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일어나 학교로 향합니다. 오늘도 아침 식사를 할 시간은 없었습니다. 피곤한 몸으로 강의를 듣고, 부 활동이나 아르바이트를 합니다. 집에 돌아와서도 편히 쉴 순 없습니다. 끝없는 과제의 물살에 빠져 허우적대곤 하죠. 모든 일과가 끝난 후 잠자리에 들 땐 이미 날짜가 바뀌어 있기도 합니다. “왜 해도 해도 할 일이 줄지 않을까?”라는 의문에 빠지기도 하죠. 한국의 노동시간은 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긴 반면, 수면 시간은 가장 짧습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하루 중 노동에 큰 비중을 두고 있는데요. “노동시간에 따른 시
한 면접에서 이런 질문을 받았습니다. “지원자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어떤 사람인가요?” 저의 대답은 ‘따뜻하지만 이성적인 사람’이었는데요. “그렇다면 요즘 세대를 한마디로 요약하면요? ” 이어진 질문에는 ‘개성을 존중하는 사람들’이라는 답을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그저 ‘따뜻하지만 이성적인’ 사람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요즘 세대가 그저 ‘개성을 존중하는 사람들’인지는 더더욱요. 당신은 나를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나요? 우리는 가능하신가요. 중앙대 사회학과 신진욱 교수의 『그런 세대는 없다』라는 책이 말하는 것처럼 정말로 ‘그런 세대’는
해적,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사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에게 해적이란 상상 속의 동물에 가까워서, 한 톨의 역사적 지식 위에 각종 매체에서 꾸며낸 이미지를 되는대로 덧입혀 악당에서 영웅까지 이도 저도 아닌 형상으로 살아날 테다. 후크 선장의 무시무시한 갈고리, 럼주를 끼고 사는 잭 스패로우의 알코올 중독증, 명랑 소년 루피의 패기로움이 출처를 감추고 한데 뒤섞인다. 어딘가에는 따뜻하고 정의로운 세상을 꿈꾸는 전우치 같은 해적도 있겠지. 내게도 해적이 있다. 뮤지컬 의 캡틴 칼리코 잭. 한때 아르바이트했던 업장에는 장애인 고
오랜만에 지난 학기 제 칼럼을 펼쳐 봤습니다. 어떤 이야기로 이 지면을 채워야 할지 도무지 감이 안 잡혀서요. 읽는 내내 저도 모르게 웃음이 흘러나오더군요. 지금 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에 왜 그리 망설이고 헤맸는지. 그럼에도 좋은 기사를 쓰기 위해 취재원에게 용기 내 다가가 보겠다는 당찬 모습이 대견했습니다. 그 다짐 덕분에 저는 대학보도부에서의 한 학기를 무사히 마친 후 이제는 문화부에 몸담고 있습니다. 문화부에서의 지난 세 달간 저는 각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접할 기회가 많았는데요. 이분들을 뵙기 위해서는 우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고 해가 점점 빨리 도망간다. 어느덧 한 해의 절반이 훌쩍 넘어갔다. 내가 중대신문에 들어온 지도 벌써 1년이 되어간다. 중대신문에서 활동하는 동안 시간은 느리게 가는 것 같으면서도 빠르게 흘러간다. 매주 나오는 신문에 고통스러워하며 언제 한 주가 끝날지 생각하다 보면 어느새 몇 주가 흐른 후다. 밤엔 불이 꺼지지 않고 아침엔 불이 항상 켜져 있다. 중대신문은 무섭기도 이상하기도 한 곳이다. 1학기 때 사진부 정기자로 활동하며 많은 일이 있었다. 지방으로 취재도 다니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축제 취재를 하며
최근 필자는 외출 시 분신처럼 챙겼던 무선 이어폰을 멀리하는 중입니다. 주변음 차단 기능을 가진 성능 좋은 무선 이어폰을 사놓고 말이죠. ‘대낮 번화가에서 누군가 나를 해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처음 가져봤기 때문인데요. 과민반응인가 싶었다가도 ‘대낮’, ‘칼부림’, ‘번화가’ 등 서로 조화되지 않는 단어들이 난무하는 기사 헤드라인을 보며 오늘도 습관적으로 챙긴 무선 이어폰을 가방 속에 그대로 둡니다. ‘치안 강국’은 옛말이
8월 31일은 기자의 생일입니다. 2년 전 이맘 때 적금을 들었던 날이 생각납니다. 스물두 살의 여름에는 유난히 기자의 인생에만 힘든 일이 많이 닥친다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올 해가 끝날 때까지만이라도 버틸 수 있을까? 올해를 버티면 뭐가 남지? 또 힘든 내년?’ 내일이라고 해서 더 좋아질 게 없는데 과연 내년이면, 내후년이면 좋아질까요. 2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위의 질문에 대답하자면 ‘무조건 YES’라고 확신 있게 얘기할 수 있습니다. 적금을 들게된 것은 우연한 계기였습니다. &ls
연말 시상식. 누군가는 울먹이며, 또 누구는 벅차 떨리는 목소리로 동료의 이름들을 호명한다. 제삼자인 시청자로선 다소 미적지근하게 느껴지곤 했던 시간인데. 매주 신문이라는 어엿한 ‘작품’을 만드는 입장에 서 보니 결국 그 작품이 나오기까지 도움을 주었던 이들의 얼굴이 가장 먼저 떠오르더라. A3 정도 크기의 종이가 열두 바닥, 혹은 열여섯 바닥. 그 주의 세상이 여기 담긴다. 한정된 지면 안에서 양질의 정보를 밀도 높게 구성하는 데는 취재원의 인용구 한 마디 마디가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인터뷰 가능 여부를 물
논제로섬 게임(Non-zero sum game)은 한쪽의 이익과 다른 쪽의 손실을 합했을 때 제로(0)가 되지 않는 현상입니다. 제로섬 게임(Zero-sum game)과 대비되는 단어죠. 현실엔 손해와 이익을 더해 0이 되기보단 (+)나 (-)가 되는 상황이 더 많이 존재한다는 의미에서 등장했습니다. 이번 학기 여론부에 몸담으며 되짚었던 논제로섬 게임의 의미를 독자분들과 함께 나눠보고자 합니다. 기사는 인터뷰이의 멘트와 정제된 문장으로 완성됩니다. 이때 인터뷰이의 멘트는 기사의 출발점, 정제된 문장은 기사의 도착점이라고 할 수 있는
지난 17일 나는 영화를 좋아하던 한 친구에게 질문을 건넸다. “이번에 디즈니 영화로 인어공주 개봉하잖아. 보러 갈 거야?” 영화 를 향한 논란과 우려가 컸기에 영화에 애정을 가진 이에겐 그 작품이 어떻게 느껴질지 궁금해서였다. 친구는 나의 물음에 보러 갈 것이라 답했다. 그리고 대답을 이어갔다. “그 작품을 비판하는 대부분 사람들은 잘못된 관점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해. 캐스팅에 불만이 있다면 캐스팅을 한 관계자를 비판하는 것이 옳잖아. 그런데 지금 사람들은 그 배우를 향해 인신공격하고 있
2011년 초등학교 교과서 「말하기·듣기·쓰기」가 「듣기·말하기·쓰기」로 바뀐 걸 기억하시나요. 담임선생님께선 말하기에 앞서 듣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취지에서 과목명이 변경됐다고 설명하셨는데요. 12년이 지난 지금 기자는 비로소 그 뜻을 이해했습니다. 기자는 듣기보단 말하기를 좋아합니다. 내 이야기를 통해 누군가를 즐겁게 만들고 어떤 결정에 있어 내 의견을 관철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죠. 이런 성향 탓에 여론부 기자로 활동하는 게 두렵기도 했습니다. 기사 작성을 위해선 누군가
기자는 할 일이 없을 때 종종 서점에 들어가 에세이 코너를 구경하곤 합니다. 낯설지 않은 소재들을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것에 에세이의 매력이 있죠. 에세이 작가 중에서는 이기주 작가의 책을 좋아합니다. 단순히 글을 잘 써 좋아한다기보단 이기주 작가의 관찰력에 감탄하죠. 그의 대표작인 『언어의 온도』에선 일상 속 사소한 경험을 포착해 그만의 시선으로 해석한 것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습니다. 이기주 작가의 능력처럼 일상에서 순간순간을 포착하는 능력이 힘들어진 것 같은 요즘입니다. 기자는 를 수강하고 있습니다.
9월 27일 ‘2022-2023 프로농구 신인드래프트’가 열렸습니다. 신인드래프트를 통해 프로 구단의 지명을 받은 대학생 선수들은 비로소 프로 선수가 될 수 있죠. 드래프트 방식은 10개 구단이 네 라운드 동안 한 번씩 지명권을 행사하는 방식입니다. 대충 1라운드가 끝나가면 드래프트는 시시해집니다. 각 대학의 에이스 선수들은 이미 지명이 완료된 상태기 때문이죠. 하지만 기자는 끝까지 중계방송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직 지명되지 않은 선수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구단에서 4번의 지명권을 다 사용할 의무는
“우리 삶에는 시간의 점이 있다. 이 선명하게 두드러지는 점에는 재생의 힘이 있어, 이 힘으로 우리를 파고들어 우리가 높이 있을 때는 더 높이 오를 수 있게 하고 우리가 쓰러졌을 때는 다시 일으켜 세운다.” 윌리엄 워즈워스의 에 있는 구절입니다. 시간의 점은 인생의 순간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억으로 삶의 원동력을 찾는 그런 ‘순간’을 말합니다. 기자는 바야흐로 지난해 수습기자 시절로 돌아가려고 합니다. 수습기자 시절, 선배 기자가 내준 인터뷰 과제 덕분에 판사인 외숙모를 취재한 적이
얼마 전 기자는 한 만화를 봤습니다. 2명의 고등학생과 2명의 대학생으로 이뤄진 밴드부의 이야기였죠. 소년들의 첫 만남을 보면서 기자도 설렘을 느꼈고, 그들이 겪는 성장통을 지켜보며 함께 아파했습니다. 과거의 아픔을 지닌 한 소년이 무대에서 모든 것을 쏟아내는 장면은 기자의 마음 한구석을 아리게 했죠. 마지막 화까지 다 본 후에도 기자는 그 작품을 놓지 못했습니다. OST를 들으며 아련했던 그 느낌을 되살리려 했고, 등장인물이 느꼈을 감정을 되짚으며 또다시 마음 아파했죠. 작품에 완전히 빠져버린 기자는 스스로가 ‘과몰입&
‘NO ROOM FOR RACISM’과 ‘RESPECT’, 근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축구 중계를 보면 자주 눈에 보이는 단어다. 예전부터 큰 사회 문제였던 인종차별 및 혐오 범죄를 바로 잡고자 하는 축구계의 캠페인이다. 이 두 문구는 경기 중계 배너뿐만 아니라 선수들의 유니폼 등 여러 곳에서 볼 수 있다. 기자가 가진 한 해외 축구팀 유니폼의 소매에도 ‘NO ROOM FOR RACISM’이라는 문구가 새겨졌다. 이는 반대쪽에 적힌 상업광고 문구보다 더 빛나고
날씨가 매우 좋아야만 입도를 허락한다는 독도. 중대신문은 취재차 떠난 독도 탐방에서 운이 좋게도 독도의 전경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여정은 전혀 순탄치 않았다. 파도가 심해 뱃멀미를 하고 언제 독도에 다다를까 하는 마음에 끊임없이 핸드폰 화면 속 시간을 확인했다. 그렇게 시간이 느리게 느껴진 적은 처음이었다. 서울시 광화문에서 출발해 울릉도에 들어갈 배가 있는 경상북도 울진군 후포항까지 버스로 약 4시간 30분. 후포항에서 울릉도까지 배로 약 4시간. 다시 울릉도에서 배를 타고 독도에 도착할 때까지 약 1시간 30분
“힘들고 우울할 땐 손가락을 봐, 그리고 한 손가락 한 손가락 움직여. 그럼 참 신비롭게 느껴진다. 아무것도 못할 것 같은데 손가락은 움직일 수 있어.” 영화 속 영지의 대사입니다. 벌새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몸집을 가진 조류임에도 하루에 자기 몸의 3분의 2 정도로 꿀을 먹습니다. 살기 위해 그만큼 부지런히 움직여야 하고, 땅에 곤두박질치지 않기 위해 작고 얇은 날개로 숨 가쁘게 날갯짓을 하죠. 벌새의 모습에서 현실에 치여 쉴 새 없이 나아갈 수밖에 없는 우리의 모습이 떠오른 건 기자의 오만한 착각에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마스크 착용은 모두에게 당연한 습관이 됐습니다. 성인용 기준 가로 약 17.5cm×세로 약 9.5cm로 약 166.25cm² 정도의 면적을 가진 마스크는 우리 얼굴에서 강한 존재감을 나타내죠. 흰색부터 형형색색, 심지어 그림이 그려진 마스크까지. 가려진 얼굴을 대신해 개성을 뽐내는 마스크가 많습니다. 그런데 알록달록한 마스크 뒤에 숨은 건 얼굴만이 아닙니다. 사람들의 표정, 즉 감정 또한 감춰져 있습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을 때 표정을 통해 서로의 감정을 파악합니다. 이때 사
얼마 전 기분에 이끌려 퍼스널 컬러 검사를 받았습니다. 무지갯빛 휘황찬란한 천들을 얼굴 밑에 대며 위화감을 느꼈습니다. 흘깃. 얼굴을 보고 답이 정해진 듯 척척 이 색은 좋고 저 색은 나쁘다는 둥 선악을 나누더랍니다. 여름 라이트, 나름 신기했지만 기자는 이 결과를 믿지 않습니다. 과연 색을 ‘좋은 색’과 ‘나쁜 색’ 2가지로만 나눌 수 있는 걸까요? 정신없이 흘러간 30분 동안 보여진 모습은 무척 단편적입니다. 다른 조명에서는 또 다른 색이, 다른 옷이 어울릴 지도 모릅니다. 생각 끝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