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9일, 국민들은 역대 최악의 비호감 대선을 치러야 했다.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를 두고 무능·무지·퇴행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강도 높게 비판했으나 여론조사 결과 두 사람의 비호감도는 약 58%로 동률을 이뤘다. 대선 결과 이재명 후보는 패했으나 민주당의 ‘친이재명’ 색채는 오히려 짙어지기 시작했다. 대선 패배 5개월 만에 치러진 전당대회에서 이재명 전 후보는 약 77.77%의 득표율을 올리며 당대표에 취임했고 같은 날 민주
지난달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잼버리) 부실 운영으로 김현숙 여성가족부(여가부) 장관에 대한 논란이 연일 화두였다. 끝내 책임은 규명되지 않은 채 새로운 후보자로 김행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 지명됐다. 새로운 후보자의 등장에도 잡음은 끊이질 않는다. 김 후보자는 2012년 위키트리 유튜브 방송에서 “필리핀처럼 강간을 당해도 출산하는 관용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부정하는 해당 발언은 김 후보자의 부족한 여성 인권 의식을 여실히 보여준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김 후보자가 2013년
정부는 ‘2024년 예산안’을 발표하며 건전재정 기조를 흔들림 없이 견지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내년 총지출은 올해보다 약 2.8%가 증가한 656조 9000억원으로 근 20년 이래 역대 최저의 예산 증가율을 보였다. 그러나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명시된 12개의 예산 항목 중 지출구조조정의 몫은 오로지 연구개발(R&D) 분야 앞에 지워졌다. 내년도 R&D 예산은 올해 대비 약 16.6% 줄어든 25조 9152억원으로 편성됐다. 지난 10년간 정부 총지출 대비 R&D 투자 비중이 5% 내외를 유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무신사, 에이블리, 지그재그…. Z세대 소비의 중심으로 ‘울트라 패스트 패션’ 시장을 주도하는 온라인 패션 플랫폼은 입점한 쇼핑몰의 상품을 한데 모아볼 수 있어 편리하다. 개별 쇼핑몰을 일일이 방문하지 않아도 유행을 파악해 이른바 ‘가성비 인싸템’을 구매할 수 있다. 급성장 중인 중국의 울트라 패스트 패션 브랜드 쉬인에는 하루에 최대 6000종의 상품이 올라온다. 이들은 디자인부터 판매까지 걸리는 기간을 5~7일로 단축해 유행을 더욱 잘게 쪼개고 있다. 유행의 첨단을 달리는 소
여성가족부가 ‘양성평등주간’을 맞이해 발표한 ‘2023 통계로 보는 남녀의 삶’은 생색내기에 불과했다. 여성 고용률이 처음으로 60%대에 진입했다는 사실을 전면에 내걸었고, 위아래로는 육아기 근로 시간 단축제도 활용 증가, 가사노동 분담 개선 등 ‘긍정적인’ 수치들이 나란히 적혔다. 여성의 삶이 과거보다 나아졌다는 근거만 선별해서 모아둔 것이다. 고용률이 말해주지 않는 사실들이 있다. 한국의 성별임금격차는 27년째 OECD 국가 중 1위로 약 31.1%에 달한다. 여성
한쪽의 이득과 다른 쪽의 손실을 더하면 제로(0)가 되는 제로섬게임과 양측 경쟁자의 이득과 손실 합계가 0이 아닌 논제로섬게임이 있다. 일반적으로 현실 세계에선 손해와 이익을 더해 ‘0’이 되기보단 ‘0’이 되지 않는 상황이 더 많이 존재한다. 서울특별시 서초구 한 초등학교 교사의 49재인 9월 4일, 전국 교사들은 대규모로 연차나 병가를 내고 추모에 동참했다. ‘공교육 멈춤의 날’로 명명된 이날, 교사들은 교실 밖으로 나와 공교육 정상화를 촉구했다. 현실성 있는 대책
과거로부터 이어진 폐단이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논조가 바뀌어 온 공영방송들은 되풀이되는 참상을 막으려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군사작전과도 같이 이뤄지는 언론장악 앞에 힘을 쓰지 못하는 모습이다. 시작은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였다. 방통위는 위원장을 포함한 2명을 대통령이 지명하고 여당 추천 인사 1인, 야당 추천 인사 2인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구조로, 야권 인사 3인과 여권 인사 2인의 합의제 기구다. 그러나 지난 5월, 여권과 야권 인사가 2:2인 상황에서 야당이 지명한 한상혁 방통위장이 면직되며 방통위의
알프스 빙하가 녹으며 수십 년 전 실종된 사람들 시신이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 투발루는 해수면이 높아지며 점차 물에 잠기는 중이다. 모두 지구온난화의 증거다. 먼 곳에서 드문드문 일어나는 것 같았던 지구온난화. 이제는 가까이에서도 그 이상 징후가 보인다. 본래 새파란 한반도 겨울 하늘을 날던 민물가마우지. 물고기를 멋지게 낚시해 시선을 끌던 겨울 철새는 이제 양식장 강도 취급을 받는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될 예정이다. 텃새가 돼 사계절 내내 서식하기 시작하면서 문제들이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민물가마우지뿐이
“나는 부모님이 모두 교도소에 수감된 평범한 중학교 3학년 학생이다.” -『나답게 꿋꿋하게 살아가는 법』- 흔히 피의자 신상공개를 ‘피의자와 인격권’과 ‘국민의 알권리’를 가르는 분수계로 인식한다. 모두가 그 경계선에 주목하며 치열한 논쟁을 벌일 때, 그 능선에 낙인과 혐오로 얼룩진 피의자 주변인의 존재는 쉽게 지워진다.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제8조 등에 따라 피의자의 얼굴, 성명, 나이 등 신상에 관한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 국민의 알권리 보장 및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750만 재외동포 여러분!” 15일 윤석열 대통령은 존경하는 국민을 외치며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식 경축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뒤를 잇는 말들은 첫마디의 진정성에 의문을 남긴다. 윤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공산전체주의를 맹종하며 조작선동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를 교란하는 반국가세력들이 여전히 활개치고 있다’며 위기의식을 불러왔다. 대선 당시 야권을 공산주의자에 비유한 대통령을 떠올리면 ‘반국가세력’이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세력 모두를 의미하는
콘크리트와 철근의 선팽창계수가 유사한 것은 신이 인류에게 선사한 축복이라고들 한다. 두 재료 모두 온도가 상승할 경우 팽창하는 길이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조건에서 결합된 철근 콘크리트는 인류의 건축 기술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켰다. 건축 기술의 발전과는 다르게 한국의 건설 노동자들은 예나 지금이나 자꾸만 목숨을 잃는다. 9일 안성시의 상가 신축 공사 현장에서는 9층 데크플레이트가 붕괴돼 8층에서 작업을 하고 있던 노동자들을 덮쳤다. 전문가들은 ‘예견된 사고’였다는, 가장 안타까운 분석을 내놓았다. 이번 사고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가 5월 30일 문화방송(MBC) 본사 뉴스룸에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경찰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인사청문회 당시 국회에 제출한 개인정보가 MBC 기자에 의해 외부로 유출됐다며 압수수색 영장을 들고 MBC 본사에 찾아왔다. MBC에 찾아오기 이전, 경찰은 해당 기자의 자택, 차량, 국회 사무처를 동시 압수수색했다. 개인의 의혹에 대해 피의자의 소지품과 자택을 수색하는 것은 근거가 있지만, 그가 속한 언론사를 압수수색 하고자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더욱이 공영방송에 대한 전방위 감사, 같
지난 5월 31일, 서울특별시(서울시)가 보낸 오전 6시 32분의 경보 소리는 사람들을 불안에 떨게 했다. 무작정 대피하라는 위급재난문자(경계경보 문자)에 시민들은 집 밖으로 뛰쳐나와 길거리에서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9분이 지난 오전 6시 41분, 이번에는 행정안전부에서 또 다른 재난 문자를 보냈다. 경계경보는 오발령이라는 내용이었다. 어떠한 정보도 없는 두 개의 재난 문자는 시민들을 원인 모를 두려움에 빠뜨렸다. 서울시의 경계경보 문자는 기본적인 ‘육하원칙’도 포함하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
지난 24일, 당정이 ‘일부 심야 시간대 옥외집회 금지’를 법제화하겠다고 나섰다. 여당은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집회·시위를 금지하는 방향으로 입법을 추진하겠다’며 구체적인 시간까지 제시했다. 법 개정 추진의 배경으로는 16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1박 2일 총파업 결의대회가 거론됐다. 하지만 해가 진 후부터 해뜨기 전까지 옥외집회와 시위를 금지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0조는 이미 두 차례 헌법재판소(헌재)의 의해 헌법 불합치와 한정위헌
민족·국가·인종 등에 상관없이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인정되는 보편적인 권리 또는 지위. 인권의 정의다. 인권은 방대한 범위를 포괄하는 단어다. 학생 인권도 다르지 않다. 성별부터 인종까지 무수히 많은 갈래의 특성을 지닌 이들을 포괄하는 것이 ‘학생 인권’이다. 현재 서울캠 총학생회 아래에서 약 1만8천명에 달하는 학생의 인권을 보호하는 일은 학생인권위원회(학인위)가 홀로 담당한다. 성평등위원회와 장애인권위원회 등이 해왔던 인권 보호를 위한 활동 모두 그들의 몫이다. 학내에는 성소수자,
‘사실 보도라는 저널리즘의 본질과, ‘할 말은 한다’는 정론직필의 정신을 지켜나가겠습니다.’ 조선일보사의 소개말이다. 조선일보는 사실 보도라는 저널리즘의 본질을 지켰을까. 지난 17일 조선일보는 기사를 통해 양희동 건설노조원이 분신할 때 건설노조 간부가 방조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해당 기사는 독자 제보로 확보했다는 CCTV 화면과 익명의 목격자 진술에 근거해 작성됐다. 이 기사에는 분신 사건을 조사한 경찰의 인터뷰가 담겨있지 않으며 조선일보가 경찰에 취재를 요청하지도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2022년 2학기 서울캠 전체학생대표자회의(전학대회)에서 중앙감사위원회(중감위)가 폐지되고 올해 중앙감사회의가 출범했다. 3월 6일 첫 회의도 진행됐다. 다만 중앙감사회의가 새로운 회계 가이드라인을 통해 회의의 의미를 실현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중감위가 폐지될 당시 서울캠 중앙비상대책위원장은 중앙감사회의의 주목적이 감사가 아니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회칙상 중감위와 중앙감사회의의 목적은 회비 사용의 신뢰 증진과 투명한 회비 집행으로, 동일하다. 제대로 된 감사 없이 신뢰 확보가 가능할까. ‘감사’의 사전적 의미
2023년, 국경없는기자회(RSF)가 발표한 대한민국의 언론자유지수는 지난해보다 4계단이나 하락한 47위를 기록했다. 대한민국의 언론 자유는 과거에서 되려 퇴보한 것이다. 지난 8일 대구광역시 공보관은 출입 기자들에게 한 장의 공문을 보냈다. 대구MBC에게 더 이상의 취재 편의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대구시는 대구경북신공항에 대한 MBC의 왜곡·편파 보도가 취재 거부의 이유라고 설명했다. 해당 보도는 대구경북신공항 특별법이 지닌 한계와 대구경북신공항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과제를 짚었다. 편향적인 보도로 보기 어
4일 서울특별시(서울시)는 서울퀴어문화축제(퀴어축제)의 서울광장 사용을 불허했다. 코로나19 확산 시기를 제외하면 처음 있는 일이다. 다수의 시민은 서울시의 결정을 두둔하며 성소수자와 퀴어축제에 대한 혐오를 거침없이 발화했다. ‘정체성을 찾지 못하는 정신병자’,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릴 때’와 같은 혐오 발언이 낭자했다. 사회심리학자 고든 올포트에 따르면 편견은 잘못된 일반화와 근거 없는 적개심에서 비롯한다.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은 차별과 혐오로 비화해 끝없이 이어진다. 혐오주의자들은 성소
정부는 지난 1일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관련 특별법안의 수정안을 제시했다. 수정안은 퇴거한 임차인이어도 등기를 마친 경우 피해자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했으며 보증금 요건도 최대 4억5000만원까지 확장했다. 피해자 구제를 위해 범위를 확대한 점은 다행이지만 여전히 사각지대는 존재한다. 살던 집의 우선매수권, 세금 감면 등의 지원을 받으려면 피해자로 인정받아야 한다. 하지만 수정안에 따르면 과정이 녹록지 않다. 피해자로 인정 받으려면 전세사기에 대한 고의성이 의심되는 사례로서 수사 개시, 임대인의 기망, 동시진행 등의 사유가 있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