸친 보도기획에선 ‘2021 CAU 리더스포럼’과 ‘학생자치와 인권’에 대해 다뤘다. 먼저, 2021 CAU 리더스포럼 기사는 변화할
영화 시리즈 등장인물 ‘비전’은 자신을 인류나 AI의 편이 아닌 “생명의 편”이라 소개한다. 우리도 우리와 다른 종의 생명이 가지는 가치에 대해 고민해보자. 유튜브 채널 ‘갑수목장’은 동물 학대 논란으로 이틀 만에 약 17만명의 구독자를 잃었다. 반면 모기 고문이 주된 콘텐츠인 ‘국가대표 쩔템’ 채널은 곤충 가학 영상 역시 동물 학대라는 기사가 보도된 이후에도 18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지켜나가고 있다. 생명 경시라는 같은 장르의 폭력
신이 한 청년에게 다음 생에 가지고 태어날 세 가지 재능을 주겠다고 말했다. 청년은 세 가지 재능을 소원으로 빌었다. 그렇게 청년은 소재가 무한하고 재밌는 웹툰을 그리는, 최고의 프로게이머이자, 복권 당첨 번호를 한 번에 맞출 수 있는 사람으로 태어났다. 하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조선 시대에 태어났기 때문이다. 네이버웹툰 84화의 이야기다. 이 청년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이유는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시대를 잘못 타고났을 뿐이다. 단지 운이 없었던 것이다. 최근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r
작가 오스카 와일드는 “연극은 예술과 삶이 만나는 장소다. 무대는 모든 예술이 만나는 곳일 뿐만 아니라, 예술이 삶으로 다시 돌아가는 곳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시대의 거울’인 연극은 세상을 향해 끊임없이 목소리를 냈고, 동시대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극에 담았다. 요즘 SNS와 기사 등에서 용기를 가져가서 음식을 받아오는 ‘용기내 챌린지’,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고고 챌린지’ 후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제 내가 무심코 먹고
중대신문 개강호는 방학 동안의 소식을 단신으로 전하던 기자들이 오랜만에 독자들을 만나는 자리다. 모든 면에서 만반의 준비를 했을 기자들의 열정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지난 방학엔 등록금 환불 논의가 이어졌고, 리더스포럼도 열렸다. 학위복 추첨제, 장바구니 추첨 이관제 등 학생들의 생활과 밀접하게 닿아있는 사안도 많았다. 총장 인터뷰와 2020년 중앙대 10대 뉴스로 마무리되는 학내 기사들을 보니 왠지 개강이 실감 나기도 했다. 이후 문화, 생활, 사회, 의혈창작문학상 등으로 이어지는 구성도 독자를 생각하는 세심함이 돋보였다. 주제 역
2021년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 첫 주. 인기 기사 순위에 올라있는 “‘전통’ 한 잔에 담긴 ‘소주’이야기”를 읽었다. 생활면에 있는 이 기사는 전통주에 관한 연재 기획기사인 듯하다. 이 연재물의 첫 기사는 2020년 3월 29일에 발간된 “전통주의 변신”인데 “소주와 맥주는 지겹다. 위스키와 보드카는 비싸다. 그렇다면 전통주는 어떨까?”라는 문장으로 출발한다. 산뜻하고 재미있는 아이템으로 느껴졌다. 이 코너에서 가장 흥미
‘나비효과’란 나비의 작은 날갯짓 하나가 태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뜻으로, 작은 사건이 예기치 못한 큰 결과를 불러오는 현상을 가리킨다. 내 소소한 행동들이 사회 변화를 가져다줄 수 있다는 생각에, 나비효과는 내게 신선한 자극으로 다가왔다. 최근 사과대 학생회 SNS에 게재된 게시물을 접하게 되었다. 코로나 사태가 경제와 사회뿐만 아닌 자연환경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사람들이 무분별하게 배출한 의료폐기물이 야생동물에게 피해를 주고 있으며, 특히 일회용 마스크 사용이 급증하면서 폐마스크가 동
대학이 더 이상 속세를 떠난 고고한 상아탑으로 대접받지 못하며, 무엇보다도 먹고사는 문제가 절실한 오늘날의 상황에서 뜬금없이 ‘초월’을 이야기하면 도를 닦는 것을 연상하며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바람직한 미래 설계를 위해 대학의 본질은 초월에 있다고 분명하게 말하고 싶다. 먼저, 대학은 기존에 주어진 세계관과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의미에서 ‘초월의 공간’이다. 하이데거(M. Heidegger)에 따르면 인간은 자신의 의도와 무관하게 세상에 던져진 ‘세계
2018년 10월, 성대했던 100주년 기념식이 꿈만 같다. 현장에 전시한 사료는 면원한 역사에 자부심을 느끼고 오랜 추억을 회상하며 중앙인이 하나가 된 행사였다. 그러나 참석자에게 100주년 기념식은 어느덧 추억으로만 남고 기념식을 경험하지 못한 이에게는 후일담으로 전락했다. 서울캠 310관(100주년기념관)이 있지만 1층에 설치한 ‘Flash 100’ 외에 중앙대 역사를 심도 있게 다루거나 교육할 수 있는 공간은 부재하다. 100주년기념사업단 홈페이지는 중앙대 약사와 참고 사진이 전부다. 그동안 이 역할을
이번학기 예술공대 일부 전공과목이 돌연 폐지됐다. 이에 학생사회는 학습권을 보장받지 못했다며 반발했다. 대학본부는 폐지 사유가 교수충원 부족에 있다고 답했다. 대학본부는 교수충원이 부족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첫째, 예술공대는 학과 특성상 교원 채용이 힘들다. 예술공대는 예술, 공학 두 분야 모두 조예가 깊은 인력을 요구하기에 이에 상응하는 교원을 구하기가 어렵다. 둘째, 정원 배치 관련 수급이 양캠간 불일치한다. 교원은 안성캠보다 서울캠을 희망하는 경향이 있어 정원 배치에 난관이 있다. 그럴듯한 연유다. 하지만 예술공대
“오늘 실검 봤어?” 그날의 실시간 검색어(실검)는 뉴스이자 대화 주제가 된다. 나 하나 챙기기도 바쁜 삶, 사람들은 왜 그리도 ‘남들’ 이야기에 주목하는가. 인터넷을 손에 쥐고 다니는 요즘 사람들은 포털사이트 하나로 세상을 살핀다. 그곳에서 상호작용을 하기도 한다. 특히 실검과 댓글창은 포털사이트에서 필수 코스다. 사회적 쟁점에 대한 다수의 목소리인 여론을 살필 수 있는 가장 쉽고 빠른 창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포털사이트에서 이 기능들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국내 최대 점유율을 지닌 포
“안형, 파리를 사랑하십니까?” “김형, 꿈틀거리는 것을 사랑하십니까?”. 1960년대 겨울, 서울의 허름한 선술집에서 만난 청년들의 대화. 그런데 어딘가 부자연스럽고 괴이하다. 형체 없는 의미의 단순 배열이 대화의 주를 이룬다. 김승옥의 단편소설 에 등장하는 청년들의 대화다. 이들의 대화가 부자연스러운 데에는 이유가 있다. 연대가 소멸한 공간에 남겨진 냉소와 회의가 상실감과 허탈감을 유발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대적 배경이 다른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소설을
2020년 11월 30일, 제62대 서울캠 총학생회(총학) 성평등위원장으로서 임기 마지막 날이었다. 전 부총학생회장 성희롱 사건의 2차가해지목인 및 총학생회장의 파면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예정돼있었고, 중앙운영위원회 역시 해당 사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급히 날 호출했다. 정신없이 도착하느라 총학생회실(총실)에 있는지도 모른 채 회의실로 들어섰고, 논의 중 잠깐 총실을 나가려던 참이었다. 그때, 그 많은 사람들 중 2차 가해자도 함께 있다는 걸 알아챘다. 당황스러웠다. 분노는 그다음이었다. 사과는커녕 어떤 말도 꺼내지
내 나이 내년이면 불혹(不惑),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는 나이’란 뜻이다. 진정 불혹의 의미처럼 나이가 든 어른인지는 알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먹는 것이 나이이지만 마흔이 되어 간다는 것은 무겁게 어깨를 짓누르기 시작했고 그 절정은 올해 여름이었다. 그즈음 아주 신선한 신조어를 접하게 되었는데 그 단어는 ‘라떼형’, ‘나꼰’, ‘따꼰’, ‘젊꼰’ 등의 소위 꼰대에 관한 단어들이었다. 보통
온라인으로 온 세상이 동시에 연결돼있는 현시대에는 얼핏 보면 정보가 넘쳐나고 소통의 속도는 과속에 가깝게 빨라져 효율성이 높아진 것 같다. 하지만 이 안에서 옥석을 가려내서 새로운 문제의식을 제시 하는 일은 통찰력을 요구하는 큰 도전이다. 알고리즘과 매일 힘겨루기를 하는 이 시대는 진정 ‘에디터’의 시대인 것이다. ‘어린이의 눈높이에 서보다’라는 기사를 흥미롭게 봤다. 다소 진부한 제목이지만 아직 이 눈높이에 대한 사회적 배려가 충분히 작용하고 있지 않아 되새기는 의미가 있겠다. 다른 입장
시작은 미약하지만 그 끝은 창대하리라. 모두 잘 알고 있는 격언이다. 하지만 시작은 창대하지만 그 끝은 미약해지는 것이 현실이다. 누구나 시작은 성대하다. 매년 새로운 총학생회(총학)도 항상 시작은 성대했다. 그러나 그 끝은 어떤가? 끝까지 성대한 경우는 드물다. 시작과 끝 모두 창대해지기 위해서는 총학을 끝까지 지켜보고 피드백하는 중앙인이 되어야 한다. ‘이렇게까지 집요하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꼼꼼히 살피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 중대신문은 지난 제1982호 4면의 보도기획에서 제62대 서울캠 &lsquo
수강신청 제도에 새 바람이 불었다. 항상 말도, 탈도 많던 수강신청에 대학본부가 새로운 대책을 꺼내 든 것이다. 여석의 50%는 추첨 이관, 나머지는 선착순 신청. 꽤 그럴듯해 보이는 장바구니 추첨 이관제는 공정하다는 착각마저 들게 한다. 학생사회 반응은 안도와 원망으로 엇갈렸다. 운 좋은 학생은 안도했고 운 나쁜 학생은 원망했다. 운 나쁜 학생은 절반이 된 여석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해야 했다. 이것이 추첨 이관제가 기대한 공정한 수강신청인가. 운에 수강신청을 맡기는 제도를 해결책으로 가져온 대학본부는 책임을 회피하는 것과
결국 실납부액 약 1~1.5%에 해당하는 7.8억원을 ‘특별장학금’이란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지급하기로 등록금환불협의체에서 합의돼, 오는 4일 지급된다. 학생사회는 금액이 적다며 반발했다. 대학본부는 ‘재정 부족’이란 명목으로 증액이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는 핵심이 아니다. 첫째, 근본적 원인을 방임했다. 비대면 학사로 인한 교육권 침해가 학생들이 요구하는 등록금 환불의 주된 근거다. 대학본부가 학생 교육권 침해를 해결해주지 못한 것이다. 대학은 학생의 학업을 지원해 성장을 돕는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