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그를 루브르 박물관으로 만들어봅시다!(Let`s make Vogue a Louvre!)” 세계적인 패션잡지 보그의 수석 포토그래퍼 에드워드 스타이켄이 한 말이다. 이후 보그엔 명화에서 영감을 얻은 수많은 사진들이 실렸다. 한 폭의 그림과도 같은 사진들이 실린 보그지는 그 자체로 하나의 박물관이 됐다. 세계적인 잡지 보그의 아카
“인생을 보고, 세상을 봐라” 잡지 를 기획하며 헨리 루스가 내건 슬로건이다. 잡지 는 아름다운 보도 사진에 사람들의 삶을 담아냈다. 그리고 그 삶들을 통해 사람들에게 세상을 전했다. 예술의 전당에서 개막된 에는 잡지 에 담긴 1000만 개의 사진 중 132점이 전시됐다. 세계 각국에서 담은 132개의 순간은
“카메라가 시인의 머리와 시인의 눈이 되지 않는 한 좋은 사진은 나오지 않는다.” 미국의 영화감독 오스 웰즈의 말이다. 사진이 담고 있는 예술적 가치는 이 한마디로 설명된다. 카메라가 세상에 처음 탄생했을 때, 카메라는 사람들의 모습과 역사를 담는 기록의 도구일 뿐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국제 미술 전시회인 베니스비엔날레에 걸리는 작품의 절반 이상이 사진과
『발가락이 닮았다』는 1932년 발표된 김동인의 단편 소설이다. 소설 속 노총각 M은 아내가 낳은 혼외자와 자신의 발가락이 닮았다며 눈물겨운 합리화를 보인다. 하지만 이제 노총각 M처럼 발가락이 닮았다며 상황을 합리화시킬 필요가 없어졌다. 더이상 혼외자를 기르는 상황이 멀게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재혼 가족, 입양 가족, 주거공동체 등 콘텐츠가 보여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혈연의 얕은 신화흔히 혈연으로 이어진 가족은 운명에 비유되곤 한다. 피는 타고나기에 개인의 힘으로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수많은 콘텐츠에서 “그래도 네 혈육인데 어쩌겠니”라는 말로 주인공에게 상대의 악행을 용서하라고 요구하는 것도 혈연은 운명이기에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사고를 전제로 하고 있다. 하지만 혈연이 과연 ‘운명’일까. 인간
클리셰는 자주 반복된 설정을 말합니다. 자주 쓰였다는 것은 사람들이 별 이상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사회적으로 당연시 돼왔다는 것을 뜻하겠죠. 이번 학기 문화부는 이 클리셰를 들여다보고 그 의미를 파헤쳐 보고자 합니다. 두 번째 클리셰는 바로 ‘혈연’입니다. 한국드라마에서 출생의 비밀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닙니다. 누구나 예측 가능하죠. 출생의 비밀이
“인생은 B(Birth)와 D(Death)사이의 C(Choice)다” 선택의 중요성을 강조한 사르트르의 유명한 명언이죠. 사르트르의 명언은 이제 콘텐츠에까지 적용됩니다.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이 등장했기 때문이죠. 콘텐츠에서도 선택은 굉장히 중요한 장치가 됐습니다. 그저 원하는 이야기를 선택해서 본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이제는 이야기의 진행 방향을 수용자
벽을 넘은 연극으로나의 벽을 넘어서다 당장 내일이 공연인데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연출가가 잠적했다. 막장과도 같은 이 이야기는 단순한 설정이 아니다. 연극 에서 관객들이 마주해야 하는 현실이다. 지난 7월 22일 수원SK아트리움에서 열린 공연에서 이 막막한 현실을 직접 마주해봤다. 연극을 ‘출발
관찰과 경험 사이 그 어딘가오늘도 수많은 연극이 무대에 오른다. 관객들은 무대에서 펼쳐지는 연극을 보며 극 중 인물이 돼 극을 이끄는 상상을 한다. 최근 대학로에 관객들의 이런 상상을 실현해줄 작품이 등장했다. 바로 관객참여형 코믹 추리 수사극 다. 연극 에는 ‘관람’보다는 ‘체험’이라는 말이 어울린다
“안녕하세요! 저는 …입니다.” 자기소개할 때 가장 보편적으로 쓰이는 말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가장 먼저 이름을 알려준다. 가장 기본적이고, 또 중요한 정보이기 때문이다. 이름의 중요성은 영화나 문학 작품에서도 이어진다. 그런데 이름이 등장하지 않는 작품이 있다. 영화 , 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펴냄) 그리고
정체성을 담은 나침반 삶의 길을 안내하다내가 사는 세상 속 나를 보여주는 거울 이름은 한평생을 사람과 함께한다. 아이가 태어나면 부모는 좋은 이름을 지어주려 한다. 아이의 이름은 학교, 직장 등 사회 어디에서나 따라다니고 심지어 죽어서도 묘비에 기록된다. 언제 어디에서나 함께 하는 동반자와 같은 이름. 이름은 도대체 무엇이고 인간에게 평생 어떤 영향을 줄까
클리셰는 자주 반복돼 진부해진 설정을 말합니다. 자주 쓰였다는 것은 그만큼 사회적으로 당연시됐다는 것을 뜻하겠죠. 이번학기 문화부는 클리셰를 들여다보고 그 의미들을 파헤쳐 보려 합니다. 첫 번째 클리셰는 바로 ‘이름’입니다. ‘이르다’라는 말의 뜻이 ‘무엇이라고 말하다’라는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이름은 ‘나’는 무엇이라고 말해주는 단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광장』 속 명준은 냉소적인 리버럴리스트다. 명준은 헤겔을 “바이블에서 먼저 역사적 옷을 벗기고, 다음에 고장 색깔을 지워버린 후, 그 순수 도식만 뽑아냈다”고 냉소한다. 마르크스를 “여기에 경제학과 이상주의의 옷을 다시 한 번 입혔다”고 조소한다. 나아가 당시의 정치와 경제도 비웃는다. 그는 세계를 경멸한다. 그가 마주한 남한의 현실은 고독과 외로움의 울
“강의실 밖에서 학생들을 만난다면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골랐어요.” 강의실 밖에서 만난 최민지 교수(교양학부)와의 대화는 마치 오래 알고 지낸 사람과의 대화처럼 편안했다. 그는 기자와의 대화에서 시종일관 눈을 맞추고 공감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학생들이 왜 그의 강의에 애정을 표하는지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가 학생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한국사 전문가 설민석 강사는 한 주말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현재의 난관을 헤쳐나가는 데 해답을 줄 수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역사다”고 말했다. 여기 과거의 이야기가 현대 사회의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도움을 준다고 여기는 또 다른 이가 있다. 바로 이명현 교수(국어국문학과)다. 그는 고전(古傳)중에서도 옛이야기들을 사랑한다. 옛이야기가 현대에 전해주는
“이 책은 실제로 우리가 지금 홀려 있는 과학의 이미지를 바꾸었다. 영원히.” 『과학혁명의 구조』에 대해 이언 해킹이 쓴 서문의 문장이다. 저자 토마스 쿤은 과학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뒤바꿨다. 그는 세 가지 질문에 대해 답변한다. 과학에서 왜 역사가 중요한지, 과학은 왜 과학 공동체만의 전유물이 되는지, 과학을 왜 맹목적으로 추종해서는 안 되는지 말이다.
『마음의 생태학』의 저자 그레고리 베이트슨의 딸은 아버지의 책을 두고 “이 책은 지적 여정의 기록이다”고 말했다. 베이트슨은 생태학의 아버지라고 불린다. 그러나 그는 살아생전 종종 “전공이 대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그가 관여한 학문이 생태학뿐만 아니라 인공 두뇌학, 유전학, 정신의학, 동물학, 병리학 등으로 다양했기 때문이다. 『마음의 생
한 원로 철학 교수님과의 점심식사 자리였다. 이번학기 매호 기고문을 작성해주시는 분이었다. “편집장님은 매주 그렇게 글이 나오세요? 저는 매주 기고문을 쓰는 게 꽤 큰 부담이 됩니다.” 연륜과 학식에서 비교가 안 되는 교수님의 난처한 질문에 무어라 답해야 할지 몰랐다. 재빨리 다른 주제로 화제를 넘겼다. 나름대로 훈련받아왔다던 글쓰기지만 커서의 깜빡임 앞에
“만약 20세기를 대표하는 한 명의 한국 작가를 꼽으라면 누구를 말할 건가요?” 기자가 누구를 말해야 할지 망설이고 있을 때 오창은 교수(교양학부)는 주저 없이 횡보 염상섭을 꼽았다. 오교수의 전공은 60~70년대 한국현대소설이므로 염상섭의 작품들은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지만 그는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염상섭을 연구하고 있다. 이번주 강의실 밖 산책에서는 오교
어스름한 일몰 무렵 가을바람을 느끼며 『소크라테스의 변명』을 꺼내본다. 때는 BC 399년. 지중해의 뜨거운 햇볕이 내리쪼이는 대낮에 치열한 논쟁이 벌어진다. 아테네의 아고라 광장 한복판에서 벌어진 한 지식인에 대한 재판 과정을, 플라톤은 그렇게 묵묵히 지켜보고 있던 참이다. 그가 그토록 사랑했다던 스승의 마지막 모습을 말이다. 아테네 민주주의는 점차 타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