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하다. 제65대 양캠 총학생회(총학) 선거에 출마한 선거운동본부(선본)의 공약들은 속 빈 강정이었다. 일부 선본은 포탈을 통한 석차 조회 서비스를 도입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이는 학사팀에서 이번 학기 내에 개선하겠다고 밝힌 사항이다. 선본은 이를 알고 있었음에도 공약으로 내세웠다. 대학본부 부서 간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음을 근거로 들고 있지만 부서 간 협의 절차에서 총학이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일지에 관해서는 의문이다. 지난 제64대 총학과 중앙비상대책위원회(중비대위)가 진행해 온 사업을 공약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매주 월요일 아침, 학교에 들어서면 건물 앞에 꽂혀 있는 중대신문 한 부를 꼭 챙겨 연구실로 향하게 된다. 중대신문을 매주 놓치지 않고, 열렬 구독자가 돼 챙겨보는 이유는 별도의 시간과 품을 들지 않더라도 손쉽게 캠퍼스의 이모저모와 이슈 등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이 진행되던 적막 속 2년여 동안은 중대신문만이 캠퍼스와 학생들의 동향을 살필 수 있었던 유일한 소통의 창구였다. 코로나19가 한풀 꺾여 대면 수업이 진행되는 현재지만, 이전보다 좁아진 생활 반경과 제한적인 만남으로 학과를 비롯한 학내 구성
카레라고 하면 떠오르는 음식의 이미지는 무엇인가? 한국에서 흔히 생각되는 카레는 오뚜기의 3분 카레일 것이다. 필자도 ‘카레’라 하면 바로 3분 카레가 떠올랐었다. 장기간 인도에서 거주하면서, 카레를 접하면 접할수록 이러한 이미지는 사실과는 사뭇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인도의 현지 커리들은 한국에서 흔히 생각하는 커리와 모습, 맛, 색, 재료들이 모두 달랐었다. 커리는 흥미롭게도, 인도의 것이 가장 유명하지만, 태국, 일본 등 여러 나라에서 ‘현지화’된 커리들 또한 존재한다. 인도에서
저는 학기 중 세 번 편지를 써서 학생들에게 부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부득불 강의실에서 대면 수업을 할 수 없게 됐을 때부터였습니다. 비록 이클래스 공지사항에 탑재한 짧은 온라인 편지지만, 수강생들과 마음으로 소통하고 싶었습니다. 논리적이고 학술적인 의사소통 공간인 강의를 통해 미처 전하지 못했던 말을 하고 싶었죠. 우리가 왜 인문학을 공부해야 하는지, 우리에게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지, 가장 중요한 청춘의 가치는 무엇인지 등과 같은 주제를 짧은 편지에 담아 보고 싶었죠. 강의에 열정을 바치기도 녹록지 않을 터인데 너무 오지랖이
11월 17일 하루는 오직 한 세대를 위한 날이 된다. 비행기는 이·착륙하는 것을 대기하고, 경찰들은 학생들을 나르기 위해 도로를 활보한다. 이런 모든 생소한 주변들이 허용되는 날, 바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이다. 2020년에 수능을 응시했던 내게는 어느덧 3수째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친구들이 여럿 있다. 친구들이 도전하는 모습은 내게 큰 자극이 된다. 이런 친구들에게 수능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물었다. 한 친구가 한숨을 쉬며 뱉은 “대학 간판 때문이지”라는 대답은 나의
‘받아쓰기만 할 거면 기자는 뭣 하러 하는 건지’ 중대신문을 입사하기 전 쉽게 내뱉었던 말들 중 하나입니다. 뉴스 카메라에 종종 잡히는 기자들을 보면 항상 높은 사람들과 유명 인사들의 말들을 주저앉아 받아적고 있었죠. ‘요즘 기자들은 엉덩이가 무겁네’ 속 편히도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기자가 되고 나니 이거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더군요. 무성의한 답변은 양반이고 거부에 방해에 협박까지. 취재란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기사로 내보내면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말도 들었으니까요. 그러나 무엇
윤석열 대통령은 11월 11일부터 11월 16일까지 동남아를 순방할 예정이었다. 통상적으로 대통령은 해외 순방 시 공군 1호기를 탑승하며 출입 기자단도 동승한다. 그러나 9일 대통령실은 MBC 취재진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불허한다고 통보했다. 이에 MBC는 “언론 취재를 명백히 제약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국민 세금으로 운용되는 전용기를 마치 자신들의 사유재산처럼 취재 기자 탑승 여부를 일방적으로 통보한 대통령실의 결정에서 윤석열 정부가 자신들에게 비판적인 국민과 언론을 어떻게 생각
국회는 국민의 신뢰를 나날이 잃고 있다. 국민의 대표로 구성된 국회가 민생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믿음을 가지기 어려운 현실이다. 8일, 이태원 참사 대응 질의가 이뤄지던 대통령실 국정감사에서 일부 국회의원이 ‘웃기고 있네’라는 필담을 나눈 것이 포착됐다. 해당 국회의원은 질의에 관한 필담이 아니며 사적인 대화를 나눈 것이라고 해명했다. 국가안보부장에게 국민 안전이 심각하게 침해된 사건에 관해 질의하는 자리임을 고려했을 때 필담의 맥락과는 관계없이 사안을 대하는 이들의 가벼운 태도는 민망한 수준이다. 이에 끝나
내 꿈은 좋은 글을 쓰는 작가다. 어떤 글이 좋은 글인지 알아보는 안목을 기르고 싶어서 국어국문학과로 진학하였고 박사학위까지 받았다. 지금은 강단에서 글쓰기와 창의와 소통을 가르치면서 조금씩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수업을 하면 할수록 좋은 글에 대한 윤곽이 잡혀가는 것을 느낀다. 특히 학생들이 과제로 제출한 글들을 읽다 보면 ‘아, 이 글 참 좋다’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글쓰기 과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글은 한 학생이 쓴 자기서사 쓰기였다. 그 학생은 1000자 정도만 쓰라고 내준 과제를 A4 용지로
“대학 사회에서 학보사의 기능이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기성 언론의 기사와 어떤 차별점을 가질 수 있는지 서술하세요.” 필자가 학보사 입사 당시 답변해야 했던 논술 문제다. 고민 끝에 “미처 주목받지 못한 학교 구석구석을 조명하고, 사회의 최전선에 맞닿아 있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누구보다 생생하게 전달한다”라는 답변을 적었던 것 같다. 학보사에서 활동하며 해당 질문을 끊임없이 되새겼고, 편집국장이 된 지금도 그리 나쁘지 않은 답변이었다고 생각한다. 기고문 요청을 받고 다시 한번 꼼꼼히 읽어본
연극 드라마를 다루는 게 일이다 보니 사실과 진실의 대립, 혹은 그 수용에 대해 늘 고민합니다. 부당한 사실과 정당한 진실, 호의의 사실과 폭력의 진실 등은 연극 드라마의 단골 주제이기 때문입니다. 현실에서 이와 관련한 사건을 목도할 때 오히려 외면하고픈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다시 정신을 차리고 주시하는 이유는 직업병일 수 있습니다. 오랜만에 본 중대신문은 훌륭했습니다. 전반적인 학내 소식을 사실적으로 꼼꼼히 알리려는 노력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나 역시 중대 교정을 다닐 당시 이만한 관심을 가진 적이 있었나 반성할 정도로, 교원 인사
최근에 정홍수 선생님이 쓴 『마음을 건다』(창비, 2017)를 다시 읽었다. 문학 평론가에 대한 외경심을 품고 천천히 책장을 넘기는데 「어른 되기의 힘겨움」이란 제목의 글을 읽고 생각이 많아졌다. 문학에는 분명 힘이 있다고 말하며 소설집과 평론집을 뒤적거리던 스물한 살 가을 이 글을 읽고 붙여둔 포스트잇을 발견했다. 언젠가 이 글을 다시 펼치게 된다면 그땐 어른이 되어있길. 단정히 쓰인 몇 년 전의 글씨체를 보자 아끼는 볼펜으로 한 자씩 꾹꾹 눌러쓴 그때의 기억이 선명해졌다. 가장 존경하는 문학 평론가의 솔직한 고백 앞에서 나 또한
‘MZ세대’라는 말이 매우 익숙해진 요즘입니다. MZ세대를 검색하기만 해도 ‘MZ세대 입맛 공략’, ‘MZ세대 겨냥’ 등의 단어가 포함된 제목이 끊임없이 나타나죠. 마치 사회가 MZ세대를 위한 시대로 가는 것 같습니다. MZ세대인 기자는, 역설적이게도 이 용어를 정말 싫어하는 사람입니다. 사전적 정의로 MZ세대란 ‘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입니다. 최신
지난 10월 15일 SPC 그룹 계열사인 SPL 제빵공장에서 청년 노동자가 끼임 사고로 숨졌다. 이후 8일 만에 또다시 노동자의 손가락이 끼여 절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10월 21일 허영인 SPC 그룹 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하며 안전 경영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지 이틀 뒤 재해가 재발한 것이다. 10월 15일 사고로 숨진 청년 노동자는 공장에서 하루 11시간 동안 일하면서도 충분한 휴게 시간을 보장받지 못했다. 또한 끼임 사고를 예방하기 위함이었던 2인 1조 작업 역시 이뤄지지 않기도 했다. SPL은 사고가 발생한 다음 날에도 사고
중앙감사위원회(중감위)가 결국 폐지됐다. 2019학년도 2학기 서울캠 전체학생대표자회의(전학대회)에서 중감위 회칙이 제정된 지 약 3년 만이다. 이에 중앙감사 체제의 순기능 이행의 대체 방안으로 중앙감사회의가 구성됐지만 이는 감사에 목적을 두지 않는다. 학생사회 내 회계 문제는 지속적으로 존재해왔다. 2019년 서울캠 축제 플리마켓 보증금 및 입점비에 대한 회계 내역 부재가 지적된 바 있다. 2020년 해당 문제는 재점화됐고 총학생회장은 통장 내용 공개의 필요성을 인정했지만 끝내 규명되지 않았다. 안성캠도 마찬가지다. 2020년에만
선과 악의 경계에 대한 생각이 많던 요즘, 중대신문의 ‘어릴 적 동경했던 영웅의 이야기’와 ‘자, 이제 누가 악당이지?’ 기사를 접했다. 명쾌한 예술 키워드 설명과 함께 새로운 사고의 물꼬를 틔워줘 잊고 있던 신문의 가치를 다시금 새길 수 있었다. 어렸을 때 읽은 동화들은 선과 악의 대비가 극명하기만 했는데, 커가면서 우리는 실제 사회뿐만 아니라 사실은 옛날의 그 동화들조차 선과 악의 모호한 경계에 서 있는 인물들이 생각보다 많음을 깨닫게 된다. 기사에서 ‘인간은 악을 나쁘다고
개인적으로 지난 학기까지 모든 수업을 비대면으로 진행하다 약 2년 반 만에 학생들을 만나게 됐습니다. 코로나19로 멈춰버린 시간 동안 우리의 삶에는 큰 변화가 있었고 이전에는 익숙했던 것들이 익숙하지 않은 일이 되었습니다. 태블릿 화면이 아닌 강의실에서 학생들을 보며 하는 수업은 저의 일상이었지만 두 달이 지난 지금도 당연한 일상이 어색합니다. 한동안 많은 사람 앞에 서본 적이 없다 보니 80명의 학생이 있는 강의실에 들어서기 전에는 묘한 긴장감을 느낍니다. 그리고 8월부터 학과장을 맡게 됐는데 코로나19 이후 입학한 학생들이 끊어
정해진 기준보다는 ‘나’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시대가 왔다. 바로 평균 실종의 시대이다. 『트렌드 코리아 2023』(김난도 씀)을 읽기 시작했다. 저자는 2023년 우리나라의 모습을 10개의 키워드로 정리하고, 이것이 어떠한 시장과 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를 예측한다. 평균 실종, 체리 슈머의 등장, 인덱스 관계 등이 그것들이다. 나는 오늘 그중 ‘평균 실종’에 주목하고자 한다. ‘평균 실종’이란, 집단을 대표하는 평균값이 무의미해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평균 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