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상대를 평가하는 일은 어느새 유별난 일이 아니다. 유별나지 않아 그대로 무뎌졌을까? 수많은 감정의 소용돌이 속 뿌리박힌 기준, 곧 모든 경계는 녹고 있는 빙하처럼 잔뜩 틈이 벌어진 채로 깊은 골을 만들고 있다. 남과 여의 경계, 흑과 백의 경계, 노와 소의 경계. 어떤 이들은 성급하게도, 자신과 상반된다고 정의한 것들은 서로의 속에 녹아들 수 없다는 결론을 짓곤 한다. 최근 이러한 배척은 소위 말하는 ‘물타기’로 번지기도 하며 수많은 갈등을 낳고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우리의 세상에
‘학보사? 그거 하면 뭐 있어?’ 지난 1년간 매주 금, 토요일을 기사 마감과 조판으로 시간을 보내는 기자를 보고 주변 지인들이 하는 말입니다. 그럴 때마다 기자는 멋쩍은 미소로 대답을 대신했죠. 기자이기는 하나, 학생 신분에서 수행하기 때문에 학생이라는 그림자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현실입니다. 학보사 조직이 대학 사회에서 위치가 애매한 점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대학본부의 행보를 날카로운 시선으로 바라봐야 하지만, 대학본부로부터 예산과 공간을 제공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입니다. 종종 대학본부를 비판하는 논조로 기사를
수강신청 전 수업 유형 공개했어야학습권 보장하는 섬세한 계획 필요대학본부는 대면 수업 전환을 선언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약 2년 만의 일이다. 입학과 동시에 비대면 학사가 시작된 20학번 학생 일부는 3학년이 돼서야 강의실 문턱을 밟게 됐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등장으로 확진자 수가 빠르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섣부른 결정이라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대학 교육의 본질이 상당 부분 붕괴된 현시점에서 대면 학사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문제는 학사운영 공지가 1월 28일에 전달됐다는 점이다. 지방 혹은 해외에 거주 중인 학생들에게는
가히 인간적인 세상입니다. 정확히는 인간 ‘중심’적인 세상이죠. 인간은 스스로 자연의 일부라며 주변의 동식물과 공존한다고 생각합니다. 맞습니다. 인간은 동식물과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필요와 선택에 의해 존재하고 있습니다. 참 ‘인간적인’ 모습이죠. 지난 학기 뉴미디어부에서 생태적 감수성 영상을 제작하며 환경 문제에 눈을 돌렸습니다. 이번 학기에는 폐어구, 공장식 축산업 등 사진 기획을 하며 환경 문제를 꼬집었죠. 대부분 기획 기사가 그렇듯, 문제의 원인과 해결방안을 찾아야
중대신문 기고 청탁을 받고 중대신문 제2005호 한 부를 꼼꼼하게 읽어봤다. SNS상에 링크 형태로 올라온 기사 중 관심이 가는 것을 하나씩 읽어본 적은 있어도, 한 부에 있는 모든 기사를 다 읽어본 적은 처음인 것 같다. 그동안 읽었던 기사는 모두 중앙대 내부 사정과 관련돼서 학내 신문은 당연히 ‘학교의 소리’만 담고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중대신문은 학교뿐만 아니라 다양한 ‘세상의 소리’를 담은 하나의 번듯한 언론이었다. 신문 1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학생자치 기사, 새로운 을지로의
정책학에 ‘무의사결정’이라는 개념이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것’이라는 말이다. 요즘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것이 유행이다. 동아리 성폭력 사건에 피해자와 가해자 둘 다 학생회관 출입금지를 내리는 동아리연합회, ‘총학생회장 산하기구’ 폐지안에 입장이 없다며 자랑스레 입장문까지 내는 총학생회(총학), 교수-학생 성폭력사건에 연대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학생회. 이런 일들이 중앙대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천장 마감판 문제, 도돌이표 큰 화 막기 위해 철저한 조치 선행돼야벌써 세 번째다. 지난해 4월 310관(100주년기념관) 외부 천장 마감판이 일부 탈락했고 당해 9월 310관 외부 천장 마감재가 태풍에 흔들렸다. 대학본부는 거듭 점검했다고 말했으나 최근 또다시 같은 장소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천장 마감재 일부 모서리가 떨어진 것이다. 310관 외부 천장에 발생한 세 사고 모두 인명피해는 없었다. 천만다행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운 좋게 피해를 피할 수 있겠는가. 대학본부는 이번 사고에 관해 바람이 세게 불어 발생했다며 크게 위험한
또 새로운 변이가 나타났다. 벌써 13번째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일상 앞에 다가왔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부근에서 발견된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는 전 세계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 일부 국가는 황급히 입국 제한 조치를 했지만 그동안의 경험을 미뤄보아 유명무실이 될 가능성이 크다. 11월 1일부터 정부가 실시한 단계적 일상회복과 연말 특수를 노린 자영업자 및 여행업 종사자들은 또다시 어려움에 빠졌다. 2년여간 지속한 거리두기로 모두가 지쳐가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에 갇혀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번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는
보도 사진이란 사진을 사실 전달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으로 신속한 보도를 목적으로 하는 신문 또는 주간지, 월간지 등에 실리는 저널리즘 뉴스 사진을 가리킨다. 필자는 평소 보도 사진에 관심이 많기에 꼭 한번쯤 직접 찍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 보도 사진 중에서도 특히 원하는 날에 마음대로 찍을 수 없는 특별한 날의 사진을 담고 싶었다. 그러던 중 최근 단 하루, 오직 대한민국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을 담기 위해 아침 일찍 카메라를 챙겼다. 바로 수능 당일 수험장 앞 풍경이다. 지각한 수험생들은 경찰차나 오토바이를 타고 시험을 치
‘대학언론이란 무엇인가?’ 1년이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학보사에서 활동하며 끊임없이 생각했던 질문이다. 대학언론은 학내 구성원에게 다양한 소식들을 전달하는 정보통의 역할, 학생 사회의 일을 조명하고 그를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비평가의 역할, 그리고 대학을 넘어 우리 사회를 비추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중대신문의 첫 장을 펼쳤을 때, 중대신문은 중앙대 양캠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제2003호 와 기사에서는 학내 화재 대비 실
중앙대 학생이라면 인하대의 마스코트 ‘안뇽’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안뇽은 ‘푸앙이’와 매우 유사한 생김새에 일러스트까지 트레이싱한 듯 유사해 많은 중앙대 학생들이 푸앙이를 표절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창작물의 표절은 딱 잘라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생각해보면 용을 모티브로 한 캐릭터는 강아지나 고양이 캐릭터와는 달리 대체로 유사하게 생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부분 사슴 모양의 뿔, 수염, 공룡을 닮은 듯한 몸체로 용인시의 ‘조아용’ 캐릭터와
23일 아침 제11·12대 대한민국 대통령을 지낸 전두환씨가 사망했다. 그의 정치적 동반자였던 노태우씨가 세상을 떠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을 때였다. 전두환씨는 5.18 민주화운동 영령과 민주화를 위해 투쟁하다가 희생한 사람들을 향해 어떠한 사죄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전두환씨의 죽음은 면죄부가 될 수 없다. 면죄부가 돼서도 안 된다. 이미 그는 역사의 씻을 수 없는 과오를 남겼고 그 역사적 부담은 후손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됐다. 그는 죽어서도 부끄러움을 느껴야 할 것이다. 씻을 수 없는 역사적 부담을 후손들에게 남기고
“힘들고 우울할 땐 손가락을 봐, 그리고 한 손가락 한 손가락 움직여. 그럼 참 신비롭게 느껴진다. 아무것도 못할 것 같은데 손가락은 움직일 수 있어.” 영화 속 영지의 대사입니다. 벌새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몸집을 가진 조류임에도 하루에 자기 몸의 3분의 2 정도로 꿀을 먹습니다. 살기 위해 그만큼 부지런히 움직여야 하고, 땅에 곤두박질치지 않기 위해 작고 얇은 날개로 숨 가쁘게 날갯짓을 하죠. 벌새의 모습에서 현실에 치여 쉴 새 없이 나아갈 수밖에 없는 우리의 모습이 떠오른 건 기자의 오만한 착각에
참으로 안타까운 기사가! 제2001호의 1면 헤드라인이 ‘닫혀버린 성평등위원회의 문’이었고 제2002호의 1면 헤드라인이 ‘오늘도 중앙대 성평등의 뿌리를 논의한다’였다. 서울캠 확대운영위원회에서 성평등위원회 폐지를 결정했다고 한다. 그간 적지 않은 일을 했었고 앞으로 할 일도 있을 텐데 폐지를 안타깝게 생각한다. 이유가 있었을 것이며, 학생들의 결정에 토를 달고 싶진 않다. 다만 어떤 방식으로건 학생들의 의지처가 생겨나길 바란다. 아주 민감한 문제인데 5명의 기자가 관련 기사를 참으로 성의
비대면 학사가 진행된 지 벌써 두 해째다. 어느 날 학교 소식을 기웃거리던 중 310관(100주년기념관) 참슬기식당과 카우버거에서 비건 학식을 제공한다는 반가운 기사를 보았다. 이제 정문까지 나가지 않아도 비건 식사를 할 수 있게 됐구나 싶어 신이 났다. 비거니즘이란 모든 동물의 삶을 존중하고, 착취에 반대하는 삶의 방식이자 철학이다. 나는 ‘비건 지향인’이다. 시작의 순간은 이제 흐려졌다. 자연스러운 시작이었고 실천하지 못한 날도 많았기 때문이다. 종종 스스로를 비건이라 말하기 부끄러웠다. 소심하게 메뉴를 골
정책자료집 4장? 질도 부족하다 15분짜리 공청회, 유의미했나다음해 안성캠 학생 자치를 이끌 제64대 안성캠 총학생회(총학) 선거가 오는 23일부터 2일간 진행될 예정이다. ‘라이트’ 선거운동본부(선본)가 총학 선거에 유일하게 출마했으나 그들의 공약과 공청회는 미미했다. 양과 질 모두 가벼운 정책자료집은 라이트 선본의 이름에 걸맞았다. 라이트 선본의 정책자료집은 4장에 불과했다. 라이트 선본 소개를 제외하면 공약 설명은 2장이다. 라이트 선본이 공약을 ‘어떻게’ 실현해 나갈지 구체적인 내용
어느샌가 영화관에 매표창구가 사라져있었다. 웃으며 고객을 맞아주던 매표 직원의 빈자리는 커다란 스크린이 차지하고 있었다. 영화관만이 아니었다. 자주 가는 식당이나 카페, 터미널과 기차역 등에서도 키오스크가 사람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기자는 처음 키오스크를 이용해 결제하며 어려움을 느꼈다. 하지만 누구도 키오스크 조작을 알려주지 않았다. 옆 키오스크에서도 노부부가 이를 조작하는 데 불편함을 겪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을 도와줄 직원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기자가 노부부를 도와줘야만 했다. 하마터면 관객이 돈이 있음에도 표를 구매하
기자는 스포츠 ‘찐팬’입니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손을 잡고 처음 간 야구장. 시험 전날에도 달려간 축구장. 야간 자율학습을 내팽개치고 간 배구장. 기자의 삶에는 스포츠가 덕지덕지 붙여져 있었습니다. 그런 기자가 최근 스포츠와 거리두기를 선언했습니다. 요즘 들어 종목을 막론하고 스포츠맨십에 어긋난 행동을 보인 선수들이 많았죠. 지난해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NC 다이노스의 1차 지명자로 김유성씨가 지명됐습니다. 키 189cm에 150km의 공을 던지는 이 선수. 알고 보니 중학교 시절 후배를 폭행한 &lsq
올해에도 어김없이 수능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수능을 세 번이나 친 기자는 대학생으로서 맞는 수능 날의 감회가 새롭습니다. 수능 날 아침 얼굴에 닿았던 찬 공기, 과목 하나씩 치를 때마다 달아오르던 열기, 시험장을 나갈 때 뉘엿뉘엿한 하늘을 보며 느끼던 많은 감정이 아직도 가슴 속에 생생하게 남아있습니다. 그런데 수능 때마다 뉴스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이슈가 있습니다. 바로 부정행위 관련 기사인데요. 불과 지난해 수능만 봐도 교육부에서는 부정행위 232건이 발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그 중 ‘4교시 응시 방법 위반&rs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