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어려움엔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지난 10월 29일, 사진부 기획을 위해 이태원에 방문했다. 사고가 일어났던 장소엔 기자와 유튜버 등이 뒤엉켜 통행을 방해하고 있었다. 기자들의 사다리가 골목 입구를 틀어막아 정작 유가족들은 지나가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추모를 위한 장소에서, 추모보다 자신들의 취재를 우선시하는 기자들의 행위에 화가 났다. 하지만, 결국 나도 타인의 어려움을 그저 관찰하고 있다는 사실에 혼란스러웠다. 갈 곳 없어진 분노는 타인의 고통에 대해 고민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타인의 고통』의 저자인 수
11월 28일 제173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경쟁국 간의 1차 투표를 진행한 결과, 부산의 엑스포 유치는 실패로 막을 내렸다. 표심은 참담했다. 최종 개최지로 선정된 사우디아라비아(사우디)의 리야드가 BIE 182개국으로부터 119표를 얻었지만 부산은 사우디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한 29개국만의 지지에 그쳤다. 그러나 이번 엑스포 유치전은 결과만을 놓고 비판하기엔 부족할 만큼, 유치 준비부터 마무리 과정까지 온통 정부와 유관기관의 외교적 결례와 무능으로 뒤덮여 있었다. 11월 26일
보이는 것만 보고, 들리는 것만 들으며 사는 삶은 평온하다. 나 또한 그랬다. 세상엔 분명 여러 이야기가 있을 테고 그걸 모르진 않았다. 하지만 내겐 저녁 메뉴를 고르는 일이 더 중요했다. 사회면 위 시끄러운 사건들은 내 일이 아니었을뿐더러, 잘 알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신문사에 들어갔다. 매주 끝없이 생기는 취재 아이템을 보며 당장 학교에서만 해도 수많은 이야기가 생기고 있음을 깨달았다. 누군가 몰래 낙서한 그래피티부터 외국인 전임 교원 처우 문제까지. 학교에는 그저 내 일만 해치우며 살아갔더라면 영영 몰랐을 이야기들이 존
22일 SPC 그룹 계열사인 SPL 제빵공장에서 20대 외주 설비업체 직원 머리 위로 철제 컨베이어가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13개월 전 야간작업 도중 끼임 사고로 20대 노동자가 참혹하게 숨진 바로 그 공장이었다. 지난해 10월 SPL 노동자 사망 이후 인간성 잃은 SPC의 대처에 ‘죽음으로 만든 빵을 거부한다’며 SPC 계열사 불매운동이 전국에서 일었다. 이에 허영인 SPC 회장은 안전경영위원회를 만들고 작업 환경 개선에 1000억 원을 투자하겠다며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그러나 이는 불매운동을 잠재우기 위한 속 빈 조치였다.
17일 오전 전국 지방자치단체(지자체) 행정전산망이 일제히 마비돼 현장 민원 업무가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공개기반 정부인증서(GPKI) 시스템 장애로 지자체 공무원이 행정전산망 ‘새올’에 접속하지 못한 것이다. 이후 정부 온라인 민원서비스인 ‘정부24’ 역시 이날 오후 2시부터 전면 중단됐다. 모든 시스템의 운영이 정상화된 건 19일 오후였다. 사흘 동안 ‘디지털 강국’의 시간은 그대로 멈춰 있었다. 멈춰버린 사흘 내내 정부의 대응은 그저 무능할 뿐이었다. 사고 당일 주민센터가 문을 닫을 때까지 정부는 어떠한 공식 발표도 하지
우리는 순간의 기억으로 살아간다. 고된 나날 속에 꺼내는 앨범의 사진처럼. 기억은 우리를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한다. 기억은 명암이 있다. 같은 경험도 누군가는 밝은 빛으로, 혹은 어둡게 남겨진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결국 기억이다. 살면서 공통의 기억을 공유하는 일은 쉽지 않다. 저마다 삶의 위치와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억의 공유는 소중하다. 때때로 기억은 우리의 의지를 벗어나 공유되기도 한다. 수험생의 기억을 꺼낸다. 수험생의 기억. 그 뜨거운 순간은 누군가의 10대 마지막이자 20대 초반의 기억이다. 또한, 시간
최근 들어 언론의 공공성을 둘러싼 논쟁이 연일 우리 사회의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대신문을 펼치면서 대학 언론의 공공성은 무엇일까를 고민해 본다. 제2052호 뷰파인더에 실린 중대신문 기자들이 참여한 취약계층의 겨울나기 돕기 봉사활동 보도는 대학 언론의 공공성을 잘 보여준 기사로 평가된다. 대학에 입학하면서부터 취업을 걱정해야만 하는 청년들에게 캠퍼스는 더 이상 주변 이웃들과 사회적 약자들을 돌아보고, 이들의 고단함과 아픔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기능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대학이 중고등학교의 연장선상
바야흐로 디지털이 낳은 폭발적 변화의 시대다. 콘텐츠의 트렌드는 쉽게 바뀌고 사람들은 계속해서 새로운 페이지를 요구하며 새로고침 3초의 시간조차 참지 못한다.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에 관해 배우다 보면 빠른 속도를 추구하는 것이 과연 진정으로 옳은 일인가 자연히 의문을 가지게 된다. 이러한 논의 지점으로부터, 김초엽 작가의 2019년 작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에서 제목을 따왔다. 중대신문은 느림의 미학을 추구하는 대표적인 올드 미디어다. 물론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노력도 존재하지만, 1947년부터 꾸준히 캠퍼스 내
분쟁에 가려진 접경의 일상 십자군 원정은 공존과 교류 촉진해최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중동’이 발칵 뒤집혔다. 끝없는 분쟁의 장. 중동은 우리에게 그런 지역으로만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이상한 일이다. 과연 중동은 항상 분쟁지역이었는가? 분명 중동에서 분쟁의 역사는 복잡하고도 민감한 주제이다. 하지만 그 뒷면을 보면 공존의 역사도 찾을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십자군 원정이다. 오늘 우리는 십자군 원정을 통해 중동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무슬림에게 정복당한 성지 예루살렘을 탈환한다는 명분으
해적,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사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에게 해적이란 상상 속의 동물에 가까워서, 한 톨의 역사적 지식 위에 각종 매체에서 꾸며낸 이미지를 되는대로 덧입혀 악당에서 영웅까지 이도 저도 아닌 형상으로 살아날 테다. 후크 선장의 무시무시한 갈고리, 럼주를 끼고 사는 잭 스패로우의 알코올 중독증, 명랑 소년 루피의 패기로움이 출처를 감추고 한데 뒤섞인다. 어딘가에는 따뜻하고 정의로운 세상을 꿈꾸는 전우치 같은 해적도 있겠지. 내게도 해적이 있다. 뮤지컬 의 캡틴 칼리코 잭. 한때 아르바이트했던 업장에는 장애인 고
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가. 주 6일이라는 시간을 할애하는 건 내 생의 조각들을 당신으로 물들이는 일이다. 오랜 시간 동안 너는 나의 일부였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너를 아주 단념하기로 마음먹었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모든 순간을 사랑하려 하는 사람은 결국 네 곁을 떠나게 되리라. 너의 결함마저 품어내는 법을 이제는 알고 있으므로, 나는 너와 작별하지 않는다. 숱한 좌절 끝에 드문 성취를 해내고야 마는 너는 인생을 닮아있더라. 성패의 여부가 불확실한 땅에서 기꺼이 공을 던지고, 치고, 잡는다. 몸을 던져내는 투혼은 지켜보는 사
날 선 바람이 두 뺨을 스치는 계절이 찾아왔습니다. 기자는 작년 이맘때를 떠올립니다. 딱 지금만큼 날이 쌀쌀해지던 무렵. 기자는 자퇴를 결심했습니다. 꿈이 있고 또 욕심이 있다는 건 얼마나 멋진 일일까요? 자기 자신을 위해, 때로는 남을 위해 무엇이든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은 주위의 존경을 사고 누군가의 우상이 되겠지요. 갓 사회로 나온 청년들은 끊임없이 그런 우상을 닮아가려 노력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대학 사회에 처음 발을 디딘 청년들은 이런 착각에 빠집니다. 모두가 같은 직종을 꿈꾸고, 같은 관심사를 공유하고 또 같은 것만 보
종이신문은 마치 지도와 같아서 지면의 면적과 위치로 기사의 비중을 가늠할 수 있다. 제2051호 1면 커버스토리는 의대 입학 정원 확대에 관한 것이고, 4면 보도기획에서 그 논의 과정을 시기별로 정리하면서 다른 입장들을 고루 다뤘다. 균형감은 있지만 좀 건조한 것 같은 아쉬움은, ‘뉴스 에필로그’에서 각 입장의 대립지점을 견주면서 그 각축이 국민을 이롭게 하는 결실로 귀결돼야 한다는 보도부장의 일갈로 해소됐다. 이 주제는 보건의료 시스템과 사회보험, 다양한 집단들의 이해관계, 지역별 보건의료 자원의 불균형, 국민건강의 형평성 등과
고양이, 나는 고양이가 좋다. 그중에서도 단연 길고양이가 좋다. 자유롭게 거리를 활보하면서 편견 없이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길고양이의 삶이 부럽다. 자주 세상으로부터 도망쳐야만 하는 건 조금 불편하겠지만, 그만큼 다양한 것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11월 6일 발행된 제2050호에는 인권 문화제와 관련된 기사가 1면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읽는 내내 중대신문이 소외된 것들에 집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김지우 기자의 실버존 기사가 인상 깊다. 노인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지금, 그 누구도 시간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여러분은 대학 생활 중 인생 강의가 있으신가요? 저는 수년 전 들은 글쓰기 교양 강의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정년을 앞두신 교양대학 노교수님의 강의. 글은 자고로 직접 느끼고 써봐야 한다며 두 편의 에세이를 쓰게 한 뒤 이 중 하나를 발표시키시고, 이를 바탕으로 지필고사까지 내시던 교수님이셨습니다. 그저 학생들의 무난한 평점을 보고 신청한 이 강의가 제 인생 가치관을 잡아주는 ‘인생’ 강의가 될 줄은 몰랐네요. 매일 같이 양복을 다려 입으시고 수업보다 30분 일찍 와서 강의실에 계시던 교수님. 젊은 사람들을 마주하려면 깔끔하게라도
일본 경제의 암흑기 ‘잃어버린 30년’의 배경 ‘플라자 합의’는 역대 가장 친미 성향을 보인 나카소네 야스히로 총리 시절에 이루어졌다. 나카소네 총리는 스스로 방위비 분담 의사를 보인 데다 소련의 위협에 맞서 일본을 ‘불침 항모’로 만들겠다며 무장을 시작해 미국의 환심을 산다. 결국 미국은 가장 친미적인 일본 총리를 압박해 일본 경제를 부러뜨려 버린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친미반중 기조를 명확히 했다. 가치와 동맹을 중시하는 외교는 언뜻 듣기는 좋으나 그것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서는 고도의 외교적 감각이 필요하다. 롤모델은 이미 존
연말이 다가오면 취업준비생들의 스트레스는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최근 한 취업준비생 설문조사에 따르면 생활비 다음으로 자괴·불안감이 가장 힘든 점으로 조사됐다. 이런 불안감과 스트레스가 가득한 취업 준비 생활은 말 그대로 이를 악물게 해 턱 근육에 부담을 준다. 여기에 턱을 괴고 공부하는 행동, 옆으로 누워 스마트폰을 보는 행위 등 신체 균형을 무너뜨리는 습관이 더해지면 턱관절 장애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턱관절 장애란 턱을 둘러싼 뼈와 근육, 관절이 손상을 입거나 균형이 틀어진 상태를 뜻한다. 턱관절을 움직일 때마
박민 KBS 사장이 취임 하루 만에 대국민 기자회견을 열고 그간의 불공정 편파 보도에 대해 사과했다. 박민 사장은 사과의 배경에 대해 KBS가 공영방송의 핵심인 공정성을 훼손해 국민의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불공정한 보도로 물의를 일으킨 기자나 PD를 업무에서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박민 사장의 발언을 진정한 사과로 해석할 수 없는 이유는 그의 임명 과정과 행보에 있다. 박민 사장의 취임은 정부가 방송 장악을 위해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와 KBS 이사회를 구성한 과정과 궤를 같이한다. 정권 친화적인 인사로 채워진 방
6월 19일 이규민 한국교육평가원장이 사퇴를 발표했다. 모의평가 난이도를 이유로 교육평가위원장이 사퇴한 최초의 사례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5개월 앞둔 시점이었다. 이 사상 초유의 사태는 당월 15일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으로 시작됐다. 윤 대통령은 수능을 두고 “변별력은 갖추되 공교육에서 다루지 않는 내용은 배제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교육부 인재정책기획관 경질과 출제기관 감사 계획이 발표되며 교육계는 혼란스러워졌다. 당해 모의평가를 바탕으로 수능 문제를 예측해야 하는 수험생의 입장에서 기습적인 출제 기조 변화
어떤 날은 막힘없이 10매 분량의 글을 뚝딱 완성하는 날이 있는가 하면 첫 문장을 쓰고 고치다가 또 지워버리는 날도 있습니다. 글이 영 안 잡히는 날은 3매의 아주 짧은 글도 한참을 붙잡고 앉아있죠. 그러나 매주가 바삐 돌아가는 중대신문에서는 ‘글이 잘 써지는 날’을 기다릴 수가 없습니다. 마감기한까지 반드시 글을 써야 하므로 의자에 나를 묶어두고 꾸역꾸역 단어들을 토해냅니다. 중대신문엔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 참 많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매주 월요일 눈에 불을 켜고 학내 이슈를 찾아 보도면을 채워가야만 합니다. 화요일 취재원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