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들이 꾸리는 시간의 무늬는 날이 갈수록 더욱 정교해진다. 속도가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개념은 아니지만, 속도를 내어 시간을 아끼고자 하는 현대인들의 일상에 여유와 쉼의 개념이 들어가기엔 벅차기에 그지없다. 빨라지는 삶의 속도 속에서 우리가 잠시 멈춰 고민해야 할 지점은 무엇일까. ‘속도 강박’의 시대 이면에 자리한 배경과 속도가 대체할 수 없는 삶의 고유한 지점을 돌아봤다. 강박이 된 속도, 미덕이 된 빠름 “갑자기 한가해지면 불안해서 일을 찾아야 해요.” 시간의 공백을 허용하지 않는 현대 사회에서 그리 놀랄 만한 말은 아니
새 학기가 시작된 3월 11일 자 신문을 받아보았다. 코로나의 여파가 잊히기 시작한 이제서야 봄의 초입을 조금은 편안하게 지켜볼 수 있게 된 듯하다. 많은 단절을 초래했던 감염병의 시기가 지난 후, 봄의 캠퍼스를 배경으로 한 낯익은 모습들이 한층 뜻깊게 다가온다. 지면에 게재된 인문대의 새터가 4년 만에 부활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통해 이제는 교내 곳곳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신학기 행사가 진행되고 있음을 알게 됐다. 또 온라인 플랫폼에 관한 기사는 그간 간과했던 소비생활의 실태에 관해 경각심을 일깨워주었고 건강한 소비생활에 개인의 노력
전통 위에 꽃피운 독창적 감성절제된 슬픔에 침잠한 아름다움가을의 들국화를 닮은 음악가가 있다. 요하네스 브람스, 그의 음악은 화려하고 귀를 사로잡는 선율은 아니지만 은은하고 그윽한 방식으로 쓸쓸한 가을 녘의 향수를 자극한다. 당대 음악가들이 브람스와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루트비히 판 베토벤을 ‘3B’라 불렀던 만큼, 브람스가 낭만주의 음악사에 남기고 간 잔흔은 여전히 고유한 향을 풍기고 있다. 고전적 형식미에 바탕을 두고 그 위로 낭만적 어법을 결합했던 ‘고전적 낭만주의자’ 브람스의 음악 세계를 들여다봤다. 고독한 음악가, 요하네
인간은 살아온 환경, 겪은 경험 등이 다르기 때문에 저마다의 생각을 가지게 됩니다. 그리고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수많은 타인을 만나게 되죠. 따라서 우리가 다양한 생각을 마주하는 건 필연적인 운명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당연히 그 다양한 생각에는 내 의견과 반대되는 생각도 존재할 것입니다. 기자의 칼럼은 그런 생각의 다름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에서 시작됐습니다. 기자는 고등학생 때 학교에서 친구들과 정치·철학·역사 등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을 자주 가졌습니다. 토론은 발언 제한 시간도 없고
볍씨가 완연한 벼의 형상을 하기까지는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 시간을 묵묵히 견디며 옹골차게 영근 벼알은 많은 이의 식량이 돼 자국민의 영양뿐만 아니라 그 국가의 경쟁력까지 책임진다. 여기 볍씨와 같은 삶을 통해 쌀 가공식품 산업 발전에 이바지한 이가 있다. 치기 어린 반항심에서 꽃 피운 젊은 청년의 학구열은 훗날 쌀 가공식품 연구계의 혁신으로 이어졌다. 예순이 넘는 나이에도 식지 않는 연구열로 전 세계적인 식품 산업 발전을 도모하는 이상효 동문(식품가공학과 76학번)을 만나봤다. 정다연 기자 almostyeon@cauon.ne
이번 호 문화부는 용맹한 전사, 줄루인을 클릭해 봤습니다. 수천 년 전, 남부 아프리카에 자리 잡은 줄루인은 드넓은 초원을 호령했죠. 줄루인은 19세기 영국의 제국주의 식민지화에 대항해 용맹하게 싸웠지만 결국 식민 지배를 당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습니다. 오늘날 그들은 여러 굴곡을 이겨내고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정체성을 유지한 채 살아가고 있는데요. 낭만과 흥을 간직한 전통 문화 또한 보존하고 있죠. 전통과 현대의 융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줄루인. 그들의 이야기를 포착해 봤습니다.엄정희 기자 rlight@cauon.net광활한 아프리카
145년의 유랑과 20년의 협상을 거쳐반환을 에워싼 양국의 꺼지지 않은 불씨협상의 결과는 마침표가 아닌 쉼표“우리의 의무는 아직 남아있다.”조선이란 뿌리 위에 기록 문화의 방대한 꽃을 피운 외규장각 의궤. 역사의 아픔 속에 아스라이 져버린 그 꽃을 다시 피워내기 위해서는 145년이 필요했다. 의식과 규범을 고스란히 담아냄으로써 조선의 예(禮)와 통치 철학을 이야기했던 외규장각 의궤를 둘러싼 한국과 프랑스의 치열한 대립의 현장을 따라가 본다. 빼앗긴 수백 년의 기록 수백 년간 조선왕조를 지탱했던 의식과 규범의 기
“예술은 선언하는 것이다” 꼭 아름다워야만 하는가‘추’가 있기에 ‘미’도 존재한다 역경 속에 피어난 꽃의 진가 아름다운 줄만 알았던 예술계에 파장이 닥쳤다. 배설물과 죽음, 혈의 형태로 감히 예술의 반열에 오르고자 한 추한 것들. 역설적으로 이들은 추했기에 아름다울 수 있다. 전통 미학 체제의 전복을 꾀하고 당당히 추함도 아름다울 수 있음을 주장한 이들은 아브젝트다. 아브젝트, 예술계의 이단아 아브젝트 예술의 기폭제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이었다. 당시 광신적인 애국주의와
“그 넓디넓은 홋카이도는 우리 선조의 자유의 땅이었습니다. 천진난만한 어린아이들처럼, 아름다운 자연에 안겨 생활했던 선조는 진정으로 자연이 낳은 자식들이었고 행복한 사람들이었지요.” 아이누족 소녀가 지은 구전문학 신요의 한 구절이다. 자연을 사랑한 일본의 원주민 아이누족, 찬란함부터 비극까지 그들을 배겨갔던 역사를 따라가 본다. 자연과 함께 살아갔던 사람들 아이누족은 일본 국가가 출현하기 전부터 일본 땅에 살아왔던 민족이다. 아이누족은 홋카이도를 중심으로 남쪽으로는 혼슈 지역, 북쪽으로는 사할린과 쿠릴열도 일대
‘단테 알리기에리’의 『신곡』은 인생의 방황으로 시작한다. 순례자로 등장하는 단테는 길잡이인 로마 시인 ‘베르길리우스’와 함께 지옥과 연옥, 천국을 지난다. 사후세계를 그린 단테의 『신곡』에 관해 독일의 철학자 ‘요한 볼프강 폰 괴테’는 “인간 손으로 만든 최고의 것”이라 극찬하기도 했다. 단테가 그린 『신곡』 속 사후세계에서 우리는 무엇을 깨달을 수 있을까. 여기 들어오는 자 희망을 버려라 『신곡』에서 단테는 혼돈과 고통으로 가득 찬 9개의 지옥
가극(歌劇)[명사] 노래를 중심으로 한 음악극. 가극이란 연기자와 각종 무대 장치, 소품, 의상 등을 갖춘 종합 무대예술이다. 대부분 가극에 사용되는 음악은 독창자가 부르는 아리아와 레치타티브·중창·합창 그리고 관현악에 의한 서곡이나 전주곡·간주곡·관현악에 의한 노래 반주 등으로 구성된다. 이때 아리아는 기악 반주의 독창곡을 가리키고, 레치타티브는 대사를 노래하는 것을 말한다. 가극은 내용에 따라 ‘희가극’과 ‘정가극’으로 나뉜다. 희가극은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또는 들어서 알고는 있는데 자세히는 알지 못했던 예술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그럴 땐 키워드로 보는 예술 사전을 펼쳐보는 건 어떨까요. 이번 주 사전을 넘기는 손은 키워드 ‘가극’ 앞에 멈췄습니다. 관현악과 노래로 웅장함을 주는 오페라, 오페라에 대중음악이 더해진 뮤지컬 그리고 뮤지컬이 필름과 만나 탄생한 뮤지컬 영화까지. 무대 위 음악과 극의 만남이 만들어내는 매력은 무엇일까요. 우리 함께 설레고 두근거리는 가극의 매력으로 들어가 봅시다! 권지현 기자 rnjswlgus1103@cauo
당신에게 패션은 어떤 의미인가요? 추위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 옷을 입었던 인류는 이제 자신의 신분 혹은 개성을 드러내기 위해 옷을 입고 있습니다. 이에 더해 굳어진 성 역할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자신의 패션을 드러내고자 하는 이들이 있었는데요. 여기서 똑똑, 젠더리스(genderless)가 문화예술의 문을 두드립니다. 젠더리스는 특히 패션에서 화두를 드러내고 있죠. 남성복, 여성복이라는 명칭은 무의미해졌고 모델, 연예인을 넘어 일반 대중까지 단지 자신이 입고 싶은 옷을 입으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는 듯합니다. 젠더리스가 예술을 만났을
공포 恐怖[감정] 괴로운 사태를 예기하거나 현실적으로 다가왔을 때 일어나는 불쾌한 감정을 바탕으로 한 정서적 반응. 공포란 특정한 사물이나 상황에 대해 나타나는 비이성적인 두려움을 가리킨다. 두려움, 불안, 겁 등의 용어와 같은 맥락에서 사용되는데, 대부분 불안이라는 증상이 나타나 불안장애의 한 유형으로 보기도 한다. 고통을 받거나 자신을 파괴하려는 위협을 느낄 때 우리는 공포를 느끼고 그 대상에서 벗어나려 한다. 뱀에 물리는 일, 자동차 사고, 낯선 이로부터의 공격 등 제각기 다른 상황 속에서 사람은 다양한 공포를 경험한다. 시대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또는 들어서 알고는 있는데 자세히 알지 못했던 예술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그럴 땐 키워드로 보는 예술 사전을 펼쳐 보는 건 어떨까요. 이번 주 예술 사전을 넘기는 손은 키워드 ‘민속 문학’ 앞에 멈췄습니다. 민중 사이에서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온 민속 문학과 그중 한 갈래인 민담, 민담을 엮어 재구성·각색한 전래동화와 작가의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창작동화까지. 민속 문학과 동화에 담긴 이야기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그럼 우리 함께 동화를 한번 파헤쳐 봅시다! 최수경 기자p
인간을 담은 건축 학생을 담을 학교 학교 건축, 일상의 기반 위에 뿌리 내리길 20세기 교육자들이 21세기 인재들을 ‘19세기 교실에서’ 가르치고 있다. 학생이 배우고 놀고 생활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곳. 일상 속 깊이 자리한 만큼 학교 건축은 더 나은 방향을 끊임없이 고민하며 철저한 개선이 수반돼야 한다. 포스트모더니즘 건축 양식이 기능주의를 넘어 공간 이용자를 중시하며 나아간 가운데, 학교는 그 흐름에 발맞춰 새로운 형태를 의미 있게 고안했을까. 한국의 학교 건축, 역사의 흔적을 돌아보며 나아가야 할
3분 남짓 길이의 가요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클래식 음악을 10분 이상 듣고 있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더군다나 무대 위 수많은 악기를 보면 어떤 악기 소리를 들어야 하는지 감도 오지 않는다. 클래식 감상법에 정답이 있을까. 기자와 같은 초보자는 클래식 음악을 어떻게 감상하면 좋을까. 클래식 음악은 좁은 의미로 19세기 초반 유럽의 음악가들이 모범으로 삼아도 된다고 생각했던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의 음악을 일컫는다. 하지만 세 작곡가와 영향을 주고받은 바로 앞세대와 이후 세대의 예술적 가치를 지닌 음악을 통칭해 클래식 음악이라고
에두아르드 마네, 클로드 모네 그리고 피에르 르누아르는 우리에게 친숙하고 아직까지 사랑받는 대표적인 인상주의 화가들입니다. 하지만 이런 인상주의에 반기를 들고 나타난 용감한 사람이 있죠. 바로 조르주 쇠라와 폴 시냐크입니다. 이들은 과학적 광학 이론에 따라 색채를 구사하며 엄격한 형식의 작품을 창작해 신인상주의라는 새로운 화풍을 선도했죠. 친할 것 같지 않아 보이는 과학이 예술을 만난 순간이었습니다. 과학과 예술이 만났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궁금하시지 않으신가요? 최수경 기자petitprince@cauon.net역사를 돌아봤
예술과 과학. 어쩌면 대비되는 단어를 합친 두 화가가 있다. 1명은 조르주 쇠라(쇠라), 또 다른 1명은 폴 시냐크(시냐크)다. 시냐크는 인상주의가 남긴 유산을 독자적인 방식으로 발전시킨 신인상주의의 실질적 수장이다. 그는 화가가 된 후 생을 마감할 때까지 예술을 위한 삶을 살았다. 점으로 자연스러운 풍경을 표현하고 자유를 꿈꾼 시냐크에 관해 살펴봤다. 인상주의가 쏘아 올린 작은 공 프랑스 파리의 부유한 상인 가정에서 태어난 시냐크는 건축가를 꿈꾼 청년이었다. 그런 시냐크를 화가의 길로 이끈 것은 1880년에 열린 클로드 모네(모네
루이자 메이 올컷의 소설 『작은 아씨들』을 다룬 ‘화석 작품, 어떻게 녹았나’를 흥미롭게 읽었다. 기사는 시대를 초월해 사랑을 받은 소설과 영화 안팎을 비교하면서 두 작품의 차이를 살뜰하게 살폈다. 원작이 토대하는 19세기 말 남북 전쟁 직후 미국과 영화 (2019)이 나온 21세기, 성장 서사와 여성 서사가 중심을 이룬 테마, 1·2부로 구성된 원작의 연대기 구조와 플래시백, 플래시포워드 등 시간 이동 장치를 도입한 영화의 비선형적인 플롯이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는 걸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