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마스크 착용은 모두에게 당연한 습관이 됐습니다. 성인용 기준 가로 약 17.5cm×세로 약 9.5cm로 약 166.25cm² 정도의 면적을 가진 마스크는 우리 얼굴에서 강한 존재감을 나타내죠. 흰색부터 형형색색, 심지어 그림이 그려진 마스크까지. 가려진 얼굴을 대신해 개성을 뽐내는 마스크가 많습니다. 그런데 알록달록한 마스크 뒤에 숨은 건 얼굴만이 아닙니다. 사람들의 표정, 즉 감정 또한 감춰져 있습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을 때 표정을 통해 서로의 감정을 파악합니다. 이때 사실상 내가 짓는 표정은 타인의 것이죠. 타인이 자신의 정서를 알아차려 주길 바라며 혹은 자신의 기분을 상대방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표정을 이용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기분이 안 좋아도 다른 사람 앞에선 그 사람이 이해해줄 수 있을 정도로만 표정을 짓습니다. 자연스럽고도 놀라운 인류의 의사소통 방식입니다. 그러나 바쁜 하루를 보내고 집에 왔을 때 어쩐지 허망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남들의 시선에 눌려 있던 불편한 감정이 이제야 목소리를 내는데 지친 몸과 마음은 이를 들어줄 수가 없습니다. 외딴곳 밤무대 가수의 애처로운 노랫소리에 귀 기울이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말이죠. 

  마스크는 눈 밑으로 얼굴의 절반을 가립니다. 표정을 드러낼 때 이마를 잘 사용하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감정을 내색할 수 있는 부분은 사실상 눈밖에 남지 않습니다. 우리의 표정은 마스크 필터에 걸러져 희미해지죠. 미소를 지어도 상대방은 마스크 속에서 올라간 입꼬리를 볼 수 없습니다. 억울한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최대한 눈을 반달 모양으로 떠서 웃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야 할 정도죠. 반대로 생각하면 그만큼 상대를 신경 쓰지 않고 표정을 지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입술을 깨물거나 못마땅한 일이 생기면 입술을 내밀 수도 있습니다. 지나가는 사람을 의식하지 않고 불편한 마음을 중얼거리는 일도 가능합니다. 내가 감정을 느낀 바로 그 순간 말이죠. 

  이러한 마스크 속 작은 일탈은 기자에게 신선한 해방감을 주었습니다. 기자의 감정에 집중할 수 있는 자유를 얻었죠. 감정을 감출 수 있다는 건 역설적으로 그 감정에 더욱 솔직해질 수 있다는 뜻이었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착용한 마스크가 또 다른 마스크, 즉 타인을 향한 가면을 한 겹 벗긴 셈입니다. 시끄러운 세상 속 사실 진정으로 들어야 했던 건 기자의 마음속 소리였습니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다른 사람을 의식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자신의 감정을 소홀히 해선 안 되죠. 마스크의 면적, 약 166.25cm²를 평수로 변환하면 약 0.005평 정도입니다. 여러분도 타인의 시선으로 채워진 마음에 0.005평의 공간을 내보면 어떨까요. 0.005평의 자유는 꽤 달콤합니다.                                                                                                                                                                                                                                                                                                                                                                                                                              김서경 여론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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