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일 제8대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진다. 10일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지역별 자치단체도 새로 꾸려질 채비를 하고 있다. 정당별 후보자 공천도 갈무리돼 후보자들의 유세가 한창이다. 그러나 사회 속 다양한 계층의 목소리를 대표할 후보자는 부족하다. 지방선거 출마 후보자는 특정 성별과 연령대에 편중됐다. 후보자 가운데 여성 비율은 약 27.5%로 10명 중 3명도 채 되지 않는 비율이다. 지난 제7대 지방선거보다 약 2.3%p 증가했지만,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다. 평균 연령 또한 약 54세로, 특히 기초단체장 후보자는 평균 60
‘NO ROOM FOR RACISM’과 ‘RESPECT’, 근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축구 중계를 보면 자주 눈에 보이는 단어다. 예전부터 큰 사회 문제였던 인종차별 및 혐오 범죄를 바로 잡고자 하는 축구계의 캠페인이다. 이 두 문구는 경기 중계 배너뿐만 아니라 선수들의 유니폼 등 여러 곳에서 볼 수 있다. 기자가 가진 한 해외 축구팀 유니폼의 소매에도 ‘NO ROOM FOR RACISM’이라는 문구가 새겨졌다. 이는 반대쪽에 적힌 상업광고 문구보다 더 빛나고
‘엑스트라만 6번 연기할 정도로 작은 일에도 진심인 사람, 이혜정입니다.’ 방송국 인턴 면접에서 최종탈락한 후, 뭐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지원한 중대신문 면접에서 했던 자기소개의 첫마디였다. 영화 동아리에서 엑스트라를 연기한 것도, 작은 일에 진심인 것도 사실이었지만 엑스트라를 자처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오히려 특별함에 집착하곤 했다. 영영 평범한 사람이 될까 무서웠다. 한편 엑스트라와 비슷한 말 중 ‘모브(モブ)’라는 단어가 있다. 창작물 속 등장인물을 제외한 이름 없는 엑스트라의 무리
아빠는 지금 해파랑길 45코스의 시작점인 강원도 속초시 해맞이공원에 있다. 목적지는 장사항, 총거리는 약 17.5km이고 예상 소요시간은 6시간이다. 하늘은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것 같이 찌푸려져 있다. 신발 끈을 바짝 조이고 배낭을 고쳐 매고 긴 심호흡을 한다. 그리고 이어폰에는 지금 이 순간을 위해 아껴 둔 정밀아의 1집 음악이 흐른다. 이제 걸을 준비는 모두 마쳤다. 출발이다. 네가 입학한 2020년은 오늘처럼 앞이 뿌옇고 우울한 습기가 대기에 가득한 날들의 반복이었지. 입학한 대학 근처도 제대로 못 가본 너에게 밥 약속, M
“진화는 진보가 아닌, 다양성의 증가다.” 이는 ‘진화는 진보이며 인간은 가장 우월한 존재’라는 전통적 관점에 반기를 든 스티븐 제이 굴드의 주장이다. 『풀하우스』에서 드러난 그의 주장을 집약한 문장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러한 굴드의 주장은 진화에는 어떠한 ‘경향’이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에 대한 도전이었으며, 인간 중심적 사고에 대한 경고였다. 굴드는 『풀하우스』의 독자들을 ‘로열스트레이트플러시 패’를 쥔 포커 참여자에 빗댔다. 『풀하우스』를
‘Q의 곁에는 A가 있어.’ 난 이걸 Q라는 사람 곁에 항상 얼쩡거리는 A 정도로 생각했다. 오랜만에 펼쳐 든 중대신문 제2013호를 넘기다 문득 라는 칼럼에 꽂혔다. 원글은 질문(Q) 곁에는 답(A)이 따라온다는 교훈적인 이야기고, 대략 속물이 아닌 사람은 Q와 A의 의미를 즉시 알아챘으리라. Q의 곁에는 항상 A가 있듯이 질문하면 답이 같이 오면 좋으련만 이건 나의 일상과는 거리가 멀고, 아마 타인들도 별반 다르지 않을까 싶다. 일단 너무 많은 Q가 나타난다. 일과 연관된 비교
2년 만에 강의실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익숙했던 강의실이 2년간 면접이나 회의가 있을 때만 들어가는 곳이 돼 버렸다. 오랜만에 강의실에서 수업을 진행하니 모든 것이 낯설게 느껴졌다. 그토록 익숙했던 전자교탁도 어딘가 낯설고 마스크를 쓰고 만나는 학생들도 낯설기는 매한가지였다. 그래도 개강하고 두 달여의 시간을 쌓아가는 동안 익숙한 감각을 되찾고 있다. 2020년 2월, ‘에버렉’이라는 프로그램을 깔고 웹캠을 컴퓨터에 설치하고 여러 종의 마이크를 구입해 시행착오를 겪으며 동영상 강의를 찍었다. 동영상 속 내
누구나 처음은 어렵다. 내가 마주하지 못한 상황들 속에서 그것을 직면해 그에 대한 느낀 점이 생기고, 그런 상황들은 한 개인의 경험이 되며 이러한 경험은 돈으로 살 수 없는 정말 값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중대신문 제2013호에 실린 는 필자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느낀 점을 작성한 기사로, 누구나 대학 생활에서 경험했을 법한 상황을 예시로 들며 자신만의 의견을 기사로 녹여낸 점이 흥미로웠다. 필자 또한 대학에 진학하기 전까지 내성적인 성격이었다. 만약 대학 생활의 경험을 되돌아볼 기회가 없었다면,
이번 학기 여론부 꼭지 중 하나인 ‘보통의 이야기’, 저는 참 좋아합니다. 한 번쯤 지나쳐 갔을 수도 있지만 어쩌면 평생을 만나보지 못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일이죠. 비슷한 맥락으로 (유퀴즈)은 유일하게 챙겨봤던 프로그램입니다. 유퀴즈는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을 무작위로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데 초점을 맞췄죠. 퀴즈를 맞추면 상금 100만원을 주는 재밌는 코너도 있습니다. 이런 취지로 마니아층이 돈독한 유퀴즈는 최근 윤석열 대
날씨가 매우 좋아야만 입도를 허락한다는 독도. 중대신문은 취재차 떠난 독도 탐방에서 운이 좋게도 독도의 전경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여정은 전혀 순탄치 않았다. 파도가 심해 뱃멀미를 하고 언제 독도에 다다를까 하는 마음에 끊임없이 핸드폰 화면 속 시간을 확인했다. 그렇게 시간이 느리게 느껴진 적은 처음이었다. 서울시 광화문에서 출발해 울릉도에 들어갈 배가 있는 경상북도 울진군 후포항까지 버스로 약 4시간 30분. 후포항에서 울릉도까지 배로 약 4시간. 다시 울릉도에서 배를 타고 독도에 도착할 때까지 약 1시간 30분
국무위원 후보자들의 자질 및 도덕성 논란으로 사회가 떠들썩하다. 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두 자녀의 의대 부정 편입학, 아들 병역 비리 의혹 등이 핵심 쟁점이었다. 치열한 공방 속 후보자의 정책과 자질 검증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자질과 능력에 관한 검증이 이뤄져야 할 청문회의 본질이 훼손된 채 사생활에 대한 의혹 제기만이 우선됐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내세운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걸맞은 후보자가 과연 몇이나 될까. &l
최근 SNS에서 ‘귀염 지옥’에 관한 짧은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 글의 필자는 귀엽게 느껴진다는 건 만능 콩깍지라고 설명했다. 한번 귀여워 보인 후로는 쑥스러워하면 부끄럼 타는 것 같아서, 뻔뻔하면 당당해 보여서,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잘나면 잘난 대로 모두 귀엽게 느껴진다고 한다. 결국 귀염 지옥에 빠져 상대를 바라보는 눈에 객관성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니 기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귀엽게 여길만한 모습이 아님에도 누군가 귀여워 보일 때가 있었다. 뭔가를 열심히 쓰는 손 동작 하
중대신문 정기자가 되고 첫 취재를 했을 때 기억이 떠오른다. 저 먼 남쪽 항구 도시 대학에 계신 이 교수님께서는 전화를 받고 ‘박 기자, 안녕하세요?’라고 물으셨다. 내가 ‘박 기자’라니. 지금도 들을 때마다 어색하면서도 두근거리는 말이라 괜히 되뇌어 본다. ‘박 기자, 박 기자.’ 필자는 본래 질문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새로운 걸 배울 때도 전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리고 정작 머릿속 물음표를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수업 시간 교수님의 ‘질문 있나요?
‘신문’이라는 단어를 떠올렸을 때 나에게 드는 생각은 딱딱하다는 느낌이 강했다. 정치, 사회 이슈에 관한 이야기들이 주를 이룬다는 이미지가 강했기에 이러한 것에 별로 관심이 없는 나는 신문에 항상 거리를 두고 살아왔다. 그러다가 중대신문을 읽고 비평문을 쓸 기회가 생겨 오랜만에 신문을 읽었는데, 신문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또래인 학생들이 기자가 돼 기사를 쓰다 보니 무거운 주제들이 아닌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내용들과 같은 학생의 입장에서 공감 가는 내용들이 많았다. 특히 학생들의 성적에 의한 선발과 관
‘빛나는 전통’은 묵직한 훈장이다. 전통은 과거지만, 부담감은 현재다. 엔 중대신문의 찬란한 역사가 중앙대의 자랑으로 새겨져 있다. ▲1947년 우리나라 최초의 대학신문 ▲1987년 편집자율권 획득 ▲1997년 대학신문 최초의 인터넷 홈페이지 개설 ▲2003년 대학언론 최초의 방북취재가 그 예다. 중대신문의 미래를 위해 비판적인 외부자를 자처해 보려 한다. 중대신문 표제에는 물음표와 느낌표가 지나치게 많다. 신문 표제는 기사에 숨결을 불어 넣는 역할을 한다. 제2012호에도 ‘
황량한 유령도시. 몇 년째 이어진 안성캠의 현실이다. 부지는 넓고, 학생은 적고, 투자 효과는 보이지 않는다. 학생들의 불만은 커지고 탄식은 낮게 깔린다. 황량하니 학생은 떠나고 더욱 황량해진다. 악순환의 반복이다. 누군가는 떠나버린 검단캠, 하남캠을 부르짖지만 어림없는 소리다. 우리는 경기도 안성시에서 살아야 하고 안성캠을 발전시켜야 한다. 대학본부와 법인의 힘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 그래서 더욱 안성시의 지원이 필요하다. 단순히 재정 문제가 아니라 법과 규제에 꽁꽁 묶여있는 수도권 대학의 현실 때문이다. 우선 안성캠은 활기가 필
303관(법학관) 가는 길. 조그맣고 동그란 뒤통수에 시선을 빼앗긴다. 오후 3시, 햇살이 따뜻하고 바람도 적당하다. 약속 시간에 늦을까 급하게 걸어가던 길이지만, 그 작고 보드라운 뒤통수를 조금만 더 바라보고 싶다. 물론 급한 건 나뿐이고, 눈앞의 삼색 고양이는 느긋하다. 느릿느릿 눈을 깜빡이면서 털을 핥다가 잠시 내게 시선을 주기도 한다. 그렇지만 금세 다시 나른한 졸음 속으로 빠져든다. 백철문학기념비 옆에서, 혹은 303관 앞 데크에서, 그리고 203관(서라벌홀) 근처에서, 종종 그 작고 나른한 뒤통수들을 만나게 된다. 느긋하
전시 성범죄 처벌할 대상이나 선례 없어무참한 전쟁 폭력 여전히 진행 중‘인류가 아는 가장 값싼 무기.’ 전시 성범죄의 고통을 고발한 『관통당한 몸』(크리스티나 램 씀)에서 저자가 강간을 두고 일컬은 말이다. 최근 대게 가격이 반 토막 났다. 어획량이 늘어서만은 아니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로 인해 중국이 문을 봉쇄하고 일부 국가들이 러시아에 대해 수입 제재를 조치했기 때문이다. 이에 러시아 대게 수출은 한국으로 방향을 틀었다. 러시아산 대게가 국내에 대거 유입되며 국내 대게 가격은 크게 하락했다. 어째서 러시
‘에코백’은 생태를 뜻하는 ecology와 가방을 의미하는 bag의 합성어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생태계를 보전하자는 취지로 붙여진 이름이다. 최근 길거리에서도 에코백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에코백을 일상에서 들고 다니는 건 더는 어색한 모습이 아니다. 에코백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에코백은 단순히 비닐을 대신하는 장바구니 용도가 아니라 패션의 일환이 됐다. 다양한 색깔과 디자인의 에코백이 많아졌다. 하지만 환경친화적인 이미지를 주는 동시에 예쁜 디자인으로 멋을 낼 수 있는 에코백이 역설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