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너무나 익숙하게 느껴지는 환경문제. 당신은 환경문제를 얼마나 알고 있나요? 복잡하고 다양한 원인이 얽힌 만큼, 미처 주목하지 못한 환경문제도 많을 텐데요. ‘시선을 끌다, 시야를 끌다-시끌시끌’에서는 사진을 통해 환경문제에 시선을 끌어와 독자의 시야를 확장합니다. 이번 주 사진팀은 공장식 축산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살피러 축산농가가 많은 지역에 방문했는데요. 생산성과 효율성을 추구하는 축사에서는 대량의 가축 사료와 가축분뇨, 많은 수의 가축이 철장 안에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에 따라 토양, 수질, 대기에 오염을 일으키기도 했는데요. 육식은 인간에게 영양소를 채워주지만, 과도한 육식 식습관은 환경에, 그리고 곧 인간에게 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공장식 축산 문제를 시끌시끌하게 이야기해봅시다. 지선향 기자 hyang@cauon.net

사진 김수현·남수빈 기자
사진 김수현·남수빈 기자

식탁 위 축산은 돌고 돌아 인간에게
가축분뇨, 거름 되거나 독 되거나

가축 가스가 온실가스로
육류는 다다익선? 육류는 과유불급!

사진 김수현 기자
사진 김수현 기자

육류와 유제품 없는 식탁을 상상해본 적이 있는가. 회식이나 야식, 학식, ‘먹방’ 등에서 육류는 빠지지 않고 자연스럽게 자리해 있다. 현대인에게 육식은 습관처럼 당연해진 것이다. 습관은 무섭게도, 나와 내 주변에 어떤 해를 끼칠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게 한다. 육식 위주의 식습관이 되려 인간을 위협하진 않을지 살펴봤다.

  과도한 육식 식습관은 공장화된 축산업을 증가시켰다. 안희권 교수(충남대 동물자원과학부)는 공장식 축산에 대해 생산성에 초점을 두고 가축을 고밀도로 길러내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대규모로 전업화된 농장을 공장식 축산이라 일컫습니다. 국내의 경우 경제 성장과 식생활 변화로 축산물 소비가 증가하면서 공장식 축산도 확대됐죠. 농가당 평균 사육두수는 현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요.”

사진 김수현 기자
사진 김수현 기자

  쌓여가는 분뇨, 흘러가는 오염수
  중대신문 사진팀은 축산농가가 많은 한 지역에 방문해 공장식 축산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축산농가가 밀집된 마을에 도착했을 때 맨 먼저 가축분뇨 특유의 냄새를 맡았다. 가축분뇨는 대부분 유기성 물질로 구성돼 있기에 퇴비화, 액비화 과정을 거쳐 비료 자원으로 재순환할 수 있다.

사진 김수현 기자
사진 김수현 기자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과거 가축분뇨는 없어서는 안 될 거름이었다고 이야기했다. “분뇨는 잘 삭은 퇴비가 돼 논밭을 기름지게 했고, 도랑이나 하천으로 흘러간 양분도 자연 정화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농가 수는 줄어든 반면 사육 규모는 커지면서 지역의 자연환경이 수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양의 분뇨가 발생하고 있죠. 사실상 분뇨와 다름없는 퇴비가 논밭에 뿌려지는데 그대로 오염원이 되는 경우가 많아요.”그는 현재 비료 공정 규격에 적합한 유기성 비료 자원은 약 8.8%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관리되지 않은 축사에서 오염원이 빗물을 타고 하천으로 흘러가는 경우도 있다. 방문한 축산농가 주변의 도랑에서도 가축분뇨와 누렇게 흐르는 물을 볼 수 있었다. 현재 가축분뇨 발생량은 1일 14만여 톤에 달하지만, 정화처리 비율은 약 10%에 불과하다. 정화처리는 가축분뇨의 유기물을 제거한 후 정화된 물 형태로 방류하는 방법이다.

사진 김수현·남수빈 기자
축산폐수 무단 방류가 반복된 한 축사의 폐수 방출구. 사진팀이 취재하는 중에도 악취 나는 누런 폐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도랑을 따라 흐른 폐수로 인해 하류에 있는 하천도 오염된 모습이다. 사진 김수현·남수빈 기자

  안희권 교수는 화학비료의 한계를 지적하며 비료원으로써 역할을 강조했다. “가축분뇨는 토양을 비옥하게 하고 친환경적인 먹거리를 생산하는 순기능이 있어요. 하지만 관리나 처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일부 지역에서 비점오염이 나타날 수 있죠.”

  가축분뇨는 암모니아 가스를 배출해 대기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가축은 체내 질소를 요소로 변형해 소변으로 배출하고, 이는 토양 효소에 의해 분해돼 암모니아 가스가 발생한다. 이정현 활동가는 공장식 축산의 암모니아 배출량이 상당함을 꼬집었다. “2015년 기준 국내 암모니아 총배출량은 약 29만7167톤입니다. 이중 전체 배출량의 78%인 약 23만1263톤이 농업 분야에서 발생했고, 대부분 가축분뇨가 원인이죠. 암모니아는 자동차 등에서 나오는 가스상 물질과 결합해 2차 미세먼지를 만들어 내기도 해요.”

사진 남수빈 기자
사진 남수빈 기자

  공장식 축사에서는 마치 큰 선풍기처럼 생긴 환풍기 수십 대가 천장에 설치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축사에서 환풍기를 끊임없이 돌리는 이유는 축사 내 유독한 암모니아 가스를 순환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폐질환 등 인간 질병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암모니아 가스는 동물의 떼죽음과도 관련이 있다.

  소 축사에서 과하게 발생하는 암모니아 가스는 공기보다 무거워 바닥에 고이게 된다. 분뇨에서 배출된 암모니아 가스는 소의 코 높이까지 머무르기에 이를 마시지 않도록 환풍기를 가동해 축사 밖으로 내보내는 것이다. 축사 안에 고여 있던 암모니아 가스를 밖으로 날려 보내면 고스란히 인간에게 되돌아올 수 있다.

  이정현 활동가는 공장식 축산에서 비롯한 가축분뇨 정책 마련을 촉구했다. “지역이 소화할 수 있는 양분의 처리량을 계산하고, 일정 규모의 축사는 사육두수 기준을 추가해서 관리해야 합니다. 지역 내 사육두수 총량을 늘릴 필요가 있으면 가축분뇨 처리시설을 확대하는 것을 전제로 해야 하죠. 가축분뇨가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정부가 대책 마련을 하는 것도 중요해요.”

사진 김수현 기자
사진 김수현 기자

  온실가스 공장이 된 공장식 축산
  지구 온난화를 일으키는 온실효과에서도 공장식 축산은 자유롭지 못하다. 축사 주변에서 눈에 띈 것은 줄지어 선 거대한 흰 탱크 여러 대였다. 이 탱크는 소 사료를 보관하기 위한 용도로 작게는 3톤부터 크게는 16톤까지 다양한 크기의 사료 탱크가 존재한다. 현재 옥수수와 콩 등 다양한 작물이 가축 사료 생산을 위해 전 세계에서 재배되고 있다. 이원복 한국채식연합 대표는 사료 작물 재배를 위해 온실가스를 저장하는 열대우림을 파괴하는 것에 우려를 표했다. “열대우림을 베어내고 그 자리에 가축 사료 작물을 재배하거나 가축을 길러 1970년대 이후 아마존 열대우림의 80% 이상이 파괴됐어요. 매년 남한 면적의 열대우림이 불타고 있는 셈이죠.”

사진 김수현·남수빈 기자
축사 앞에 커다란 사료 탱크가 자리 잡고 있다. 옥수수와 콩 등의 작물을 가축 사료에 가장 많이 이용한다. 이러한 작물 재배를 위해 아마존 열대우림이 벌목되고 있다. 사진 김수현·남수빈 기자

  최근 많은 기업과 국가에서 대표적인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감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가축의 소화기관 내 발효와 가축분뇨 처리 과정에서 대기로 배출되는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지구온난화에 약 21배 더 치명적이다.

  이정현 활동가는 공장식 축산으로 배출된 메탄이 결코 적은 양이 아님을 강조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에 따르면 소 한 마리는 트림과 방귀로 매일 약 500L의 메탄을 배출합니다. 전 세계 농업 분야 온실가스 배출량의 25% 정도에 육박하는 규모죠.”

사진 김수현·남수빈 기자
소가 되새김질하는 모습이다. 되새김질을 하는 소는 장과 위에서 미생물이 섬유질을 분해하며 메탄을 생성한다. 생성된 메탄은 트림과 방귀를 통해 대기로 방출된다. 사진 김수현·남수빈 기자

  땅 위의 감염원이 땅 아래 오염원으로
  공장식 축산은 밀집 사육으로 가축 전염병 확산의 주범이기도 하다. 전염병이 발생하거나 예방 차원에서 가축 살처분을 하게 되면, 이는 수질 및 토양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정현 활동가는 가축 사체가 땅에 묻혀 땅과 지하수를 오염시킨다고 설명했다. “2000년 이후 구제역으로 살처분한 돼지와 소는 약 392만여 마리에 이릅니다. 2006년 전라북도 김제시 용지면 한 마을에서는 543만여 마리를, 2017년에는 다시 183만여 마리를 땅에 묻었죠. 이 중 약 80%가 예방적 살처분이었어요.”

사진 김수현 기자
많은 소가 분뇨 가득한 축사에 밀집해있다. 공장식 축산은 과밀집 사육 형태로 인해 집단 감염에 취약하다. 좁고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여러 가축 전염병이 발생하기도 한다. 사진 김수현 기자

  한 번 더 생각하고 축산물 소비하기
  공장식 축산에 의한 복합적인 환경오염 피해를 줄이기 위해 우리는 어떤 실천을 할 수 있을까. 이원복 대표는 하나의 해결방안으로 채식 실천을 제시했다. “한 달 동안 전기나 물을 아끼는 것보다 하루 채식하는 것이 물과 에너지 보존에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어요. 완전 채식을 실천하기 어렵다면 주 1회 채식을 하며 횟수를 늘려가는 등 단계적 채식을 해보는 건 어떨까요? 대체육 섭취, 간헐적 채식 등 식탁에서 고기 비율을 줄이고 채식을 늘리는 것도 좋은 시도입니다.”

  안희권 교수는 축산업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의 인식 제고가 필요하다고 손꼽았다. “축산업은 생산과 양적 성장 위주로, 소비자는 가격 위주로 초점을 두다 보니 환경에 신경을 덜 쓴 부분이 있습니다. 축산업 현장에서는 생산자가 환경에 대한 사회적 책임 의식을 갖도록 교육하고, 소비자는 축산물이 어떻게 생산됐는지 고려해 의식적으로 소비해야 하죠. 인식 제고가 선행되지 않으면 생산 과정의 정책적인 규제도 지속 가능할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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