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과 결과 간 연관성 고민해야
교육 변화의 필요성 언급하기도 

"출발선보다 결승선 바꿔야 해”
운으로부터 겸손한 태도 필요하다 

능력주의가 사회적으로 굳어짐에 따라 능력을 토대로 타인과 경쟁해야 하는 시대를 맞이했다. 이에 사람들은 많은 난관과 좌절을 마주했다. 능력주의로 물든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연관성과 교육의 재발견
  ‘능력주의는 공정한 것’이라는 생각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의식의 변화’로부터 해결하는 방안이 여럿 제시됐다. 박효민 교수(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는 ‘무엇이 능력인가’에 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고등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얻으면 좋은 대학교로 진학할 수 있어요. 그런데 대한민국에서 고등학교 성적과 대학 진학 간의 관계가 불분명합니다. 그 연관성에는 무엇이 있는지 고민하며 능력주의를 확신하는 의식을 바꿔나가야 해요.”

김누리 교수(독일어문학전공)는 엘리트주의 타파를 해결 방안으로 언급했다. “대한민국의 엘리트를 구성하고 있는 체제를 손봐야 합니다. 특히 대학 서열화 문제를 해결해야 해요. 이는 학력 경쟁이라는 또 다른 경쟁을 부추기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서 능력주의 교육을 학생을 존엄하게 바라보는 존엄주의 교육으로 바꿔나가야 한다고 봐요.”

  결승선에 주목하라
  1950년대에 신자유주의가 들어서면서 능력주의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그 크기를 부풀려나갔다. 그 과정에서 어떤 이들은 ‘능력주의가 또 다른 세습주의의 모습을 보인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에 관한 해결책으로 김선욱 교수(숭실대 철학과)는 능력을 강조하는 것과 능력주의와의 차이점을 유념하고 구분할 줄 아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회가 진보하기 위해 능력을 소중히 여기고 강조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사회·문화적으로 능력을 강조하는 것에서 그치되, 능력 강조가 능력주의로 나아가지 않도록 경계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우리는 능력주의와 능력 강조 간의 차이를 알게 됐어요. 그렇기 때문에 두요인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출발선을 동일하게 설정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보다 결승선을 통과할 때 큰 차이를 두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박효민 교수는 결승선에서 발생하는 큰 차이로 인해 능력주의가 또 다른 세습주의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천적 요인으로 인해 현실적으로 출발선을 동일하게 설정할 수는 없어요. 대신 결승선에서 1등과 꼴등의 차이를 크게 두지 않는 방안이 있습니다. 물론 1등과 꼴등 간에 보상의 차이는 존재할 순 있어요. 그러나 그 차이를 개개인이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둬야 합니다. 꼴등에게 아무런 보상도 주지 않으면 안 돼요. 꼴등도 판을 뒤집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죠.”

  평가를 선택하지 않을 권리
  능력주의 시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줄 세우기식 평가. 해당 평가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안에는 무엇이 있을까? 박효민 교수는 줄 세우기식 평가를 거부함에 따라 발생하는 불이익의 크기를 줄이고 평가를 선택할 수 있는 인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누군가는 ‘나는 줄 서지 않고 그냥 내가 살고 싶은 대로 살 거야’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습니다. 줄을 서지 않음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불이익도 감수하겠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죠.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줄을 서지 않으면 아무것도 받지 못합니다. 결국 줄 세우기식 평가를 선택할 여지가 사라지는 것이죠. 줄 세우기식 평가를 선택할 수 있는 인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합니다.”

  김선욱 교수는 경쟁할 수 없는 이들을 향한 배려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물론 평가가 없는 세계가 무조건 좋을 순 없어요. 그러나 이 평가를 통해 돈과 같은 보상 시스템을 정립하고, 그 시스템을 통해 줄을 세워버리는 사회 문화를 해결해야 합니다. 이를 해결하려면 다양성을 갖추고 사회 구조적으로 경쟁 체제에 진입할 수 없는 사람들을 향한 배려의 자세를 함양해야 해요.”

  모든 것은 운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능력을 인정받았거나 이미 성공한 자들의 경험을 토대로 능력의 좋고 나쁨의 기준을 정하는 모습을 종종 마주할 수 있다. 특히 성공에 일정 부분 작용하는 ‘운’이라는 변수를 간과함과 동시에, 이를 마치 자신의 능력으로 생각하는 것도 능력주의 시대의 문제점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김선욱 교수는 능력을 이용해 보상 시스템을 형성하고 공리성과 효용성을 기준으로 능력의 좋고 나쁨을 판단하는 문화를 바꿔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각자의 직업 안에서 능력의 기준을 쌓아나갈 순 있어요. 그런데 단지 수요와 공급, 비용의 많고 적음의 관점에서 능력을 판단하면 안 됩니다. 모두 사회적으로 소중한 존재임을 인지하고, 그들이 사회적 기여를 얼마만큼 했는가에 따라 그들의 능력을 바라보는 문화를 만들어야 해요.”

  운에는 가정환경이나 사회적 환경 등이 여럿 작용한다. 운이라는 변수를 망각하는 능력주의 시대의 모습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해볼 때이다. 이와 관련해 박남기 교수(광주교대 교육학과)는 운의 존재를 깨닫는 것과 부의 환원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우리가 번 돈의 약 70%는 노력을 통해 온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달아야 합니다. 좋은 두뇌와 집념이라는 타고난 운과 좋은 가정환경이라는 선천적 운으로부터 온 것이죠. 이를 깨달은 후에도 ‘내가 번 돈을 사회와 나눠야겠다’는 생각이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빈부 격차 문제 가 상당히 완화될 거예요. 앞으로도 의미 있게 사회에 돈을 환원하는 경우가 많아지리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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