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상징주의 시인 랭보, 그는 자신의 유명한 에서 시인은 세상과 미래를 바라보는 ‘투시자’가 돼야 하고 이를 위해 “모든 감각을 오랫동안 광대하게 그리고 이치에 맞게 착란”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즉, 가능한 기존의 모든 것을 파괴하고 새로운 토대 위에 새로운 세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삶과 문학에 있어 요즘 용어로 기존 골조는 놔둔 채 일부만을 보수하는 ‘리모델링’이 아닌 전면적인 해체를 통한 ‘재건축’인 셈이다. 시인 랭
OTT 플랫폼 중 하나인 TVING에는 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다양한 이유로 이별한 커플들이 한 집에 모여 지나간 연애를 되짚고 새로운 인연을 마주하며 자신만의 사랑을 찾아가는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죠. 해당 프로그램의 두 번째 시즌이 10월 28일 막을 내렸습니다. 방영하는 동안 어느 자리에 가나 관련 이야기가 나오고, TVING 주간 유료가입자 기여도 1위를 15주 연속 기록하는 등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출연자들의 연애를 보며 사람들은 공감했습니다. 여러 근거를 가지고 최종 커플을 추론하기도 했죠.
언론은 개에 자주 빗대어지곤 한다. 감시견(Watch Dog)과 애완견(Lap Dog). 반드시 개가 돼야 한다면 두 선택지 중 어떤 개를 선택할 것인가. 정치권력, 경제권력, 그리고 사회권력 등 각종 권력을 날카롭게 감시·견제할 줄 아는 감시견? 아니면 주인의 따듯한 품 안에서 재롱떨며 간식을 벌어 먹고사는 애완견? 이왕 해야 하는 개라면 필자의 선택은 단연 감시견이다. 스스로 20대 초반은 곧 중대신문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펜데믹에 따라 장기화한 비대면 학사로 아직 이렇다 할 것이 이밖에 없어서이기도 하겠
올해 초, 나는 중대신문 수습기자에 지원하려 했었다. 지원서 작성까지 마쳤을 때, 면접 일정을 맞출 수 없다는 걸 알게 됐다. 그렇게 야심 찼던 도전은 흐지부지 막을 내렸다. 가끔 주변에서 중대신문에 대한 얘기가 들려오면 홀로 간직하고 있는 작은 추억을 회상해보는 것이 전부였다. 갓 입학한 새내기 시절에는 대학교에서 신문을 발행한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신문지는 짜장면 먹을 때만 썼던 내가 그런 걸 알 리 없었다. 그러니 ‘차별을 회고하며’라는 제목의 기사를 읽은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글쓴이는 지하철을 기다리
회사 생활을 하다 중앙대에서 교육을 위한 새로운 길을 처음 내딛던 약 2년 전이 생각난다. 열의 넘치는 학생들을 만나는 기대감에 한껏 부풀어 학교에 나왔지만, 코로나19 시대의 시작과 함께 황량한 캠퍼스와 텅 빈 강의실만이 나의 첫 출근을 반기고 있었다. 학생들의 반응을 통해 강의를 발전시켜 보고자 했던 나의 계획은 녹화 강의로 대체됐고, 학생들의 진로와 고민을 위한 다양한 상담들은 단 한 번의 만남 없이 모두 이메일로 해결돼 버렸다. 무려 약 2년간의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중앙대 학생들의 다양한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게 도와준 유
2022년 여름, 중앙대의 인도네시아 사회봉사단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매년 여름마다 인도네시아 대학의 한국어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국어 교육 봉사를 진행하고 양국의 문화를 교류하는 행사다. 해당 프로그램은 약 10년 넘게 이어져 왔다. 그런데 올해는 이전 기수에 비해 유난히 특별한 점이 있었다. 바로 비대면으로 해외 교육 봉사를 진행했다는 것이다. 모두가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는 첫 발발 후 지금까지도 일상 곳곳에 여파를 미치고 있다. 이제는 비대면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것을 모두가 일상으로 받아들이고
한동안 연락이 뜸했던 지인에게 연락이 왔다. 그리고 안부를 묻는다. “잘 지냈어요? 어떻게 지내요?” “별일 없이 잘 지내요, 늘 똑같죠.” 그렇게 대화가 이어진 통화가 끝난 뒤, 문득 ‘나는 늘 똑같았을까?’ 하는 궁금증이 떠올랐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늘 똑같을 리는 절대 없다. 아마도 뭔가 바뀌는 걸 귀찮아하는 성격이라 무심결에 그렇게 대답했을 것이다. 습관이라 할까, 익숙해지면 잘 바꾸지 않는다. 물건을 사면 망가질 때까지 쓰고, 같은 물건을 구해서 다시 쓴다.
“언론은 민주주의 사회를 지탱하는 근간이다. 시민의 의사 결정에 도움을 주는, 정확하고 풍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우리 방송 언론인의 의무이다. 따라서 우리는 취재와 보도를 함에 있어서 시민의 편익과 안녕을 가장 우선할 것이다.” 방송기자연합회 강령의 전문이다. 9월 22일 윤석열 대통령이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7차 제정공여회의’ 회의장을 나서며 한 발언이 논란이다. 대통령실은 ‘바이든’이 아닌 ‘날리면’으로 말한 것이라 해명했다. 이후 그
오늘은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어릴 적 제 별명은 ‘호기심 대마왕’이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토론하고 질문하는 것을 좋아해 항상 “왜요?”라는 물음표를 달고 다녔죠. 이러한 열정의 화살표는 살아가면서 자연스럽게 다양한 분야로 향했습니다. 학보사에 지원하게 된 것도 돌아보면 개인적인 ‘호기심’에서 비롯됐죠. 남들처럼 거창하게 ‘기자의 꿈을 이루고 싶다, 기성 언론사에 취업하고 싶다.’ 이러한 것들은 전혀 없었습니다. 학생기자로 활동하
9월의 마지막 날에 친구의 추천을 받아 새로운 성격유형 검사를 했습니다. 저의 기질을 고양이로 비유하여 알려주는 검사였죠. 설명을 읽으며 너무 정확하다며 놀라기도 했고 한편으론 안도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예상한 저와 다르지 않았으니까요. 저는 그동안 참 많은 심리검사와 성격유형 검사를 했던 것 같습니다. 특히 불안감이 들거나 사람들 사이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 저를 설명해 줄 무언가로써 말입니다. 어쩌면 저에 대한 이해를 다른 도구의 힘을 빌려 해왔던 건 아닐까요. 사진첩 속 다양한 검사의 유사한 결과들을 보며 친구들과의 대화가 떠올
피곤한 내가 눈을 뜬다. 쇠가 쇠와 맞물리는 소리, 이어폰 너머 들려오는 낯선 목소리. 은근 까마득히 멀어지고 있는 2019년에 나는 대학교 새내기였다. 지금껏 살던 울산이 아닌 서울. 하늘에서 표류하다 멀뚱히 추락한 사람처럼 나는 어디에서든 어둑하니 서 있기만 했다. 학교에서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자취하면서, 자가용이 없으면서도 무릎이 좋지 않았던 나에게 서울은 단연 지하철의 도시였다. 그러니 나는 1학년이 채 끝나기도 전부터 소음만 참아내면 멀미도 없이 빠르게 도착하는 지하철을 ‘괴성을 내는 철의 괴물’이라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일들을 손쉽게 검색하여 알아볼 수 있는 시대. 온라인을 통해 세계의 다양한 언론 매체들이 전달하는 기사들을 총망라하여 검색해볼 수 있는 시대. 소위 말하는 21세기 ‘정보화 사회’라지만, 대학 언론에서 생산되는 신문에는 여전히 대학신문만의 매력이 있다. 눈 맑은 젊은 세대들의 고민과 관심을 엿볼 수 있고, 대학생 기자들의 파릇한 열정을 느낄 수 있으며, 그래서 급변하는 사회의 흐름과 방향을 좀 더 일찍 느껴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어느 나라의 어느 대학교에 방문하든 교내지를
그림책 작가 토미 웅게러의 유작 을 번역했다. 전쟁, 폭력, 공포, 혐오 등과 평생 정면 대결해온 그의 마지막 작품다웠다. 지구는 파괴되고 인류는 달로 이주한 종말론적인 세계가 펼쳐지는 것이다. 하지만 웅게러는 역시 그답게 희망의 빛, 위로의 온기, 벅찬 사랑을 잊지 않고 점점이 남겨 우리가 찾아갈 길을 알려준다. 지구에 홀로 남은 인간 바스코는 자기 그림자가 이끄는 대로 ‘딱 때맞춰’ 위험을 피하며 나아간다. 낯선 ‘생명체’가 아내에게 전해달라는 편지를 들고. 그 아내는 갓 낳은
단대 축제, 약 3년 만에 대면으로 개최되는 ‘2022 LUCAUS’까지. 다양한 부스와 공연들로 학교 전체가 축제 분위기로 들떠있다. 이런 우리에게 중대신문은 한 가지 질문을 던져줬다. 과연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축제인가? 축제를 즐길 줄만 알았지 차별과 편견이 없는 배리어 프리한 축제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는 고민해보지 않았던 것 같다. 배리어 프리존이 없거나 있어도 늦게 만들어지는 등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축제뿐만 아니라 학교 시설물의 배리어 프리 실태를 조사한 기사 ‘눈과 귀를 밝
바야흐로 인간과 동물이 가족으로서 공존하는 시대다. KB금융지주의 ‘2021년 한국 반려동물보고서’는 반려동물을 기르는 반려 가구가 전체가구의 약 29.7%(604만 가구)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올해 7월까지 경찰에 접수된 동물 학대 신고 건수는 3768건이었다. 전년동기 대비 약 18.1% 증가한 수치다. 동물을 ‘물건’으로 봤던 기존 법률에서 나아가, 최근 민법 개정안을 통해 동물에 관한 새 정의와 범위가 사회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중대신문이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동물에게 권리가 있
‘2022년도 대학알리미 공시’에 따르면 서울캠 외국인 학생 수(학위과정과 교육과정 공동운영생, 연수과정생 유학생의 합계)는 약 2600명이다. 학위과정을 수행하는 외국인 학생의 경우 지난해 대비 100여 명 증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학생자치 기구 등의 공식 SNS 계정 내 공지 방식은 아쉽다. 모든 공지에 한국어 외의 언어를 사용한 건 중앙대 공식 국제학생대사인 GLAM뿐이다. 일부 단대 및 학과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인한 인력 부족, 적은 유학생 규모 등은 핑계가 될 수 없다. 「소수집단학생 지원 규정」에
9월 27일 ‘2022-2023 프로농구 신인드래프트’가 열렸습니다. 신인드래프트를 통해 프로 구단의 지명을 받은 대학생 선수들은 비로소 프로 선수가 될 수 있죠. 드래프트 방식은 10개 구단이 네 라운드 동안 한 번씩 지명권을 행사하는 방식입니다. 대충 1라운드가 끝나가면 드래프트는 시시해집니다. 각 대학의 에이스 선수들은 이미 지명이 완료된 상태기 때문이죠. 하지만 기자는 끝까지 중계방송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직 지명되지 않은 선수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구단에서 4번의 지명권을 다 사용할 의무는
이번 학기 약 6번의 발행만을 앞두고 있습니다. 남은 발행호수가 줄어들수록 제 이름 끝에 ‘기자’란 호칭이 붙을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는 걸 체감하는 요즘입니다. 저는 남은 임기를 끝으로 중대신문에서 활동한 2년, 그리고 기자란 꿈을 가지고 있던 지난 8년여 시간의 마침표를 찍으려 하는데요. 어쩌면 기자로서 작성하는 마지막 칼럼이 될 이 공간에 서툴렀던 시간들의 고백을 남기려 합니다. 되돌아보면 시작은 오기였습니다. 2014년 4월 16일, 참사 현장을 찾은 수많은 취재진의 무리한 인터뷰 요청, 그리고 오보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