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마 울지 못한 당신을 위하여』안 안설렝 슈창베르제, 에블린 비손 죄프루아 공저/민음인/188쪽 현대인들은 성공을 꿈꾸며 살아간다. 그 바램에 힘입어 ‘성공’은 인간의 영혼을 삼키고 조종하기에 이르렀다. 결과물이 좋을지라도 끝없는 인내 속에 데인 상처들은 망각 속에서 터지고 곪아 있다. 이대로는 위험하다. 『차마 울지 못한 당신을 위하여』(민음인 펴냄)의
불의 설법에서 붓다의 길을 찾다 첫 장을 펼치자 「서시」에선 ‘태초의 아픔이 있었다’라 소리친다. 붓다의 생애를 낱낱이 밝힌 『불의 설법』(서정시학 펴냄)은 태초의 씨앗과 비, 바람을 담으며 시적 이미지를 형성했다. 이를 풀어내는 시인은 나지막이 읊조린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곳은 진정 무엇인지 말이다. 수록된 시 중 「태어나는 괴로움」 일부에선 ‘별이 아프
냉철한 완벽주의자 선우는 자신을 죽이려던 강 사장 앞에 선다. 그리고 묻는다. “저한테 왜 그랬어요?” 짧지만 강렬한 질문에 강 사장은 답한다.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 영화 의 이야기다. 답변을 듣고자 숨가쁘게 달려 온 선우에게 건낸 강 사장의 답변은 친절하지 않다. 조직 전체를 상대로 벌인 전쟁 끝에 들은 해명치곤 납득이 되지 않는다
『다시 읽는 밳석 시』 현대시비편연구회 저 / 소망출판/ 811쪽 고향을 사랑한 시인, 백석. 그는 자신이 태어난 평안북도 정주의 자연과 인간을 대상으로 토속적이고 향토색 짙은 서정시를 썼다. 현대 시문학사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을 받는 그에 대해 지난달 현대시비평연구회가 『다시 읽는 백석 시』(소명출판 펴냄)를 발표했다. 시전집과 연구서의 성격을 겸하고
『걷기, 두 발로 사유하는 철학』프레데리크 그로 저/책세상/320쪽 우리의 발걸음엔 언제나 목적지가 있었다. 무엇이든지 더 빨리 더 멀리 가는 것이 더 좋은 것이라는 오늘, 걷는다는 것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 어쩌면 순진한 생각이라 할 수도 있다. 프레데리크 그로의 『걷기, 두 발로 사유하는 철학』(책세상 펴냄)은 방향이 뚜렷한 걸음에 익숙해져있는 우리들에게
『편안함의 배신』마크 쉔, 크리스틴 로버그 공저/위즈덤하우스/320쪽 편안함을 가져다주는 기술과 상품이 넘쳐나는 현대 사회에서 인간은 조금만 불편을 느껴도 짜증을 낸다. 스마트폰, tv, 컴퓨터, 자동차, 약 등등 우리의 삶을 즉각적으로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풍요가 더 커질수록 그 풍요가 없었을 때 겪는 상실, 혹은 불편에 대한 반응은 점점 더 민감해진다.
트로이 전쟁을 마친 오디세우스는 고국으로 돌아가기까지 10년 동안 바다 위를 방랑했다. 외눈박이 거인을 눈멀게 해 신들의 미움을 사기도 하고, 세이렌의 노랫소리 때문에 부하들을 잃기도 했다. 누구는 오디세우스의 장난기 때문이라고 다른 누구는 신들의 질투 때문이라고 하지만 또 다른 가능성으로 그의 세상에 대한 관심과 지적 호기심을 생각해본다. 사람의 생각이
워쇼스키 남매는 영화 에서 우리가 믿는 현실 사회는 디지털로 만들어진 환영으로, 실제 사회는 음울하고 차가운 기계로 뒤덮힌 디스토피아로 그려낸다. 그리고 주인공 ‘네오’는 진실에 눈을 뜰 수 있는 빨간 약을 택하고 기계사회를 구원하려 분투한다. 워쇼스키 남매의 두 세계가 진짜와 가짜로 명확하게 구분된다면 토마스 핀천의 세계관은 좀 더 모호하고 어
시스루 의상이 보일 듯 말 듯해 더욱 섹시하게 느껴지는 것처럼, 『오리지널 오브 로라』(문학동네 펴냄)는 그 전라를 드러내지 않아 더욱 섹시한 책이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가 완결 짓지 못하고 죽음에 이른 것이 그가 의도한 바는 아니었겠지만 『오리지널 오브 로라』는 결말이 부재해 오히려 독자를 더욱 책에 몰입하게 한다. 나보코프는 성에 대한 가감 없는 접근과
『말의 표정들』 김예란 저 / 문학과지성사 / 442쪽 얼굴은 마음의 창이라는 표현은 얼굴 근육의 미세한 떨림과 마음상태의 긴밀한 상호 관계를 방증한다. 그렇다. 인간은 표정을 매개로 타인에게 감정을 전달한다. 인간의 얼굴에는 그의 의사가 자연히 스며든다. 표정이 있기에 사람 사이에는 소통이 오고 가며 관계가 형성된다. 표정을 인간 고유의 소통법 정도로 이
그간 읽어 온 비범한 서사들을 평범하게 만드는 강렬한 작품들이 종종 있다. 할레드 호세이니의 『연을 쫓는 아이』와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이 대표적이다. 이 두 편의 소설로 탄탄한 구성력과 감각적인 묘사력, 탁월한 문장력을 인정받은 이 작가의 세 번째 작품 『그리고 산이 울렸다』가 6년 만에 출간됐다. 『연을 쫓는 아이』로 대중과 평론가 양쪽의 극찬을 받았
봄이다. 거리마다 ‘벚꽃엔딩’이 흘러나오는 계절이 되었다. 옷은 가벼워지고 곳곳에는 활기가 넘쳐흐른다.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니 벌써 봄이 왔다. 최근 이런 봄날과는 조금 어색한 제목의 은희경 신작이 나왔다. 좬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좭(문학동네 펴냄). 다섯 편의 다른 이야기로 구성된 은희경의 소
그리스 아테네의 소피스트들은 상대적인 진리를 추구했다. 시민들에게 처세술을 가르치며 부와 명성도 함께 품었다. 절대적인 진리를 믿었다고 전해지는 소크라테스는 그의 철학만큼이나 ‘앎’에 대해 엄격했던 듯하다. 진리를 위해 목숨까지 내걸었으니 말이다. 저자는 위 양자의 ‘앎’과 ‘삶’에 대한 자세를 모두 받아들였다. 키 큰 나무 꼭대기에 어렴풋이 보이는 것 같
이리 저리 치이는 현대인들에게 소비는 괴로운 현실을 잊게끔 하는 축제다. 일상의 괴로움을 해소하고자 주말이면 백화점이나 쇼핑센터 등지로 흩어져 정신없이 쇼핑을 즐긴다. 그리곤 다음 축제를 위해 다시 괴로운 일상을 견뎌나간다. 더 이상 필요에 의한 소비를 찾을 수 없다. 불안한 일상을 견뎌나가는 현대인들에게 소비행위는 그 자체로 목적이며 결말이다. 필요와 합
공강이나 등·하교 시간에 틈틈이 책을 읽는 한 사내. 그 결과 신입생 때부터 4학년이 된 지금까지 대출된 도서만 무려 665권이다. 경제 관련 서가 앞에만 서면 모르는 책이 없다고 말하는 다독왕 오정호 학생(경영학부 4). 그의 솔직하고도 은밀한 독서스토리를 파헤쳐보자. -지난 한 해 220권이 훌쩍 넘는 책을 읽었다는데. “사실 부끄럽다. 대출 권수로만
무척 분주한 봄날을 보내고 있다. 하늘을 보며 심호흡한 게 언제였는지 느릿느릿 산책하며 생각에 잠겨 본 게 언제였는지 까마득하게만 느껴진다. 이번 학기 수업은 시와 소설을 마음껏 읽어야 하는 수업이지만 정작 나의 삶은 비문학적인 발자국들로 가득하다. 혼자 있는 시간, 온전히 나만을 위해 존재하는 시간이 절실한 요즘, 부쩍 생각나는 시가 한 편 있다.아무도
『투명사회』한병철 저 / 문학과지성사 / 235쪽 영화 ‘그래비티’의 주인공 스톤박사는 라디오만 들으며 폐인처럼 살던 삶에서 벗어나 모든 관계와 소음이 사라진 우주에서 해방감을 느낀다. 하지만 우주는 결코 해방의 공간이 아니었다. 그녀는 자신을 속죄고 고통스럽게 했던 대지의 중력과 인의 관계가 사실은 자기 자신을 살게 만드는 원동력이었다는 것을 깨달으며 대
권력의 달콤함은 너무도 강력해 그 사용자를 쉽사리 잡아먹는다. 찬란한 이상으로 시작한 고귀한 혁명도 으레 개인적 탐욕의 추악함으로 그 종말을 맞이한다. 과거 소련이 그랬고, 현재 북한이 그 바통을 이어나가고 있다. 『동물농장』(민음사 펴냄)은 그러한 인간 사회의 모습을 우화와 풍자를 통해 우회적으로 비판한다. 인간 ‘존스’의 지배를 받던 농장의 동물들은 지
『오래된 미?뽀切뭄?노르베리 호자/ 중앙북스 사진이 아름다운 것은 무언가의 과거를 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래가 사진처럼 박제된 채로 색이 바래져간다면 큰 슬픔일 것이다. 『오래된 미??중앙북스 펴냄)는 외부 사회와 격리된 라다크가 1974년에 개방함에 따라 빠르게 서구화되는 모습을 그린 책이다. 라다크는 개방 전 현대 문명 없이도 행복한 사회였다. 그러나
『교사도 학교가 두렵다』 대학생들은 대학에 진학하면서 중·고등학교 시절의 기억을 재빠르게 잊어버리곤 한다. 보다 나은 수업과 평가 방식을 고민하며 좌절했던 경험은 대학 교정에 씻겨 내려가고, 학생들은 학생티를 벗듯 청소년기의 고민을 털어버린다. 이 책은 우리가 대학물을 먹으며 쉽사리 잊어버렸던 교육 문제에 대한 증언이다. 이 책은 르포기사처럼 교육 현장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