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중의 많은 관심을 받은 작품 중 하나는 단연 이다. 많은 사람이 ‘자폐 스펙트럼을 지닌 변호사의 이야기’라는 예민한 소재라서 인기몰이가 쉽지 않으리라 예상했다. 우영우는 소재적 우려뿐만 아니라 소위 스타 캐스팅도 아니고, 낮은 인지도의 신생 채널(ENA)을 통해 방영됨에 따라 흥행 요소가 없었지만, 첫 방송 직후 호평이 이어지며 기적적으로 시청률 상승을 이어 나갔다. 사랑스러운 우영우가 세상을 마주하는 과정을 통해 그동안 우리는 ‘장애/비장애’의 이분법적 시
선우정아의 라는 노래를 굉장히 좋아한다. 그 중 ‘돌아오자 씩씩하게/지쳐도 돼 내가 안아줄게/괜찮아 좀 느려도 천천히 걸어도’라는 마지막 가사를 정말 좋아한다. 언젠가 대학 생활에 정말 지쳐있을 때 이 노래를 들으며 많은 위로를 받았던 기억이 난다. 주변에 힘들어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이건 비단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공감할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다들 저마다의 사연으로, 저마다의 힘듦을 느끼며 살아간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면, 그 힘듦을 적극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사람은 그다지 찾아보지 못했다. 다
옛날이야기 중에서 ‘해와 달이 된 오누이’라는 널리 알려진 이야기가 있다. 어느 산골에 오누이와 어머니가 살고 있다. 하루는 어머니가 건넛마을에 일하러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호랑이를 만난다. 호랑이는 어머니에게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라고 말한다. 호랑이는 처음 말과 달리 떡 하나로 만족하지 않고, 떡을 모두 빼앗아 먹는다. 호랑이의 탐욕은 떡에서 끝나지 않는다. 호랑이는 어머니에게 팔과 다리를 달라고 하고, 최후에는 몸뚱이까지 먹어 치운다. 호랑이는 이에 그치지 않고 어머니의 옷을
기자는 이가 잘 썩습니다. 그런 체질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에 그런 게 어딨냐며 비웃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양치를 안 하는 습관을 괜히 핑계를 댄다며 혀를 찰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얼마나 성실히 양치를 했느냐와는 별개로, 침이 산성을 많이 띌 경우 치아 부식이 쉽게 된다고 합니다. 매번 “양치를 열심히 안 해서 그래”라고 꾸중을 들었는데 ‘내가 잘못해서 이가 썩은 게 아니구나’라는 사실을 깨닫고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진짜 원인을 안다고 해서 더 이상 이가 안 썩는 것도 아닌데도
기자의 첫 수첩엔 랩 가사가 빼곡했습니다. 다이나믹 듀오의7집 앨범는 당시 초등학생이던 기자를 힙합의 세계로 안내했는데요. 킥 드럼 소리에 맞춰 심장 박동 소리가들리던 그 시절을 아직도 잊지 못하죠. 중학생이 된 기자는 랩 가사를 쓰고 녹음하는 아마추어 래퍼가 돼 있었습니다. 그날그날 느낀 것을 잊지 않으려 기록하던 수첩엔 가장 진솔한 감정들이 담겨 있습니다. 그때 기자는 매일 새로운 가사를 쓰고, 새로운 랩을 만들어 불렀습니다. 같은 소절을 100번 넘게 녹음하기도 했죠. 해가 뜨는지도 모른 채 헤드폰을
넷플릭스 드라마 가 종영했다. 는 ‘학교폭력(학폭)’을 주 소재로 하며 화제를 모았다. 드라마 흥행과 함께 세간에서 학폭에 대한 논의가 재개되며 유명인의 학폭 논란이 또다시 불거졌다. 매일 새로운 학폭 논란이 판을 치는 현실 속, 한없이 관대해지는 이들이 있다. 최근 학폭 의혹으로 방송에서 하차한 유명인을 향한 옹호 행렬이 이어졌다. 일부 시민들은 “살면서 실수하지 않는 사람이 있나”, “자식을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유명인의) 부모 가슴이 찢어지겠다&r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라 수도권은 2026년부터 생활폐기물을 처리없이 직매립하는 행위가 금지됐다. 쓰레기를 바로 매립할 수 없게 된 서울특별시(서울시)는 마포구에 소각장을 짓기로 발표했다. 계획을 이행하겠다는 서울시와 이에 반발하는 마포구의 갈등은 현재도 지속되고 있다. 갈등이 예상되는 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피해 왔던 탓이 크다. 2015년 서울·인천·경기·환경부는 2025년까지 매립지를 연장 사용하고, 생활폐기물 직매립 제로화를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매립지의 한계와 직매립 금지에 대한
봄은 많은 생명이 깨어나고, 화려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아름다운 계절이기에 마찬가지로 삶에서 가장 꽃다운 시기를 보내는 젊은이들은 청춘이라는 이름을 받았다. 밖에서 활동하기 좋은 날씨는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용기와 힘을 주고, 형형색색 꽃들은 존재만으로 보는 사람을 기쁘게 한다. 봄은 넘치는 생명력으로 새롭게 주어진 한 해를 다시금 실감하는 때,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채워나갈지 두려워하고 기대하는 때이다. ‘바로 이런 장면을 보기 위해, 이런 순간에 함께하기 위해 살아왔구나’하며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열심
고백할 게 있어요. 내가 지금 가르치는 수업들, 나도 학생 시절에 들었어요. 여러분들과 비슷했어요. 부담이 덜 해 보이는 강좌로 골라 신청했어요. 학교 밖에서 딴짓하느라 어찌나 분주했던지 수업은 잘 안 들어갔어요. 대충 시험을 봤고, 그저 그런 학점을 받았죠. 이 수업들은 흐릿한 기억으로만 남아있어요. 한 수업은 교수님의 점잖은 잔소리가 너무 싫었어요. 그런데 공부 다 마치고 아주 나중에 한참 후배로 다시 그분을 뵈었어요. 그제야 훌륭한 인품을 가지신 그 교수님께서 당시 진심으로 학생들에게 해주셨던 말씀이란 걸 깨달았죠. 다른 수업
어제저녁 나는 우편함에 쌓인 종이신문을 버렸다. 바쁘다는 핑계로 우편함에 쌓이던 읽히지 않은 신문을 버리는 건 꼭 경험하지 못한 하루를 버리는 기분이 들었다. 구독 중인 신문사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종이신문은 시답잖아서 따위의 이유는 아니었다. 그저 신문 속 내용과 나의 일상에서 거리감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신문 속에서 보이는 세상의 모습이 꼭 나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것만 같았다. ‘나’를 빼고 돌아가는 세상에 당연한 일상은 존재할 수 없는 법이다. 중대신문을 통해 나는 신문에서 나의 일상을 찾을 수 있었다
“기계가 인간의 뇌를 추월하는 날은 아직 요원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세계적인 언어학자 노엄 촘스키(Noam Chomsky) 관련 기사를 일간지에서 읽었다. 그는 인터뷰에서 AI의 독자적 생각과 도덕적 사고의 부재를 거론하며 그 한계를 제시한다. 그러나 우리의 삶에 AI의 물결이 쓰나미처럼 밀어닥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3월 6일에 발행된 중대신문에서도 그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신문 2면의 ‘AI의 실수, 작품으로 재탄생’ 기사는 생성형 인공지능인 ‘StyleGA
“아는 게 힘”, “모르는 게 약”. 알면 알수록 그것이 곧 자신의 힘이 된다는 입장과 삶을 살아가며 어떠한 순간엔 진실과 같은 것을 모르는 게 오히려 득일 수 있다는 입장인데요. 5년 전, 고등학생 시절의 필자는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전자를 택했습니다. ‘모르는 게 약’을 선택한 친구들에게 의문을 가지기도 했죠. 당시 저는 ‘언론’의 기능에 푹 빠져있었습니다. 유명인의 말 한마디보다 신문 1면의 기사에 사람들이 더 많은 관심을 가진다고 생각했죠.
부끄러움이라는, 개인적이고도 사회적인 감정에 관해 생각해 보자. 우리가 부끄러움을 느끼는 과정은 두 가지로 귀결된다. 먼저 외부에서 비롯되는 부끄러움이 있다. 우리는 이를 ‘수치심’이라 부른다. 이때의 부끄러움은 특정 환경에서 요구되는 개인의 능력과 관계된다. 그리고 ‘죄책감’이라는, 내부 요인에 기인하는 부끄러움도 있다. “했어야 했는데” ·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와 같은 말은 당위에 직결되며 이는 양심의 산물이다. 전자는 제3자의
편집장단 인사말에서부터 만나볼 수 있는 이 문구는 바른 주장을 펴고 사실을 그대로 전한다는 의미다. 사회 문제점을 지적하고, 독자에게 전한다는 기자의 존재 이유를 단 네글자로 표현한 셈이다. 바른 주장을 펴고 사실을 그대로 전달하는 일은 사안에 대한 왜곡 없이 올바른 비판을 전개해야 한다는 것인데,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요즘 시대에 왜곡 없이 사안을 전달하는 것쯤이야 가능할지 모르지만, 그것에 그친다면 그저 세상의 여러 이슈 알리미에 그칠 뿐이다. 어려운 것은 올바른 비판이다. 호기롭게 기자를 꿈꾸던 새내기 시절, 중대신문에
「학생인권조례」는 모든 학생의 존엄성 보장과 가치 실현을 목적으로 제정돼 6개 교육청에서 제정 및 시행되고 있다. 최근 「학생인권조례」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일부 지역에서 「학생인권조례」 폐지 움직임이 일고 있다. 서울시의회와 충청도의회에는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요구하는 청구서가 전달됐다. 10일 서울시의회 본관 앞에서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주장하는 단체가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폐지 촉구 시민대회를 열었다. 해당 단체는 성명을 통해 「학생인권조례」가 학생 훈계를 막기에 조례 시행 이후 교권 침해가 급증했다고 주장했다. 더불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출퇴근 지하철 탑승 시위와 이를 저지하려는 서울특별시(서울시)의 갈등은 1년 넘게 지속되다 교착 상태에 접어들었다. 서울시는 면담, 협의 등 대화에 참여하고 전장연은 오는 23일까지 지하철 탑승 시위를 중단했지만, 의견 합치에는 난항을 겪고 있다. 갈 길이 멀다. 여기까지도 너무 긴 시간이 걸렸다. 서울시는 지하철 탑승 시위를 하는 전장연 회원을 물리력으로 막고 무관용 대응 원칙을 언급하며 강경 대응을 이어갔다. 심지어는 서울중앙지법이 지난해 제시한 ‘공사는 동선 미확보 역사의 엘리베이터를
종이 신문의 가치가 종잇장만 해지고 있는 가운데 미래를 이끌어갈 대학생들은 신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언론수용자조사통계에 따르면 2022년 종이 신문 열독률은 약 9.7%이며 하루 중 단 3.3분을 종이 신문을 읽는데 투자한다고 밝혔다. 모바일이 활성화되면서 인터넷 포털을 통한 기사 소비가 급증하고 짧고 자극적인 것에만 몰두한 결과이다. '중대 신방'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저널리즘에 대한 수업을 듣고 있는 지금도 신문은 여전히 낯설고 지루한 존재라는 생각이 있었다. 그러나 중대신문 제
요즘 대화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ChatGPT이다. 에세이와 논문을 줄줄이 써낸다는 ‘그것’의 존재를 생각하면, 학생들의 글쓰기를 어떻게 지도할 것인가에 대한 걱정으로 정신이 아득해질 지경이다. 심지어 ‘그것’은 코딩, 작곡, 작문, 번역에도 능통하다. 참으로 신통한 도깨비 방망이가 아닐 수 없다. 이제 우리는 고민하고, 실패하고, 거듭하는 일을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입력창에 궁금하고 필요한 몇 가지 조건만을 제시하면 고단한 모든 과정을 뛰어넘어 현명한 답을 단번에 가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