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신문은 마치 지도와 같아서 지면의 면적과 위치로 기사의 비중을 가늠할 수 있다. 제2051호 1면 커버스토리는 의대 입학 정원 확대에 관한 것이고, 4면 보도기획에서 그 논의 과정을 시기별로 정리하면서 다른 입장들을 고루 다뤘다. 균형감은 있지만 좀 건조한 것 같은 아쉬움은, ‘뉴스 에필로그’에서 각 입장의 대립지점을 견주면서 그 각축이 국민을 이롭게 하는 결실로 귀결돼야 한다는 보도부장의 일갈로 해소됐다. 이 주제는 보건의료 시스템과 사회보험, 다양한 집단들의 이해관계, 지역별 보건의료 자원의 불균형, 국민건강의 형평성 등과
어떤 날은 막힘없이 10매 분량의 글을 뚝딱 완성하는 날이 있는가 하면 첫 문장을 쓰고 고치다가 또 지워버리는 날도 있습니다. 글이 영 안 잡히는 날은 3매의 아주 짧은 글도 한참을 붙잡고 앉아있죠. 그러나 매주가 바삐 돌아가는 중대신문에서는 ‘글이 잘 써지는 날’을 기다릴 수가 없습니다. 마감기한까지 반드시 글을 써야 하므로 의자에 나를 묶어두고 꾸역꾸역 단어들을 토해냅니다. 중대신문엔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 참 많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매주 월요일 눈에 불을 켜고 학내 이슈를 찾아 보도면을 채워가야만 합니다. 화요일 취재원들이
하늘은 고개를 치켜들고 이유 모를 부끄러움에서인지 나뭇잎이 얼굴을 붉혀가는 계절, 가을입니다. 사계절 모두 저마다의 정취를 자랑하지만 가을하늘에 오감을 내놓고 있자면 어느 계절보다 깊은 시정(詩情)에 잠겨 들곤 하는데요. 가을의 공기가 그만큼 특별한 무언가를 담고 있어선지, 눈을 가린 채 계절의 향기만 맡고도 가을만큼은 쉽게 알아차릴 수 있을 거라는 상상을 종종 합니다. 대자연 앞에선 그저 방만한 상상으로 들릴까요. 조소만 날리신다면 살짝 서운합니다. 가을에 피어나는 작은 꽃나무 한 그루만 있다면, 가을의 도착을 알아차리는 건 그리
중대신문은 매주 ‘중대신문을 보고’라는 꼭지를 통해 중대신문을 읽는 독자분들의 글을 기고받고 있습니다. 16면의 방대한 신문을 읽고 쓴 감상 글에 기자가 쓴 기사가 등장할 때면 뿌듯함을 느끼곤 합니다. 그 내용이 아쉬움일지라도 기자의 글을 꼼꼼히 읽어주신 독자가 있었다는 점에 감사함을 느끼죠. 8월 21일 제2043호의 라는 글은 기자에게 적잖은 충격을 주었습니다. 대학보도부를 이끌었던 지난 학기를 반성하게 하고 문화부를 이끌 이번 학기에 대한 고민을 깊어지게 했죠. 글의 요지는 이렇습니다. 여백이
문화부는 ‘전시가 끝나고 난 뒤’ 작품과 더 넓은 세상에 관해 깊은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이번 호 문화부는 전시를 통해 아방가르드의 세계를 바라봅니다. 아방가르드는 기성 예술 관념이나 형식을 부정하는 혁신적인 예술 경향을 말하는데요. 한국의 아방가르드를 이끌었던 선구자, 수화 김환기 화백은 한국인의 공유적 정체성과 가치를 담은 여러 작품으로 현재까지도 깊은 울림을 주는 거장이죠. 김환기 화백의 작품을 회고하며 한국 아방가르드 예술이 지나온 길을 함께 걸어봅시다. 엄정희 기자 rligh
정의로운 사진기자를 꿈꿔 중대신문에 입사했다. 하지만 숨이 턱턱 막히는 업무량에 그만 꿈을 잊고 매주 빠르게 지나가기만을 바라며 주어진 기사를 착실하게 써나갔다. 아무 생각 없이 기사를 업무로만 대하던 기자는 지난해 10월 29일 토요일 밤 뜻밖의 변곡점을 맞았다. 심심풀이로 인스타그램에 접속한 기자는 평생 잊지 못할 충격적인 사진을 보게 된다. 시퍼렇게 죽어가는 다리와 대충 얼굴만 가린 모포. 무덤처럼 쌓여 있는 시체와 널브러진 전단. 이 모든 것이 전쟁터가 아닌 번화가에 놓여 있었다. 순간 헛구역질이 나와 바로 화면을 꺼버렸다.
우리는 ‘웜홀(Wormhole)’ 속에 삽니다. 웜홀은 아인슈타인·로젠 다리라고도 불리죠. 이름처럼 웜홀은 장소와 장소를 이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매우 멀리 떨어진 우주가 웜홀이라는 구멍을 통해 지름길로 연결돼 있죠. 웜홀은 두 블랙홀을 붙이는 방식으로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이때 한쪽 블랙홀은 시간이 반대로 흐르는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블랙홀과 화이트홀을 붙인다고도 합니다. 물론 웜홀이라는 개념은 이론일 뿐 실제로 존재하는지는 미지수입니다. 우리는 수많은 사건 속에 삽니다. 그 사건은우리에게 행
뉴스가 위로가 되는 이상한 시대입니다’는 기자가 꿈을 꾸게 만들어 준 소중한 책입니다. 위로가 되는 뉴스를 만드는 언론인을 꿈으로 삼아온 지도 벌써 7년째인데요. 시간이 지나고 꿈을 위해 노력하면 할수록 이를 만들어 내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체감하고 있습니다. 위로가 되는 뉴스라는 말이 어색하게 들립니다. 책에서 필자가 말하는 위로가 되는 뉴스는 단순히 좋은 소식만을 전하지 않습니다. 집요하게 파고들고, 불편한 소식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결국 많은 이들이 매일 정해진 시간에 뉴스를 확인하게 합니다. 한 걸음
기자의 첫 수첩엔 랩 가사가 빼곡했습니다. 다이나믹 듀오의7집 앨범는 당시 초등학생이던 기자를 힙합의 세계로 안내했는데요. 킥 드럼 소리에 맞춰 심장 박동 소리가들리던 그 시절을 아직도 잊지 못하죠. 중학생이 된 기자는 랩 가사를 쓰고 녹음하는 아마추어 래퍼가 돼 있었습니다. 그날그날 느낀 것을 잊지 않으려 기록하던 수첩엔 가장 진솔한 감정들이 담겨 있습니다. 그때 기자는 매일 새로운 가사를 쓰고, 새로운 랩을 만들어 불렀습니다. 같은 소절을 100번 넘게 녹음하기도 했죠. 해가 뜨는지도 모른 채 헤드폰을
편집장단 인사말에서부터 만나볼 수 있는 이 문구는 바른 주장을 펴고 사실을 그대로 전한다는 의미다. 사회 문제점을 지적하고, 독자에게 전한다는 기자의 존재 이유를 단 네글자로 표현한 셈이다. 바른 주장을 펴고 사실을 그대로 전달하는 일은 사안에 대한 왜곡 없이 올바른 비판을 전개해야 한다는 것인데,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요즘 시대에 왜곡 없이 사안을 전달하는 것쯤이야 가능할지 모르지만, 그것에 그친다면 그저 세상의 여러 이슈 알리미에 그칠 뿐이다. 어려운 것은 올바른 비판이다. 호기롭게 기자를 꿈꾸던 새내기 시절, 중대신문에
“이 건물 청소하시는 분 휴게실이 어디예요?” “저기 저쪽에 창고 같은 곳 있어요.” 볼일이 있어 방문한 곳에서 우연히 들은 대화입니다. 학내 청소 노동자 휴게실이 궁금해지기 시작한 날이죠. 다음날부터 학내 곳곳의 청소 노동자 휴게실을 찾았습니다. 휴게실의 환경은 천차만별, 뚝뚝 묻어나는 무배려함에 들어서자마자 미간이 찌푸려지는 곳도 많았죠. 그러나 예상처럼 취재는 쉽지 않았습니다. 중대신문 취재보도원칙상 기사 내 일반인인 취재원의 답변을 싣기 위해선 그들의 이름과 나이를 알아야 합니다.
‘정인이 사건’을 기억하시나요? 2020년 아이를 장기간 학대해 죽음에 이르게 했던 사건인데요. 피해 아동이 불과 생후 8개월에 불과하고 부모의 잔혹한 학대 속에 놓여 있었다는 사실은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안겼습니다. 올해 4월, 피해 아동 사망 563일만에 대법원은 가해자에게 징역 35년을 선고해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앞서 1심은 가해자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지만 항소심(2심)에 이어 대법원도 감형을 유지했죠. 다른 제도, 다른 판결 만약 정인이가 우리나라가 아닌 외국에 있었다면 어떻게 보호받았을까요? 3가지
오늘은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어릴 적 제 별명은 ‘호기심 대마왕’이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토론하고 질문하는 것을 좋아해 항상 “왜요?”라는 물음표를 달고 다녔죠. 이러한 열정의 화살표는 살아가면서 자연스럽게 다양한 분야로 향했습니다. 학보사에 지원하게 된 것도 돌아보면 개인적인 ‘호기심’에서 비롯됐죠. 남들처럼 거창하게 ‘기자의 꿈을 이루고 싶다, 기성 언론사에 취업하고 싶다.’ 이러한 것들은 전혀 없었습니다. 학생기자로 활동하
중대신문에 입사한 이유는 뚜렷했습니다. 취재 경험을 쌓으며 사진기자로서의 능력을 확인하는 것. 입사 후에도 목표는 계속 바뀌었습니다. 정기자 시절엔 ‘취재력이 뛰어난 기자’가 되고 싶었습니다. 밀려오는 취재와 학업에 숨이 차 후회하면서도 매주 월요일마다 내 기사를 확인할 때 살아있음을 느꼈습니다. 정기자 생활이 끝나고, 원하던 사진팀을 꾸리게 된 나의 이상향은 ‘사진을 잘 찍는 작가’로 옮겨갔습니다. 보도사진이라는 틀을 벗어난 새로운 사진기획을 보여주고자 했죠. 정확하게는 사진면의 존재 이
두드림(Do Dream)은 ‘꿈꾸고(Dream) 도전하라(Do)’, ‘꿈꾸고(Dream) 두(Do)드려라’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번 학기 여론부는 다양한 도전과 경험 끝에 중앙대 강단의 문을 두드린 이들을 만납니다. 강단에서 중앙대 학생들을 만나기까지 그들의 여정이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이번 주는 펜 끝을 통해 불명확한 언어를 향유하고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김장근 교수(문예창작전공)를 만나봤습니다. 김장근 교수의 이야기를 함께 두드려 볼까요?“삶의 주변을 잘 보는 게 중
기자가 코로나19에 감염되고 치료받는 과정에서 느낀 경험은 ‘우연’이었을까요? 이러한 물음에 관해 이민아 교수(사회학과)와 김주영 교수(삼육대 보건관리학과)에게 자문해봤습니다. ※ 해당 기사는 개별 취재한 인터뷰를 좌담회 형식으로 재구성했습니다. -코로나19 확진자 중 다수가 주변으로부터의 비난을 걱정하고 죄책감을 느끼는데. 이민아 교수: 한국은 개인보다 집단을 중시하는 문화를 가졌어요. 집단의 규범을 벗어나면 사회적 비난과 낙인이 발생하는 문제점이 있죠. 개인의 방역과 책임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확진자가 그런
가히 인간적인 세상입니다. 정확히는 인간 ‘중심’적인 세상이죠. 인간은 스스로 자연의 일부라며 주변의 동식물과 공존한다고 생각합니다. 맞습니다. 인간은 동식물과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필요와 선택에 의해 존재하고 있습니다. 참 ‘인간적인’ 모습이죠. 지난 학기 뉴미디어부에서 생태적 감수성 영상을 제작하며 환경 문제에 눈을 돌렸습니다. 이번 학기에는 폐어구, 공장식 축산업 등 사진 기획을 하며 환경 문제를 꼬집었죠. 대부분 기획 기사가 그렇듯, 문제의 원인과 해결방안을 찾아야
‘장애학생의 학교생활에 동행할 학생을 찾습니다.’ 중앙대 장애학생지원센터는 매 학기 초 ‘장애학생 도우미’를 모집합니다. 모집 분야는 다양하죠. 강의 시간 동안 강의 내용을 정리해주는 ‘강의대필 도우미’, 강의실 간 이동 및 학교생활을 보조하는 ‘활동보조 도우미’, ‘시험대필 도우미’ 등이 있습니다. 장애학생 도우미와 장애학생은 나란히 동행하며 서로의 길을 넓게 터주고 있었습니다. -장애학생 도우미에 지원하게 된 계기는. 문채
유대의 끈으로 이어진 연대의 힘은 강력하다. 아무리 힘든 역경일지라도 연대한다면 넘어설 수 있다. 중앙대 북한이탈주민 학생들이 교류할 수 있는 커뮤니티는 과연 잘 형성돼 있을까? 중앙대 통일외교안보동아리 ‘한반도미래연구회’는 남북한 출신 대학생을 모집한다. 하지만 현재 북한 출신 학생 동아리원이 없는 상태로, 북한이탈주민에 관한 정보조차 부족한 상황이다. 한국외대에는 재학 중인 북한이탈주민 학생들이 모여 만든 커뮤니티 ‘통일리더십동아리’가 있다. 통일리더십동아리는 약 40명 정도 규모로 봉
중앙대는 2016년 「소수집단학생 지원 규정」을 제정했다. ▲장애학생 ▲외국인 유학생 ▲다문화가족 학생 ▲북한이탈주민으로 등록된 학생이 소수집단학생으로 분류된다. 당시 소수집단학생 지원 규정 제정은 ‘다문화가족 학생’과 ‘북한이탈주민으로 등록된 학생(북한이탈주민 학생)’을 지원하는 담당 부서가 생겼다는 데 의의가 있었다. 이들은 학사팀, 학생처, 교학처에서 담당한다. 해당 규정에 따르면 담당 부서들은 소수집단학생의 대학생활에 필요한 프로그램 참여 또는 도우미(멘토) 지원, 소수집단학생이 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