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인문학 공부를 시작한 지 2년 하고도 3개월이 지났다. ‘인문학’이라고 하면 치를 떨던 내가 전공을 중국어문학으로 결정한 것은 오로지 상경에 대한 열망 때문이었다. 하지만 서울살이의 기쁨도 잠시였다. 코로나19로 인해 침체된 교내 단체생활, 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만연한 특정 단대 무시 등은 소속감을 느끼기도 전, 상실감부터 경험하기에 충분했다. 5월 15일 게재된 중대신문 제2039호의 ‘기초학문 바라보는 중앙대 구성원의 생각은’ 기사는 인문대 소속인 나에게 유독 인상적이었다.
21세기의 기술혁명을 대변하는 4차 산업혁명이란 용어가 등장한 지 수년이 지나고 이제는 우리의 일상에 친숙한 용어로 자리잡았다. 4차 산업혁명은 정보통신기술의 융합을 통한 ‘초지능’, ‘초연결성’의 특성을 가진 제2의 정보화 혁명으로 인간과 인간, 사물과 사물, 인간과 사물이 상호 연결되고 빅 데이터와 인공지능(AI) 등으로 대표되는 지식화 사회로의 변화를 말한다. 현재 우리 앞에 놓여 있는 4차 산업혁명은 이전의 기술혁신보다 더 큰 변화가 예상된다. 수십 년 내에 인공지능이 인간의 능력을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걸그룹 뉴진스의 노래 뮤비를 보셨나요? 노래 자체도 화제지만 그중 옛날 캠코더로 찍은 듯한 영상이 화제입니다. 이처럼 최근 우리는 레트로함에 푹 빠져있습니다. 이는 음악계에 국한되는 현상이 아닙니다. 최근 패션계에선 ‘Y2K’라는 키워드와 함께 2000년대 초반, 레트로한 모습을 본뜬 옷과 액세서리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사진 업계에서도 최근 필름이 부활하고 있습니다. 필름 카메라 전문 사진사도 생겨나고, 필름 값도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매우 비싸지고 있습니다. 필
우리 모두 싫어하는 사람 하나쯤은 마음속에 품고 있지 않나요? 나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한 사람일 수도 있고, 가치관이 맞지 않는 대화를 나눴던 사람일 수도, 그저 이유 없이 눈에 거슬리는 사람일 수도 있죠. 하지만 세상에는 명확한 선과 악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완전히 선한 사람도, 완전히 악한 사람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저 순간적인 감정과 이를 완전함으로 끌어내는 말, 말로부터 파생되는 새로운 감정과 행동, 실수와 후회, 다짐과 삶만이 존재합니다. 죄질이 무거운 범죄를 저지른 사람도 누군가에겐 따뜻한 가장일 수 있고, 누군가에
얼마 전 친구가 이라는 영화를 추천해 줬을 때, 나는 검색을 해보고 나서야 많은 여운을 남기는 영화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2시간 남짓의 영화가 많은 사람에게 행복과 위로, 앞으로 살아갈 용기를 준다는 것이 흥미롭게 느껴졌다. 끝없는 경쟁과 인간관계에 지친 요즘 세대들이 에 힐링을 얻고 인생 영화로 뽑게 된 이유를 살펴보고자 한다. 영화 내에서 가장 큰 행복은 가족이라고 한다. 가족에 의해 편안하고 평범한 일상을 지낼 수 있다는 것이 서로에게 주고 있는 큰 선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기댈 곳 없는
요즈음 대중문화계를 가장 잘 설명하는 키워드는 ‘레트로’이다. 빈티지한 것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대중들의 생활 전반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작년부터 Y2K 감성의 의류를 찾는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났으며, 10~20대를 겨냥하여 인스타그램을 중심으로 마케팅을 진행하는 빈티지 마켓들과 그 마켓에서 판매하는 30~40년 된 의류들을 구하기 위해 오픈런을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대중음악계에서도 이 움직임이 활발하다. 디지털 음원이 아닌 바이닐과 CD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며, 22년에는 19
선우정아의 라는 노래를 굉장히 좋아한다. 그 중 ‘돌아오자 씩씩하게/지쳐도 돼 내가 안아줄게/괜찮아 좀 느려도 천천히 걸어도’라는 마지막 가사를 정말 좋아한다. 언젠가 대학 생활에 정말 지쳐있을 때 이 노래를 들으며 많은 위로를 받았던 기억이 난다. 주변에 힘들어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이건 비단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공감할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다들 저마다의 사연으로, 저마다의 힘듦을 느끼며 살아간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면, 그 힘듦을 적극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사람은 그다지 찾아보지 못했다. 다
봄은 많은 생명이 깨어나고, 화려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아름다운 계절이기에 마찬가지로 삶에서 가장 꽃다운 시기를 보내는 젊은이들은 청춘이라는 이름을 받았다. 밖에서 활동하기 좋은 날씨는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용기와 힘을 주고, 형형색색 꽃들은 존재만으로 보는 사람을 기쁘게 한다. 봄은 넘치는 생명력으로 새롭게 주어진 한 해를 다시금 실감하는 때,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채워나갈지 두려워하고 기대하는 때이다. ‘바로 이런 장면을 보기 위해, 이런 순간에 함께하기 위해 살아왔구나’하며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열심
누군가에게 의견을 주장할 때, 명확한 목소리로 가다듬어 전달하면 더 효과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의경 복무 중 수많은 집회와 시위 현장을 직간접적으로 마주하며 들었던 생각이다. 그런 의미에서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의 출범을 눈여겨보고 싶다. 매주 주말 광화문과 시청 일대에선 다양한 단체들의 시위 대오를 목격할 수 있다. 커다란 확성기와 스피커가 집회장을 울리고, 최대 수만 명에 달하는 시위자들이 구호를 외치며 각자 이익에 맞게 특정 요구를 주장한다. 노동조합(노조)이 대표적이다. 그들은 노동문제는 물
“오늘도 갓생산다.” 현대인, 특히 2~30대 사이에서 자주 사용하는 말이다. 갓생이란 접두어 [갓(God)]과 [생(生)]이 합쳐져 만들어진 말로, 하루하루 계획적으로 살아가고 타의 모범이 되는 삶이란 뜻으로 쓰인다. 아침 일찍 일어나기, 퇴근 후 운동 하기 등의 목표를 설정하고 하루를 목표로 꽉 채우며 바쁘게 움직이는, 마치 신의 삶처럼 인간계의 다른 이들은 함부로 따라 할 수 없는 삶이 갓생이다. 인스타그램에 해시태그 “갓생”을 검색하면, 대체로 일관된 모습의 피드들이 등장한다. 이제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세상에서 가장 쉬운 문제라니까.” 넷플릭스 시리즈 의 등장인물 도영이 그의 아내 연진에게 한 말이다. 함께 드라마를 보던 친구는 이 대사를 듣고 “어지간한 재벌이 아닌가 보다.”라며 도영의 재력에 감탄을 내뱉었다. 나도 친구의 반응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사를 곱씹어 보았다. 중요한 건 액수가 아닌 문제가 돈으로 해결될 수 있는지뿐이라니, 대체 얼마큼의 부를 쌓아야 이런 말이 자연스럽게 튀어나올 수 있을까?그러다 문득 도영의 말이 익숙하게 느껴져 기
오늘 여러분은 이어폰을 꽂고 어떤 노래를 들었는가? 필자는 생동감 있게 변화하는 한국 아이돌 음악의 스펙트럼 덕분에 종일 지루할 틈이 없다. 특히 요즘은 클래식을 샘플링 하여 케이팝에 적용한 사례에 주목하고 있다. 올해 9월 발매된 블랙핑크의 , 3월에 발매된 레드벨벳의 은 클래식을 재해석한 근래 음반의 대표적인 예시다. 두 곡은 각각 와 를 샘플링 하였으며 클래식 특유의 고급스러운 선율을 잘 살렸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사실 이러한 기법이
디지털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인터넷은 단순히 정보 전달 매체를 넘어 다양한 의견과 표현이 오가는 소통의 장이 되었다. 다른 매체와 비교했을 때, 인터넷은 진입 장벽이 낮고, 표현의 쌍방향성이 보장되는 가장 참여적인 대중매체다. 많은 정보를 쉽고 빠르게 얻을 수 있다는 이점의 이면에는 진실 여부가 검증되지 않은 표현들이 난무한다는 부작용이 있다. 그렇다면 인터넷에서의 표현의 자유의 범위를 어느 수준까지 허용해야 할까? 표현의 자유는 1948년에 UN이 채택한 세계인권선언에서 보장하고 있는 권리로, 민주주의 사회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보
카레라고 하면 떠오르는 음식의 이미지는 무엇인가? 한국에서 흔히 생각되는 카레는 오뚜기의 3분 카레일 것이다. 필자도 ‘카레’라 하면 바로 3분 카레가 떠올랐었다. 장기간 인도에서 거주하면서, 카레를 접하면 접할수록 이러한 이미지는 사실과는 사뭇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인도의 현지 커리들은 한국에서 흔히 생각하는 커리와 모습, 맛, 색, 재료들이 모두 달랐었다. 커리는 흥미롭게도, 인도의 것이 가장 유명하지만, 태국, 일본 등 여러 나라에서 ‘현지화’된 커리들 또한 존재한다. 인도에서
최근에 정홍수 선생님이 쓴 『마음을 건다』(창비, 2017)를 다시 읽었다. 문학 평론가에 대한 외경심을 품고 천천히 책장을 넘기는데 「어른 되기의 힘겨움」이란 제목의 글을 읽고 생각이 많아졌다. 문학에는 분명 힘이 있다고 말하며 소설집과 평론집을 뒤적거리던 스물한 살 가을 이 글을 읽고 붙여둔 포스트잇을 발견했다. 언젠가 이 글을 다시 펼치게 된다면 그땐 어른이 되어있길. 단정히 쓰인 몇 년 전의 글씨체를 보자 아끼는 볼펜으로 한 자씩 꾹꾹 눌러쓴 그때의 기억이 선명해졌다. 가장 존경하는 문학 평론가의 솔직한 고백 앞에서 나 또한
정해진 기준보다는 ‘나’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시대가 왔다. 바로 평균 실종의 시대이다. 『트렌드 코리아 2023』(김난도 씀)을 읽기 시작했다. 저자는 2023년 우리나라의 모습을 10개의 키워드로 정리하고, 이것이 어떠한 시장과 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를 예측한다. 평균 실종, 체리 슈머의 등장, 인덱스 관계 등이 그것들이다. 나는 오늘 그중 ‘평균 실종’에 주목하고자 한다. ‘평균 실종’이란, 집단을 대표하는 평균값이 무의미해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평균 실
2022년 여름, 중앙대의 인도네시아 사회봉사단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매년 여름마다 인도네시아 대학의 한국어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국어 교육 봉사를 진행하고 양국의 문화를 교류하는 행사다. 해당 프로그램은 약 10년 넘게 이어져 왔다. 그런데 올해는 이전 기수에 비해 유난히 특별한 점이 있었다. 바로 비대면으로 해외 교육 봉사를 진행했다는 것이다. 모두가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는 첫 발발 후 지금까지도 일상 곳곳에 여파를 미치고 있다. 이제는 비대면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것을 모두가 일상으로 받아들이고
피곤한 내가 눈을 뜬다. 쇠가 쇠와 맞물리는 소리, 이어폰 너머 들려오는 낯선 목소리. 은근 까마득히 멀어지고 있는 2019년에 나는 대학교 새내기였다. 지금껏 살던 울산이 아닌 서울. 하늘에서 표류하다 멀뚱히 추락한 사람처럼 나는 어디에서든 어둑하니 서 있기만 했다. 학교에서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자취하면서, 자가용이 없으면서도 무릎이 좋지 않았던 나에게 서울은 단연 지하철의 도시였다. 그러니 나는 1학년이 채 끝나기도 전부터 소음만 참아내면 멀미도 없이 빠르게 도착하는 지하철을 ‘괴성을 내는 철의 괴물’이라
밈처럼 유행하는 이 말은 모두가 쉴 틈 없이 바쁜 현대 사회를 강조하고자 사용되고 있다. 나는 이 말이 우리 사회 전반을 정말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막 대학이라는 큰 사회에 발을 뻗었을 때부터 나의 친구들은 모두 바쁨의 정도를 넘어선 일과들로 치이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항상 더 많은 일을 만들어 내고 쉬는 것을 불안해하며 바쁜 것을 당연히 여겼다. 대표적인 이유로는 쉬는 그 시간이 아깝다는 것이었다. 에너지가 소모되면 밥을 먹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인 것처럼 열심히 일하면 잠시 쉬어가는 것이 당연한데도 불구하고 언제부턴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싫어하는지 찾는 일을 대학 생활 과업으로 삼고 입학한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올해도 절반이 훌쩍 지났다는 사실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그뿐만이 아니다. 여태까지의 방학이라고 한다면 다음 학기의 공부를 미리 예습하거나 부족한 부분을 복습하는 데 열정을 쏟곤 했는데 수험생활에서 해방돼 일명 ‘아무런 계획 없는 방학’은 처음이었다. 그래서 설렘과 함께 조금의 걱정도 됐었다. 방학뿐만 아니라 앞으로 여행을 많이 다닐 예정이다. 해외여행도 물론 좋지만, 아직 한국에서도 못 가본 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