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학에 있어 대학교육의 질적향상을 위한 논의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외국대학의 개방문제와 더불어 우리나라 대학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겠느냐는 자조섞인 질
문은 기존의 교육정책관행의 변화를 요구할 수밖에 없는 처지를 입증하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요구는 실질적인 대학 교육의 질향상에 모든 논의의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우리나라 대학의 수준은 외국대학과 비교해 그 어떠한 부분에
있어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우리나라는 일제로부터 해방된 후 교육운동과 개혁을 통해 선진국의 교육제도, 내용, 방법
등을 수용했으나 교육만능주의에 입각한 부정적 교육열로 인해 창의성 없는 인재 양성과
‘특성화 없는 대학의 서열화’라는 결과를 초래했다.

대학교육의 급속한 양적 팽창의 결과 백화점식 운영체제가 된 우리의 대학과는 달리 외국의
대학들은 오래전부터 대학들의 특성화가 이루어졌다. 학문영역에 있어서 무작위식으로 전공
과정을 개설하기보다는 대학마다 독특한 학문영역에 주력함으로써 전체 대학이 서로 보완적
인 입장에 놓이게 되었다. 영문학의 옥스퍼드대, 공대의 MIT대, 철학의 소르본대 등으로 연
상이 되는 것도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가능한 것이다.

미국의 대학시스템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특성은 영원한 우수 대학 또는 우수학과는 없다
는 것이다. 서울대는 전체적인 평가에서 뿐만 아니라 각 단과대별 비교에서도 최정상을 차
지하고 있다.

반면 미국에서는 하버드라 해도 항상 1위를 차지하지는 않는다. 종합적인 평가에서 하버드
가 5, 6위로 밀려날 때도 있고 각 단과대학별 비교에서는 20위에도 들지 않는 학과들도 많
이 있다. ‘US News and World Reprot’지가 94년에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미국의 10대
우수대학원들은 각 전공에 따라 모두 다르게 나타나 있다.

영국에서는 각 대학 간의 학위의 평준화로 인해 대학의 순위를 고려할 필요없이 자신이 연
구하려는 주제에 따라 대학선택을 한다. 프랑스의 대학도 1968년 프랑스 사회개혁 이후 우
리나라에서나 있을 법한 일류와 삼류대학의 구분이 거의 없어지게 됐다. 단지 전공별로 특
성화되어 다른 학문영역에 주력하는 대학들이 있을 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학의 서열화는 되어 있으나 특성화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
리고 너무나 방대해진 대학운영체제로 인해 특성화에 대한 논의조차 버거운 실정이다. 대학
의 특성화는 각 대학들이 자구적 노력에 의해 만들어 가야 하며 정부도 대학들이 자율과 경
쟁을 통하여 특성화 될 수 있도록 평가와 재정지원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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