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기 전에는 내 글이 나를 변명하지 않기를 희망하지만 내가 쓴 글을 읽을 때는 내 글속에 비친 내 모습이 좋은 사람이 아니기를 희망한다. 그래야 진실된 글이라고 믿으니까. 왜 갑자기 친구의 이야기를 쓰고 싶은 건지.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부채감을 떨쳐내고 싶어서는 아닌지. 결국 나를 위해 쓰는 글이 아닌지. 하나부터 열까지 조심스럽다. 그럼에도 단
누가 만들었는지는 몰라도 요즘 ‘오글거린다’는 말이 참 많이도 쓰이고 있다. 국어의 원형에서 많이 벗어난 인용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습관처럼 오글거린다는 말을 툭툭 내뱉는다. 누군가가 진지하고 사색적인 이야기를 꺼낼 것 같은 분위기가 되면 사람들은 자기 손발의 퇴화 현상을 호소하며 깊은 토론이 될 것만 같은 싹을 뿌리째 뽑아버린다. 속에 있는 말을 꺼낸
대학생활의 후반부 그리고 20살 중반을 맞이하면서 삶은 논한다는 것은 시기상조이기는 하나 가장 철저히, 그리고 깊게 알아가는 사실은 바로 고독의 존재를 철저히 알아간다는 것이다. 어쩌면 고독은 내가 실존을 인식할 때부터 항상 곁에 있었는지도 모른다. 아니 분명히 있었다. 이는 과거의 지나간 시간을 반추해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삶의 과정을 관계의 결합, 단절
세월호 사건이 터진 지 160일 째다. 달수로는 5개월이 넘었다. 사람들은 이제 세월호에 대한 언급과 논란을 ‘피로하다’고 느끼는 모양이다. 광화문에서 딸의 죽음에 관한 진실을 요구하는 중년의 사내를 보며 ‘산 사람은 살아야지’하고 혀를 끌끌 차고, 인터넷 포털 사이트 메인기사로 더 이상 세월호 기사가 뜨지 않기를 원한다. 승객들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은 이
최근 SNS에서 기괴한 장면을 보았다. 지난달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공습에 처참하게 죽은 한 아이의 시신을 찍은 사진이었다. 그리고 그 사진에는 전 세계에서 보낸 수십만의 ‘좋아요’가 찍혀있었다. 단지 ‘싫어요’ 혹은 ‘슬퍼서다. 자극적일 정도로 슬픈 스크린 속 광경들은 그저 나를 멍하게 만든다. 하지만 몇 초 뒤에 금방 뜨는 ‘맨 위로’ 버튼을 누르면서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말은 적어도 한국사회에서만큼은 광범위한 영향력을 갖는다. 언론, 종교, 교육 등에 대해서는 그 압력이 더욱 강하다. 이를테면 비판적인 언론에 정치적 중립을 요구하거나(이는 기성언론보다 대학언론에 더욱 강하게 작용한다), 종교계나 교육계의 정치적 행동에 대해 중립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비난하는 것이다. 마치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언제나 첫 경험은 설레다. 대학생이 되고 나서 처음 경험했던 일들은 언제나 설렘으로 다가왔다. 지금은 아니지만 처음 조별과제를 했을 때도 설레었었다. 지난 4일 잠에서 깨자마자 선거를 하기 위해 부랴부랴 집을 나섰다. 오후로 예정된 학과 소모임 소풍에 가기 위해서 아침 일찍 투표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등재번호를 확인하고 주민등록증을 챙겨서 떨리는 마음을
요즘 우리는 대형서점에 가면 베스트셀러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그중 단연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자기계발서이다. 베스트셀러 전시 구간에는 ‘OOO의 성공비법’, ‘꼴찌에서 일등으로’와 같은 다소 자극적인 제목으로 독자들을 유혹하는 책들로 가득하다.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이러한 자극적이지만 공감을 주는 책들로 마음을 ‘힐링’하기 시작했고, 더 나아가 이제는
길거리를 가다가, 음식점에서나, 집에서나, 어디를 가든 사람들이 들고 다니는 도구가 하나 있다. 이 도구의 도입은 생활에서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어린 유치원생부터, 연세가 지긋하신 어르신들까지, 안 들고 다니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이것을 통하여 세계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고, 어느 곳에서든 인터넷을 통해 원하는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이 도구
우리 모두는 소위 ‘지옥’으로 형용되는 대학 입시 체제를 넘어 현재 대학을 다니고 있다. 우리가 치열한 경쟁을 뚫고 대학에 들어와 유럽의 타 선진국들의 학교들과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등록금을 내면서도 계속해서 학교를 다니고 있는 이유는 아마도 스펙, 취업 정보, 인맥 등 이점들을 얻기 위함일 것이다. 우리의 기대이익과는 조금 먼 이야기지만 본래 대
“몸과 마음의 치유”라는 “힐링”은 오늘날 광범위하게 사용됨에도, 주류를 가진다. 대중이 어느 정도 성공했다 여기는 패널이 TV든 강연이든 등장한다. 그리곤 다사다난한 인생사 이야기를 말한다. 힐링은 이미 누군가 아프다는 사실을 암묵적으로 전제한다. 그 원인은 사회적일 수도 있고, 개인적일 수도 있다. 패널도 아픈 순간을 한번 즘은 겪은 사람이다. 그럼 대
세월호 사고가 일어난 지 보름이 지났다. 사망자 수는 이제 200 명을 넘었고, 여전히 80여 명이 실종상태이다. 많은 사람들이 죽은 이들에게 애도를 표하면서 노란 리본을 달았고, 여러 지역에 합동 분향소가 마련되어 조문객이 끊이질 않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희생된 것이 너무나 안타깝고, 특히나 수학여행을 가던 학생들이라 그 죽음이 더 슬프고 미안하다. 많
최근 한국 프로야구와 미국 메이저리그가 연이어 개막했다. 바야흐로 ‘야구의 계절’이 돌아온 것이다. 나 또한 약 10년 전부터 야구를 즐겨 보고 있다. 경기 간간이 느껴지는 여백의 미 때문에 야구가 좋다. 야구는 최소 16번 이상 공수를 교대하면서 경기가 자주 쉬기 때문에 틈틈이 숨을 돌리며 딴 생각을 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덕분에 요 며칠 전에는 야구를 보
지금 한국은 벚꽃이 만연한 봄이겠죠? 학교 공강 시간 때마다 자주 가던 터방내 커피 맛은 그대로인지. 또 여전히 무한도전은 재미있는지요. 저는 현재 한국의 모습이 궁금한 여행자입니다. 지긋지긋한 학교를 벗어나고 싶었고 졸업을 앞둔 올해 초, 마지막 학기를 등록하는 대신 세계 여행을 꿈꾸고 한국을 떠나는 항공권을 구매했습니다. 그리고 현재는 볼리비아에 체류하
사상 초유의 개인 신용정보 유출 사태로 온 나라가 한차례 큰 진통을 겪었다. 카드번호부터 유효기간까지 유출된 이번 사건으로, 국민들은 자신이 2차 피해의 당사자가 되는 게 아닐까 걱정하고 있다. 물론 비밀번호, CVC 값 등 카드결제 핵심 정보는 유출되지 않았고, 2차 피해를 최소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관련 기관들의 입장이 있었지만, 계속되는 개인정
‘공강 시간 뭐할까?’에 대한 고민은 어쩌면 대학생들에게 수업에서 주어지는 것보다 더 큰 과제일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공강시간이 그저 밥만 먹거나, 먹고 남는 나머지에 부족한 수업을 보충하는 시간일 수 있지만 사실 대부분의 누군가들은 청춘을 그리 빡빡하게 살고 싶어하지 않는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학교 앞은 공강시간을 나름대로 풍족하게 보낼 수 있
약 10년 전, MBC의 라는 프로그램 안에 (이하 )라는 코너가 있었다. 책을 읽는 사람이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 제작진이 전철, 버스,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그 주의 선정 도서를 읽은 시민을 찾는 것이 코너의 포맷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큰 인기를 끌었고 선정도서들은 서점에서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진열
살인마를 체포했다. 그런데 이 남자,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너무나 평범하다. 정신과 전문의는 그에게서 비정상적인 부분을 한 군데도 찾아볼 수 없다는 사실이 외려 본인을 비정상적으로 만든다고 말한다. 주변 사람들로부터의 평판도 나쁘지 않다. 직장에선 성실했고, 가정에선 따듯한 남편이자 아빠였다. 살인조차 주어진 임무에 충실한 결과라 주장하는 그는 나치의 유대
부산외대 학생 아홉 명이 숨졌다. 아쉬움과 안타까움에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다가 문득 하나의 의문이 생겼다. 오리엔테이션이란 과연 무엇일까 하는. 사전적 의미가 아닌, 해마다 이걸 주최하고 실행하는 각 학교와 학생회의 입장 및 행사 취지와 같은 동어반복도 아닌, 이 오리엔테이션(OT)이란 행사의 진정한 목적이 궁금해졌다. 나는 그 동안 세 번의 OT에 참석했
안성캠 총학 선거가 끝났다. 기호 1번이 당선되었다는 소식을 알음알음 들었다. 올해 문창과의 투표율은 저조했다. 재학생 중 1/3 정도만 자신의 투표권을 행사했다고. 나는 좀 놀랐다. 평소에 우리 과 사람들은 학교 일에 관심이 많아 보였다. 하지만 정작 투표일이 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 자기 일 하기에 바빴다. 실은 내가 잘못 보고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