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의 지식사회에서 논의되는 프랑스 이론은 우리 인식의 지평을 넓히는 듯 싶지만 실제로는 인식의 혼란을 가중시킨다.… 그것은 젊은 지식인들의 글읽기와 글쓰기 모두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 영향은 얼핏 신선하게 보이지만 실은 비판력 없는 담론과 수사의 남발을, 그리고 시장논리에 기우는 지적 취향과 스타일의 확산을 조장하고 있을 따름이다('패스트푸드점에 갇힌 문화 비평' 중에서, 민음사).

김성기 현대사상 주관이 지난 95년 논문 '불란서제 담론의 그늘'을 통해 프랑스 이론에 함몰돼 가는 경향을 질타하는 구절이다.

지난 5월말 당대에서 '프랑스 철학과 우리'가 출판되면서 프랑스 철학에 관심이 재조명되었을 때 논의의 초점은 프랑스 철학을 수용하는 문제에 있었다. 물론 그때에도 그 이전에도 김성기 박사와 같이 프랑스 이론 자체에 대한 비판은 계속 있어왔다.

어쨌든 국내에서 관심사는 프랑스 철학을 수용하는데 머물러 있었는데, 때마침 지난 1일 프랑스에서 알랭 소칼 교수(뉴욕주립대 물리학)나 장 브리크몽 교수(벨기에 루뱅대 물리학)의 공저 '지적사기(知的詐欺)'가 출간됨으로써 프랑스의 해체이론을 비롯해 포스트모던 사조에 일대 사건이 되고 있다.

이들이 주장하는 것은 장 보드리아르, 자크 라캉, 줄리아 크리스테바 등 프랑스 굴지의 이론가들이 의미없는 문장을 가지고 언어유희와 현학성을 과시함으로써 학문을 신비화시키고 있을 뿐이라는 것.

예컨대 '다국적 초공간', '법칙의 가역화(可逆化)'등 프랑스 지식인들이 전혀 맞지 않는 언어를 구사함으로써 수사차원에만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들에게 그것은 다름 아닌 '지적사기'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이 다분히 공격성을 지나치게 함축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고병권씨(서울사회과학연구소 연구원)는 "프랑스 이론이 과연 한데 묶여서 논의될 수 있는가"라고 반문한다. 이정우 교수(서강대 철학과) 역시 "한국의 프랑스 문화 연구자들조차 수용방법에 있어 다섯 분류로 나뉠 수 있다"며 최근 저작 '가로지르기(민음사)'에서 '뭉뚱그림'을 경계하고 있다.

소칼과 브리크몽에 의해 '사기꾼'으로 몰린 크리스테바가 "과거 미국에는 프랑스 찬양주의자, 지금은 프랑스 혐오주의자 횡횅하고 있다"고 말한 것도 '지적사기'가 무리한 일반화와 공격을 감행하고 있다는 비난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소칼은 '의도적으로' 애매하게 작성된 담론은 이미 널리 퍼져있는 반지성주의를 강화시켜 주는 것이라며 일축하는데, 프랑스 소식지인 누벨옵세르바퇴르의 추측처럼 반지성주의 경향의 포스트모던 이후 '이성과 주체'를 중시하는 새로운 논쟁을 예상하는 데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김성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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