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속 명준은 냉소적인 리버럴리스트다. 명준은 헤겔을 “바이블에서 먼저 역사적 옷을 벗기고, 다음에 고장 색깔을 지워버린 후, 그 순수 도식만 뽑아냈다”고 냉소한다. 마르크스를 “여기에 경제학과 이상주의의 옷을 다시 한 번 입혔다”고 조소한다. 나아가 당시의 정치와 경제도 비웃는다. 그는 세계를 경멸한다. 그가 마주한 남한의 현실은 고독과 외로움의 울
“강의실 밖에서 학생들을 만난다면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골랐어요.” 강의실 밖에서 만난 최민지 교수(교양학부)와의 대화는 마치 오래 알고 지낸 사람과의 대화처럼 편안했다. 그는 기자와의 대화에서 시종일관 눈을 맞추고 공감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학생들이 왜 그의 강의에 애정을 표하는지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가 학생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한국사 전문가 설민석 강사는 한 주말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현재의 난관을 헤쳐나가는 데 해답을 줄 수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역사다”고 말했다. 여기 과거의 이야기가 현대 사회의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도움을 준다고 여기는 또 다른 이가 있다. 바로 이명현 교수(국어국문학과)다. 그는 고전(古傳)중에서도 옛이야기들을 사랑한다. 옛이야기가 현대에 전해주는
“이 책은 실제로 우리가 지금 홀려 있는 과학의 이미지를 바꾸었다. 영원히.” 『과학혁명의 구조』에 대해 이언 해킹이 쓴 서문의 문장이다. 저자 토마스 쿤은 과학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뒤바꿨다. 그는 세 가지 질문에 대해 답변한다. 과학에서 왜 역사가 중요한지, 과학은 왜 과학 공동체만의 전유물이 되는지, 과학을 왜 맹목적으로 추종해서는 안 되는지 말이다.
『마음의 생태학』의 저자 그레고리 베이트슨의 딸은 아버지의 책을 두고 “이 책은 지적 여정의 기록이다”고 말했다. 베이트슨은 생태학의 아버지라고 불린다. 그러나 그는 살아생전 종종 “전공이 대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그가 관여한 학문이 생태학뿐만 아니라 인공 두뇌학, 유전학, 정신의학, 동물학, 병리학 등으로 다양했기 때문이다. 『마음의 생
한 원로 철학 교수님과의 점심식사 자리였다. 이번학기 매호 기고문을 작성해주시는 분이었다. “편집장님은 매주 그렇게 글이 나오세요? 저는 매주 기고문을 쓰는 게 꽤 큰 부담이 됩니다.” 연륜과 학식에서 비교가 안 되는 교수님의 난처한 질문에 무어라 답해야 할지 몰랐다. 재빨리 다른 주제로 화제를 넘겼다. 나름대로 훈련받아왔다던 글쓰기지만 커서의 깜빡임 앞에
“만약 20세기를 대표하는 한 명의 한국 작가를 꼽으라면 누구를 말할 건가요?” 기자가 누구를 말해야 할지 망설이고 있을 때 오창은 교수(교양학부)는 주저 없이 횡보 염상섭을 꼽았다. 오교수의 전공은 60~70년대 한국현대소설이므로 염상섭의 작품들은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지만 그는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염상섭을 연구하고 있다. 이번주 강의실 밖 산책에서는 오교
어스름한 일몰 무렵 가을바람을 느끼며 『소크라테스의 변명』을 꺼내본다. 때는 BC 399년. 지중해의 뜨거운 햇볕이 내리쪼이는 대낮에 치열한 논쟁이 벌어진다. 아테네의 아고라 광장 한복판에서 벌어진 한 지식인에 대한 재판 과정을, 플라톤은 그렇게 묵묵히 지켜보고 있던 참이다. 그가 그토록 사랑했다던 스승의 마지막 모습을 말이다. 아테네 민주주의는 점차 타락
엄청난 두께와 겉표지에 펼쳐진 까만 밤하늘을 보고 우주에 관한 교양서적인 줄만 알았던 『코스모스』는 인류가 우주에 바치는 최고의 대서사시였다. 거대한 우주의 티끌이라도 알아내기 위한 몸부림이 담긴 투쟁기였으며 우주로 발을 뻗기 위한 끝없는 시도가 기록된 역사서였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에 지대한 영향을 받았다는 한상준 교수(물리학과)를 만나 그가 이 책
서로를 무시하고 멸시하는 것이 일상화된 오늘날. 곳곳에선 분노에 찬, 억울함에 찬 목소리가 터져 나옵니다. “억울해 죽겠어!”, “무시하지 마.”, “지는 그렇게 잘 났나?” 가정에서, 학교에서, 직장에서 개인의 자존감은 처참히 내팽개쳐집니다. 남을 공격하는 데에도 거리낌이 없습니다. 언제부턴가 TV 예능프로그램에서는 타인을 향한 공격과 비난으로 점철되어야
천재를 알아주는 이는 없다고 했던가.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을 통해 당시 피렌체를 지배했던 메디치 가문의 신임을 받기 원했지만 평생 이를 알아주는 군주를 만나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 마키아벨리는 ‘현대정치학의 아버지’라고 불린다. 또한 그의 저서 『군주론』을 배우지 않는 정치학도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그렇다면 『군주론』은 왜 이토록 현대 정치학계의 열
“타인을 위해 사는 것은 행복한 일이에요.” 이승하 교수(문예창작전공)가 교도소와 소년원을 다니며 교화사업을 한 지 어느덧 10년이 다 돼간다. 그리고 그 10년의 시간동안 그의 삶에 부목이 되어 준 사람이 있다. “내 목을 자를지언정 상투를 자를 수는 없다!” 바로 조선시대 위정척사파의 대표학자인 면암 최익현 선생이다. 이번 주 이교수와 함께 산책하게 될
말들이 쏟아집니다. 우리는 주워 담을 수도 없을 만큼 쏟아지는 말의 폭포수 속에 살아가죠. 저마다 한마디씩 거들며 확성기를 틀고 싶어 하기도 합니다. 일부 언론은 사안을 이리저리 왜곡하며 말들을 만들어내죠. 추문과 소문은 뒤엉켜 하나의 거대한 갈등의 실타래를 만들어냅니다. 말의 홍수. 어쩌면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나타내는 적절한 표현 중 하나죠.
조갑출 간호부총장(간호학과 교수)은 40여 년간 간호직에 몸담아왔다. 이 시간동안 그에게 가장 큰 위안이 됐던 것은 의외로 문학이었다. 지금도 조교수는 결혼을 앞둔 제자에게 칼릴 지브란의 「결혼에 대하여」를 건네고 강단에서 제자들에게 어느 소설의 한 장면을 소개한다. 이번주 강의실 밖 산책에서는 조교수가 삶의 길목에서 꺼내 읽었던 3편의 시들을 들춰보았다.
『1984』의 하늘은 잿빛으로 그려진다.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소설을 쓰는 조지 오웰 자신의 마음이 어두웠다. 부인이 죽고 자신도 폐결핵 3기를 선고받은 뒤였다. 전기도 전화도 안 통하는 스코틀랜드의 외딴 섬에서 『1984』가 쓰인 해는 1948년이었다. 뒷자리에 두 수를 뒤집어 그는 ‘1984’라는 제목을 달았다. 『1984』의 배경은 공산혁명 이
고요한 못에 내던져진 나뭇잎 한 장이 일으킨 파문은 때론 예견된 해일보다 크게 느껴지곤 합니다. ‘고령화 사회’는 이미 상투적이 돼버린 예견된 인구론적 해일이죠. 반면 가족의 위기론은 현실적입니다. 우리가 숨 쉬며 살아가는 그곳, 바로 그곳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죠. 전·현직 검사장이 연루된 ‘법조 비리’ 사건보다 남의 가족사가 대중들의 관심을 끄는 이유
문화 탐구생활 뜨거운 열정의 나라 눈부신 자연경관이 펼쳐진 곳 “남미? 위험하지 않아? 무서울 것 같은데….” 높은 범죄율과 불안정한 경제 탓에 남아메리카(남미)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이 많다. 하지만 남미에는 뜨거운 열정과 경이로운 자연이라는 거부할 수 없는 치명적인 매력이 있다. 그렇기 때문일까. 최근 남미는 각종 TV 프로그램에도 소개되며
문화 탐구생활 가까운 듯 먼 나라로의 여행 나를 키우는 경험이 되다 무작정 먼 곳으로 해외여행을 떠나기보단 가까운 곳부터 차근차근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떨까. 한국이 속해있는 아시아는 전 세계 육지의 32%를 차지하고 있어 면적이 가장 넓고 인구도 가장 많은 대륙이다. 그만큼 구석구석 둘러볼 곳이 많다. 이런 아시아의 남쪽엔 오세아니아 대륙이 있다. 남반구에
문화 탐구생활 색다른 도시에서 찾은 조형과 자연 속 아름다움 지중해를 사이에 두고 있는 유럽과 아프리카. 하지만 두 대륙의 느낌은 사뭇 다르다. 유럽은 예쁜 도시·건축물·문명 등을 가진 반면 아프리카는 대자연, 동물들을 잘 보존하고 있다. 2015년 ‘인터파크투어’의 조사에 따르면 인기 대륙별 여행지 순위로 유럽이 2위(약 16.8%), 아프리카가 꼴찌(약
해외여행. 이 네 글자만 들어도 가슴이 설레진 않나요? 해외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한 순간부터 그 기대감은 커지기 시작합니다. 여행 계획을 짤 땐 그 설렘은 배가 되죠. 그렇게 비행기를 타고 도착한 낯선 땅에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게 되는데요. 하지만 여기 조금 더 특별한 여행을 다녀 온 학생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누구나 쉽게 떠날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