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지 어느덧 1년이다. 세계 2위의 군사력을 지닌 러시아가 22위인 우크라이나를 72시간 만에 함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전문가들의 판단은 틀린 지 오래다. 전쟁은 장기화됐다. 지난해 2월 24일, 푸틴은 새벽 대국민 담화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특별 군사 작전을 선포하며 침공을 개시했다. 이후 푸틴은 9월 21일 대국민 연설을 통해 군 동원령을 시행했다. 서방이 러시아를 향해 핵 위협을 가한다고 주장했다. 방어를 위해 모든 수단을 가리지 않겠다고 경고한 건 덤이다. 푸틴은 지속적인 담화로 우크라이나를 침략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세상에서 가장 쉬운 문제라니까.” 넷플릭스 시리즈 의 등장인물 도영이 그의 아내 연진에게 한 말이다. 함께 드라마를 보던 친구는 이 대사를 듣고 “어지간한 재벌이 아닌가 보다.”라며 도영의 재력에 감탄을 내뱉었다. 나도 친구의 반응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사를 곱씹어 보았다. 중요한 건 액수가 아닌 문제가 돈으로 해결될 수 있는지뿐이라니, 대체 얼마큼의 부를 쌓아야 이런 말이 자연스럽게 튀어나올 수 있을까?그러다 문득 도영의 말이 익숙하게 느껴져 기
마흔 번째 봄이 나에게 오고 있다. 대학 입학 후 처음으로 중앙대에서 맞이했던 봄. 그 때의 따스함과 냄새는 20년 세월을 훌쩍 넘어도 아직도 어제처럼 콧잔등에 남아있다. 설레었다. 키는 나와 비슷하나 왠지 모르게 더 커 보이는 선배들, 가파른 언덕배기 학교, 푸르른 청춘, 그 어느 하나 봄과 어울리지 않는 것이 없었다. 깔깔대는 동기들의 웃음소리와 시시콜콜한 농담이 마치 봄 햇살 아래 지저귀는 노란 방울새의 울음처럼 시끄럽지만 마음의 안정감을 주었다. 어느 따스한 날에 공대에서 내려가는 가파른 언덕길에서 나는 첫사랑과 만났고 그
어제는 택배기사 ‘사장님’께서 현관문 앞까지 택배를 갖다주셨습니다. 인터넷으로 물건을 주문하면 다음 날 받아볼 수 있는 편리한 세상입니다. 어떻게 하루 만에 도착할 수 있었는지 문득 궁금해집니다. 운송장 조회를 해보니 아니나 다를까 모두가 잠든 시간에 일하는 화물 운송 기사 ‘사장님’들의 흔적이 보입니다. 간선 상차 0시 57분, 간선 하차 4시45분. 끝자리도 간격도 불규칙한 시각은 어떤 기준이라도 있는 걸까요?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새벽의 어둠만큼이나 물류의 세계는 불확실합니다. 사
기자는 할 일이 없을 때 종종 서점에 들어가 에세이 코너를 구경하곤 합니다. 낯설지 않은 소재들을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것에 에세이의 매력이 있죠. 에세이 작가 중에서는 이기주 작가의 책을 좋아합니다. 단순히 글을 잘 써 좋아한다기보단 이기주 작가의 관찰력에 감탄하죠. 그의 대표작인 『언어의 온도』에선 일상 속 사소한 경험을 포착해 그만의 시선으로 해석한 것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습니다. 이기주 작가의 능력처럼 일상에서 순간순간을 포착하는 능력이 힘들어진 것 같은 요즘입니다. 기자는 를 수강하고 있습니다.
잘 모르겠어요. 제64대 안성캠 ‘라이트’ 총학생회(총학) 공약 이행도를 점검하며 수없이 들은 학생들의 답변이다. 공약의 이행에 관한 평가를 물었지만 공약의 존재조차 모르겠다는 답변이 허다했다. 더욱 주체적이어야 했다. 이미 학생사회에서 개선의 목소리가 있었고 대학본부조차 인지한 문제를 공약으로 내세운 ‘라이트’다. 대학본부는 이미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있었다고 밝혔다. 초록불 켜진 ‘라이트’ 공약이 총학의 공약 이행인지, 자연스러운 캠퍼스의 발전인지는 의문이다
지난 9월 이란 출신 22세 여성이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구금됐고 경찰 조사 중 의식불명에 빠져 사망했다. 사건의 진상 규명을 요구하면서 시작된 시위 현장은 처참한 인권 유린뿐이었다. 당초 사건의 진상조사를 구하는 ‘히잡 시위’는 이란 전역에 걸쳐 반정부 시위로 확산했다. 시위가 확산하자 이란 정부가 내민 것은 진실이 아닌, 탄압을 위한 총과 무기였다. 시위 현장은 한순간에 정부군과 경찰로 둘러싸였고 3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의문사 진상 규명에 대한 정당한 요구는 강경 진압됐다. 국민의
중대신문 제2029호에서 중앙대와 LG디스플레이 간의 채용절차 간소화 협약 체결이 있다는 기사를 접했다. 사실 타대 중에 유명 기업들과 계약학과를 체결하는 경우는 심심찮게 확인할 수 있다. 특정 학과를 관련 기업체들과 협약을 체결해 취업 맞춤형 학과를 신설하여 학생들로 하여금 취업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고 학생들에게 실무 경험 등을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게 하여 학생 개개인이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다. 기업체 입장에서도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하여 자회사의 구성원으로 둠으로써 기업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인재들을 양성하기 위함이
2016년 3월 26일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1면에 ‘STOP PRESS’라는 제목을 달았다. 마지막으로 종이 신문을 발행한 날이었다.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서 종이 신문은 설 자리가 없다. 그래서 기존 신문사들은 디지털 공간에서 독자들을 만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신문에 실릴 기사를 쓰는 일 외에도 유튜브 영상을 따로 찍고, 소셜 미디어 채널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데이터 저널리즘에 주목하거나 ‘뉴스레터’를 발행하는 것도 그런 노력이다. 매주 중대신문을 펼치
오늘 여러분은 이어폰을 꽂고 어떤 노래를 들었는가? 필자는 생동감 있게 변화하는 한국 아이돌 음악의 스펙트럼 덕분에 종일 지루할 틈이 없다. 특히 요즘은 클래식을 샘플링 하여 케이팝에 적용한 사례에 주목하고 있다. 올해 9월 발매된 블랙핑크의 , 3월에 발매된 레드벨벳의 은 클래식을 재해석한 근래 음반의 대표적인 예시다. 두 곡은 각각 와 를 샘플링 하였으며 클래식 특유의 고급스러운 선율을 잘 살렸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사실 이러한 기법이
그러니까 그때는, 미래의 ‘나’를 믿고 있었습니다. 지난여름의 어느 날 원고 청탁을 받고, 넉 달쯤 뒤의 내가 이 글을 진작 다 써놓았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정말로 흔쾌히 수락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러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많은 일이 밀려 있었고 미래의 ‘나’가 저절로 원고를 작성해놓는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마감 기한이 다가오고 말았습니다. 지금 저는 그야말로 머리를 쥐어뜯으며 삼색펜을 딸깍거리고 몇 분에 한 번씩은 월드컵 축구 중계에 시선을 빼앗기기도 합니다.
“이 건물 청소하시는 분 휴게실이 어디예요?” “저기 저쪽에 창고 같은 곳 있어요.” 볼일이 있어 방문한 곳에서 우연히 들은 대화입니다. 학내 청소 노동자 휴게실이 궁금해지기 시작한 날이죠. 다음날부터 학내 곳곳의 청소 노동자 휴게실을 찾았습니다. 휴게실의 환경은 천차만별, 뚝뚝 묻어나는 무배려함에 들어서자마자 미간이 찌푸려지는 곳도 많았죠. 그러나 예상처럼 취재는 쉽지 않았습니다. 중대신문 취재보도원칙상 기사 내 일반인인 취재원의 답변을 싣기 위해선 그들의 이름과 나이를 알아야 합니다.
신문을 펼쳐보면 ‘문화’면의 기사는 대부분 후반부에 있기 마련입니다. 다른 지면에 비해 기사량이 적기도 하죠. 유심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그 지면을 지나칠지도 모릅니다. 기자도 중대신문에 입사하기 전까지 문화면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중대신문에 입사한 이래 기자는 계속 문화부에서만 활동했습니다. 문화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 다양하게 뻗어갈 수 있는 주제더군요. 학술적인 내용을 넘어, 현재 문화 트렌드의 흐름을 짚거나 문화 속 차별 문제를 비판적으로 다루기도 했습니다. 단순히 ‘재미&rsqu
중대신문의 지면을 펼치고 마지막 면을 덮을 때까지 일관되게 받은 인상은 ‘다채로움’이었다. 먼저 지면을 구성하는 자유로움이 돋보였다. 제2028호는 학생회 선거를 앞두고, 1면은 선거관리에 대한 보도가, 기획면에는 양캠 총학생회 후보자들의 공약 점검 기사가 실렸다. 특히 안성캠에 출마하는 두 선본을 비교 구도로 구성한 레이아웃이 인상적이었다. 또한 경선인 만큼 공약 비교가 중요하다는 걸 인지한 기자들이 면밀하게 공약을 검토하고, 아직 행정부서와 협의가 되지 않은 공약을 꼬집는 등 날카로운 시각을 제시했다. 공약
이번 학기에 수업을 진행하는 대학원 과목 중에 외부 강사를 매주 초빙하여 진행하는 세미나 수업이 있다. 매주 어떤 주제로 특강을 진행할지, 어떤 분을 섭외하는 것이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지에 대한 고민으로, 세미나를 준비하는 과정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매주 신문을 발간하기 위해, 중대신문 기자들은 아마 나보다 더 치열하게 주제나 구성에 대한 고민을 할 것이고, 인터뷰를 위해 쉽지 않은 섭외를 많이 요청할 것이며, 그리고 기사를 고민하고 또 고민하며 작성할 것이다. 매주 발간하는 한편의 신문을 위한 준비와 제작 과정에 대해서 조금만
디지털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인터넷은 단순히 정보 전달 매체를 넘어 다양한 의견과 표현이 오가는 소통의 장이 되었다. 다른 매체와 비교했을 때, 인터넷은 진입 장벽이 낮고, 표현의 쌍방향성이 보장되는 가장 참여적인 대중매체다. 많은 정보를 쉽고 빠르게 얻을 수 있다는 이점의 이면에는 진실 여부가 검증되지 않은 표현들이 난무한다는 부작용이 있다. 그렇다면 인터넷에서의 표현의 자유의 범위를 어느 수준까지 허용해야 할까? 표현의 자유는 1948년에 UN이 채택한 세계인권선언에서 보장하고 있는 권리로, 민주주의 사회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보
서태지와 아이들 세대다. 서태지와 아이들 데뷔(1992년) 때 복학했다. 서태지와 아이들은 우리에게 대통령이었다. 문화 대통령. 우리 대통령의 옷과 모자, 신발이 진짜 대통령의 그것과는 완전 딴판이었다. 달라서 멋졌다. 아, 역시 다른 것은 멋진 것이구나! 그때 알았다. 또 다른 사람이 있었다. 김광석. 문화 대통령과는 또 다른 사람이었다. 문화 대통령이 진짜 대통령과 달라서 좋았는데 김광석은 문화 대통령과 또 완전 달랐다. 그래서 좋았다. 다른 것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이구나! 그때 알았다. 나 군대 갈 땐 최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