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차례 음주운전을 하거나 음주 측정을 거부한 자를 가중처벌하는, 이른바 ‘윤창호법’이 위헌이라는 판결을 헌법재판소(헌재)에서 내렸다. 지난해에도 유사한 조항을 위헌으로 본 헌재가 그 입장을 유지한 셈이다. 현행법상 재범 기간이나 인명 피해를 구분하지 않고 모든 음주운전에 가중처벌을 부여했다. 이에 헌재는 음주 치료 등 비형벌적 수단에 관한 충분한 고려 없이 일률적으로 가중처벌하는 건 형벌의 기능을 넘어선다며 위헌 근거를 제시했다. 이로써 윤창호법은 사실상 그 효력을 잃게 됐다. 예견된 수순이었다. 2018년
발달장애 가정이 또다시 죽음으로 내몰렸다. 23일 40대 여성이 발달장애를 가진 6살 아들과 숨진 채 발견됐다. 최근 2년간 부모가 발달장애 자녀와 함께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시도한 사례가 최소 20건에 달한다. 2014년 정부는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면서 발달장애인의 더 나은 삶을 약속했다. 하지만 그들의 삶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발달장애 가정이 오랜 시간 요구한 것은 단 하나, 24시간 돌봄 체계 마련이다. 현재 활동지원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나 이용 가능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더불어 인력 또한
코로나19는 모든 것을 변화시켰다. 다행히 현재 사회는 코로나19 이전과 포스트 코로나의 균형을 찾아 조화로운 미래를 그리려 노력 중이다. 사회는 개개인의 총합으로 구성된다. 각자의 상이한 도덕 원칙은 늘 첨예하게 충돌하며 ‘윤리적 딜레마’를 형성한다. 팬데믹 속에서도 이런 딜레마는 예외 없이 발생했다. 과열된 팬데믹 상황에서 조금은 벗어난 현재, ‘백신’에 대한 의견을 중립적으로, 그저 담백하게 풀어내고자 한다. 하나의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코로나19 백
십수 년 전 나는 이곳 안성캠에 있었다. 매 학기 기말고사 시즌이 되면, 진도가 꽉 막혀버린 전공 실기 작곡 과제를 밤새워 작업했다. ‘나는 재능이 없는 걸까?’ 자책하기도 하며, 재능의 부족을 시간으로 채우려는 듯 무수히 많은 밤 캠퍼스 거리를 걷고 또 걸었다. 밤거리를 걷다 보면 막힌 생각이 정리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튀어나오곤 해서 다시 작업할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렇게 캠퍼스 밤길을 걷는 것을 좋아했다. 특히나 나무가 보여주는 풍경 때문이었다. 사람이 없는 텅 빈 캠퍼스의 밤. 열기가 식은 거
“안녕하세요, 중앙대학교 학보사 중대신문 송다정 기자입니다.” 필자가 취재할 때 취재원에게 항상 먼저 건네는 말이다. 얼마 전 청와대 개방을 맞아 사진부와 함께 취재를 다녀왔다. 취재하던 중 커다란 카메라를 지닌 한 분이 다가와 갑작스레 인터뷰를 요청했다. ‘청와대가 74년 만에 개방했는데, 청와대를 둘러본 소감이 어때요?’, ‘정부에 앞으로 바라는 점이 있나요?’ 등의 질문을 받았다.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기자는 그간 취재원에게 질문하는 건 익숙했지만, 취재원이
기자는 내향적인 성격이다.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면 관심을 받기 위해 나댔던 순간도 있지만 결국에는 내성적인 사람으로 자랐다. 이런 성격은 기자로 활동하는 데 큰 어려움이 되기도 했다. 예를 들어 취재원에게 전화할 때면 항상 떨리고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다. 심지어 목소리가 격양됐던 취재원과 전화를 끝내고 운 적도 있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민망하지 않은 척 말을 걸지만 누가 봐도 민망해 보이는 모습이 안쓰러울 정도였다. 그렇다면 이처럼 최악의 조건 속에서 어떻게 기자로 남을 수 있었을까. 첫 번째 비결은 내성적인 성격을 초월할 수 있는
혐오는 현재 대한민국 사회를 표현하기 가장 좋은 단어다. 정치적으로 이용된 지역 혐오는 오랜 기간 존재했고, 세대별로 나뉘어 ‘부족함 없이 성장해 노력하지 않는다’, ‘경제 성장기 큰 어려움 없이 사회생활을 했으면서 젊은 세대의 노력과 고통을 무시한다’며 서로를 혐오한다. 제일 심각한 건 남녀 혐오다. SNS상에서 특정 성별을 비하하는 단어로 서로를 헐뜯으며 이 같은 혐오가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사회에서의 성별 혐오는 학교로 흘러가 아이들이 남녀로 나뉘어 싸우는
얼마 전 고향에 가려고 KTX를 탔다. 뒷자리에 서너 살 정도 되는 아이와 엄마 아빠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조금은 시끌벅적한 여행이 되겠거니 하는 순간 아니나 다를까 높고 귀여운 목소리가 들렸다. “아빠 저거 기차야?” 용산역에 줄지어 있는 기차를 보며 아이는 다시 소리 높여 물었다. “아빠 저것도 기차야?” “응 기차야.” 아빠의 반응은 시종일관 무덤덤했지만 아이는 멈추지 않았다. 잠깐 아이가 잠들었던 순간을 제외하고는 새로운 기차가 지나갈 때마다 2시간 내내 비슷
2019년부터 시작된 코로나19로 많은 기회가 닫혔다. 18학번으로서 많은 경험을 했던 필자는 코로나 학번을 바라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 때도 있었다. 학교와 동기, 선후배를 사랑할 기회가 부족했던 후배들을 보며 ‘코로나는 언제 종식되는가’라고 아쉬워하기도 했다. 다행히 코로나19는 이제 우리에게 ‘무서운 감염병’이 아니라는 인식으로 점차 바뀌고, 실제 20대들은 코로나19를 독감 정도로 간주하는 것 같다. 여전히 의료현장은 뜨겁게 치열하나 바깥은 이미 성큼 와버린 봄을 마주하며 환영하고
얼마 전 기자는 한 만화를 봤습니다. 2명의 고등학생과 2명의 대학생으로 이뤄진 밴드부의 이야기였죠. 소년들의 첫 만남을 보면서 기자도 설렘을 느꼈고, 그들이 겪는 성장통을 지켜보며 함께 아파했습니다. 과거의 아픔을 지닌 한 소년이 무대에서 모든 것을 쏟아내는 장면은 기자의 마음 한구석을 아리게 했죠. 마지막 화까지 다 본 후에도 기자는 그 작품을 놓지 못했습니다. OST를 들으며 아련했던 그 느낌을 되살리려 했고, 등장인물이 느꼈을 감정을 되짚으며 또다시 마음 아파했죠. 작품에 완전히 빠져버린 기자는 스스로가 ‘과몰입&
학기 초에 ‘중대신문을 보고’라는 일종의 메타 비평적인 글을 청탁받은 후 중대신문 지면을 꼼꼼하게 읽기 시작했다. 중대신문은 학교 소식과 함께 현재 진행 중이거나 진행될 사업들, 그리고 문화면, 여론면, 사회면 등 중앙대 학생들뿐만 아니라 외부인들의 관심도 끌 수 있는 다양한 내용들을 담고 있었다. 나는 ‘보도기획’, ‘브리핑룸’, ‘경(제)사(회)를 오르다’를 통해 학내외의 주요 이슈들을 비롯한 교수님들의 동향들, 그리고 특정 사회 현상에 대한
최근 학내에서 첨예하게 논의되고 있는 사안은 평동캠과 희락관(서울캠 인근 주차장) 용도 변경이다. 부지 용도 변경에 관해 알고 있는가. 모를 수 있다. 2020년 12월부터 용도 변경을 교육부에 신청했으나, 본격적으로 학내에 공론화된 건 올해 4월 14일 진행된 ‘2022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 제5차 회의’와 4월 18일 열린 ‘제90차 대학평의원회(대평) 임시회의’에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학교법인과 대학본부가 본격적으로 용도 변경 승인 절차를 밟은 지 약 1년 5개월 만에 관련 전모가
법무부의 ‘디지털 성범죄 등 대응 TF’(특별전략팀)가 공중분해 직전이다. 출범한 지 약 10개월 만이다. 법무부는 TF 팀장인 검사에게 원래 소속으로의 복귀를 통보했다. 활동 기한이 아직 3개월이 남은 상황에서 이뤄진 조치였다. 해당 검사는 이에 반발해 곧 사표를 냈으며 이어 18일에는 TF 내 전문·자문위원 22명 중 17명이 집단 사직 의사를 밝혔다. 활동 초기, 법무부는 TF 설립 목적으로 아동·청소년·여성을 겨냥한 디지털 성범죄 급증에 대응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혼자 학생증을 찍고 학교에 들어서는 것이 어렵다면 평소에 얼마나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 할까? 아마 이 상황을 실제로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가늠할 수조차 없을 것이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장애인들은 시위를 통해 자신들의 상황을 호소하고 있다. 대학교에도 유사한 상황에 처한 장애인들이 존재하지만 장애 학생들이 목소리를 내기는 결코 쉽지 않다. 전체 학생 수에 비해 장애 학생은 소수고, 이러한 상황 속에서 평등을 논하는 것이 자칫 역차별로 비춰질 수 있어 조심스럽다. 중대신문 제2014호에서
일주일에 보통 300편 정도의 글을 읽고 피드백을 남긴다. 모두 내 수업을 듣는 학생들의 과제다. 많은 글을 읽어야 하는 상황에서 가장 먼저 내 눈을 붙드는 건 글의 제목이다. 나의 특수한 경우만이 아니라 스마트폰을 통해 많은 글을 접하는 요즘의 독서 환경에서 글의 제목은 특별한 의미와 기능을 담당한다. 중대신문 1면 상단에 자리한 기획 기사의 제목들은 독자에게 신문의 기획 방향을 짐작하게 한다. 제2013호에서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없는데 어떻게 눌러요’, ‘서
‘63대 총학생회 장애인권위원회(장인위) 문집’에는 약 1년 동안 위원들이 공부하고 고민했던 모든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코로나19로 위원들끼리 대면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 회의는 한두 차례 빼고 줌(ZOOM)을 통해 실시했기 때문에 소통이 잘 이뤄지지 못했다. 서로 친해지기도 어려운 상황에 우리는 오로지 ‘장애 인권’을 위해 ‘일’을 했다. 지난해 장인위는 ‘보건복지부 산하 위원회에 들어왔나’라고 생각할 정도로 업무량이 굉장히 많았다. 그럼에도 우
6일 초등학생을 성폭행한 80대 남성이 구속·송치됐다. 외로워서 범행을 저질렀다는 그는 이미 13세 미만의 미성년자를 강제추행 한 혐의로 두 차례나 재판을 받은 상태였다. 2017년 어린이의 신체를 만진 이유로 기소됐지만 피고인이 고령이며 피해 아동의 초등학교 교장과 교감이 선처를 바랐다는 근거로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집행유예 기간인 2018년에도 9세 아동을 추행했으나 4천만원의 벌금형에 그쳤다. 피고인이 성실하게 살았고 피해자와 합의했기 때문이다. 법원은 재범률이 낮다며 신상 공개도 면제했다. 약 1년 5개월 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