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와 나의 첫 만남은 15년 전, 어느 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개강 날 아침, 설레는 마음을 혼자 감당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새내기 배움터에서 친해진 동기 몇 명을 청룡연못에서 기다렸다가 함께 강의실로 갔다. 그날 교수님은 이제 막 대학생이 된 우리에게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물어보셨고, 우리는 미팅, 소개팅, MT, 동아리, 클럽과 같은 저마다의 캠퍼스 낭만을 이야기했다. 그 당시 우리가 꿈꿨던 대학 생활은 청춘 드라마의 한 장면과 다를 바 없었고, 나의 첫 학기는 실제로도 그랬다. 나와 동기들은 밤낮으로 붙어 다니며 우
2020년 공대 재학생 중 여성 비율은 역대 최고치인 약 20.1%로 집계되었다. 여성 공대생이 약 1.2%밖에 되지 않았던 1980년에 비하면 엄청난 발전이다. 하지만 이러한 엄청난 발전에도 자동차공학(약 5.2%)·기계공학(약 8.3%)·항공학(약 9.5%)에서의 여학생 비율이 10%를 채 넘기지 못하는 것으로 보아 여성들이 공대를 기피하는 현상은 여전해 보인다. 한 칼럼에서는 여성의 공대 기피 현상은 남성 중심적 교육 과정과 취업 시장에서의 성차별이 원인이라 말한다. 그러나 해당 주장은 다소 억지스럽다
요새는 반가운 얼굴들을 더 자주 본다. 대면 학사가 시작되며 보고 싶던 이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매일 함께 식사한다. 나 또한 식사를 핑계로 너에게 더 자주 연락한다. 그렇게 너와 만나면 자연스럽게 비건 식당을 찾거나, 비건 옵션이 있는 식당으로 향한다. 다른 친구들과 만날 때와는 다른 풍경이다. 여느 식당이 그렇듯, 들어서면 맛있는 냄새가 풍긴다. 육식 메뉴를 선택할 수 있더라도, 네가 입대는 음식이 아니더라도 최대한 덩어리째로 나오는 고기는 피하고 메뉴를 정한다. 메뉴가 나오면 맛있겠다고 호들갑 떨며 수다를 곁들인 식사를 즐긴다.
2월 25일 MBC 유튜브 뉴스 채널인 ‘엠빅뉴스’는 이라는 영상을 게재했다. ‘엠빅뉴스’는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정치 경험이 전무한 코미디언에서 대통령이 된 드라마 같은 스토리의 주인공이지만 전쟁 발발로 아마추어 같은 그의 정치 행보가 비판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비판의 요지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정부 요직을 비전문가 측근들로 채웠다는 점이다. 핵심이 돼야 할 러시아와의 국제 관계 속 대통령의 정치적 행보에 관한 분석은 없었다. 물론 언론사는 대통
최근 한 OTT 플랫폼에서 방영한 드라마 이 화두에 올랐다. 드라마는 한 판사를 주인공으로 소년범 사건을 다루며 정의와 형벌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에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관한 이슈도 다시금 떠올랐다. 「형법」 제9조에 따르면, 만 14세 미만이 저지른 행위는 처벌하지 않는다. 촉법소년은 10세부터 14세 미만의 소년이며, 이들은 법에 저촉되는 행위를 하더라도 소년부의 보호사건으로 심리한다. 소년부에 송치된 소년은 1호 ‘보호자 의무’부터 10호 최대 2년의 &lsq
방학을 보내던 어느 날, 중대신문 기고 요청을 받았다. 전공을 제외하고는 관심 있는 분야가 특별히 없었기에 글의 주제를 무엇으로 할지 머리를 쥐어짜던 중, 의대 전공과목 중 인상 깊었던 ‘의사와 사회’ 과목이 떠올랐다. 이 수업에서는 좋은 의사가 갖추어야 할 자질에 대해 배웠지만, 의대생이기 전에 사회 구성원 중 하나로서 대인관계에 도움이 될 만한 내용도 많았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약지 손톱 주위 피부가 곪아 병원에 가서 손톱을 뺀 적이 있다. 손톱을 빼는 것이 대단히 위험하거나 힘든 수술은 아니지만, 손톱
여우네 집에 초대받은 두루미를 기억할 것이다. 접시에 든 수프를 먹지 못하는 두루미를 의아해한 여우. 두루미가 먹지 못했던 것까지 대신 먹었다고 전해진다. 직접 물어본 적은 없기에 속내야 모르지만 여우도 할 말은 있을 것이다. 설마 두루미를 골탕 먹이려고 일부러 그랬기야 했겠는가? 아마도 손님맞이 음식 준비에만 신경을 쓰느라 본의 아니게 그릇까지는 미처 준비가 미흡했던 걸지도 모른다. 선량한 존재도 경험의 한계를 초월해 타인을 이해하는 건 쉽지 않으니까. 유학생들과 우연히 한 팀이 돼 ‘팀플’을 해본 적이 있다
얼마 전 이사 온 동네에는 천이 흐른다. 천을 따라 난 긴 산책로를 걷다 보면 중대백로와 흰뺨검둥오리를 만날 수 있다. 마주치면 피하기 바빴던 비둘기 떼와 달리 이런 야생동물은 가까이서 볼수록 신기하다. 처음에는 왜가리나 청둥오리쯤으로 생각했는데 실은 독특한 수식어를 가진 백로와 오리였다. 흰뺨검둥오리 1마리가 가만히 있길래 조용히 다가가 후추 알처럼 까만 눈망울, 줄무늬가 나 있는 얼굴, 노란 부리 끝, 진한 오렌지색 다리를 찬찬히 뜯어보았다. ‘청둥오리처럼 얼굴이 푸르지 않네’라고 생각하던 찰나 저만치 예닐
기고문 청탁을 받고 중대신문 제2008호를 읽어 봤다. 부끄럽지만 학교 신문을 읽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지면은 교내 이슈뿐만 아니라 사회적 이슈까지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특히 문화면에서 젠더 감수성이 결여된 광고를 다룬 기사를 보며 아직도 우리 사회에 잘못된 고정관념이 만연하다는 것을 느꼈다. 이처럼 중대신문은 무심히 지나쳤던 문제에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반면 뉴미디어 콘텐츠는 아쉬운 점이 보였다. 9년 만에 돌아온 팟캐스트 ‘CAUON AIR’는 한국 신진 작가의 작품에 대해
역대 최소 득표 차로 제20대 대통령 선거(대선)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당선됐다. 정권교체 여론이 다수였음에도 접전이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2030’의 표심이 ‘혐오 정치’를 심판했다는 분석도 존재했다. 그간 국민의힘은 ‘세대포위론’이라는 이름으로 반성평등 정서를 공략했다.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부터 윤석열 당선인은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주장했다. OECD 국가 중 성별 임금 격차 1위인 한국의 대선 후보가 구조적 성차별의 존재를 모를 리 없다. 모른다면
또다시 중앙감사위원회(중감위)의 정기감사가 실시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제2대 중감위 인력이 모두 사퇴한 지난 학기에 이어 감사 공백이 발생한 셈이다. 현재 중감위가 학생사회에서 갖는 위치가 모호하다는 점은 명확하다. 별도로 공간조차 제공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더불어 중감위원장과 중감위원은 피감사기구로부터 선발된다. 이렇듯 중감위의 독립성을 보장받지 못하는 여건은 독립적인 감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중감위의 기구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선 독립적인 중감위원 선발권을 보장해줘야 한다. 일부 학생들은 각
어떤 깨달음은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온다. 거센 비바람이 불던 날, 평화로운 카페 안에서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던 때였다. 한 여성이 카페 안으로 들어오지 못한 채 문 앞을 서성이고 있었다. 세차게 내리는 빗속에서도 한참을 머뭇거리는 그의 발걸음에 의아했으나, 이내 어린아이의 손을 잡고 있음을 알아채고 불현듯 ‘혹시 이 카페 노키즈존(No Kids Zone)인가?’라는 생각이 스쳐갔다. 너무나도 포근하게만 느껴졌던 카페 안의 시트러스 향이 괜스레 불쾌했다. 부끄러웠다. 누군가의 권리를 무심히 짓밟은 채 &lsqu
3월이다. 부쩍 따뜻해진 날씨 덕에 이제 패딩 점퍼를 입으면 덥다. 그동안 추위를 막아주었던 패딩 점퍼가 할 일을 마치고 옷장에 들어갈 때가 왔다. 열심히 살아온 것을 증명하듯 서너 달을 동고동락한 외투의 소매 끝에 때가 많이 꼈다. 매년 이맘때 겨우내 입었던 겉옷을 세탁소에 맡기면서 봄을 맞이해왔다. 세탁소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우리 가족이 오랫동안 단골이었던 세탁소 사장님이다. 세탁소 사장님과의 인연은 이사를 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기억한다. 몇 년 전 겨울에 이사를 갔던 우리 가족은 외투를 어느 세탁소에 맡길지 고민
지난해는 코로나19로 인해 대부분의 대학 수업이 비대면으로 진행되고 각종 행사가 취소되는 등 서로 간의 접촉을 최소화하며 생활하였다. 그러다 보니, 신입생이었던 나에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쉽게 다가오지 않았다. 결국, 집에서 강의만 듣고 아무런 대학 생활도 하지 않으며 한 학기를 흘려보낸 채로 방학이 찾아왔다.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고 꿈에 그리던 대학에 입학했지만, 하나의 학기를 마친 나는 반년이 지났음에도 아무 생각 없이 놀기만 했던 입시가 막 끝난 시절과 별반 다를 게 없다고 느꼈다. 학교는 물론 학과에 대한 소속감도
아쉬운 소리지만, 지면 검색 과정부터 녹록지 않았다. 웹사이트에 들어갔지만, 마주한 것은 학교 출판물·자료와 뒤섞인 중대신문 지면이었다. 가까스로 찾았지만, PDF 파일이 없었다. 확대·축소 기능도 자유도가 떨어졌다. 지면 PDF 수요가 많진 않겠지만, 대부분의 학보사가 PDF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분명 의외다. 조속히 접근성 문제가 해결되길 바란다. 주된 인상은 ‘콘텐츠가 풍부하다’였다. 덕분에 읽는 재미를 잡았다. 보도 역시 드라이하게 주요 사건들을 잘 정리해서 전하고 있다. 다만 분
「대한민국헌법」 제24조는 모든 국민의 선거권을 보장한다. 그러나 모두가 투표장 앞에서 평등한 것은 아니다. 특히 장애인을 고려하지 않은 선거공보와 방침은 불친절하다. 선거철마다 후보들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 나라를 만들겠다 하지만 실상 투표과정에서조차 배제되고 있다. 우선 장애인은 후보자의 선거 공약과 정보에 접근하기 어렵다. 제20대 대통령선거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선거공보를 모두 제출한 후보는 12명 중 단 3명뿐이었다. 한자어와 외래어가 가득한 선거 공보물은 발달장애인에게 불친절하다고 지적돼왔지만 여전히 시정되지 않았다. 대선후
최근 대학별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대면 학사를 이전에 경험한 세대, 일명 코로나 학번이라고 불리는 세대로 분리돼 분열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대면 학사를 경험하지 못한 학번을 ‘고등학교 N학년’으로 낮춰 표현하는 등 이들의 갈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게시물이 올라오기도 했다. 개인의 문제를 특정 학번 전체의 문제로 일반화하는 모습이 비춰졌다. 이번 학기는 대면 학사로의 과도기다. 어느 정도의 혼란은 이미 예기됐다. 비대면 학사로 인해 선후배 간 교류는 사실상 사라졌다. 이에 정보를 획득할 창구가 사라진 학생들은
3월입니다. 매서웠던 추위가 가고 하나둘씩 옷차림이 가벼워지고 있습니다. 가벼워지는 옷차림과 달리 아직 마스크는 벗어내지 못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여전히 마스크를 착용함에도 불구하고 최근 2년간 맡지 못했던 향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바로 새 학기의 향기입니다. 대면 학사가 시작됐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으로 운영됐던 학사가 끝을 맺고 많은 학생이 강의실에 발을 들였습니다. 강의실이 처음인 학생도 다수입니다. 상상 속 캠퍼스 라이프와 달랐던 온라인 대학 생활을 청산하고 밖으로 나올 기회가 주어진 것인데요. 다만 모두가 얼굴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