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을 청탁받아 제2002호 중대신문을 펼쳐 들었다. 부끄럽지만 처음 읽어보는 중앙대 신문이었다. 처음엔 많은 양의 기사에 놀랐다. 12쪽이나 되는 신문을 채울 만큼 중앙대에 이슈가 많았던가, 잠시 의문이 들었다. 대학신문이기에 교내 얘기만 다뤘을 터라고 지레짐작한 것이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교내의 여러 이슈는 물론 환경오염 문제와 NFT 미술품에 대해, 나아가 검찰개혁을 다룬 사회면까지 갖춘 신문이었다. 꽤 완성도 있는 신문을 보며, 중대신문사가 언론기관으로서 기능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상적이었던 기
여기, 한 편의 서정시처럼 이야기를 풀어낸 작품이 있다. 작품을 처음 만난 계절은 오래전 여름이었다. 계절과 맞지 않게 그저 시리도록 서러운 이야기라고 간주했던 지난날이 후회될 만큼 이번 가을 다시 꺼내 본 페이지는 마음을 깊이 일렁이게 했다. 애절한 소리 가락에 마음속 한을 풀어낸 작품, 바로 『서편제』(이청준 씀)다. 참으로도 뚜렷한 한이다. 희미한 사랑이다. 괴롭도록 애타는 마음의 노래 서편제는 나주, 보성, 목포, 화순 등지에서 불린 남도소리로 서민의 애환을 담아낸다. 소설을 기반으로 제작된 영화 속 주인공 송화와
이재명 경기도지사(법학과 82학번)가 생각하는 정치인은 ‘지도자’가 아니라 ‘잘 따라가는 사람’이다. 성남시장으로 8년, 경기도지사로 약 3년의 시간을 일하며 그는 정치인의 판단능력이나 의식 수준보다 주권자의 역량이 훨씬 뛰어나다는 사실을 몸소 느꼈다. 국민의 집단지성을 열심히 따라 그들이 원하는 바를 파악해서 주어진 일을 해내는 것이 공직자의 책무라고. ‘정치는 없는 길을 만드는 일입니다.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모든 이에
한국에는 포도로 만든 와인만 있는 게 아니다. 많은 양조가들이 자두, 사과, 감귤 등 옛부터 우리와 함께한 과일뿐만 아니라 블루베리, 키위 등 새로 들어온 과일까지 우리 땅에서 난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 술을 만들고 있다. 그중 몇 가지 와인을 소개한다. 그랑꼬또 청수 화이트 와인연간 3000병만 생산되는 귀한 와인으로 청수의 상큼하고 달콤한 맛과 향이 특징. 청포도의 향과 함께 사과, 꽃, 꿀의 향도 느껴진다. 산뜻한 산미와 청량감 있는 뒷맛으로 깔끔하게 마무리된다. “금빛 모레 위에서 사랑을 속삭이는 것만 같다. 그 섬
‘2019년 중앙대 10대 뉴스’만 봐도 지난해 학생사회가 어떤 상황이었는지 어렴풋이 알 수 있다. 학내에 어떤 부끄러운 사건들이 있었는지, 학생자치기구의 대처, 이를 가감 없이 전달하기 위한 학내보도의 노력, 그리고 학생들의 반응과 결실을 조목조목 요약한다. 최근 기사 중에는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에 대한 기사를 흥미롭게 읽었다. 등심위를 날카롭게 꼬집은 기사를 보며 고구마를 끝없이 먹다가 사이다를 들이켜는 기분이 어떤 것인지 알 것 같았다. 타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학생 위원이 큰 역할을 하지 못하며 유학생
“언제 밥 한번 먹어요.” 친하지 않은 사이에서 자주 하는 말이죠. 정말 밥이 먹고 싶을 수도 있지만 당신과 가까워지고 싶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번학기 여론부에서는 한학기 동안 매주 다른 중앙대 유명인사와 ‘밥 약속(밥약)’을 잡고 함께 식사할 예정입니다. 이번주 밥약의 주인공은 203관(서라벌홀)에서 ‘중앙대 구내 구둣방’을 운영하는 이무웅씨(79)입니다. 교내 상가 주인 중 가장 오랜 기간을 일해 온 그와 친해지는 시간을 가져보시죠.성취감 위해 일하는 구두장이마
길잡이란 ‘길을 인도해주는 사람이나 사물’을 뜻합니다. 흔히 가이드로 대체되는 단어인데요. 이번학기 문화부 기자는 길잡이가 돼 교환학생과 남다른 한국 문화를 체험합니다. 지난 시험기간 길잡이와 교환학생은 ‘2019 한강 멍때리기 대회’에 참가했습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모든 걸 내려놓고 쉬어가자는 의미로 개최된 대회인데요. 비록 날씨는 더웠지만, 휴식의 중요함을 되돌아볼 수 있는 하루였습니다. 교환학생에게 잠깐의 휴식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생생했던 대회의 뜨거운 현장. 지금 소개
1. 버스 음성 광고도 B급 “모! 모발에 생명을! 두! 두피에 건강을! 다! 다 함께 가자~” 동작 01번 버스를 타고 중앙대 후문을 올라오면 이 광고를 듣게 된다. 중앙대 후문에 위치한 ‘모두다 헤어살롱’의 광고다. 사람이 꽉 차 숨 막히는 버스 안에서도 광고를 듣게 되는 순간 ‘피식’ 웃음이 난다. 요즘엔 버스 음성 광고도 B급이 대세다. 편강한의원의 버스 음성 광고도 있다. “콜록콜록. 거기 기침하시는 분. 지금 바로 내리세요!” 이어폰을
6.13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이제 9일 앞으로 다가왔다. 중대신문은 면밀한 후보자 검증을 위해 서울특별시장 후보 기자간담회에 이어 경기도지사 후보자 인터뷰를 준비했다. 이번 인터뷰는 단대신문, 대학주보, 명대신문, 성대신문과 함께 했다. 기호1번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서면으로, 기호 2번 자유한국당 남경필 후보는 대면과 서면으로 이야기를 나눴다.●소속 정당: 더불어민주당●생년월일: 1964년 12월 22일(만 53세)●재산신고액(천원): 2,994,129●병역: 군복무를 마치지 아니한 사람●납세액(천원): 120,349●전과:
레바논. 그다지 익숙하지 않은 이름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식민지배와 독재정권을 겪었다는 공통점이 있죠. 아크람 자타리(1966~)는 과거 사진을 재해석해 고국 레바논의 현실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사진이란 틀을 넘어 새로운 의미를 전달하는 자타리의 작품은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나는 사진가이자 고고학자이다”다양한 시선으로 프레임의 한계를 넘어서다과거의 사진을 ‘발굴’하고 ‘재구성’해개인의 삶으로 사회를 풀어내다사진은 ‘물체를 있는 모양
‘메갈’ 낙인으로 괴로워하는 사람들‘까맣게 꽃 피어나네, 내 눈에 내 몸에 내 가슴에, 상처로 물든…’,‘넌 깨져버린 추억들로 그중에 제일 달콤한 조각으로 날 찔러, 내 몸은 또 기울어져, 너의 품으로…’ 지난해 가수 주니엘이 발매한 ‘Last Carnival’란 노래로 그가 데이트 폭력을 당한 당시의 감정을 담은 가사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를 ‘메갈’이라 칭하며 ‘메갈X 노래는 사지 않겠
가볍게 내뱉는 말에 상처받는 우리말을 내뱉기 전 언총을 떠올리자“네가 없는 게 나한테 도움 주는 거야”, “넌 키도 몸매도 괜찮은 것도 아닌데 공부는 더더욱 아니야. 너는 잘난 게 뭐가 있어?” 나는 다른 사람이 툭 건네는 ‘말’ 한마디에 웃고 운다. 그리고 웃게 하는 말보다 울게 하는 말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심하게 울 때면 자책하며 괴로워한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 그럴 것이다. 이렇듯 우리의 기분을 좌지우지하는 말은 무거울 수밖에 없다. 무거울 수밖에 없는
말이 만들어진 과정을 이해하면 언어생활이 더욱 즐거워진다. 가령, ‘개다리소반’, ‘개나리꽃’, ‘개판 5분 전’, ‘개 멋있어’의 ‘개’가 서로 다른 ‘개’라는 것을 알게 되면 말하는 맛도 이전과 달라지지 않을까? ‘개다리소반’의 ‘개’는 동물 이름을 나타내는 일반명사 ‘개’이다. 상다리 모양이 개의 다리를 닮아서 그렇게 이름이 붙었다. &
올바름을 위한 기꺼운 불편함친한 친구들과 함께 밥을 먹다가 친구가 한 말에 머리를 얻어맞은 듯 했다. 한 개그프로그램을 추천하는 친구에게 그 프로그램이 소재로 사용하는 여성과 성 소수자에 대한 희화화가 불편하다고 말하던 차였다. 하지만 친구의 그 한마디에 모두가 동조하듯 와르르 웃음을 터트렸다. 그 속에서 나 혼자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들에게는 나의 행동이 쓸데없는 트집 잡기에 불과했던 것이다. 웃음으로 둥굴렸지만 결국은 나의 문제제기가 ‘불편’하다는 그 의도만큼은 내 마음에 콱 박혔다. 이는 비단 나
지난 제1907호에서 가장 인상 깊게 읽은 기사는 대학사회 내 총학생회(총학)에 대해 다룬 기획 기사이다. 총학의 역할이 변화한 이유가 논리적으로 서술돼 있어 평소에 머릿속에 두루뭉술하게 있던 생각들이 잘 정돈된 글로 눈 앞에 펼쳐지는 것 같았다. 곧 다가오는 선거기간에 맞춰 총학의 여러 시대적, 사회적 변화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잘 제시한 것 같다. 또한 이런 시대적 흐름에서 총학을 직접 운영하는 학생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참신했던 기사는 문화면 ‘클리셰 살펴보기’다. 이 코너는 읽
클리셰는 자주 반복된 설정을 말합니다. 자주 쓰였다는 것은 사람들이 별 이상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사회적으로 당연시 돼왔다는 것을 뜻하겠죠. 이번 학기 문화부는 이 클리셰를 들여다보고 그 의미를 파헤쳐 보고자 합니다. 두 번째 클리셰는 바로 ‘혈연’입니다. 한국드라마에서 출생의 비밀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닙니다. 누구나 예측 가능하죠. 출생의 비밀이
“당신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누군가가 문을 두드린다. 당신은 그 문을 열어 줄 것인가?” 인간의 윤리의식에 대한 집요한 통찰을 끊임없이 추구해온 감독 다르덴 형제의 열 번째 장편 영화 은 위와 같은 물음에서 출발한다. 진료가 끝난 시각, 장래가 유망한 의사 제니는 후배 인턴에게 선배로서의 충고를 늘어놓던 중 병원을 찾아온 누군가의 초인종 소리를
(수필 부문 당선작품)열흘 붉은 꽃이 영원을 산다는 것 花の色は うつりにけりな いたづらに / わが身よにふる ながめせしまに 벚꽃의 아름다움이 바래버렸구나. 이 무슨 세월의 장난일까. 바라보고 있는 나도 결국 저 꽃처럼 되고 마는 걸까. 일본의 여류시인인 오노노 코마치는 인생의 덧없음을 지는 꽃에 빗대어 위 와카를 읊었다. 일제히 아름답게 피었다가도 금세 져버
‘스포츠 캐스터 1세대’, ‘4대 천왕’, ‘3대장’, ‘사이다’…. 20여년 동안 프로야구를 중계해온 베테랑 캐스터 임용수를 수식하는 별칭이다. 1997년 한국스포츠TV에 입사해 SBS, XTM 등의 방송사를 거쳐 현재는 Sky Sports의 대표 캐스터로 활동하기까지 한 번도 마이크 앞을 떠난 적이 없는 그. 트레이드마크인 ‘샤우팅 창법’과
무협영화 은 2001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개 부문에 석권했다. 저우룬파(주윤발)와 장쯔이가 휘청거리는 대나무 숲을 날아다니며 현란한 무술을 선보이는 장면은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중국 영화의 명장면 중 하나로 꼽힌다. 이렇듯 무협은 특유의 신비감과 오락성을 바탕으로 대중들에 자신의 세계를 팽창해왔다. 신비로운 무림(武林) 속으로 들어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