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이라는, 개인적이고도 사회적인 감정에 관해 생각해 보자. 우리가 부끄러움을 느끼는 과정은 두 가지로 귀결된다. 먼저 외부에서 비롯되는 부끄러움이 있다. 우리는 이를 ‘수치심’이라 부른다. 이때의 부끄러움은 특정 환경에서 요구되는 개인의 능력과 관계된다. 그리고 ‘죄책감’이라는, 내부 요인에 기인하는 부끄러움도 있다. “했어야 했는데” ·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와 같은 말은 당위에 직결되며 이는 양심의 산물이다. 전자는 제3자의
“안녕하세요, 인턴기자 주, 현, 영입니다.” 쿠팡플레이 인턴기자 주현영은 공개되자마자 사람들의 공감을 얻으며 큰 인기를 끌었다. 잔뜩 긴장해 덜덜 떨리는 목소리, 질문에 당황해 적절한 답변을 찾지 못하고 안절부절못해 하는 모습, 결국 울음을 터뜨리며 화면 밖으로 나가는 모습까지. 현세대의 미숙한 사회초년생을 잘 묘사했기 때문이다. 열정이 가득하지만 어리숙한 모습은 과거 사회 초년 시절의 본인, 혹은 주변인을 떠올리게 하며 웃음을 자아냈다. 흥행에 힘입어 는 ‘MZ
어제는 택배기사 ‘사장님’께서 현관문 앞까지 택배를 갖다주셨습니다. 인터넷으로 물건을 주문하면 다음 날 받아볼 수 있는 편리한 세상입니다. 어떻게 하루 만에 도착할 수 있었는지 문득 궁금해집니다. 운송장 조회를 해보니 아니나 다를까 모두가 잠든 시간에 일하는 화물 운송 기사 ‘사장님’들의 흔적이 보입니다. 간선 상차 0시 57분, 간선 하차 4시45분. 끝자리도 간격도 불규칙한 시각은 어떤 기준이라도 있는 걸까요?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새벽의 어둠만큼이나 물류의 세계는 불확실합니다. 사
“프레임은 한 마디로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창’이다. (중략) 프레임은 특정한 방향으로 세상을 보도록 이끄는 조력자의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보는 세상을 제한하는 검열관의 역할도 한다.” 프레임(Frame)은 객관적 사실과는 무관하게 대상이나 사건을 해석하는 방식이다. 프레임은 신속한 변화를 끌어내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즉 대중의 정치적 수용성을 높일 목적으로 고의로 특정 사실을 만들어 내거나 특정 국면을 다른 국면으로 전환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활용되곤
문득 기자는 2022년과 1974년이 겹쳐 보인다는 생각을 했다. 48년 전인 1974년 박정희 군사독재정권은 동아일보와 동아방송에 대해 언론 탄압을 가했다. 이에 동아일보와 동아방송은 정권의 압력으로 인해 광고를 싣지 못했다. 그리고 지난 17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 김상훈 의원은 ‘문화방송 MBC’에 관한 대기업 등의 광고 중단을 촉구했다. 반세기에 걸쳐 ‘역사의 데칼코마니가 이뤄지고 있는 것인가’하는 의구심마저 들었다. 기자는 국민들의 눈과 귀가 되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MB
‘받아쓰기만 할 거면 기자는 뭣 하러 하는 건지’ 중대신문을 입사하기 전 쉽게 내뱉었던 말들 중 하나입니다. 뉴스 카메라에 종종 잡히는 기자들을 보면 항상 높은 사람들과 유명 인사들의 말들을 주저앉아 받아적고 있었죠. ‘요즘 기자들은 엉덩이가 무겁네’ 속 편히도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기자가 되고 나니 이거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더군요. 무성의한 답변은 양반이고 거부에 방해에 협박까지. 취재란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기사로 내보내면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말도 들었으니까요. 그러나 무엇
OTT 플랫폼 중 하나인 TVING에는 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다양한 이유로 이별한 커플들이 한 집에 모여 지나간 연애를 되짚고 새로운 인연을 마주하며 자신만의 사랑을 찾아가는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죠. 해당 프로그램의 두 번째 시즌이 10월 28일 막을 내렸습니다. 방영하는 동안 어느 자리에 가나 관련 이야기가 나오고, TVING 주간 유료가입자 기여도 1위를 15주 연속 기록하는 등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출연자들의 연애를 보며 사람들은 공감했습니다. 여러 근거를 가지고 최종 커플을 추론하기도 했죠.
9월의 마지막 날에 친구의 추천을 받아 새로운 성격유형 검사를 했습니다. 저의 기질을 고양이로 비유하여 알려주는 검사였죠. 설명을 읽으며 너무 정확하다며 놀라기도 했고 한편으론 안도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예상한 저와 다르지 않았으니까요. 저는 그동안 참 많은 심리검사와 성격유형 검사를 했던 것 같습니다. 특히 불안감이 들거나 사람들 사이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 저를 설명해 줄 무언가로써 말입니다. 어쩌면 저에 대한 이해를 다른 도구의 힘을 빌려 해왔던 건 아닐까요. 사진첩 속 다양한 검사의 유사한 결과들을 보며 친구들과의 대화가 떠올
‘바이라인’. 중대신문 기자가 되어 처음 알게 된 단어입니다. 중대신문의 모든 기사 끝에는 기사를 작성한 기자의 이름과 메일 주소를 적습니다. 제 이름이 적힌 바이라인을 처음 마주했을 때의 설렘을 잊지 못합니다. 비록 짧은 기사였지만 그 끝의 이름 석 자가 주는 낯설고 좋은 기분은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름이 주는 힘은 강합니다. 많은 사람이 익명 또는 실명의 무언가를 원하는 이유도 이름이 주는 힘 때문일 것입니다. 최근 사회에서는 익명의 힘을 실감할 수 있는 일이 많았습니다. 인터넷이 활성화되면서
올해 초, 새내기로서 설레는 마음을 안고 흑석동에 왔습니다. 다른 동기들보다 한 살이 많았고, 처음 겪는 대학 생활이라 모두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커져만 갔습니다. 부담과 압박감으로 인해 사람들을 대할 때 항상 웃으면서도 속으로는 긴장하는 나날들이었죠. 그런 하루를 보내는 가운데 303관(법학관) 앞에 걸린 중대신문 수습기자 모집 현수막을 보고 지원했고, 지금은 한 달 된 ‘초보 정기자’로서 열심히 활동 중입니다. 얼마 전 캠퍼스 길거리에 서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게릴라인터뷰가 기억에 남습니다. &l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완화되면서 영화관도 활기를 되찾고 있다. 그런데 최근 흥행한 영화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후속편이다. 는 누적 관객 수 약 1269만 명을 넘기며 팬데믹 이후 첫 천만 영화에 등극했다. 6월 개봉한 은 지금도 박스오피스 순위권을 유지하며 누적 관객 수 약 800만을 넘었다. 은 개봉 33일 만에 약 700만 관객을 돌파했다. 9월에는 , 가 개봉 예정이다. 이렇듯 코로나19 이후 극장가의 흥행 공식은 &lsq
서울의 한 카페에서 “사인회 예약이 모두 완료됐다”며 “예약 과정 중 불편 끼쳐 드린 점 다시 한번 심심한 사과 말씀드린다”고 사과문을 올렸습니다. 해당 사과문이 공개되자 뜻밖의 단어가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바로 ‘심심한 사과’입니다. 심할 심(甚)자와 깊을 심(深)자를 사용해 마음의 표현 정도가 매우 깊고 간절하다는 뜻의 ‘심심한’을 하는 일이 없어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는 뜻의 ‘심심하다’로 잘못 이해한 겁니다. 비단 &l
21세기를 흔히 정보화 시대라 부릅니다. 여러 전자기기와 밀접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는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매일 다양한 사건들을 알게 됩니다. 이 과정은 매우 간단합니다. 주머니 속 휴대폰으로 인터넷 뉴스를 볼 수도 있고, 커뮤니티에 접속해 여러 게시글을 보며 세상을 바라볼 수도 있죠. 그것의 참과 거짓은 인식하지 않은 채로 말입니다. 최근 울산에서 아파트 단지를 돌아다니던 개가 8살 아이를 공격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지나가던 택배기사의 도움으로 아이는 무사했습니다. 유튜브에는 해당 장면이 담긴 CCTV 영상이 올라왔고,
기자는 이번 학기 서울캠 신문 배부를 맡았습니다. 일요일 저녁마다 캠퍼스를 돌며 남은 신문을 수거하고, 새 신문을 채웁니다. 신문이 담긴 수레를 끌고 캠퍼스를 돌아다니면 힘들긴 해도 좋은 일이 생기곤 합니다. 어느 날은 과 동기를 우연히 만났는데 선뜻 도와주겠다고 한 적도 있죠. 하지만 역시 가장 기분 좋은 일은 신문이 많이 남지 않은 배부대를 마주했을 때입니다. 중대신문 기자들이 일주일 동안 열심히 작성한 기사가 많이 읽혔으리라 생각하면 힘이 솟죠. 신문 배부를 하며 가장 힘든 점은 캠퍼스의 가파른 경사입니다. 특히 정문 인근 1
최근 SNS에서 ‘귀염 지옥’에 관한 짧은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 글의 필자는 귀엽게 느껴진다는 건 만능 콩깍지라고 설명했다. 한번 귀여워 보인 후로는 쑥스러워하면 부끄럼 타는 것 같아서, 뻔뻔하면 당당해 보여서,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잘나면 잘난 대로 모두 귀엽게 느껴진다고 한다. 결국 귀염 지옥에 빠져 상대를 바라보는 눈에 객관성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니 기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귀엽게 여길만한 모습이 아님에도 누군가 귀여워 보일 때가 있었다. 뭔가를 열심히 쓰는 손 동작 하
중대신문 정기자가 되고 첫 취재를 했을 때 기억이 떠오른다. 저 먼 남쪽 항구 도시 대학에 계신 이 교수님께서는 전화를 받고 ‘박 기자, 안녕하세요?’라고 물으셨다. 내가 ‘박 기자’라니. 지금도 들을 때마다 어색하면서도 두근거리는 말이라 괜히 되뇌어 본다. ‘박 기자, 박 기자.’ 필자는 본래 질문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새로운 걸 배울 때도 전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리고 정작 머릿속 물음표를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수업 시간 교수님의 ‘질문 있나요?
가끔 동네에 있는 작은 뒷산을 오르곤 합니다. 항상 다니는 등산로로 오르내리는 산의 풍경은 늘 그대로였습니다. 빠르게 변하는 동네 속 한결같은 산의 풍경이 좋았지만, 신선한 체험을 하기는 어려웠죠. 20살이 되기 이틀 전에도 친구들과 산을 올랐습니다. 성인을 눈앞에 둔 용기였을까요. 처음 보는 길로 내려가 보기로 했습니다. 즉시 길을 잃었습니다. 어찌어찌 하산하니 도로와 공사장밖에 보이지 않았죠. 10년 넘게 살던 동네에서 마주한 낯선 풍경 속 느낀 당황은 잊히지 않습니다. 그렇게 어딘지 모르는 길을 걷다가, 눈에 덮여 숨어있던 고
3월 넷째 주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일일 30만명대(25일 기준)를 기록했다. 그러자 SNS에선 ‘주변에 감염된 친구가 없다면 아예 친구가 없는 것’이란 웃픈 말이 화제이기도 했다. 정부는 위중증 환자와 집단거주시설 입주자, 고령층 등을 제외한 감염자는 자택에서 치료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말이 재택 ‘치료’지만 의료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해 일반 확진자는 스스로 견뎌야 하는 게 현실이다 기자도 코로나19 확진자가 60만명대를 기록하던 때 감염됐다. 그즈음 주변에서도 확진자가 많이 나오기 시
2월 25일 MBC 유튜브 뉴스 채널인 ‘엠빅뉴스’는 이라는 영상을 게재했다. ‘엠빅뉴스’는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정치 경험이 전무한 코미디언에서 대통령이 된 드라마 같은 스토리의 주인공이지만 전쟁 발발로 아마추어 같은 그의 정치 행보가 비판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비판의 요지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정부 요직을 비전문가 측근들로 채웠다는 점이다. 핵심이 돼야 할 러시아와의 국제 관계 속 대통령의 정치적 행보에 관한 분석은 없었다. 물론 언론사는 대통
최근 한 OTT 플랫폼에서 방영한 드라마 이 화두에 올랐다. 드라마는 한 판사를 주인공으로 소년범 사건을 다루며 정의와 형벌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에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관한 이슈도 다시금 떠올랐다. 「형법」 제9조에 따르면, 만 14세 미만이 저지른 행위는 처벌하지 않는다. 촉법소년은 10세부터 14세 미만의 소년이며, 이들은 법에 저촉되는 행위를 하더라도 소년부의 보호사건으로 심리한다. 소년부에 송치된 소년은 1호 ‘보호자 의무’부터 10호 최대 2년의 &ls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