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의 정리 정돈 상태가 그 사람의 현재 상태를 보여준다는 말이 있다. 똑같은 방인데 시간적 여유가 있고 컨디션이 좋을 땐 방이 깔끔하고 내게 가장 포근한 공간이 되지만, 정신없이 바쁘거나 의욕이 전혀 없을 땐 방 정리에 쏟을 시간보다 당장 업무를 처리하거나 그저 쉬는 것이 우선순위가 되어 내게 가장 불편한 공간이 되기도 한다. 문득 부모님이 어렸을 때부터 항상 방을 정리하라고 하셨던 말 속에는 어질러진 내 공간을 정돈하며 늘어져 있는 내 모습도 함께 변화하기를 바라셨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미국의 영웅으로 떠오른 인물인
얼마 전 남프랑스의 작은 도시 세트(Sete)에 다녀왔다. 우리나라라면 고급빌라나 5성급 호텔이 있을 법한 전망 좋은 언덕 위에 묘지가 있다. 이름은 ‘해변의 묘지’. 해변은 죽음보다는 휴가, 젊음, 열정에 어울리는 곳이다. 피카소는 여인들이 해변에서 춤을 추는 그림을 많이 그렸다. 마티스는 니스 해변 창밖 풍경을 즐겨 화폭에 담았다. 라울 뒤피가 그린 해변은 눈이 시리게 푸른색의 향연이다. 세트에서 태어난 시인 폴 발레리(1871 -1945)는 어린 시절 가파른 언덕에 자주 올랐다. 묘지에서 하늘과 바다를 마주하고 서면 역설적으로
태초에 식물엔 든든한 뿌리가, 동물에겐 대지와 수평을 이루는 네발이 주어졌으나 불안한 직립의 인간에겐 언어능력이 대신 주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언어는 현대에 이르러 인간 존재의 규정이나 사유의 틀을 만드는 기능적 의미를 넘어 현대철학 그 자체로서 거듭났다. 하야카와로 대표되는 일반의미론은 인간의 언어·사고·행동 사이의 깊은 성찰 관계가 주로 정서적 기능과 함께 그 통달적 기능에 맞춰져 있다고 주장한다. 말은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의 마음에 영향을 준다. 사람의 사고를 형성하고 감정을 통해 의지와 행동을 인지하는 힘이 있다. 행동과
동경이라는 말에 대해 생각하는 요즘이다. 동경, 그것은 애쓰는 마음이다. 수없이 누군가를 생각하고 바라보는 일이기에 그 마음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가끔은 누군가에게 동경을 느껴야 내 마음이 잘 쓰이는 것인지 고민하곤 한다. 그런 지점에서 사람들이 어떤 이들을 동경하는지 유심히 살핀다. 종종 SNS와 베스트셀러 목록 사이에서 사람들의 동경하는 모습을 본다. 대개 수백억의 자산가, 이른바 성공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향하고 있다. 그들은 단편적인 성공에 취한 채 자신이라는 위대한 방법론을 거리낌 없이 얘기한다. 그러나 그곳에는
분초사회, 1분 1초가 아까울 정도로 분초를 다투며 살아가는 사회를 뜻한다. 이는 『트렌드 코리아 2024』에서 올해를 관통하는 핵심 개념으로 소개되었다. 우리는 현재 AI 기술의 폭발적인 발전과 수많은 콘텐츠의 범람 아래 살아간다. 세상은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으며 우리는 세상의 흐름을 쫓기 바쁘다. 이런 시대에서 우리는 시간의 중요성을 매우 크게 인식하기 시작했다. 시간의 가성비를 따지며 자연스레 선택의 불확실성과 실패의 두려움에도 굉장히 민감해졌다. 그래서 불확실하다고 느껴지는 것보다 보편적으로 정답이라고 생각되는 선택을 하곤
‘평생 일만 하다 죽는다.’ 언뜻 듣기엔 직장인의 흔한 푸념 같지만 우리나라의 현주소를 여실히 나타내는 문장이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 ‘한눈에 보는 연금 2023’에 따르면 일본의 노인 소득 빈곤율은 약 20.0%, 미국 약 22.8%, 프랑스 약 4.4%, 노르웨이는 약 3.8%였다. 같은 조사에서 한국은 약 40.4%로 해당 조사에 참여한 OECD 38개 회원국 중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이미 한발 앞서 초고령화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알려진 일본에 비
KBS에서 4월 18일 방영을 목표로 제작 중이던 가 사실상 불방됐다. 4월 10일에 있는 “총선에 영향을 줄 수 있으니 4월에는 방영할 수 없다”는 것이 이제원 KBS 제작1본부장의 지시였다. 참사 당시 일부 언론은 해경과 정부의 허술한 초기 대응을 가리고자 ‘사건’이 아닌 ‘사고’로 보도하는 행각을 보였다. 2014년 김시곤 KBS 전 보도국장의 “세월호 희생자 수는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에 비해 그리 많은 것도 아니다”라는 망언도 잇따랐다. 10년 뒤 언론이 같은 행보를 반복한다. 재난·재해방송의 주
제22대 총선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여야는 심혈을 기울여 공천 작업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공천 과정에서 벌어지는 세력 다툼 및 사당화 논란은 새로운 정치를 염원하는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의 공천 파동은 국민 정서에 크게 어긋나고 있다. ‘친문’계로 분류되는 현역 국회의원들을 일방적으로 컷오프하며 다수의 ‘친명’계 정치인을 전략공천했기 때문이다. 또 인적 쇄신을 명분으로 현역 의원을 물갈이한다고 공언했으면서 추미애 전 장관, 정청래 의원 등의 기득권 인사를 공천했다. 과연 국민이 이를
우리는 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항상 눈을 뜨고 보며 생활한다. 눈꺼풀 틈새가 10mm이고, 하루에 16시간을 5초에 한 번씩 눈을 깜빡인다고 가정하면 눈꺼풀은 1년에 85km를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눈에 가해지는 마찰력에도 안구표면에 상처가 생기지 않는 것을 보면 각결막의 상피세포, 눈물의 구성성분인 점액층, 수성층 및 지방층이 얼마나 눈을 잘 보호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이러한 안구 표면의 항상성이 깨지게 되면 안구건조증과 시력저하를 유발한다. 과도한 스트레스, 수면부족, 음주와 흡연, 청결하지 못한 눈꺼풀테, 미세먼지
일부는 총학생회를 정치권에 비유한다. 결은 조금 다를 수 있지만 유권자를 위해 공약을 내걸고 당선된 후에는 그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에서 그둘은흡사하다. 민주적인 절차를 포함한 총학생회의 선출과 업무의 이행이라는 하나의 길 안에서 유권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후보단을 보며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러한 빛에는 공약 이행 여부라는 그림자가 따라붙는다. 표심이 우선인 몇몇 후보들은 턱도 없는 공약을 내걸기도 하고, 모든 공약을 지키지 못할 때도 있다. 그러한 점에서 중대신문 2054호를 통해 양캠 2023
2014년 9월 대학원 첫 학기의 시작과 동시에 첫째 딸이 태어났다. 첫째 딸은 낮잠 재우기가 힘들어서 늘 아기띠로 안고 기본 30분 정도는 자장가를 흥얼거리며 걸어야 했다. 어느 날인가 아내가 한 시간 가까이 안아줬음에도 자지 않는 아이 때문에 힘들어했다. “더 안아주면 자겠지. 2시간 걸으면 안 자겠어? 내가 해볼게.” 노래도 불러주고 장난도 쳐주면서 즐거운 기분 속에서 낮잠을 재우고 싶었지만, 아기는 결코 자지 않았다. 아내는 다시 아기띠를 매어야 했다. 그렇게 첫째는 유치원 갈 때까지 낮잠 재우는 것으로 늘 힘들었다. 둘째
평화를 기원하는 문학 행사에서 팔레스타인의 작가 아다니아 쉬블리를 만난 일이 있다. 행사가 있기 5일 전, 그는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리베라투르상을 받을 예정이었으나, 하마스가 이스라엘 민간인을 공격하자 주최 측은 일방적으로 시상식을 취소했다. 행사가 모두 끝난 자리에서 그는 슬프다고 말했고 나 역시 슬프다 답했다. 전쟁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지 않았지만, 우리는 전쟁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의 장편소설 『사소한 일』은 한 소녀가 이스라엘 점령군에 의해 집단 강간당하다 총살되는 일이 얼마나 사소한 일로 간주되는지를 덤덤히 보여준다.
나는 약간의 변화에도 남들보다 기민하게 유행을 포착한 뒤 곧장 시도하는 능력이 있다. 이러한 능력은 프랜차이즈 회사 인턴 2년 차인 내게 실제로 많은 도움이 됐다. 특히 학교에서도 회사에서도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기록’인데, 돌이켜보면 기록조차도 유행에 따라 새롭고 내게 잘 맞는 방법대로 실행해 나갔다. 기록을 좋아하는 사람이, 10년간 기록해 왔던 방법에 대해, 기록이 거쳐 온 유행을 되짚어보며 이야기해 볼까 한다. 초등학교 일기 숙제와 같이 누군가에 의해서가 아닌, 스스로 기록을 시작하게 된 것은 2015년 중학교 시절 ‘
우는 아이를 달랠 때면 진땀이 나곤 한다. 울음의 이유를 알아내야 하지만 대화로는 해결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가끔 아이들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거짓울음도 서슴지 않아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 분류를 해보자면 이 정도일까. 말을 하지 못해 우는 아이와 말을 할 수 있지만 울음을 선택한 아이. 후자는 입을 닫은 채 정부와 힘겨루기 중인 의사들을 두고 한 말이다. 2월 6일 보건복지부가 2025년부터 2000명 규모의 의대 입학정원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의사 단체는 ‘울음을 선택’했다. 2월 26일 기준 8939명에 달하는
낭만이 만연한 세상. 유튜브에만 쳐보아도 낭만이 주제인 동영상과 그것을 동경하는 댓글이 넘쳐난다. 사람들은 누구나 낭만을 말하며, 낭만을 꿈꾼다. 그만큼 이 시대에 낭만은 말하기 쉬운 것이 되었다. 하지만 내가 느끼기에는 세상에서 낭만은 점점 사라져 가는 듯하다. 말로만 낭만이 흔해지는 이 세상과 우리 대학생들은 모두 차가운 회색인 것만 같다. 낭만주의를 처음 접한 건 고등학생 때였다. 도서관에서 읽을만한 책을 찾아 민음사 세계문학 전집을 뒤지던 와중 눈에 띄는 한 도서가 있었다. 작가 노발리스의 『푸른 꽃』이었다. 독일 낭만주의의
필자가 속한 의 편집실에는 매주 전국 각지 대학의 신문이 도착한다. 그중에서도 중대신문은 꼭 읽으려고 하는 신문이다. 평소 우리 신문사 기자들과도 중대신문을 보며 자주 이야기를 하고는 한다. 개인적으로는 한눈에 확 들어오는 사진과 깔끔한 지면 구성, 매번 신선한 아이템으로 쓰인 기사가 참 마음에 든다. 매주 신문을 발행하는 중대신문 구성원들의 노고 없이는 완성되지 못할 값진 결과물이라 생각한다. 중대신문에서 항상 눈길이 가는 지면은 ‘사회면’이다. 지난 제2053호의 사회면 주제는 ‘여성 노숙인’이었다. 매일 넘쳐나는
2020년 3월, 교수로 부임하여 갓 입학한 지도 학생들을 처음 만났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그 학생들이 4학년이 되어 졸업을 앞두고 있다. 면담에서 학생들은 직업이나 진로를 어떻게 결정하면 좋을지 물었고, 대답하다 보니 나도 생각이 많아졌다. 이제 사회로 나아갈 첫 지도 학생들, 그리고 그 외에도 진로를 고민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선배로서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글로 전해보고자 한다. 어떤 일을 하며 살아야 할까? 우선 좋아하는 일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에서 ‘좋아하는 일’은 그 일을 할 때 행복하고 재미있는 일 또는 보람을 느
대학 언론에는 특별한 사명이 있다. 대학 공동체뿐만 아니라 외부의 여러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독자와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는 곧 우리를 감싸고 있는 두 겹의 사회에 대한 이해를 필요로 한다. 한 겹은 우리가 다니고 있는 대학의 학생사회요, 다른 한 겹은 대학 밖의 사회이다. 이종(異種)의 두 사회를 조화롭게 담아낸다는 것이 대학 언론의 매력이며 내가 중대신문을 읽는 이유다. 이러한 관점에서 11월 27일 발행된 제2053호는 좋은 사례가 된다. 새로운 1년을 이끌어 갈 학생 대표자들을 포함하여 다양한 학내
11월 28일 ‘2023학년도 제4차 서울캠 전체 동아리 대표자 회의(전동대회)’에서 텅 빈 회계 내역이 공개됐다. 오래전부터 방치돼 왔던 동아리연합회(동연)과 동아리운영위원회(동운위)의 태만이 회계 부실로 나타났다. 학생회비와 자치예산은 10월부터 일반계좌로 운영됐다. 법인계좌의 상세한 지출 품목이 기재됐던 1학기 회계내역과 달리 전동대회서 공개된 회계내역에는 지출금액뿐이었다. 지출 품목과 목적이 기재되어야 할 비고란은 텅 비어 있었다. 전동대회에서 문제가 제기된 후 자세한 영수증이 첨부되기까지 사흘이 걸렸다. 이 과정에서 9월
최근 온라인 게임 ‘메이플스토리’의 홍보영상에서 캐릭터가 집게손가락 포즈를 취한 장면이 등장해 논란이 됐습니다. 캐릭터의 손 모양이 남성 혐오를 상징한다는 이유에서였죠. 일부 네티즌들은 홍보영상의 원화·동화를 맡은 외주업체 직원 A씨가 SNS 계정에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게시글을 올렸다며 A씨의 해고를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해당 장면의 콘티를 만든이는 타 기업의 40대 남성으로 밝혀졌습니다. A씨는 해당 캐릭터가 등장하는 장면 100여 컷을 그린 애니메이터 30명 중 한 명이었고, 그마저도 문제시된 장면이 아닌 다른 장면을 담당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