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가 위로가 되는 이상한 시대입니다’는 기자가 꿈을 꾸게 만들어 준 소중한 책입니다. 위로가 되는 뉴스를 만드는 언론인을 꿈으로 삼아온 지도 벌써 7년째인데요. 시간이 지나고 꿈을 위해 노력하면 할수록 이를 만들어 내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체감하고 있습니다. 위로가 되는 뉴스라는 말이 어색하게 들립니다. 책에서 필자가 말하는 위로가 되는 뉴스는 단순히 좋은 소식만을 전하지 않습니다. 집요하게 파고들고, 불편한 소식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결국 많은 이들이 매일 정해진 시간에 뉴스를 확인하게 합니다. 한 걸음
기자의 첫 수첩엔 랩 가사가 빼곡했습니다. 다이나믹 듀오의7집 앨범는 당시 초등학생이던 기자를 힙합의 세계로 안내했는데요. 킥 드럼 소리에 맞춰 심장 박동 소리가들리던 그 시절을 아직도 잊지 못하죠. 중학생이 된 기자는 랩 가사를 쓰고 녹음하는 아마추어 래퍼가 돼 있었습니다. 그날그날 느낀 것을 잊지 않으려 기록하던 수첩엔 가장 진솔한 감정들이 담겨 있습니다. 그때 기자는 매일 새로운 가사를 쓰고, 새로운 랩을 만들어 불렀습니다. 같은 소절을 100번 넘게 녹음하기도 했죠. 해가 뜨는지도 모른 채 헤드폰을
“아는 게 힘”, “모르는 게 약”. 알면 알수록 그것이 곧 자신의 힘이 된다는 입장과 삶을 살아가며 어떠한 순간엔 진실과 같은 것을 모르는 게 오히려 득일 수 있다는 입장인데요. 5년 전, 고등학생 시절의 필자는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전자를 택했습니다. ‘모르는 게 약’을 선택한 친구들에게 의문을 가지기도 했죠. 당시 저는 ‘언론’의 기능에 푹 빠져있었습니다. 유명인의 말 한마디보다 신문 1면의 기사에 사람들이 더 많은 관심을 가진다고 생각했죠.
편집장단 인사말에서부터 만나볼 수 있는 이 문구는 바른 주장을 펴고 사실을 그대로 전한다는 의미다. 사회 문제점을 지적하고, 독자에게 전한다는 기자의 존재 이유를 단 네글자로 표현한 셈이다. 바른 주장을 펴고 사실을 그대로 전달하는 일은 사안에 대한 왜곡 없이 올바른 비판을 전개해야 한다는 것인데,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요즘 시대에 왜곡 없이 사안을 전달하는 것쯤이야 가능할지 모르지만, 그것에 그친다면 그저 세상의 여러 이슈 알리미에 그칠 뿐이다. 어려운 것은 올바른 비판이다. 호기롭게 기자를 꿈꾸던 새내기 시절, 중대신문에
한 가지 사고실험을 해보자. 당신은 저녁 식사 자리에 앉아 있고 주위에는 가족과 친지가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다. 웃음이 가득한 식탁에서 누군가 당신의 신념에 반하는 말을 한다. 모두가 그 말로 인해 즐거워하고 웃는다. 아무도 그 말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 상황에서 당신은 그 말이 틀렸다고 지적할 수 있는가? 인도계 영국인 작가 사라 아메드는 독자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그 말을 지적해 다른 사람들의 기쁨을 죽일(킬조이, killꠓjoy) 것인가. 아니면 여러 사람의 행복 아래 당신의 생각을 숨길 것인
“이 건물 청소하시는 분 휴게실이 어디예요?” “저기 저쪽에 창고 같은 곳 있어요.” 볼일이 있어 방문한 곳에서 우연히 들은 대화입니다. 학내 청소 노동자 휴게실이 궁금해지기 시작한 날이죠. 다음날부터 학내 곳곳의 청소 노동자 휴게실을 찾았습니다. 휴게실의 환경은 천차만별, 뚝뚝 묻어나는 무배려함에 들어서자마자 미간이 찌푸려지는 곳도 많았죠. 그러나 예상처럼 취재는 쉽지 않았습니다. 중대신문 취재보도원칙상 기사 내 일반인인 취재원의 답변을 싣기 위해선 그들의 이름과 나이를 알아야 합니다.
신문을 펼쳐보면 ‘문화’면의 기사는 대부분 후반부에 있기 마련입니다. 다른 지면에 비해 기사량이 적기도 하죠. 유심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그 지면을 지나칠지도 모릅니다. 기자도 중대신문에 입사하기 전까지 문화면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중대신문에 입사한 이래 기자는 계속 문화부에서만 활동했습니다. 문화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 다양하게 뻗어갈 수 있는 주제더군요. 학술적인 내용을 넘어, 현재 문화 트렌드의 흐름을 짚거나 문화 속 차별 문제를 비판적으로 다루기도 했습니다. 단순히 ‘재미&rsqu
“이 버스가 혹시 ㄱ정류소까지 가나요?” 막 앞문을 닫으려던 버스 운전기사를 저지하고 한 사람이 물었다. 버스 운전기사가 아니라고 답하자 그럼 ㄴ정류소로 가느냐고 물었다. 버스 맨 앞 좌석에 앉아 있던 기자는 확 고개를 들어 질문하는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기자는 버스가 짧은 시간 동안 움직이지 않았다고 해서 화가 난 이유가 무엇인지 깨달았다. 기자라면 하지 않았을 행동을 그 사람이 했기 때문이었다. 분명 나였다면 핸드폰을 들어 버스가 어디로 가는지 검색해 알아봤을 것이라고, 설령 타야 했을 몇 대의 버스
‘MZ세대’라는 말이 매우 익숙해진 요즘입니다. MZ세대를 검색하기만 해도 ‘MZ세대 입맛 공략’, ‘MZ세대 겨냥’ 등의 단어가 포함된 제목이 끊임없이 나타나죠. 마치 사회가 MZ세대를 위한 시대로 가는 것 같습니다. MZ세대인 기자는, 역설적이게도 이 용어를 정말 싫어하는 사람입니다. 사전적 정의로 MZ세대란 ‘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입니다. 최신
언론은 개에 자주 빗대어지곤 한다. 감시견(Watch Dog)과 애완견(Lap Dog). 반드시 개가 돼야 한다면 두 선택지 중 어떤 개를 선택할 것인가. 정치권력, 경제권력, 그리고 사회권력 등 각종 권력을 날카롭게 감시·견제할 줄 아는 감시견? 아니면 주인의 따듯한 품 안에서 재롱떨며 간식을 벌어 먹고사는 애완견? 이왕 해야 하는 개라면 필자의 선택은 단연 감시견이다. 스스로 20대 초반은 곧 중대신문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펜데믹에 따라 장기화한 비대면 학사로 아직 이렇다 할 것이 이밖에 없어서이기도 하겠
오늘은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어릴 적 제 별명은 ‘호기심 대마왕’이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토론하고 질문하는 것을 좋아해 항상 “왜요?”라는 물음표를 달고 다녔죠. 이러한 열정의 화살표는 살아가면서 자연스럽게 다양한 분야로 향했습니다. 학보사에 지원하게 된 것도 돌아보면 개인적인 ‘호기심’에서 비롯됐죠. 남들처럼 거창하게 ‘기자의 꿈을 이루고 싶다, 기성 언론사에 취업하고 싶다.’ 이러한 것들은 전혀 없었습니다. 학생기자로 활동하
이번 학기 약 6번의 발행만을 앞두고 있습니다. 남은 발행호수가 줄어들수록 제 이름 끝에 ‘기자’란 호칭이 붙을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는 걸 체감하는 요즘입니다. 저는 남은 임기를 끝으로 중대신문에서 활동한 2년, 그리고 기자란 꿈을 가지고 있던 지난 8년여 시간의 마침표를 찍으려 하는데요. 어쩌면 기자로서 작성하는 마지막 칼럼이 될 이 공간에 서툴렀던 시간들의 고백을 남기려 합니다. 되돌아보면 시작은 오기였습니다. 2014년 4월 16일, 참사 현장을 찾은 수많은 취재진의 무리한 인터뷰 요청, 그리고 오보까지.
지난 3일, tvN에서 드라마 이 처음 방영됐습니다. 화제가 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은 가난하지만 우애 깊게 자란 세 자매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부유한 가문에 각자의 방식으로 맞서는 이야기입니다. 이러한 핵심 줄거리처럼 작중에는 ‘돈’ 이야기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특히 드라마에선 주인공을 비롯한 여럿의 주요 인물들이 부모 혹은 이전 세대의 재산 수준에 의해 전혀 다른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강조되는데요. 에서 직접적으로 해당 단어가 언급되기도 하지만, 이러
여기저기 별점이 매겨져 있습니다. 어딜 가나 쉽게 마주할 수 있죠. 책을 사려고 해도, 영화를 보려고 해도, 음식을 먹으려고 해도 말입니다. 별점을 보고 시간 및 비용 낭비할 일을 줄일 확률이 높으니 편한 세상이라고 칭할 수도 있겠습니다. 필자 또한 남이 매긴 별점을 잘 수용하는 편입니다. 나보다 먼저 경험해 본 이들의 조언과도 같으니까요. 가고자 했던 음식점이 별 5개 중 4개 이상을 채우지 못하면 잘 찾지 않고, 궁금했던 영화가 10점 만점에 7점 이하의 평가를 받으면 웬만해서는 보지 않죠. 굳이 실험적인 도전을 하는 것보다야
30일 경찰청은 올 하반기 마약류 사범 단속기간을 연말까지 연장 운영한다고 밝혔다. 교통사고 조사 시 마약류 투약(소지) 여부도 자세히 확인한다고 전했다. 우리나라의 대표 수식어였던 ‘마약 청정국’은 어느새 옛말이 됐다. 과거 조직폭력배와 유명인들의 이야기로만 다가왔던 마약 범죄가 일상에서 만연해졌다. 경찰청 보도자료에 따르면 마약 범죄에 관한 검거 인원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올해 경찰이 7월까지 검거한 마약류 사범은 총 744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검거 인원이 약 14.6% 늘었다. 유흥가와 같은
가족끼리 둘러앉아 밥을 먹을 때, 아빠가 종종 꺼내던 말이 있었다. “우리 회사 직원이 ‘이건 틀린 거 아니에요?’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내가 맨날 그러지.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거야’.” 가끔 기자가 틀린 것과 다른 것을 바꿔말할 때도 아빠는 꼬박꼬박 기자의 말을 고쳐주곤 했다. ‘틀리다’와 ‘다르다’.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그 속에는 매우 큰 차이가 있다. ‘틀리다’는 ‘셈이나 사실 따위가
7월 6일 일본 정부가 일제 강제 동원 피해자에게 후생 연금 탈퇴 수당을 보내왔습니다. 77년 세월이 지난 노역의 대가는 긴 세월 그대로 지급됐습니다. 단돈 99엔. 한화 약 967원으로 1000원에도 못 미치는 액수입니다. 액면가 그대로, 물가 상승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지급한단 건 어떠한 상식인가요. 자국민에게는 올바르게 적용되고 있는 개정된 후생 연금 보험법이 어째서 한국인 강제 동원 피해자들만은 피해 가는 것인지요. 77년 전 강제 동원 피해자가 약 1년 반 동안 흘린 땀방울의 대가는 오늘날 껌값도 안 되는 값어치로 변모
중대신문에 입사한 이유는 뚜렷했습니다. 취재 경험을 쌓으며 사진기자로서의 능력을 확인하는 것. 입사 후에도 목표는 계속 바뀌었습니다. 정기자 시절엔 ‘취재력이 뛰어난 기자’가 되고 싶었습니다. 밀려오는 취재와 학업에 숨이 차 후회하면서도 매주 월요일마다 내 기사를 확인할 때 살아있음을 느꼈습니다. 정기자 생활이 끝나고, 원하던 사진팀을 꾸리게 된 나의 이상향은 ‘사진을 잘 찍는 작가’로 옮겨갔습니다. 보도사진이라는 틀을 벗어난 새로운 사진기획을 보여주고자 했죠. 정확하게는 사진면의 존재 이
“안녕하세요, 중앙대학교 학보사 중대신문 송다정 기자입니다.” 필자가 취재할 때 취재원에게 항상 먼저 건네는 말이다. 얼마 전 청와대 개방을 맞아 사진부와 함께 취재를 다녀왔다. 취재하던 중 커다란 카메라를 지닌 한 분이 다가와 갑작스레 인터뷰를 요청했다. ‘청와대가 74년 만에 개방했는데, 청와대를 둘러본 소감이 어때요?’, ‘정부에 앞으로 바라는 점이 있나요?’ 등의 질문을 받았다.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기자는 그간 취재원에게 질문하는 건 익숙했지만, 취재원이
기자는 내향적인 성격이다.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면 관심을 받기 위해 나댔던 순간도 있지만 결국에는 내성적인 사람으로 자랐다. 이런 성격은 기자로 활동하는 데 큰 어려움이 되기도 했다. 예를 들어 취재원에게 전화할 때면 항상 떨리고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다. 심지어 목소리가 격양됐던 취재원과 전화를 끝내고 운 적도 있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민망하지 않은 척 말을 걸지만 누가 봐도 민망해 보이는 모습이 안쓰러울 정도였다. 그렇다면 이처럼 최악의 조건 속에서 어떻게 기자로 남을 수 있었을까. 첫 번째 비결은 내성적인 성격을 초월할 수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