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방영된 <1박 2일, 울릉도 & 독도 편>을 보며 언젠간 나도 꼭 독도를 밟고 싶다고 다짐하던 12살 꼬맹이가 있었다. 시간이 흘러 그 꼬맹이는 스스로 여행을 계획하고 떠날 수 있는 22살 대학생이 됐고, 어린 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독도로 향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당차게 출발했지만, 독도로 가는 길은 매우 험난했다. 동해의 변덕스러운 날씨는 맑은 하늘에도 폭풍우를 내리고, 잠잠한 바다에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한 무서운 파도를 일으키기도 했다.

  3m 가까이 되는 파도가 수시로 배를 덮쳤고, 서 있기조차 힘든 선내 흔들림에 구토를 반복하다 화장실에 가는 사람들은 기어 다니다 못해 굴러다녔다. 위아래로 올라갔다 떨어지는 선내 상황은 마치 놀이기구 같았다. 이렇게 4시간 동안 놀이기구를 타면 울릉도에 도착하게 되는데, 거기서 배를 타고 2시간을 더 나가야지 독도에 다다를 수 있다. 

  독도에 상륙하는 것은 3대가 덕을 쌓아야지 가능하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어렵다. 1년 365일 중 60여 일, 하루 20분만 입도가 가능하다. 운 좋게 날씨가 좋아서 독도 앞까지 잘 도착하더라도 파고, 바람의 세기와 방향까지 완벽해야 한다. 조건이 하나라도 맞지 않아 배를 접안하지 못하고 독도 주변만 순회한 뒤 돌아가는 경우가 태반이다. 

  과연 내가 탑승한 배가 독도 접안에 성공할 수 있을지 불확실한 상황 속, 떨리는 마음으로 독도 앞에 이르렀다. “승객 여러분, 우리는 독도에 접안합니다.” 안내방송이 들렸고, 그 순간 선내 곳곳에서 박수 소리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그리고 우리를 반겨주는 독도경비대와 무수한 태극기를 바라보며 우리 땅, 독도에 감격스러운 첫발을 내디뎠다. 

  독도를 밟는 순간, 신기하게도 지독한 울렁거림은 말끔히 사라졌다. 눈 앞에 펼쳐진 기암괴석과 푸른 바다가 멀미를 씻어주는 듯했다. 망망대해에 우두커니 솟아있는 외로운 섬은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독도의 자연을 마주하는 사람이라면 천혜의 비경이라는 말이 왜 나왔는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자연이 만들어낸 천하절경과 폐로 들어오는 맑은 공기, 부서지는 파도 소리와 지저귀는 새소리, 손끝으로 느껴지는 바람의 떨림은 나의 모든 감각을 황홀하게 가득 채웠다. 기암괴석은 자연의 위대함을 새삼 느끼게 했고, 청옥색으로 빛나는 바다는 바로 마셔도 될 듯 맑았다. 왜 일본이 독도를 탐내는지 조금은 이해가 가는 순간이었다. 

  적금처럼 행복의 순간을 차곡차곡 쌓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삶은 다르다. 인간은 힘들 때 반짝반짝 빛났던 순간의 추억을 꺼내먹으며 버틴다. 우리는 따스한 순간을 자주 누려야 한다. 여행은 나의 행복의 순간이다. 그중에서도 독도에서의 아름다운 추억은 내 가슴속 깊은 곳에 박혀, 삶이 지치고 힘들 때 반짝반짝 빛나며 힘을 줄 것이다. 

정시훈 학생
생명과학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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